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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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대학시절 읽었던 책인데....

거이 20년만에 읽는 것 같다.

그때 참 감동있게 읽었는데..

지금 읽으니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그동안 너무 스토리 위주의 스릴러 소설에 길들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힌 것은 고전강의를 들었던 이야기들이 소설을 읽는 맥락을 잡아 주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 강의를 듣지 않고 읽었다면 지금의 내 독서능력으로는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이 책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프라하의 봄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라는 삼각관계로 구성되어있다. 사비나를 좋아하는 프란츠까지 포함하면 사각관계?인가...

 

프라하의 봄이란 당시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체코의 민주화운동이다.

사실 이것을 민주화 운동으로 불러도 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민주화운동과는 다른 성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후 소련군이 이를 진압하고 지식인층 50만명을 숙청한 사건으로 알고 있다.

그때 지도자를 두부체크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둡체크라고 발음한다.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에로틱한 우정을 꿈꾸며 200여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한 토마시라는 주인공과...

그를 사랑한 테레자...

토마시와의 에로틱한 우정 관계에 있는 사비나...

그리고 사비나를 사랑한 프란츠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사실 밀란쿤데라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밀란쿤데라에게 있어서 소설의 중심은 스토리가 아니라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인식이란 쿤데라가 이해하는 실존적 인간관이다.

 

따라서 위의 인물들의 사건들과 배경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소수의 분량을 차지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들의 관계가 아니다.

이런 역사적 상황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인간관이다.

(너무 거창한 단어들이다. 저자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형이상학적이거나 관념적인 이론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느낀다. 저자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실존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실존적인 인간을 표현하는 방식도 형이상학적인고 관념적이다. 저자가 내가 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마 욕을 할 것 같다...ㅠㅠ)

 

저자는 이 책의 시작부터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다룬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 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P9)"

 

저자에게 세계는 영원히 반복되는 세상과 한 번뿐인 일회적인 세상으로 나뉜다. 저자에게 있어서 전자의 세상은 그냥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세상이고, 후자의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이다. 그래서 저자와 저자가 창조한 소설 속의 인물들이 사는 세상은 가벼운 세상이다.

 

 "얼마 후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고, 나는 앞 장의 뜻을 밝히기 위해 이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주 어디엔가 우리가 두 번 째 태어나는 행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한 지구에서 보낸 전쟁과 거기에서 익힌 경험을 완벽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미 두 번의 전생 체험을 가지고 세 번째로 태어나는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인류가 매 번 성숙하면서 다시 태어나는 다른 행성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영원회귀에 대한 토마시의 생각이다.

  지구(1번 행성, 미 체험 행성)에 사는 우리는 당연히 다른 행성에서 인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에 대해서 막연한 개념밖에 지닐 수 없다. 인간이 더 현명해질까? 인간이 완순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반복함으로써 이에 도달할 수 있을까?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유토피아에 대한 전망 속에서만 가능하다. 난관주의자란 5번 행성에서는 인간 역사가 피를 덜 흘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관주의자란 그런 것을 믿지 않는 자이다.(P359-360)"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무거움을 지향한다.

토마시와 사비나는 이런 것들을 못 견뎌하는 인물이고...

아마 밀란쿤데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밀란 쿤데라가 이런 것들을 비웃기 위해 등장시키는 것이 섹스와 배설이다.

저자는 인간이 먹고 싸는 자연스러운 존재라고 한다.

그러나 종교나 철학은 이런 인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을 '키치'(19세기 이후부터 등장한 문화비평적인 단어?)라고 한다.

실제적인 인간관과는 다른 이상적인 인간관이다.

토마시가 속한 체코의 공산주의는 이것을 꿈꾼다.

그래서 토마시와 사비나는 이런 것에 반대를 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반대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키치를 꿈꾼다.

그래서 토마시와 사비나는 이것도 반대한다.

나는 이것이 바로 저자의 정치관이자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실존적인 인간을 주장한다.

인간은 먹고, 싸고, 선택을 하고, 실수를 하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또한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이런 가벼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이 아이러니하고 어렵다.

저자는 인간과 세상이 가볍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거움을 주장하는 세상, 사상, 종교, 사람들을 비판한다.

그런데 또한 이 가벼움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런 생각과 사상들이 소설 곳곳에 녹아져 있다.

 

소설은 이미 초반부분에 토마시와 테레자가 교통 사고로 죽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스토리상 이야기는 이미 초반부에 끝이 난 것이다.

그 다음은 각 자의 인물들이 깨닫는 세상과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이 책에은 체코의 역사적 사건이나 남년간의 사랑이나 질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움의 세상, 우연으로 이루어진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힘들어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아마 밀란쿤데라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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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8호 - 2015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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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작가의 이름이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물론 그 전에도 미우라아야코라든지 몇 명의 일본 작가들의 책을 읽었었지만 그때처럼 갑자기 일본문학이 선풍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 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계속해서 발매가 되고, 무라카미 류와 같은 일본 작가들도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그들의 소설을 많이 읽고,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주제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햇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일본 문학이나 소설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분이라는 잡지를 통해 다시금 일본 문학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먼저 이 책에는 히라노 게이치로에 대한 기사가 인터뷰와 기사, 그리고 그의 소설에 대한 심도있는 해설이 나와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접해 본 적이 없다.

한 때 일식이라는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도 떠들석하게 소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아직 그의 소설을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그의 소설세계에 대해서는 전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특히 그가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 이분법적 세계에 대한 격파라든지, 분인주의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고 그의 소설을 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집으로는 일본의 닌자 문화에 대해 나와 있다.

우리에게 닌자는 흔히 어린이들 대상의 문화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닌자문화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그리고 그것이 일본 문화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고...

더 나아가 지금은 할리우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소설 역시 연재되어 있다.

아베 가즈시게라는 작가인데...

역시 이 작가도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다...ㅠㅠ

미스테리어스 세팅이라는 제목이다.

책에는 중편 분량의 내용이 실려있고, 계속 연재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첫 편만 읽어서는 아직 내용이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는데...

시오리라는 여자와 그의 동생 노조미의 이야기가 큰 흐름이 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음유시인을 꿈꾸며지만 엄청난 음치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시오리라는 여성과....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여동생 노조미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내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외에도 일본의 지역 소개라든지...

문화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와 있다.

어뜻 보면 일본의 문화를 말초적으로 소개하는 예전의 일본문화 잡지들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잡지는 일본 문화와 문학에 대해서 무척 깊이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

단순히 청소년들이 재미로 접근하는 잡지가 아니라...

일본 문화나 문학을 깊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잡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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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김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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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띠지에는 '한국의 마이클 샌델 김형철 교수'라고 적혀져 있다.

처음 책을 받아 보았을 때 마이클 샌덜 교수의 정교한 논리를 기대하기도 하고...

다시금 복잡하고 현란한 논리를 읽을 것에 대해 조금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선전문구와는 달리 서양의 논리적인 측면만이 강조된 책이 아니다.

 

보통 동서양 철학은 논리적인 흐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서양철학은 모든 것에 논리적인 흐름이 있고, 논리적인 결론이 있다.

18세기 합리주의 이후부터는 더욱 더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한다.

사실 합리주의라는 것이 수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계산적인 논리에 맞아 떨어지는 것만을 진리로 인정한다.

 

반면 동양철학은 논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논리보다는 깨달음을 강조하다.

노자의 도덕경 첫머리에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말이 있다.

도를 일단 도라는 글자로 정의를 하면 그것은 더 이상 원래의 도가 아니라는 말이다.(나름대로의 해석..ㅠㅠ)

어떠한 진리를 일단 언어의 틀에 가두어 두면 그것은 그 틀에 갇혀 더 이상 원래의 진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이것도 나름대로의 해석..ㅠㅠ)

그런 의미에서 동양철학은 모든 것을 논리로 결론 내리기 보다는 깨달음을 중요시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동서양의 철학이 한 책에 어울려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어떤 때는 매우 논리적으로 접근을 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삶에 대해서 추상적인 깨달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21가지 주제 역시...

어떤 것은 매우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주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열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일 것인가?' 등이다.

반면 매우 추상적인 주제들도 있다.

'인생은 왜 짧은가?' '죽음은 두려운 대상인가?'등이 그렇다.

이런 주제들을 때로는 논리적으로 때로는 추상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 역시 모든 것을 수로 계산하고, 논리로 맞추기 보다는 깨달음과 성찰, 삶의 여유를 강조한다.

 

 

이 책의 초반은 매우 쉬운 주제와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철학교수가 쓴 책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쉬운 이야기다.

주로 삶에 대한 질문들을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나 고전 등에 나와 있는 이야기로 풀어간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또 뻔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조금씩 주제가 깊어지고, 내용도 깊어진다.

(접근 방법이 매우 좋은 것 같다.)

중간부분에서는 마이클 샌덜 교수의 책에 나왔던 정의에 대한 주제들을 언급한다.

그러나 마이클 샌덜의 책보다는 훨씬 접근 방법이 쉽고.....

이론들에 대한 설명도 매우 심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접근 한다.

 

 

 

 

예를 들어 피자를 나누는 가장 정의로운 방법이란 주제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의 개념들을 설명하는데...

롤스의 두 원칙인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 그리고 무지의 장막(또는 무지의 베일이라고도 부름)의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롤즈의 '사회정의론'의 구입하고 10년째 읽기를 시도하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고 있을만큼 내게는 어렵고 무거운 책이다..ㅠㅠ)

 

 

아마 저자가 일반인들이 철학을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려를 한 것 같다.

또한 철학적인 주제가 이론이나 개념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자살의 문제라든지, 감시의 문제, 분배의 문제등이 언급되고 있다.

철학을 모르는 일반이나 청소년들도 읽기가 쉬울 것 같다.

다만 어떤 주제에 대해서 조금 깊게 들어가고 싶은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각주 등을 통해 조금 더 깊게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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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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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속한 단체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심하게 공격한 적이 있었다.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적인 폭력으로 심한 인격 모독을 하는 것을 지켜 보게 되었다.

몰론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그 때만이 아니었다.

조용히 그 사람을 찾아가서 그 행동이 얼마나 심한 행동인지, 그리고 그 행동으로 동료가 얼마나 심한 아픔을 경험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니 거이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기억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모르는 척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화를 할 수록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그리고 상대가 어떤 아픔을 경험했는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공감능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상대의 아픔을 모를 수도 있구나...

아니 느끼지 못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요사이 인터넷이나 자라는 청소년의 대화를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정말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구나...

이것이 심각한 상황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공감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상실되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상처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조사함으로서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공감능력이다.

이 공감능력은 갓난아이때 엄마와의 소통을 통해 형성된다.

아이는 자신을 향한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공감능력을 키운다.

아이는 자신의 필요를 어머니에게 공감시키고, 어머니는 이런 아이의 반응에서 만족함의 보상을 받는다.

이 관계는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어머니에게서 타인에게로 영역을 넓혀간다.

따라서 공감능력은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생존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저자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공감능력과 함께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다.

아이는 엄마와 동질감을 느끼고, 엄마나 자신의 필요성(스트레스의 발생요인을 처리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을 경험한다.

따라서 엄마가 없거나, 자신의 필요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느낀다.

엄마는 점차 아이와의 관계를 조절해 가며 이 스트레스 능력을 키워준다.

이 책에서 이 과정에서 예로 드는 것이 '깍꿍놀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얼굴을 피하거나 숨는다.

아이는 이 때 불안해 하며 울게 된다.

그러면 엄마는 '깍꿍!'하면서 아이에게 얼굴을 내민다.

아이는 다시 웃는다.

이런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아이는 자신의 스트레스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엄마와의 유대관계에서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 발전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진화론적인 관점과 화학적 작용으로 설명을 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런 공감능력과 스트레스처리 능력에서 발생하는 '옥시토닌'이란 호르몬이다.

아이가 엄마와 유대관계를 맺을 때 아이와 엄마 동시에 '옥시토닌'이란 호르몬이 발생한다.

이 옥시토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게 하는 호르몬이다.

프레드리 들쥐라는 쥐는 다른 쥐들과 달리 암수가 서로 한쌍씩만 성관계를 맺는다.

이 들쥐를 연구해보니 다른 쥐에는 없는 옥시토니 호르몬이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즉 옥시토닌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아이때 엄마의 친밀한 돌봄이 없으면 이 호르몬이 생성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지고...

공감능력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해 파괴적인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과정을 거친 아이들의 사례가 제시된다.

어린시절 고아원에서 방치되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그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를 맺기 힘들어 하는 이야기...

부잣집에서 여러 유모에게 길러져 한 엄마의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결여된 아이가 나중에 소시오페스가 되는 이야기...

폭력집단에 속한 부모나 남을 속이는 직업을 가진 부모 밑에 자란 아이가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어져 아무런 죄책감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

공감능력이 없는 우울증 엄마 밑에 자란 아이가 텔레비젼에 방치되어 공감능력을 상실하는 이야기 등의 사례가 제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미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우리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특히 맛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들이 엄마와 지속적인 공감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고...

자라면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보다 성적이라는 목표의식에 내몰린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결론적으로 공감능력이 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아이를 부모의 따스한 양육과 친지와 공동체의 돌봄 가운데 키울 것을 제시한다.

 

 

책 초반에는 이론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하고, 특히 호르몬과 뇌의 성장과정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조금 어려운 부분이여서 자칫 읽으면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초반 이후부터는 사례를 중심으로 매우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로 전개가 되기에 초반부분만 잘 넘기면 쉽게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환경이나 호르몬의 상황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또래 아이의 신발을 가지기 위해 그 아이를 총으로 살해한 테럴이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아이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머니 역시 갱단에 속한 매춘부였으며, 그의 의붓아버지들도 대부분 갱단단원들이었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의 돌봄을 받고 자라지 못했으며...

갱단문화에 익숙해져서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아이가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트레스처리 능력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상대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그를 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분석은 이 아이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살해를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뇌의 의사결정부분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하였다고 말한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사이코페스들도 모두 본인의 잘못이 아닌 환경의 잘못이 된다.

환경과 옥시토닌 문제가 모든 것의 원인이 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순간의 결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환경이 좋지 않고, 어린 시절 안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타인보다 더 많은 결단을 해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그런 결단과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갓난아이의 양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엄마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아빠와 가족, 친지, 그리고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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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여자 2015-04-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되는 책이네요.
 
왕좌의 게임 1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겠지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이다.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드라마를 보고 그 놀라운 스케일에 압도 되었다.

당연히 원작을 찾았는데...

원작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안 좋았다.

특히 번역에 대한 평가가...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있다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책의 번역부터 말하면...

백점이라고 말하기 뭐하지만 온라인 서평등에서 이야기하는 그 정도의 엉터리 번역은 아닌 듯 하다.

판타지 세계관의 특성성 그 세계만의 용어들이 있는데 그 용어들이 기존의 마니아들이 즐겨 듣거나 쓰던 용어가 아니여서 조금 생소하게 느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문맥의 흐름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거이 없었다.

아마 내가 드라마를 미리 보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번역의 문제를 넘어가면 이 책은 대작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데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재는 세계관이다.

판타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그 세계관이 얼마나 정교하고, 그 세계관을 독자가 타당하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판타지 소설의 완성도는 결정된다고 본다.

그런면에서 보았을 때 왕좌의 게임...... 원제인 '얼음과 불의 노래'의 세계관은 거이 퍼팩트하다.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의 중심은 세븐 킹덤이라는 왕국이다.

세븐킹덤에는 주요한 일곱개의 가문이 있는데...

1권에서는 주로 왕인 로버트의 바리테온가문과 로버트와 결혼한 세르세이가 속한 라니스터 가문, 그리고 에다드와 그의 아내 캐틀린, 자녀들인 롭, 산사, 아리아, 브랜든,린콘, 존스노우가 속한 스타크 가문등이 등장한다.

1권은 주로 바리테리온 가문과 스타크 가문의 대결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왕에서 쫓겨나 가족들이 몰살 당하고 비세리스와 대너리스만 남은 타르가르옌 가문이 조금씩 언급된다.

이야기는 점차 타르가르엔의 비세리스와 스타크 가문의 대결로 이어질 거라는 추측이 든다.

그런데 이런 가문들의 이야기가 단지 판타지의 상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실재 중세 역사에 존재했던 가문의 이야기처럼 사실성있게 묘사되고 있다.

그 만큼 작가의 세계관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세븐킹덤의 가문들뿐만 아니라 역사 역시 정교하다.

이야기는 로버트가 왕이 된 후 예전의 용맹과 총명함을 잃고 바리테리온 가문들을 중심으로 한 간신들에게 휘둘리는 타락한 왕으로 묘사된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는 세븐킹덤의 역사와 로버트가 왕이 되기 전에 타르가르옌 가문과 벌였던 전투들이 묘사된다.

이것이 마치 실제 역사처럼 사실성 있고 꼼꼼하게 묘사된다.

 

 

 

 

 

 

 

 

 

두 번째는 사실성이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의 최고의 숙제이다.

판타지는 환상의 세계이다.

용이 나오고, 거인이 나오고, 마법사가 등장한다.

엘프족과 드워프 족등 인간과 다른 종족도 등장한다.

당연히 현실성이 없는 허구로 읽혀진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 소설도 모두 허구이다.

소설은 아무리 실화를 배경으로 해도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허구를 허구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소설에 생명령을 부어주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에서는 매우 힘들다.

 

그런데 '얼음과 불의 노래'는 판타지이지만 사실성이 매우 강하다.

용이 등장하고, 아더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등장하고, 마법등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이야기의 전개가 마치 중세 역사처럼 너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뛰어난 영웅도 없고...

혼자서 마법으로 몇 백 명을 상대하는 이야기도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싸우다가 다치고 부상당하고, 심지어는 죽는다.

 

 

1권의 이야기 전개는 판타지보다는 추리소설 형식에 가깝다.

어느 날 세븐킹덤의 북쪽을 다스리는 스타크 가문에 로버트 왕가 그의 일가들이 방문을 한다.

바라테온 가문의 로버트와 스타크 가문의 에다드는 한 때 타르가르옌 가문의 아메리스 2세의 폭정에 맞서 함께 싸웠다.

둘은 형제처럼 가까웠고, 한 때는 죽은 스타크의 여동생이 로버트와 결혼을 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버트가 왕이 되고 둘은 조금씩 거리감을 느낀다.

둘의 스승이자 왕의 핸드(총리같은 역활?)인 아린이 갑자기 죽자.....

로버트는 에다드에게 핸드를 부탁하러 먼 북쪽까지 찾아온다.

스타크는 이것을 거절하려 하나 아린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그 배후가 왕비의 가문이 라니스터가로 의심이 되자 이것을 밝히기 위해 세븐 킹덤의 수도인 킹스랜딩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스타크의 아들이 브랜이 왕비인 세르세이와 그의 쌍둥이 오빠인 자이메와의 불륜을 목격하다가 탑에서 떨어져 불구가 된다.

1권은 누가 아린을 독살했는지...

브랜을 죽이려는 자가 누구인지를 밝혀가며...

서서히 세븐킹덤을 장악하려는 검은 음모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 전개 속에서 두 가지의 위기감이 점점 긴장감을 고조한다.

하나는  '겨울이 온다!'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처럼 거대한 성벽 윌의 북쪽에서의 무서운 존재?들의 등장이다.

또 하나는 세븐킹덤의 바다 건너에서 살아남은 타르가르옌 가문희 후손이 대너리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관이나 구성, 등장인물의 묘사 부분등에서 최고의 소설이다.

안타까운게 있다면 아직 일편이여서 대규모 전투장면이나 사건의 본격적인 전개등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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