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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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류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의문점은 어느 순간에 하나의 명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소설이 무엇이 될 것인가...이것은 물론 아멜리 노통의 소설에서 거론되었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소설을 읽게 될까. 사람들이 소설에서 어떤 것을 바라게 될까, 혹은 소설이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문제까지도 닿아 있다.

코엘류의 소설은 조금 과장하자면, 아포리즘들의 집합이나 한 종교의 경서와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낌은 어떤 대상을 가지고 글을 쓰든 마찬가지로 드는 생각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물론 한 사람의 여정이 나오고 그 여정만으로도 플롯의 탄탄함을 지니고 있지만 종이들 여기저기에는 그냥 딱 펴서 읽고 덮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문장들이 즐비하다.

그러한 감정이 코엘류의 소설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상을 포착하는 방식과 이야기를 풀어가고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코엘류의 신봉자가 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종교경험과도 같은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정 종교에 몰두하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종교들도 점점 열린 도그마를 지향하기도 한다. 어쨌든 종교라는 것이 인간과 함께 가야하는 고도의 정신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코엘류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여는 또다른 시도를 하는 작가가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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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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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가네즈로 가즈키의 책을 단 한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모든 책들을 사기도 했고, 시내의 큰 서점에서 서서 읽기도 했지만 한권도 없다.

모두 누군가에게 선물했다.

사실상, 나에게는 소설책이 많지 않다. 소설은 장르의 특성상 읽고 나서 다시 공부라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 읽을 일이 없다. 적어도 고전이 아니라면 책장에 오래도록 묵히고 싶지 않다.

가네즈로 가즈키는 아직 고전은 아니다.

영화 'go'로 나는 작품을 만났다. 놀라운 속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물론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서사다. 영화의 이미지나 속도나 혹은 색감들마저도 소설은 놓치고 있지 않았다. 가네즈로는 어려운 소설을 쓰지 않는다. 읽고나면 눈물이 나고, 신이 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가네즈로 가즈키는 고전이 될 수 있다.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다시 질문한다. 가네즈로 가즈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소설을 쓸 것이다. 읽고 문득 달리기가 하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는 소설을 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고전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의 소설에 열광하는 한국의 십대들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게다가 기 힘은 고작 이준기 영화의 원작이었다는 것과 일본의 문화에 무작정 열광하는 아이들이 그 이상의 문학을 접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가끔 서점에 가면 일본소설에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오직 일본소설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을 본다. 그들에게 올바른 독서의 길을 알려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일본소설과 더불어 그 이상으로 힘을 지니는 한국소설들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에 하루키 이전에 하루키도 있으며, 가네즈로 이상이 있으며, 재미있는 소설 대단한 소설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갑자기 왜 소설교육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가네즈로 가즈키는 좋은 소설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설, 살아있기에 자주 영화화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면은 아사다 지로와 상통하는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사다 지로에게 접근을 허용할 정도의 경지는 아니지만, 또 다른 길을 걷는 소설이다.

힘내라, 가네즈로 가즈키...너는 소설의 미래와 고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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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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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이라는 시인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시를 한참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다시 앞날개를 열어서

이 시인의 나이를 확인했다.

그래, 나이가 사람의 무게를 전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렷다!

늘 자연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웠다. 내가 그네들을 잘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에게 나를 노출시킨 적도 전무후무한 일이니 그것이 더욱 미안한 일이라서였다.

그래서 그렇다면 인공물들에게는 얼마나 살가운 인간이었나생각해보면 그 역시 아니다. 왜 이렇게 모든 것들에게 적당한 정도 이상의 이물감을 가지고 살아남은 것일까.

문태준의 가재미,라는 시집은 뒤늦게 생각이 났다. 친한 벗과의 여행에 벗의 가방안에 얌전히 자리잡은 상태로 처음 마주하였다. 먼길 가는 동안 훔쳐보기도 하고, 실제로 빼앗아 보기도 하며 정을 들인 탓인지 내가 소유한 시집이라고 생각하여 사는 일을 미루었다.

그리고 어느 날, 책장에 그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사들였다. 사서는 한동안 들추지 않고 이리저리 만지기만 하고 앞쪽에 그림과 뒷쪽에 문장들만 즐거이 읽었다. 제목만 보고 있어도, 책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그 여행이 기억나서 어찌나 잔잔하게 기뻤다.

다시 천천히 곱씹어 시를 읽어 보았다. 이 사람은 살아있든 죽어있든 정답게 바라보고 또 정결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구나싶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역시 나는 심하게 기교를 부리거나 제 얼굴을 빤빤히 드러내는 시를 선천적으로 사랑할 수가 없구나하는 것을 실감한다.

조금은 촌스럽게 새를 보고, 길을 보고, 자루를 보고, 또 가재미를 보면서...제 안으로 깊숙하게 들이밀면서 주절거리듯이 좀 큰소리를 내어보라고 호통을 치면서...이런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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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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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아이들, 영악한 아이?, 비열한 세상?, 산산조각이 난 땅.

이 책은 까치에서 출판되었다가 절판이 되었었다. 출판사에 문의했으나 없다는 말에 도서관책으로 복사본을 남겨서 가지고 있고, 한권으로 묶어진 것도 있는데 우윤히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어서 소유하고 있다.

제목에서 적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장은 짧고 건조하다. 철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면서도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존재가 현실이고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현실은 매트릭스이고 하나의 구슬인가, 하룻밤의 꿈이고, 망상인가.

누구도 그 공간을 혹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존재함으로 증거할 수 있느냐...

이 책은 소설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구구절절 힘든 철학책보다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절대적일 수 있을까. 픽션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끊임없는 질문을 시작할 수 있는 책이다. 흥미로우면서도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싶다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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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인 까닭에

정말 철저하게...

오랫만에 추석 아침에는 산에 가야겠다.

그 산에 아무도 없으면

더 좋겠다.

우리 선생님이 하신 말씀,

산 아래나 쉼터에는 우글거리지만

정작 산에 오르는 동안은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 그렇게만 되어라.

홀로만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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