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다.

약기운이 몸을 둥둥 떠있는 듯한 착각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 기분이 사그라들 때쯤 되면 또 밥때라고 엄마가 밥을 주신다.

그러면 또 약을 먹는다.

감기약에는 아편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하루가 꼬박 약기운에 의지해서 돌아간다.

광화문 교보 앞에 앉아서 바람을 맞이하였다.

수많은 사람들과 소음들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땀을 흘리면서 잠시 걷고, 약기운을 떨구려고 애써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가 그치지 않는다.

비는 두려움의 존재다.

발 아래까지 바싹 다가선 물길을 보면서,

아프다

뉴스특보를 보면서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작년에도 또 작년에도 계속해서 저런 식의 뉴스를 보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지.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늘 무기력한 난쟁이에 불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뭘 하고 있는가,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왜 버둥거리고 있는가,

내가 뭘 이룰 수 있을까.

내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간밤에 아이처럼 엉엉 우는 꿈을 꾸었다.

일어났는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에 온 몸이 푹 젖어 있었다.

뭔가 잃어버리든지 잊어버렸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상실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를 보고 왔다.

한없이 조용한 땅에 내렸다. 와글거리는 사람들을 지나서 반듯하게 누웠다.

세상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남겨진 것같은 시간이었다.

물과 산과 땅과 흙과 간혹 내리는 빗방울,

그 땅을 지키는 사람들의 땀을 보았다. 그리고 급히 돌아왔다.

내가 도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미 도시에게 선택당하고 세뇌당한 것은 아닐까.

벌레와 어둠과 적막이 두렵다.

외로움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일본이야기가 밀려들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일본 소설들을 읽어왔고, 물론 나를 감동시킨 책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영화나 한국드라마에 일본원작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현실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이야기는 강력한 무기다.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그들의 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일과 다름아니다.

일본은 한국과 정말 진부한 이야기지만,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우리의 문화 전반의 모습들이 그들의 15년 전 모습을 그대로 쫓아간다는 말도 있고 그네들에게서 먹히면 반드시 우리에게도 먹힌다는 국제 경영적인 속설도 있을 정도다.

히키코모리, 원조교제, 왕따...등의 말. 이제는 낯설지 않다. 청소년들은 일본 만화가 역시 재밌다고 경탄하고, 일본소설 코너에 가면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이 득실거린다. 그들 나름은 마니아다. 가네즈로 카즈키나 바나나 등 하루키나 류를 뒤이은 젊은 작가군의 짧고 쉽고 간단한 소설들에 아이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그들의 후속작품을 기대한다. 한국에 그렇게 작가가 없나?

그렇지 않다. 한국에도 좋은 작가 많다.

우리 문학은 혹은 우리 문화는 왜 젊은 세대들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받지 못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차라리 진지하고도 진지한 바닥까지 내려가서 숨어버리라고 기함을 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래서 정말 귀한 작품들이 되서 오래도록 묵었다가 내내 전해 내려갈 수 있도록...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해 묻는 것은 이제 전근대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냥 어떻게 우리가 함께 살아나갈 수 있을지애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향이 옳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