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교학사에서 나온 《마더 구스의 노래》, 오른쪽은 팬더북 출판사의 《마더 구즈의 노래》. 교학사의 책은 1991년에, 팬더북의 책은 1996년에 처음 나왔다. 교학사의 책은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잔인한 표현의 문장을 부드럽게 윤색했다. 두 권 모두 절판되었다. 마더 구스 원본을 전체를 옮긴 책은 아니지만, 유아 교육용 마더 구스에서 볼 수 없는 동요들이 많이 수록되었다. 유럽의 미시사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더 구스를 알아보려면 이 두 권의 책, 특히 팬더북 출판사의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팬더북의 마더 구스에는 원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 《마더 구스의 노래》 (교학사, 1991년)

* 《마더 구즈의 노래》 (팬더북, 1996년)

* 《마더 구스》 (북타임, 2010년)

 

 

 

 

《마더 구스의 노래(Mother Goose's Melody)》(약칭 ‘마더 구스’)는 영국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즐겨 부른 전래 동요집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동요를 영국에서는 ‘Nursery rhyme’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왕, 귀족, 성직자들에 대한 풍자부터 풍속, 도덕적 교훈, 수수께끼, 속담, 자장가, 알파벳이나 요일 이름 같은 것을 외우기 쉬운 문장들로 구성되었다. 아이들은 동요를 따라 부른다. 이런 과정에서 영어의 운(韻, rhyme)을 자연스럽게 익혀 언어감각이 향상된다. 그래서 마더 구스는 유아용 영어 교재로 많이 소개되었다. 마더 구스를 따라 부르면 자연스럽게 영미권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더 구스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집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마더 구스의 일부분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마더 구스가 처음 나왔을 땐 그랬다. 그러다가 어른들이 즐겨 부른 짤막한 민요들도 마더 구스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유아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마더 구스와 마더 구스 원본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원본에는 비정하면서도 잔인한 표현이 담긴 동요가 수록되어 있다. 그 속에 명랑하고 쾌활한 분위기의 동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동요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어른들의 노래를 불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어린이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가족의 일원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는 ‘어린이’가 철저히 역사와 문화를 통해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중세 유럽에는 ‘아동기’에 대한 의식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어른과 구별되는 옷을 입히고 놀이를 구분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아동’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은 기껏 17세기에 들어와서야 가능했다. 어린이들은 10대로 접어들면 부모님의 노동을 돕는다거나 돈을 벌려고 도제 생활을 했다. 궁핍하게 생활하는 하류층 부모들은 자식들 양육이 부담스러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중세 프랑스 사회에서 영아살해는 공공연하게 자행되었으며, 그것이 도덕적인 타락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비정한 사회상의 모습은 지금까지 전해지는 동요나 동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샤를 페로의 동화 『엄지 동자』는 가난과 기근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일곱 명의 형제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일찍 비정한 현실에 눈을 떴다. 중세의 어린이들은 냉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압축한 동요를 즐겨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자랐을 것이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난의 늪에 허덕인 서민들은 자신들의 심정을 반영한 동요를 많이 불렀다. 로버트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 1장에 마더 구스의 동요를 인용하여 동요가 유행했던 당시 사회의 모습을 유추한다. 관련 내용은 《고양이 대학살》 65~70쪽에 있다.

 

 

신발 속에 사는 늙은 여자가 있었네.

아이가 너무 많아 어찌할지 몰랐네.

 

 

이 동요는 《고양이 대학살》 66쪽에 나온다. 그런데 인용문은 원문의 일부만 발췌한 것에 불과하다. 원문은 이렇다.

 

 

 

There was an old woman who lived in a shoe.

She had so many children, she didn't know what to do;

She gave them some broth without any bread;

Then whipped them all soundly and put them to bed.

 

구두 속에 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어쩔 줄을 모른다.

죽만 주고, 빵은 하나도 주지 않고,

게다가 호되게 매질하며, 자거라, 이 꼬마들아.

 

(《마더 구즈의 노래》 58쪽)

 

 

 

단턴은 이 동요를 인구 증가의 현상을 노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족의 일원이 늘어날수록 생계의 부담도 같이 늘어난다. 인구 증가와 함께 가난의 고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빵 하나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묽은 죽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빵을 달라고 떼를 쓴다. 할머니는 절망적인 상황을 폭력으로 해소한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아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거리로 나서서 구걸을 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오는데

거위는 살이 찌네.

늙은이의 모자에

한 푼만 넣어줍쇼.

 

(《고양이 대학살》 68쪽)

 

Christmas is coming, the geese are getting fat,

Please do put a penny in the old man's hat;

If you haven't got a penny, a ha'penny will do,

If you haven't got a ha'penny, then God bless you.

 

크리스마스가 와요, 거위가 살이 쪄요.

자, 1페니, 할아버지 모자에.

1페니가 없으면 반 페니라도 좋아요.

반 페니도 없다면, 신의 가호를.

 

(《마더 구즈의 노래》 83쪽)

 

 

 

가난의 고통이 지속될수록 정의 온기가 식어간다. 가난한 자들은 도둑이 되어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한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네,

도둑들이 강탈하러 그에게 왔다네.

그는 굴뚝 끝에 올라갔고,

그들은 그를 죽였다고 생각했네.

 

(《고양이 대학살》 68쪽)

 

 

There was a man and he had naught,

   And robbers came to rob him;

He crept up to the chimney top,

   And then they thought they had him.

 

But he got down on the other side,

   And then they could not find him;

He ran fourteen miles in fifteen days,

   And never looked behind him.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

  그를 털려고 도둑들이 찾아왔다.

그는 굴뚝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이제 잡았다, 하고 도둑이 뒤쫓아 갔다.

 

그러나 살짝 저편으로 도망쳐 내려갔다.

  그래서 그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15일 동안 14마일을 달렸다.

  뒤돌아 봐도 이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마더 구즈의 노래》 52쪽)

 

 

 

더 이상 살아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절망적인 최후의 선택을 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힘들었던 속세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가난은 한 가족을 붕괴시키는 비극을 초래한다.

 

 

세 아들을 둔 늙은 여자가 있었네.

제리와 제임스와 존.

제리는 교수형에 제임스는 익사하고,

존은 사라져 다시 찾지 못했다네.

그것이 세 아들의 종말이었다네.

제리와 제임스와 존.

 

(《고양이 대학살》 66~67쪽)

 

There was an old woman had three sons,

Jerry, and James, and John:

Jerry was hung, James was drowned,

John was lost and never was found,

And there was an end of the three sons,

Jerry, and James, and John.

 

한 할머니와 세 아들이 살고 있었다.

세 아들은 제리, 제임스, 그리고 존이었다.

제리는 목을 맸고, 제임스는 물에 빠졌다,

존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으로 할머니의 세 아들 이야기는 끝이다.

제리, 제임스, 그리고 존.

 

(《마더 구즈의 노래》 142쪽)

 

 

 

《고양이 대학살》에서는 “Jerry was hung”을 교수형으로 옮겼다. ‘hang’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동요의 전체적 의미 또한 달라진다. 제리가 목을 매어 자살했다면, 가난을 견디지 못한 아들 두 명은 자살을 한 것이고, 유일하게 살아있는 아들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거지로 되었을 거로 추측할 수 있다. 제리가 교수형을 당한 것으로 해석하면, 제리가 제임스를 물에 빠뜨려 죽였거나 존마저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을 받는다는 아주 절망적인 내용이 된다. 제리는 장남으로서 가족들의 궁핍한 삶을 해소할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제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깊은 좌절감에 빠졌고,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죽이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것이다.

 

마더 구스 동요 속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앞길이 깜깜한 가난의 동굴 속에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그들은 생전에 돈과 빵을 손대지 못했다. 그들의 삶을 구원해 줄 희망의 빛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병마 또는 죽음이었다. 솔로몬 그런디의 죽음처럼 이름 없는 삶의 끝자락 또한 너무나도 비참했다.

 

 

Solomon Grundy,

Born on a Monday,

Christened on Tuesday,

Married on Wednesday,

Took ill on Thursday,

Worse on Friday,

Died on Saturday,

Buried on Sunday.

This is the end

Of Solomon Grundy.

 

솔로몬 그런디는,

월요일에 태어나서,

화요일에 세례받고,

수요일에 결혼해서,

목요일에 병이 들어,

금요일에 위독해지고,

토요일에 세상을 떠나,

일요일에 장례지냈다.

이렇게 해서 솔로몬 그런디의

일생은 모두 끝났다.

 

 

(《마더 구즈의 노래》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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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1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11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더구스도 처음 들었을 때는 동요라고 해서 더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cyrus님,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오늘도 좋은 저녁 되세요.^^

cyrus 2016-02-11 19:23   좋아요 1 | URL
무서운 분위기의 동요가 많이 있는데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표맥(漂麥) 2016-02-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야엔 제가 젬병이란걸 깨닫습니다. cyrus님은 역시 제가 모르는 부분을 많이 알고 계시군요.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cyrus 2016-02-12 08:58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들이에요. ^^

2016-02-12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2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12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cyrus 2016-02-12 19:04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