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연 을유세계문학전집 9
조셉 콘라드 지음, 이석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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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18] 어둠의 속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폐쇄적인 서구인의 눈으로만 사물을 바라보며 타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드는 제국주의적 태도를 이야기 하고자 할 때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은 자주 인용되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말론 브란도 주연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는데 자랑할 수준은 아니지만 평생 독서를 하면서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작가를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다.    

원제는 Heart of darkness 인데 국내에서는 '암흑의 핵심' (민음사 판), '어둠의 심연' (을유문화사 판 외 그 밖의 출판사) 등으로 소개되어 있다. 사실 을유문화사판을 읽기 전에 처음에는 '암흑의 핵심' 으로 소개된 민음사 판본을 읽었는데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작품을 읽는데 몰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아무래도 콘래드 특유의 본연의 의미를 드러나지 않게 암시적으로 풀어낸 문체가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을유문화사 판에 수록된 콘래드의 또 다른 단편 <진보의 전초 기지> 역시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읽어야했을 정도였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화자인 말로가 템즈 강가에 정박한 어느 상선의 갑판 위에서 들려주는 체험담에 근거하고 있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 벨기에령 콩고의 어느 회사 소속 기선의 선장으로 취직한 말로가 우여곡절 끝에 콩고 강 상류의 오지로 가서 커츠라는 일급 교역상을 만나게 된다.   

커츠는 현지인들 위에 초법적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다이아몬드 채취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승승장구하는 교역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여 끊임없는 무장경계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신처럼 대접받으면서도 순간순간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 같은 분열적 상태 속에서 그는 정신적으로 황폐해져만 갔고 이는 신체까지 좀먹었다. 커츠는 결국 귀국하지 못한 채 “ 끔찍하다, 끔찍해. ” (pp 151) 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커츠로 대표되는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은 세계를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구도로 파악하였으며
야만인들을 문명화하는 것은 “백인들의 의무” 라는 명분까지 내걸고 식민지 정복의 길에 뛰어들었다.   제국주의가 판을 치고 있던 서구 문명에서는 커츠의 입장은 그 당시로서는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수사였다. 커츠도 자기 딴에는 고귀한 사명감에 넘치는 인물이어서, ‘아프리카에서 무한한 선을 행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활동 계획서로 정리하여  ‘야만적 악습 억제 협회’ 에 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관습과 문화를 가진 인간들을 비인간화하고 자신을 신격화했던 왜곡된 환상의 결과는 자기파괴였다.

검은 아프리카 대륙으로 상징되어지는 ‘어둠의 심연’ 으로의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화자인 말로는 궁극적으로는 커츠의 아프리카 경험이 주는 인간적 가치의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말로의 담담한 어조의 이야기 속에서 ‘어둠’  , '암흑' 의 세계에 대한 유럽인들의 사명감이 지닌 헛됨과 그러한 헛된 사명감의 정신적 기조를 이루는 정신적 황폐함을 상징화시키고 있다.  암흑의 대륙에 문명의 빛을 전달한다라는 사명감에 투철한 유럽인들의 우월주의적 시각이란 결국은 아프리카인들과 그들의 상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지배와 원시적 암흑 대륙에 대한 문명의 지배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관념’ 에 불과 하며, 실제 아프리카의 현실과는 모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관점의 비평이 소개되면서 재해석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식민주의를 찬양하고 있다는 비평도 있다.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현재까지도 조지프 콘래드를 '제국주의자' 라는 평단의 오해가 존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상징적이면서도 갈팡질팡하는 문체로 인한 해석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길 법도 하다.    텍스트를 읽는 독자마다 이해의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콘래드가 서구의 식민주의를 막연히 '찬양'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생각이 든다.   

서구의 이중성과 제국주의의 유령은 지금도 아프리카나 제3세계 국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식민 지배는 아프리카와 남미 등 남반구에  깊고 큰 상처를 남겼으며 다국적기업의 횡포 탓에 만성적인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온갖 불법을 자행하고 부패한 권력과 결탁해 한 국가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가 씌워놓은 그 굴레를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던지지 못한 채 지금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현실은 너무 어둡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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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8-23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흑의 핵심이군요...이거 매력적인 작품인데...전 예전에 원서로 읽다가(중간도 못 넘겼음)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번역본을 구해놓고는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리뷰를 보니, 8월이 가기전에 완독하고 싶네요..

cyrus 2011-08-25 19:42   좋아요 1 | URL
짧은 분량인데도 읽는데 힘들었어요, 저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흑의 핵심'도 '문명의 전초지'도 결국 주인공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납니다.제국주의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요.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사고방식에 굉장히 비판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로 보고 싶습니다.저는 이 두 작품이 콘라드의 다른 작품보다는 반제국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봅니다.

저는 '문명의 전초지'가 '암흑의 핵심'보다 읽기 쉽던데요.더 짧기도 하지만...마지막 시체 장면이 압권이죠.

cyrus 2011-08-25 19:43   좋아요 0 | URL
다음 작품으로 <로드 짐>을 읽어보려고 해요, 민음사에서 두 권짜리로
나왔는데,, 읽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6 16:54   좋아요 0 | URL
로드 짐 읽기 전에 문명의 전초지를 한 번 더 읽으라고 권하고 싶네요.정독하면 할수록 맛이 나는 단편입니다.

'청춘'을 구할 수 있다면 읽어도 좋아요.로드 짐처럼 해양소설이면서 분량도 짧으니까요.

에드워드 사이드의 콘라드 평가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콘라드를 평가해 보시길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4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옥의 묵시록은 정말 매니아가 많은 영화잖아요. 그런데 드디어
시루스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작가를 만났다는 부분에서 그만 폭소를. ^^

저한테도 읽지 못 한 조셉 콘라드의 작품이 틀림없이 있는데, 어디있는지 찾지 못 하겠어요. 아하하......... 자기 서재의 책도 못 찾다니, 비극이예요, 증말.

cyrus 2011-08-25 19:44   좋아요 1 | URL
그 유명한 영화,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어요.
마고님 댁에 책이 얼마나 많길래 못 찾으시나요? 저도 한 번
그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

네오 2011-08-24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읽으면서 '아하~ 그렇구나'라며 나지막히 탄식했습니다. 조셉 콘라드는 제가 허빈 멜빌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영미소설가이지만 그렇게 제대로 이해하는 작가는 아니네요~ 그의 소설이 나오는대로 무작정 모아놓고 읽어보는 저로서는 ㅋㅋ <지옥의 묵시록>도 제가 전쟁영화라는 장르만을 한정짓고 놓고 봤을때 거의 베스트10에 껴들만한 작품인데 원래는 이 소설을 맨처음 영화화하고 싶었던 감독은 프란시스 f 코폴라가 아니라 <시민 케인>의 오손 웰즈라고 하더군요~ 이 두 감독이 황홀한 정도로 스타일리쉬했던 감독으로써 이 <암흑의 핵심>에 빠져들었던 감정이 어떤 마음이었을라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몸서리치게 만들던군요~ 아무튼 <암흑의 핵심>도 좋아하고 <지옥의 묵시록>도 좋아해요^^ 아~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나오는 그 장면만 수십번 본거 같네요~

cyrus 2011-08-25 19:45   좋아요 1 | URL
원래는 허먼 멜빌을 읽으려다가 어쩌하다 보니 콘래드의 소설을 집어
들었어요, 콘래드 역시 항해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죠.
정말 그 유명한 영화, 꼭 보고 싶네요. ^^

2011-08-24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