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 , 중략 , ,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 상 <오감도> 시제 1호 중에서 -  

 

 

  

  살얼음 위에 서 있는 대한민국   

세상에는 불안과 공포는 항상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따라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만약에 당신이 얇게 얼린 살얼음 위를 걷는다고 상상해봐라.  

살얼음 위에 발을 밟는 순간, 얼음덩어리가 깨지면서 당신은 물 속에 빠지게 된다.  

당신이 예전에 살얼음 위에 걷다가 물에 빠졌다거나 혹은 살얼음 위에 한 번도 걷지 않았더라도 살얼음 위에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사자성어 중에서 ' 여리박빙 ' (如履薄氷) 이라는 말이 있다.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살얼음을 밟게 되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깨지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서민들은 자고 나면 터지는 비윤리적인 범죄 사건에 불안해하고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시달린다. 경제성장률은 호전되고 있으며 상승될거라고 매스컴에서는 장밋빛 희망을 선전하고 있지만, 가계 살림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업과 취업난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을 덮쳐버린 구제역은 또 한 번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 발전, 성장 ' 을 이룩하겠다는 MB의 신년 포부는 좋다. 하지만, ' 발전 ' 에 눈이 먼 나머지 내부 사회에서 절망의 목소리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절망의 짐들을 떠안게 된 대한민국은 사회가 언제 무너져내릴지도 모르는, 살얼음 위를 그렇게 걷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G20 정상회담 이후에 좋아진 대한민국 이미지에다가 최근 소말리아 해적 소탕 이후로 또 한 번 ' 대한민국 ' 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로부터 강력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기세등등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 대한민국 '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게 현실이다.

 

 

  불안장애에 이르는 병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행복감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상위권에 유지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들은 행복지수에 상위권에 랭크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행복은 경제성장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국가별 통계에서 자랑스럽게 1위를 하는 것은 바로 ' 자살률 ' 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살 충동을 부르게 하는 개인적인 심리 문제 혹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람들은 ' 불안' 이라는 감정을 형성하게 된다.

불안이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미래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하고 있어 자기에게 해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즉, 우리 앞에 보이지 않거나 맞닥뜨리지 않은 위험 요소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게 되면 ' 불안장애 ' 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해 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대중들의 현재 심리는 ' 불안 ' 이라고 말하기보다는 ' 불안장애 ' 정도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일년에 한 번씩 치르는 수능시험날이 되면 꼭 수험생 한 명은 자살하게 된다. 기대한만큼 원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절망에 빠지다가 건물 옥상으로 향하고 만다.  앞으로의 생활고를 견디기 힘든 나머지 자신이 낳은 핏덩어리인 자식을 매정하게 버린다거나 혹은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구제역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게 되자, 대중들 사이에서는 일명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인해 지나치게 불안해거나 극단적으로 과대망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심각한 증상은 자기 파멸을 향하는 지름길이다.  

  

 

  ' 사회 ' 가 만들어낸 만성적 불안

김태형의 <불안증폭사회>에는 우리나라 대중들의 불안 증세를 ' 만성적 ' 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특유의 불안 증세는 최근에서 비롯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대중들의 심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로부터 냉혹하게 내팽겨쳐버렸다는 정신적 상처를 얻게 되었고, 그 상처로 인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흉터가 생기게 되었다.  그 흉터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국가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정부가 부르짖었던 ' 신자유주의 ' 사회구조 체제는 불안에 떨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에 또 다른 괴물로 등장하였다.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조금이라도 뒤쳐지게 되면 사회에서 낙오된다.  오직, 경쟁 끝에 살아남은 승자만이 최고다.  전장터 같은 사회 속에서 대중들은 ' 신자유주의 ' 괴물을 무서워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 신자유주의 ' 괴물이 양산한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 등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 괴롭히고 있다.  

   

 

  김태형 씨, 당신은 ' 심리학 전문가 ' 이지, ' 정치 전문가 ' 조국이 아니에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커다란 원인은 바로 ' 사회 ' 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개인의 불행한 문제탓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병리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을 정신적인 병에 걸리게 만드는 원인을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타파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도이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만성적 불안을 고칠 수 있는 방안을 협소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신 질환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 구조에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영역들을 축소하고,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세력들이 조직 내부의 건전한 공동체화를 토대로 건설하느냐에 따라 대중적 지지 확보 여부가 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안 증폭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열쇠가 진보의 손에만 쥐어져 있단 말인가?  

책의 저자는 분명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면서도 심리학 박사가 되기 전에는 1980년대 사회운동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사회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진보적인 관점 덕분에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악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 되었지만, 해결 방안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는 진보만이 해결해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있어 진보와 보수, 두 정치권이 보여준 대응과 자세는 부족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입장의 이분법을 떠나서 대립보다는 화합적인 자세를 가지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거 없이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해서 의혹과 대립으로 난무하는 정치권 세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불신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불안증폭의 병의 근원을 뿌리뽑는 일이다.   무조건 불안의 원인을 ' 사회 ' 라는 개념으로 추상적으로 접근하여 정의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개선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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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똑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이렇군요, 이 사람 심리학자라고 해서 불안을 어떻게 버무려 낼지 궁금했었는데 말이죠~^^

cyrus 2011-01-22 21:44   좋아요 0 | URL
불안에 대해서 심리학적 접근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저자의 사회비판적인 관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불안의 원인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합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의 시는 하나도 틀린 게 없네요.
이 책 궁금했는데, <오감도> 보니까 관심 뚝!
무섭고 절망적이고 그렇지만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이 그런거니까요, 아하하.
심각한 책과 리뷰 앞에 저는 너무 발랄~

cyrus 2011-01-23 20:18   좋아요 0 | URL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불안의 원인은 사회라는 것인데,,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처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이 언급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미 소개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어서 소리만 요란했던 책인거 같아요. 결국 중요한 사실은 이상의 시처럼 인간에게 불안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보수 입장의 글,
또는 진정한 보수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이러스님, 제게 추천하실 책 없으세요?

cyrus 2011-01-24 14:34   좋아요 0 | URL
아까 방금 마고님 댓글에 책 추천하셨길래 감사의 인사를 드렸는데,,
저도 그렇게 좋은 책을 구별하는 안목이 부족해서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가 없어서,, 괜히 미안해지네요..

보수의 입장에 대한 관련된 책이라면,,
앨버트 O.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보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분석하고 논한 책이라서 우석훈, 장하준도
추천한 책이에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는데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