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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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계의 논란의 중심, 스티븐 호킹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또 한 번 학계와 독서계에 논란을 일으킬만한 책을 발표했다.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 이번 신작에는 이전과 다르게 무신론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로 랭크되었고,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이 창조론자들에 대한 '결정적 한방' 이라고 말하면서 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이 있는 석학이다보니 그가 책 한 권을 세상에 공개했을 때, 그리고 그가 말한 발언과 가십은 항상 언론에 기사화되어 이슈가 된다. 몇 년 전에는 자신이 발표한 블랙홀 이론이 틀렸음을 스스로 밝히면서 이론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호킹 박사가 부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결국은 루머로 판명되었다.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연예인들에게 생길법한 소식을 물리학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이채롭기만 하다.  

<위대한 설계>가 발표되기 전에는 호킹 박사는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주에 1000억개의 은하계가 존재하는 만큼 다른 별에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믿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였고, 외계인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좋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유가 특이하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만나면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원주민들이 탐험대들에게 몰살당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하였다. 평생 4차원에 대한 물리학 연구에 몰두해서 그런 것일까?  그가 말하는 이유 역시 참 4차원적이다. 나는 그의 주장을 신문에 접하면서 물리학자다운 근거를 밝혔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단순히 은하계가 광대하니 외계인 존재는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그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아서 무척 실망했다. 원래 호킹의 발언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하였는데 이 다큐멘터리에는 호킹의 입장에 대한 좀 더 설득력 있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우주를 만들지 않았다

이번 책은 스티븐 호킹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와 함께 썼다.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역시 대중적인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그의 저작이 소개되기도 했다. 믈로디노프보다 호킹이 지명도가 높기 때문에 언론은 책에 대한 소개에 '스티븐 호킹' 이라는 이름을 자주 언급한다. 그래서 학계뿐만 아니라 독자들 사이에서도 과학의 무신론에 대해서 찬반 논란을 낳고 있다. 사실, 나도 종교를 믿지 않으며 무신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호킹과 믈로디노프의 주장이 무조건 맞다고 보기보다는 과연 이 책에 자신들이 밝히고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밝혀온 과학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과학의 법칙들이 성립하기에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주의 메커니즘이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 책 소개에서는 호킹이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과 전공이 아닌 나는 그가 설명하는 이론들을 여러 번 읽어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과학의 법칙에 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지금까지 증명된 법칙과 이론들만으로 우주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우주는 무(無)에서 스스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인간에게는 행운인 위대한 설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에 접했던 외계인 존재에 대한 호킹의 주장이 자꾸 떠올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호킹과 믈로디노프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이 책의 7장 [가시적인 기적]에서 이심률에 대한 설명에는 자신들의 무신론에 대한 근거를 얼버무리는 경향이 보인다.  이심률이란  행성의 공전궤도를 형성하고 있는 수치를 말한다. 즉, 다시 말하자면 궤도를 형성하고 있는 타원형이 얼마나 찌그려졌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이심률인 것이다. 이심률의 수치는 최소는 0, 최대는 1까지 정하고 있다. 이심률이 0에 가까우면 궤도의 타원형이 원과 유사하다는 뜻이며 1에 가깝다는 것은 반대로 타원처럼 찌그러진 모양이라는 것이다. 행성 궤도는 거의 원에 가까운 것으로 증명되고 있는데 이 사실에 대해서 호킹와 믈로디노프는 '대단한 행운'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태양계는 다른 "다행스러운" 속성들로 지녔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발전된 생명 형태들은 절대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그러나 지구의 궤도는 이심률이 약 2퍼센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이다. 이 사실은 알고 보면 대단한 행운이다.  

 - <위대한 설계> p 188~189 -  

 
   

이심률에 1에 가까운 궤도가 타원형이라면 지구 내 온도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이심률의 수치가 크면 클수록 그 행성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이심률이 0에 가까운데 두 저자는 이 현상 역시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7장에서는 유난히 '행운'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 태양의 질량과 우리가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 사이의 관계도 우리에게 행운이다. 왜냐하면 별의 질량은 별이 내뿜는 에너지의 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중략) 만약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지금과 동일하고 태양의 질량은 지금보다 20퍼센트 많거나 적다면, 지구는 현재의 화성보다 더 차거나 현재의 금성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 p 190~ 191 -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최적의 위치인 우주 공간을 '골디락스 구역' 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좋아한 수프가 차갑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는 아주 적당한 온도의 수프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도 '행운' 예찬이 등장한다. 

   
 

  지구가 그 좁은 구역 안(골디락스 구역 안)에 있다는 것은 지적인 생물인 우리에게 참 행운이다!  

 - p 192 -    

 
   

호킹와 믈로디노프는 우주 내 지적인 생물인 인간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최적의 환경조건으로 만들어진, 정말 '행운' 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이 우주의 메커니즘이 위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내용의 부분에 대해서 종교계가 이들의 주장을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두 과학자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행운적인' 우주의 설계 원리에는 신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우주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생물이 존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중첩된 법칙의 결과물이며 인간 스스로 중첩된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대문이다.  

어떻게 보면 두 저자의 주장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이 모든 세상의 메커니즘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장 [존재의 수수께끼] 에서도 우주의 창조에 대한 질문을 담당하고 있는 철학 영역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지식을 좀 더 확장하고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들이라고 말한다.  호킹과 믈로디노프가 인간은 '지적인 생물' 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만 현실은 그렇지만 않은게 사실이다.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알기에는 인간의 지적 능력은 너무 부족하기만 하다. 우주의 본질은 양파껍질과도 같다. 얇은 껍질 한꺼풀 벗기면 또 얇은 껍질들이 남는다. 이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론과 법칙을 발견, 증명을 거듭해도 거대한 우주가 탄생할 수 있게 하는 그 근본의 씨앗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존재 기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존재 관련 기사          

http://www.cocanews.com/doc=news/read.htm&ns_id=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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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의 가장 끝자리에 '행운'이라는 단어가 놓여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남편이 요즘 들여다보고 있는 책인데 여기서 읽은걸로 다 아는 척~ 해야할 듯 싶군요.

cyrus 2010-11-12 12:57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과학자들이라도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어려운거 같네요. 그리고 분량이 얇은데도 제가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서
좀 읽는데 어려웠습니다.^^;;

다이조부 2010-11-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이라는 매체에 관심이 많아요. 한때 취미로 생각했던게 신문읽기 라고 여길정도로...

주인장이 스티븐 호킹의 주장에 근거 없음에 실망했다고 했는데, 확률이 높은 가설 중에

하나는 신문제작 여건상 지면제약의 한계 때문에, 책에 대한 리뷰가 소홀할 가능성과

핵심 주장도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걸 이야기 하고 싶네요.

스티븐 호킹은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게으른 독서로 아직 접해 보지 못했어요.

리처드 도킨슨은 만들어진 신 을 구입했는데, 책 내용을 접하기 전부터 그 사람의

주장에 공감했던 상황이라 책읽기 가 시시하더군요.


cyrus 2010-11-1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려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많은 언론에서 이 책에 대해서 소개한 것을 미리 봐서 그냥 skip할려고요,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발언이 있는 다큐를 보고 싶었으나,,,
영어 실력이 안습이네요 ㅠ_ㅠ 그 다큐를 보면 호킹이 외계인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부족한 글에 대해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조부 2010-11-13 21:53   좋아요 0 | URL


저도 영어 실력 캐안습 ㅋㅋㅋ

근데 말이죠~ 시간 날때 비비시 에서 제작한 리처드도킨슨이 참여한

다큐가 있어요. 2부작인데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철철 넘쳐

흐르는 영상인데, 책 보다 저는 더 좋더군요.


cyrus 2010-11-13 23: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딱딱한 전문적인 책보다는 영상이 보는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4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선 스티븐 호킹이 가장 흥미롭고 쉽게 쓰지 않나요?
골디락스 구역도 흥미롭구요.

저도 이 책은 가지고만 있지 아직 못 읽었는데...'만들어진 신'이후 크게 비껴가진 않았네요~^^

cyrus 2010-11-14 20:34   좋아요 0 | URL
네, 책 분량도 생각보다 두껍지 않고, 역시 호킹의 책인만큼
과학 이론에 대한 화보도 곁들어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0-11-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첨 뵙습니다, 사이러스님(이렇게 불러드리는게 맞나요?)..

뒤늦은 댓글이기는 하나,
제가 관심있는 책이라 주의깊게 리뷰 읽었습니다. 일단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지구 생성 및 생명체 생성이 행운이라 하는 점은
이미 리처드 도킨스의 초기 저서부터 나온 이야기들인지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거기다.. 과학 메커니즘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거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은.. 흠.. 저희 뇌 작동에서 작은 인간이라는 이론이 있는데,
뇌의 여러 기능을 총괄하는 자는 누굴까? 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사이러스님의 리뷰를 읽으니, 꼭 제가 읽고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날 되셔요~

그리고.. 궁극의 리스트 책 소개를 통해
이달의 당선작인 리뷰 읽었습니다. 역시 멋진 리뷰였습니다. ^^

cyrus 2010-11-17 17: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녀고양님^^ 나무꾼님이랑 다른 분들 서재 댓글에서
자주 마주치곤 했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당선작 칭찬해주신거 감사합니다.
저도 고양이님 서재 자주 들릴께요^^

저도 약간 이번 책에서 밝힌 호킹의 주장이 실망스러웠지만, 위에
매버릭꾸랑님에서 말씀하셨듯이, 하나의 언론과 책으로 주장이
옳다 나쁘다 정하기에는 위험한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 이 책 말고도
다른 과학자들의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