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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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내가 기억하게 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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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긴 한줄평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4 11:42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발다치는 이거 한 권 읽고 작별인사 해도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6-0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음 책이 좀더 낫기는 해요 ^^;;;

다락방 2019-06-04 16:29   좋아요 1 | URL
어제 서점 갔는데 데이비드 발다치 책이 좌르륵 있더라고요. 비슷한 느낌의 다른 제목 책 나란히 진열된 거 보니 보기는 좋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흥미를 잃었어요. ㅎㅎ

비연 2019-06-04 16: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붕붕툐툐 2019-06-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터졌네요~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4 17:50   좋아요 0 | URL
히히 *^^*

일랑일랑 2020-07-2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여성,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메리 비어드 선집 2
메리 비어드 지음, 오수원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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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제임스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일 줄이야. 데이지 밀러 (아마도) 사뒀는데. 그래도 읽어봐야지.


헨리 제임스가 1880년대에 출간했던 소설 『보스턴 사람들』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젊은 여권신장 활동가이자 연사인 베레나 태런트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태런트는 구혼자 바질 랜섬(그는 제임스가 강조하듯 깊고 풍부한 목소리의 소유자다)과 가까워지면서 예전처럼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랜섬은 태런트의 목소리를 사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는 베레나가 오직 자신에게만 말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위안을 주는 당신의 말은 나만을 위해서 해줘요.' 이 소설에서 제임스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정짓기는 어렵다(독자들이 랜섬이라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아닌 다른 시평에서 제임스는 자신의 입장을 명료히 밝혔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오염성과 전염성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 것이다. (p.49-50)



- 최근 읽는 페미니즘 책에서 《허랜드》가 계속 언급되는데, 이 책 역시 나의 '사두고 읽지 않은 책'에 포함되어 있는 바, 속히 읽어야겠다. 허랜드 속편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나 보다.



남성 중심의 전통적 담론의 힘을 숙명론적으로나마 꽤 탁월하게 포착해낸 작가는 파킨스 길먼이다. 『허랜드』의 속편 소설인 『그녀와 함께 아워랜드에서』가 그 사례다. 이 소설에서 반다이크는 아워랜드로 돌아가는 테리를 호위하기로 한다. 반다이크는 아내가 된 허랜드의 여인 엘라도어도 아워랜드로 데려갈 참이다. 실제로 소설 속 아워랜드는 그다지 화려한 과시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엘라도어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시점이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지않아 이 부부는 테리를 내팽개친 다음 허랜드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즈음 두 사람은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간파했지만 이 중편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머지않아 우리는 아들을 낳았다.' 퍼킨스 길먼은 더 이상 속편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구 전통의 논리를 아는 독자라면 그로부터 50년후 허랜드를 책임지게 될 인물이 누가 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 정답은? 바로 그 남자아이다. (p.119-120)




- 저자 '메리 비어드'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대 로마 문헌을 연구하는 교수라는데, 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읽고 학습하고 노력했을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이 인상적이라, 정말이지 공부란 것은 하면 할수록 더 할 게 많은 것이구나, 했다. 고전의 수많은 사례들을 가져오고 또 그에 해당하는 그림들까지 가져오다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할 게 더 많고 알아야 할 게 더 많다는 것만 새삼 깨닫는다.

그녀는 수많은 인터넷 트롤들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받는데 거기에 상처받는 사람이기 보다는 그들을 우스워 하는 쪽이다. 그녀가 강한 건 그녀가 가진 지식의 영향도 있을 터.




- 공부하자!

메두사는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미녀로 나온다. 아테나는 메두사가 신성을 모독한데 대한 처벌로 그녀를 재빨리 괴물-보는 사람을 즉시 돌로 변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시킨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벌을 받는 존재가 강간을 저지를 포세이돈이 아니라 강간을 당한 여인인 메두사라는 것이다). 훗날 이 여자를 죽이는 것을 페르세우스라는 영웅의 사명이 된다. - P97

(영국 총리 테리사)메이는 또한 대처가 그랬듯 전통적 보수당인 토리당 내 남성 권력이라는 무기고의 아킬레스건을 꽤 능숙하게 활용한다. 그녀가 남성 중심의 사교 클럽에 어울리는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녀가 ‘은밀한 남성 클럽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때로 그녀가 독립된 영토를 스스로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메이는 배제로부터 힘과 자유를 얻은 셈이다. 게다가 메이는 ‘맨스플레인(mansplaining, ‘남성‘과 ‘설명하다explain‘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로,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훈계하듯 뭔가를 설명하는 일을 가리킨다)‘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 P109

책을 새롭게 다시 쓸 기회가 있다면 나는 여성들이 틀릴 권리, 최소한 이따금씩이라도 틀릴 권리를 옹호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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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5-30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의 여동생 앨리스 제임스가 떠오르네요. 수전 손택의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Alice in Bed)>은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 앨리스 제임스의 불행한 삶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작가인 헨리 제임스와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를 오빠로 둔 앨리스 제임스는 어릴 때부터 풍요로운 문화와 교육적 환경에서 자라 일찌감치 총명하고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19세기에는 그녀의 그런 자질을 받아들여 줄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고, 더구나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로 인해 그녀의 재능은 꽃을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자살충동, 우울증 등을 겪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읽으면서 몹시 분노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회가 된다면 이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다락방 님이 읽고 리뷰 한번 쓰시면 아마 더 많은 분들이 읽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9-05-30 11:1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책을 찾아보니 절판이네요. 다행히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있어요. 다음에 도서관 가면 빌려와서 읽어봐야겠어요.
댓글과 추천 감사해요. 아윽 그런데 읽을 책이 쌓이네요. 아직 제가 읽지 않은 이 많은 책들을 대체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ㅠㅠ

조그만 메모수첩 2019-05-3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 의외네요. 나사못 회전 같은 데서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를 생각하니 히스테리컬한 인물로 당대 편견을 많이 안고 있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리뷰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5-31 07:36   좋아요 0 | URL
고전을 써낸 유명한 남자 작가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책 안에서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저는 고전 읽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심히 읽겠지만, 읽을 때마다 거슬리는 것들은 분명히 거슬린다고 얘기해야 겠어요. 이미 작가들은 들을 수 없다 해도 말이죠.

2019-05-3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5-31 07:3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 이번 달에는 제 쿠폰도 못쓰고 있어요.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9-05-3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사의회전 도서관에서 재밌게 읽다가 다 못 읽어서 헨리제임스 단편선집 사려고 했는데.. 그런 작가인 거 염두에 두고 읽어야겠군요.

다락방 2019-05-31 07:37   좋아요 0 | URL
저도 나사의 회전 읽으려고 벼르던 책인데 제가 사뒀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안사뒀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어요.
 

요코 아가씨의 열에 들뜬 듯한 재잘거림이 계속 이어졌교, 그것이 다로 군이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할 관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시초였습니다. (상권, p.483)

















일본 회사의 뉴욕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살고 있었던 '나'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아버지의 소개로 아버지 지인의 '고용 운전사'인 '아즈마 다로'를 알게 된다. 책의 <서문>은 14페이지에서 끝나지만, 바로 이어 시작하는 <본격소설이 시작되기 전의 길고 긴 이야기>는 무려 183쪽까지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책의 서문이라고 봐도 될만큼, '내'가 어째서 '아즈마 다로' 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렇게 서문 아닌 서문이 183쪽에서 끝나는만큼, 상권을 다 읽도록 본격적인 아즈마 다로의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본판 <폭풍의 언덕>이라고 했으니, 아즈마 다로의 사랑이 상권에 이르도록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보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사랑은 하권부터인거냐, 라며 책장을 넘기다가 상권의 맨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에서, 나는 위에 인용한 문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요코 아가씨의 열에 들뜬 듯한 재잘거림이 계속 이어졌교, 그것이 다로 군이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할 관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시초였습니다. (상권, p.483)


크-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할 관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시초..........라니.

아, 세상이여..

아, 사랑이여..



나는 아즈마 다로가 굉장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 그 어린 시절에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 '요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적잖이 우울하다. 이런 사랑은 안된다. 그렇게될 경우 한 쪽이 다른 한쪽에게 집착하게 된다. 모두가 나를 미워하고 모두가 나를 구박하고 모두가 나를 괴롭히는데 나타난 단 한 명의 구원자라니. 어떻게 거기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사랑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끝날 확률은 얼마나 희박한가. 이런 식으로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만났기에 '나'는 폭풍의 언덕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쓰노라 말하게된 게 아닐까.




아즈마 다로의 이야기 ……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지금까지 무수히 이야기되어온 연애 이야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새삼스레 쓰고 싶어진 것은, 그것이 사실은 옛날 소녀 시절에 되풀이 읽던 그리운 번역소설들을 갑자기 선명하게 가슴에 되살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히 읽을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한 영국 소설과 닮았다. 히스가 자라는 요크셔 황야를 무대로 지금으로부터 백오십 년도 더 전에 에밀리 브론테라는 영국인 여성작가가 썼고, 그후 점차 세계의 고전으로 간주된 소설이다. 내가 아즈마 다로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애당초 그 소설을 되풀이해 읽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p.178)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할 관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시초, 라는 문장이 너무 훅- 들어와서, 나는 아즈마 다로와 요코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짐과 동시에, 아아, 나의 시초는 무엇이었나,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사랑이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필히 그런 관계가 찾아들곤 한다.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하는 그런 관계. 나는, 내가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땜시롱, 아아, 우리가 그렇게 된 시초는 무엇이었나...돌이켜 보게 되었고, 아아, 그 시초는...알라딘......


이렇게 되고야 만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네?




자,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아즈마 다로는 가난했고 배운 것도 없는 채로 미국으로 와, 부잣집의 고용운전사가 된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남고 또 성공하기 위해 일단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런 그를 보고 '나'의 아버지는 그를 자신의 회사로 스카웃해와 공장에서 일하게 한다. 나는 그가 영어 공부를 필사적으로 열심히 해내는 게 진짜 너무 좋았다. 아, 열정이란 무엇인가. 이런 열정이 왜 내게는 없는가.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모두가 놀란 것은 아즈마 다로의 영어였다. 아니, 영어라기보다 영어에 대한 정열이었다. 다른 주재원보다 젊은 나이에 미국에 왔고 미국인의 집에서 일 년 가까이 먹고 잤으니 영어를 남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상회한 것은 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듯 이목을 꺼리지 않고 정진하는 그의 자세였다. 일본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일을 일본어로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수리중에는 늘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으며 영어 단어 같은 것을 계속 입 안에서 되풀이한다. 점심시간에는 야간 학교에서 받아온 숙제를 한다. 이민자들을 포함해 영어 쓰기와 읽기가 능숙하지 못한 어른을 위한 야간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버지가 모두에게 권장하는 일이어서 그 때문에 일을 빨리 끝내는 것도 봐주곤 했는데, 회사에서 가장 밑바닥이고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가장 적을 아즈마 다로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 야간 학교에 다녔던 것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한 수준 이상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영어를 사용하는 역할이 어느 틈엔지 자연스럽게 그에게 돌아가게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전화 응대뿐 아니라 편지 왕래 등 조금만 복잡한 영어가 나오면 그전처럼 윗사람이 불려나가는 대신 아즈마 다로가 모두 도맡게 되었다고 한다. (p.52)




나는 당연히 나의 구몬...을 생각한다. (응?)

며칠전에 내가 버린 구몬.. 쌓여있던 구몬. 사무실의 책상 서랍에도 내 방의 책장에도 가득 쌓여있던 구몬..언젠가 이걸 할거야, 라고 생각해 계속 가지고 있던 밀린 구몬..그러나 그것을 한꺼번에 한다고 해도 내 영어 실력이 향상할까? 내가 내게 물어보니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고, 그리하여 나는 영어 구몬 버리기.. 를 실행한 것이다. 다 버렸다, 다. 풀지 않고 다 버렸다. 이것은 진정한 돈지랄... 나의 영어 실력은 뭐다? 제자리다.. 여전히 영어 못하는 나...인 것을... 슬픔의 새드니스..


그런데 아즈마 다로는 한다, 영어를, 열심히..

나중에는 영어 공부 테이프를 줬는데 그것도 다 달달 외워버린다. 어찌 영어를 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열정을 가진 이 남자, 단순히 영어에만 열정을 가진 게 아니라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일까. 일도 열심히 하고 기술도 열심히 익히고 그래서 내시경 기계에 전문가가 되어 나중엔 의사라고 해도 모두가 믿을 정도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그러다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열정..

열정..

열정은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가?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열정이 없기 때문인가?

나는 부자가 되어서 좋아하는 남자를 돈으로 꼬시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부자가 안돼..그것은 나에게 없어서인가, 열정이?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열정이 없어서 영어를 못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만!

만약 내가 영어를 써야 하는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내게도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그 열정이란 것이, 영어공부에? 그래야 사니까 말입니다. 안그래요?

그러다가 나는 나의 열정이 궁금해졌다.

나의 열정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서 발현되는가.



얼마전에 친구1은 운전면허 시험을 봐 기능까지 합격했다고 했다. 이 나이에 공부하려니 너무나 힘들었지만 합격해서 좋았다고. 아직 주행은 남아 있지만 보람차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한껏 축하를 건넸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못했던 것을 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좋으니, 너의 성취감은 정말 장난 아니겠다, 축하한다, 고. 친구2는 그간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최근에 자전거 교육을 받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나는 역시 '못했던 것을 하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친구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아아, 얼마나 좋은가. 못했던 것을 하게 되는 것,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 이런 열정. 열.정.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나요, 나의 열정?

있긴한가요? (글썽)




아무튼 아즈마 다로는 떼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아니다... ㅠㅠ




아까도 언급했지만 '나'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고.. 일본에 다시 갔다가 미국으로부터 단기 교수자리를 제안 받아 나이 들면서 미국과 일본을 오가는 삶을 살게 된다.




이번에도 차 없이 지냈지만, 슈퍼마켓까지 조금 거리가 있어서 식료품을 사러 갈 때는 백팩을 짊어지고 갔다. 장을 보러 가지 않는 날은 산보를 했다. 비가 자주 와서 사흘에 한 번은 집에 갇혀 있었다. 한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며칠 동안 계속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아무리 우기라지만 예년 같지 않은 강수량이라고 했다. 엘니뇨가 원인이라는 설의 가부(可否)는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몇 번인가 하이웨이가 봉쇄됐을 정도였다. (p.144)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에 체류하며 학교에서 마련해준 집에 근무기간 동안 머무르게 되는데, 차 없이 지내며 백팩을 짊어지고 식료품을 사러 가는 중년의 여성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나는 이 장면에서 여유를 느꼈다. 만약 내가 캘리포니아든 어디든 외국에 머물게 된다면, 어쩌면 이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할 것 같았다. 사실 이십대 중반에 1종 운전면허를 따놓기는 했지만, 그 뒤로 한 번도 운전해본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은 터라, 만약 내가 외국에 간다 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걷는 것도 좋아하니 백팩을 짊어지고 슬렁슬렁 마트로 가서 와인 열 병 백팩에 넣으면 무거워서 집에 못가겠구나..... 그러면 갈 때마다 세 병씩 사도 내가 나이가 들수록 그것도 힘들겠구나. 배달 안되나요, 캘리포니아는? 그리고 고기도 사면 무거운데 나는 와인과 백팩을 짊어지고 집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적으로 개고생인가?


아마 캘리포니아든 어디든 살아야 한다면 나 역시 아즈마 다로처럼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나란 여자는 어디다 데려다놓아도 아주 잘 살 사람이고, 꿋꿋이 버틸 사람이니까. 그 점에 있어서는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백팩...와인..음..... 무겁겠군. 그래도 운동되지 않을까. 아니 어깨가 뒤로 휘어버리려나. 척추에 안좋을까? 허리에도 안좋겠지? 자전거.. 탈까. 자전거라면 괜찮지 않나? 리틀 포레스트 보면 자전거 타고 장보러 다니던데, 나도 캘리포니아에서 자전거 타면 앞에 바구니 설치해서 와인 넣으면...와인 흔들리나. 흔들리지 않게 좀 많이 사면 .. 너무 무겁나.


아, 삶 겁나 빡세구나..




어쨌든 그녀는 결혼하지 않고 책을 쓰고 교수로 혼자 살아가면서, 자신을 찾아온 일본인 '유스케'와 자신의 집에 가게 된다. 유스케는 아즈마 다로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얘기하는 걸로는 성에 안차, '나'는 유스케를 집에 초대하는데, 아아, 역시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어? 꽃이 있네. 역시 여자분의 집은 다르네요.

방에 발을 들여놓은 유스케가 어울리지 않는 공치사를 한 것은 긴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항상 있는 건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혼자 산 지 오래되었다는 유스케가 좁은 부엌에서 같이 음료 준비를 바지런하게 도와주어, 금방 리빙 룸 커피 테이블에는 마개를 딴 캘리포니아 산 적포도주와 두 개의 와인글라스, 포트에 가득 담긴 홍차와 두 개의 머그, 그리고 치즈 덩어리와 길게 썬 옛날식 피클이 늘어섰다. 유스케는 팔걸이의자에 앉고, 나는 직각으로 놓인 긴 의자에 앉았다. (p.166)



이 장면속의 여자와 남자는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다. 단지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여자의 집에 갔는데, 아, 거실에 와인과 안주를 늘어놓고 자리 잡아 늦은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이렇게! 꼭 연인 관계가 아니라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밤이면, 우리 집에 가 이야기를 나누자, 하고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안주를 꺼내서 천천히 먹고 마시며 길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크- 이것이야말로 리얼 해피니스 아닙니까?



나중에 숲속 외지고 낡은 별장에서 아즈마 다로가 유스케와 술을 마시는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아아, 나는 그런 장면이 너무 좋다. 항시 준비되어 있는 술과 술잔을 꺼내와서 술 한잔 하자, 하고 사는 삶... 리얼 해피니스, 리얼 해피 라이프...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술 마시고 싶던지, 지난주에도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면 와인을 따라 마셨고, 어제도 그랬다. 어제 반찬은 무려 밥과 김치였어... 내가 진정한 승자 ^^v



천상의 행복과 연옥 사이를 평생 동안 방황케 할 관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시초..까지 읽었으니, 이제 그 다음 본격적인 천상의 행복을 읽어봐야겠다. 연옥도. 평생동안 이어질 그들의 이야기도.




그나저나,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갈 예정인데, 이 더위에 뚝배기를 마주할 자신이 없구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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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폴 페이그 감독, 제이슨 스타댐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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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는 안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스스로도 안되는 줄 알았던 여자가 자기 안의 능력을 끌어내는 내용도 좋고, 여자가 여자를 돕는 것도 너무 좋다. 무엇보다 좋은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이슨 스타뎀이 이 영화 안에서 대단한 멍충미를 뽐낸다는 것! 그의 이토록 진지한 멍충미!! 꺄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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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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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에 있어서 잘 모르겠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꽤 유용한 책.
그러나 경험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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