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그 중심에 내가 있을 때, 그 때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문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 당시의 내 기분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때 내뱉는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철저하게 내 위주로 내뱉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나의 경우 기분 나쁜 댓글이나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바로 대응하면 반드시 후회가 찾아왔다. 시간을 좀 두어야 했다. 시간을 좀 두고 거기에 대응을 하면 분노에 가득찬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업무에 있어서도 그리고 연인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시간을 두면, 화가 가라앉고 모진말을 내뱉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 시간을 두면, 후회하지 않을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게 가능하다.


이 책속의 케이트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로부터 배신감을 느꼈다. 화가 났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그녀는 변명을 하기 위한 그의 뺨을 때리고 그를 멸시한다. 그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는다. 그는 그런 말들을 듣는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 분노를 그대로 안고 그녀는 다른 남자를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현재의 애인에게 이야기한다. 그 얘기를 다 듣고난 애인은,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그 팅커라는 친구는‥‥‥."
디키가 말했다. 자신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학비를 탕진해버리는 바람에 사립학교에서 쫓겨났고, 취직해서 일을 하다가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그 세계에 한 발을 들여놓게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그 친구를 꾀어 뉴욕으로 오게 했다는 거지? 너와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우연히 만났고, 그리고 그 친구는 너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도 우유배달 트럭에 부딪혀 망가진 네 친구를 택했고, 나중에 네 친구가 팅커라는 친구를 찼어. 그리고 팅커의 형도 그 친구를 차다시피 했고‥‥‥."(p.445)


아. 나는 케이트가 되어 팅커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케이트가 받은 상처에 푹 빠져들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제삼자의 입으로 다시 듣는 그 일들은, 내가 팅커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이미 여기저기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무시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까지 그를 그렇게 대했다. 나 하나만큼은 그를 그렇게 대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이 모든게 그를 떠나보낸 후에, 그 후에야 눈에 보이다니. 그게, 그렇게까지, 이해못할 일은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래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것이다.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는게 호감인지 미움인지. 물론 때로는 빗나가기도 하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상대와 나 사이에 특별한 감정이 솟아나고 있다면, 그건 상대와 나, 둘 다 느끼고 있을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의 대화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일지라도.

케이트와 이브는 사이 좋은 친구이고, 그녀들은 우연히 팅커를 만나 아는 사이가 된다. 늘 셋이 만나 함께 놀았는데 어느날 낮에 케이트와 팅커가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게 된다.

심장이 덜컹할 만큼 놀랄 일이었다. 팅커 그레이라니.
그의 귀 끝은 엘프의 귀만큼이나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의 얼굴을 마치 나쁜 짓을 하는 나를 현장에서 잡아내기라도 했다는 듯이 히죽 웃고 있었다. 유리창 뒤에서 그가 뭐라고 열심히 말을 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래, 여기에요?" 그가 칸막이 좌석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여기라니, 뭐가요?"
"혼자 있고 싶을 때 오는 곳이 여기냐고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 꼭 그런 건 아니에요."
팅커는 짐짓 실망했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p.64)

일전에 둘은 이브가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케이트는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는 곳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대답을 팅커가 듣기 전, 화장실에 갔던 이브가 돌아온 것이다. 혼자있는 케이트를 우연히 보게되고, 그 대화를 기억해, 그게 여기였냐고 묻는 팅커라니. 

여기까지 쓰면서 나는 씨익 웃고 있었는데,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아주 많은 것들을 내게 가져다 주지만, 특히나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것도 같다. 나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고 부르짖지만, 한 번도 잘생긴 남자랑 연애를 한 적은 없다. 잘생겨서 호감을 품을라고 하다가도 몇 마디 대화로 확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라고 속으로 생각하다가도 대화를 하면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상대에게 빠져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사랑을 톡톡 건드려 깨어나게 하는건 외모가 아니었다. 외모는 이상형일 수 있지만 현실의 사랑은 외모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모로는 나를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떠오르는 단 한명의 남자, 를 돌이켜봤을 때도 만날때마다 번번이 못생겼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 또 웃고 있는데, 그런데 그 남자가 정말 좋았다. 그를 만난게 감사할 정도로. 아, 그러니까 이 얘기를 왜 했냐고 하면, 나는 이 책속의 팅커가 그다지 잘생긴 편이 아니라고 해도 저 말 때문에, 지난번의 대화를 기억하고 '그래, 여기에요?" 라고 묻기 때문에, 팅커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런 대화가 내 안의 사랑을 건드린다. 게다가 나로하여금 완전 이 남자한테 정신을 잃고 빠져들게 한 건 바로 다음의 대화였다.


"정말 근사한데요." 팅커가 말했다.
나는 내 커피잔을 건배하듯이 들어 올렸다.
"내가 교회에 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명 안돼요."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말해봐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팅커는 진지했다.
"아무도 모르는 것?" 내가 말했다.
"딱 하나면 돼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약속해요."
그는 자기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심장 앞에서 성호를 그었다. (p.70)


아, 나는 정말이지, 이 대화가 자지러지게 좋다. 내가 팅커와 마주보고 있고, 팅커가 내게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말해봐요' 라고 했다면, 앉아있는 내 다리가 흐물거렸을것 같다. 심장은 녹아버렸을 것 같다. 딱 하나면 돼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약속해요, 라니. 나는 그 앞에 나의 비밀을 하나 툭, 던져주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에게 푹 빠져버렸으니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까. 내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남자라니, 아무도 모르는 걸 딱 하나만이라도 알게 해달라니, 그건 내게 특별해지고 싶다는거잖아.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이 대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이 때부터 나는 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해지고 싶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걸 나 혼자 알고 싶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내게만 말해주는 그 순간, 나는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테니까. 아, 나는 팅커와 케이트의 대화가 무척 좋아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브와 케이트와 팅커는 대화를 하던도중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무얼 가져가겠냐고 서로에게 묻는다. 그 때 케이트는 소로우의 『월든』이라고 답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팅커는 서점에 가서 월든을 산다. 반복해 읽고 주머니에 그 책을 꽂고 다닌다. 아, 내가 읽고 좋았다고 하는 책을 읽어보려고 시도하는 남자라니, 너무 근사하잖아! ㅠㅠ 역시 멋져. 흑흑. ㅠㅠ




"설마 주말 내내 이렇게 참기 힘들 만큼 들떠 있을 건 아니죠?"
팅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위험도 있기는 해요." (p.342)


게다가 정작 나와 단 둘만 있게 됐을 때 들뜨는 남자라니, 들뜬걸 내게 다 들키는 남자라니. 이뻐라. ㅎㅎㅎㅎㅎ 아 좋다.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케이트가 팅커에게 묻는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내 말에 팅커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p.346)


이 때 팅커의 대답을 나는 사랑한다. 아, 정말? 그런거였어? 라고 생각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했던지. 휘융. 케이트도 그의 대답에 "말도 안 돼!" (p.347) 라고 답했다니까.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는데 페이퍼안에 다 넣을 수가 없다. 그러면 엄청 길어질테니까. 이 책은 끝까지 좋았다. 결말까지. 이 책은 엄청난 사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보면 이렇다할 특별한것도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나는 여기에 없었다. 나는 책 속에 푹 빠져들어 도무지 현실을 살아내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있다. 어떤 이들은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싶을것이고 어떤 이들은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을것이다. 어떤 이들은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을것이고 어떤 이들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싶을것이다. 이 책의 책장을 덮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이십년간 그 남자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면,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인생도 역시 각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내가 케이트였다면, 이제 그 행복한 삶에 안녕을 말했을 것이다. 행복을 끝내고 불행으로 가겠다는게 아니라, 이제 '이런 행복'이 아닌 '다른 행복'을 찾으러 가겠다고.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겠지만, 그를 떠나 마음속 그리운 상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것 같다. 그리워만 하던 사람, 그렇게 일상속에 서서히 잊혀졌던 사람, 그러나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그 이름을 나직하게 불러보게 되는 사람을 찾으러 가겠다고. 찾으러 간다고 다 찾아지는 것도 아닐테고, 어쩌면 끝내 그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생의 이정도 부분은 그렇게 보내도 되지 않을까 싶어지는거다.



먹먹한 마음에 물에 젖은 휴지처럼 늘어져있다가 다시 행복해지기도 했다. 내게 그리워할 사람이 있어서. 지금 행복한 틈틈이 혹은 지금 우울한 틈틈이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 괜찮은 인생이 아닌가. 그러다 현빈 같은 남자를 만나면 나도 말해볼 것이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그나저나 『월든』을 샀었는데...어딨지? 교과서처럼 생겨서....팔았나? 기억이 잘 안난다. 월든을 읽어봐야지. 아니, 나는 맨 왼쪽에 교과서처럼 생긴걸로 샀는데, 왜 이걸로 샀지? 이렇게 많은 버전이 있는데? 반값이라 산거였나? 다시 사야겠다. 

















이 책, 『우아한 연인』을 읽고 푹 빠져서 어제도 술마시는 내내 이 책에 대해 친구에게 얘기하고, 그런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고, 암튼간에 엄청 좋은데, 내가 무슨 얘기를 쓰려고 했더라, 아, 암튼 그래서 이 기분을 방해하기 싫어서 오늘 출근길에는 하루키의 책을 들고 나왔다. 가볍게 읽을만한 걸로, 우아한 연인을 방해하지 않을만한 선택으로는 탁월하지 않은가, 하면서. 그런데 이건 뭐가 이렇게 메롱이야. 절반 이상이 그림이다. 진짜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기에 망정이지. 




















어제 우아한 연인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린 결론은 나는 나쁘단 거였다. 수키가 항상 나쁜 여자들을 보면 쌍년이라고 욕하곤 했는데, 그런 수키식대로 표현하자면 나는 울트라쌍년 이다. 나는 지독하게 내 위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러면서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뭐든 내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어릴적의 나는 늘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내가 내 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곤 새삼 놀랐다. 내가 이정도로 내 위주의 삶을 사는구나, 하고. 뭐, 그렇다고 좀 더 착해지겠다, 라는 결심 같은걸 하진 않았다. 나는 그저 계속 울트라쌍년으로 지낼것이다. 




그건그렇고, 이 『우아한 연인』의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남자다. 제목만 보고 여자라고 짐작했는데, 책을 읽기 위해 펼쳤을 때 책 날개에 실린 작가 사진을 보고 놀랐다.

그건그렇고, 친한 친구와 동시에 한 남자를 사랑하지 말자. 내가 포기해야지.

그건그렇고,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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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단하지만 재미는 없군.
    from 마지막 키스 2019-06-21 09:44 
    해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다시 읽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뭐라고? 해마다 다시 읽는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레미제라블을 읽었었다. 친구 한 명은 '피천득'의 <인연>을 해다마 다시 읽었다고 했다. 해마다 다시 읽는 책 혹은 작품이 있다는 건 너무 근사하잖아? 나의 경우에는 간혹 '줌파 라히리'를 다시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기도 했지만, '해마다' 읽는 책이라면, 역시나 유일하게 '다니엘 글라타우어'
 
 
관찰자 2013-03-0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본래 책 귀퉁이를 접는 편인데요.
어떤 책은 너무 많이 접어서 책이 두툼해 지는 거에요.ㅠㅠ
그러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되는데,
저는 또 '아, 책이 너무 두꺼워졌네. 싫다.ㅠ' 이러면서도
다른 방법은 생각도 안 해봤어요.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다락방님의 포스트잇을 보고는(이것은 듣는 것과는 또 달라서)
'어라. 이거 좀 이쁜데?'
싶어가지고 당장 모닝글로리에 가서 3개나 사왔어요.

아! 마구마구 붙이고 싶어라~~

다락방 2013-03-10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책 귀퉁이 접는걸 무척 싫어해서 포스트잇을 붙였던 건데요, 이게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으면 포스트잇을 꺼내서 붙이는게 무척 귀찮은거에요. 그래서 이제는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접고 보자, 하고 지하철안에서는 그냥 접어버려요. 그리고 나중에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거 펴가면서 포스트잇을 다시 붙이죠.

이 댓글 뒤로 이틀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포스트잇 많이 붙이셨어요, 관찰자님? 흐흣

레와 2013-03-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이 책 궁금해 미치겠는데 오늘 주문하면 출고예정일이 3월11일이래요. 흐엉..ㅠ_ㅠ

책소개에 나온 작가님, 참으로 샤프하게 생기셨어요.껄껄껄

다락방 2013-03-10 16:52   좋아요 0 | URL
여자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랄까, 그런걸 잘 그려냈는데 작가가 남자라니 놀랐어요. 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레와님도 재미있게 읽는다면 좋을텐데!

dreamout 2013-03-0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 외국소설들 제목은 거의 전부 눈에 익은데, 이 우아한 연인은 전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런데 표지가.. 딱 보니, 아마 좋아하는 표지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휙 지나친거 같아요. ㅋㅋ
이제 제대로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

다락방 2013-03-10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나오자마자 사두긴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가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미뤄뒀는데 아,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었네요. 안그래도 월든이 자꾸 언급되길래 드림아웃님 생각했어요. 이 책속에서 팅커가 월든을 좋아하는 이유로 드림아웃님도 월든을 좋아하시는걸까, 하면서요.
:)

아무개 2013-03-0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모르는 사실은 없고 몇명만 알고 있는 사실은 어때요? 흐흐흐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데 그저 정도의 차이일 뿐이겠죠.
저처럼 배려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혼자 맘상하는것 보담 울트라쌍년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뭐.......

다락방 2013-03-10 16:55   좋아요 0 | URL
아무도 모르는 사실은..뭘까요? 저도 누군가 제게 저렇게 질문한다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어요. 몇명만 알고 있는 것들은 있겠지만 말예요. 아, 몸무게..는 아무도 모르는데..그걸 말해야 하나. 끙. ㅎㅎ

저는 뒤에서 신경 쓰기 싫어서 울트라쌍년을 택하긴 했는데, 이게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흐음. 그나저나 오후가 되니 또 배가 고파요, 마중물님. 흑흑 ㅠㅠ

테레사 2013-03-1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이 책 주말동안 읽었어요. ㅎㅎㅎ 아주 재밌었어요. 위대한개츠비와 비견되던데...그것의 약간 긍정버전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표지도 볼수록 맘에 들던데....아, 그러나 우울모드로 접어들고 있는 까닭은....이십대 그 시작의 나이에 있지 않다는 것과 인생이란 것을, 너무 함부로 원칙도 기본도 없이 살았다는, 그리고 무엇보다 야심이란 게 있었나..무엇을 위해 무엇을 이용하기라도 했던가하는...도무지 운동성이 없는 저의 삶에 대해 절망하고 말았어요. 그리곤....우울모드가 지금까지 이어지네요.. .하등 다를 바 없는 이 아침과 봄,...케이트가 왜 승진을 약속받은 바로 그 순간, 사표를 던진 건지...나는 과연 그럴 수 있나...하는..ㅠㅠ

다락방 2013-03-18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위대한 개츠비의 긍정버전인듯 하지만 음 막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충분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어요. 전 팅커가 사고후에 이브를 선택한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럴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고, 그는 결코 모진 남자는 아니었으니까요. 자기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이미 갖춘 케이트에게 끌리는 팅커를 보는것도 마음이 아팠고요. 결국 시간이 흘러 케이트가 아침에 일어나 팅커의 이름을 부르게 되지만 그들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도 너무 안타까워서 케이트가 지금의 가정을 이제는 등뒤로 한채 뉴욕 시내로 나가길 바라기도 했어요. 어쩌면 언젠가는 마주칠테니, 그 순간을 기약하면서 말이지요. 아마 저는 아직도 환상을 좇는 사람인가봐요.

저 역시 무엇을 이용해서 위에 오르려고 해보았던가, 라는 질문에서라면 오르고 싶은 야망조차 없었다고 답해야 할것 같아요. 그러니 팅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아뇨, 잘 못할것 같아요. 승진과 더 높은 연봉을 제안받았다면, 저는 아마 그자리에 눌러있었겠죠.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는 것은 근사한 일인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운 일이고요.

테레사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좋아요. 헤헷:)

오로라 2013-03-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을 답니다. 다락방님 페이퍼보고 주말동안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몰래 숨어 날 기다리는 남자, 내가 좋아하는 책을 따라서 읽어보려는 남자 너무 매력적이에요!

이 책이 읽고싶어 디킨스 위대한 유산을 한챕터만 읽고 덮어두었는데 책 속에서 자주 등장해 절 원망하는것 같았답니다ㅋㅋ

즐거운 한주 되시고 늘 좋은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3-03-18 13:24   좋아요 0 | URL
아..위대한 유산을 다 읽은후에 읽으셨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책 속에 자주 등장하니까요. [위대한 유산]을 읽어두시는건 여러모로 좋아요. 물론 일단 그 책 자체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기도 하지만, 다른 책들을 읽다보면 위대한 유산에 대한 얘기가 더러 나오거든요. '핍'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니 [우아한 연인]을 다 읽으셨다면 이젠 [위대한 유산]을 끝내세요! ㅎㅎ

저는 팅커에게 화가났었는데(케이트를 속인 그 행위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니 그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싶어요. 저는 케이트가 아니지만, 제가 케이트라면, 이제는 팅커를 찾아나서겠어요. 생의 남은 시간만큼이라도 팅커랑 보낼수 있도록 말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남자라니, 그런 남자가 어디 흔합니까.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오로라님. 그리고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테레사 2013-03-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솔직히 월든 재밌어요? 저 읽다 내팽개쳤어요....미국인들이 월든 월든 하는 거,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가 아닐까요? 전 모르겠어요....모르겠어....아악...난, 공감이 안돼

다락방 2013-03-18 15:12   좋아요 0 | URL
저는 읽지도 않았는걸요, 테레사님.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재미있게 읽을 것 같지가 않아서 사두고 펼쳐보지도 않았어요. 저도 아마 집어던지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중에 한 분이 월든을 무척 좋아하시고 또 팅커도 좋아하니까 한 번 시도는 해보자, 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90프로 실패할 확률로다가...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