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밥 - 영양과 건강을 한 상에 차리다
김은아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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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따뜻한 집밥, 마음이 먼저 반응했던 요리책 중에 하나이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절로 떠오르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워나는 갓 지은 밥이 하나의 이미지로 떠오르면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워버릴 것 같았다. 마음 속 간절하지만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참으로 별난 요리책이었다.

 

최근 요리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대체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한 그릇 음식에 주목했었다. 그리고 대체로 기존에 만났던 요리책들은 각각의 요리 한 가지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따뜻한 집밥>은 조금 달랐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그릇,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요리들 하지만 건강하면서도 간편한 한 상차림인 것이다. 또한 각각의 상차림에 칼로리도 함께 알려주기에 더욱 유용한 책이다. 거창하게 6첩 반상 같은 것을 떠올릴 것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한 상차림이 입 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하였다.

 

바쁜 현대인의 코드에 딱 맞는 “상큼, 시원! 든든한 아침주스 6가지”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비타민 가득한' 색다른 상차림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뭔가 정성과 영양이 듬뿍 더해진 느낌이면서 달라보였다. 시금치카레, 영양찐빵, 방울토마토절임의 상차림은 기존 친숙한 음식들의 대반란이었다. 그저 주스나 스파게티에만 활용했던 방울토마토가 절임으로 변신했고, 카레엔 시금치가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오이냉국엔 사과를 더했는데 과연 어떤 맛일지 조만간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해먹고 싶어졌다. 새콤달콤함의 풍미가 더 진해질 것 같은데 그 맛의 세계가 과연 어떠하지 기대되었다.

여러 생각지도 못한 요리들도 정말 남다르게 다가왔다. 참신한 요리들의 잇따른 변신들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해주었다. 과연 어떤 맛일지 상상하지도 못하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몇몇 요리들은 직접 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 상차림인 ’냄비밥‘의 표고버섯밥을 즐겨 해먹는 특별하지만 손쉬운 요리가 되었다.

 

<따뜻한 집밥> 제목에서부터 가슴 속이 더욱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영양과 건강을 한 상에 차리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우리 집의 영양과 건강을 책임져줄 한 상차림은 더 나아가 누군가와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누고 싶을 정도로 정갈하고 풍성하였다. 과연 오늘 뭘 먹을지 고민이 될 때, 뭔가 색다른 식탁을 준비하고 싶은 때, 그리고 누구가와 행복을 나누고 싶을 때, 손수 밥상을 차리는 기쁨을 만끽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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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프롬이즈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4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이주혜 옮김 / 글담노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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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뱀파이어 소설은 이번 『뱀파이어 아케데미』시리즈가 처음이지만 놀랍게도 아주 푹 빠져있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 사랑,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모는 어떻게 전개될지, 뱀파이어라는 소재의 특성 등이 어우러져 기존에 만나보지 못한 매력에 흠뻑 취했다. 천천히 여유 있게 읽다가도 금세 깊은 밤이 무색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 애끓는 절절함과 박진감을 만끽하였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마지막을 향해 질주한 후, 지난 밤의 황홀함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뱀파이어 아케데미』 시리즈 3권 <새드 일루전>의 마지막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4권 <블러드 프롬이즈>의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들뜬 기대감과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사건은 강직했던 댐퍼 수호인 ‘디미트리’가 악의 화신 ‘스트리고이’가 된 것이었다. 스트리고이의 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그를 사랑했던 ‘로즈’는 디미트리의 평온한 안식을 위해 결속관계인 모로이 ‘리사’와 헤어져 러시아로 떠났다. 러시아의 낯선 도시에서 그의 행방을 추적하다, 연금술사 ‘시드니’와 정체모를 모로이 ‘에이브’를 만나고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로즈는 그의 가족과 만나 바이아에서의 생활에 젖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스트리고이 사냥꾼이 되어 목숨을 건 모험을 강행하게 되고 드디어 디미트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는 어느새 나는 완전히 로즈가 되어 버린 듯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빨려들었다. 기존의 스트리고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영적 마법의 등장과 사랑과 우정에 상처받고 리사의 방황 등등의 이야기까지 날실과 씨실로 촘촘히 짜인 그물에 갇힌 듯했다.

 

그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색다른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모로이, 댐퍼 수호인, 스트리고이라는 인간 이외의 다른 종(?)의 존재는 그저 허구 속 상상에 불과했고 그것은 책 속의 설정 그대로 그저 받아들이고 즐길 뿐, 내 삶의 그 무엇과도 어떤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단지 이야기의 밑바탕에 흐르는 ‘사랑과 우정’이란 소재는 판타지에서 현실의 모난 마음들을 정화시킬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에 화들짝 놀랐다. 내 자신의 내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을 오롯이 드러났고, 우리들 삶의 단면들을 면밀하게 분석되어 속속들이 비추고 있었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볍게 접근했던 이야기는 어느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폐부를 기습했다. 마치 로즈처럼 판타지에 빠져 들떠 있던 마음은 파고든 비수에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뱀파이어 소설 속 모로이, 댐퍼, 스트리고이는 또 다른 인간 군상들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특히 스트리고이의 탐욕과 잔인함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적자생존의 논리만을 강조하며 사랑과 인정마저 져버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스트리고이가 아닌 우리들 그 자체였다. 때론 절절함을 가장한 사랑이란 이름의 한 단면에 속고 속이는 우리들의 모습이었고, 소설 곳곳에서 우리의 모습,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그 어떤 주인공들보다 스트리고이로 변한 디미트리의 모습은 쓰나미처럼 온 마음을 뒤흔들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과연 내 안엔 스트리고이의 모습은 없는지, 수시로 나를 점검하는 하나의 잣대였다.

로즈와 리사는 그들이 처한 곤경 속에서도 사랑과 끈끈한 우정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앞으로 더 큰 장애물과 더 깊은 함정이 도살이고 있지만, 더욱 단단해지고 지혜로워진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부메랑처럼 이내 나를 향한 응원이 되어 되돌아왔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 그대로, 이야기는 읽을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쏙쏙 등장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 온몸의 세포들이 들썩거렸다. 그만큼 생경함이 불러온 호기심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구성은 강한 흡입력으로 사로잡았고,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졌다. 몇 가지 뻔히 예측되는 사건들과 그럼에도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덧붙여져 어떻게 풀어낼지 자꾸만 기대하게 되었다. 이야기 속 여러 장치로 숨어 있는 단서들을 유추하며,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스피릿 바운드>를 기대해본다. 6월 출간 예정이라는데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 출간을 예의주시해야 할 듯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는 또 어떤 색다름으로 나를 사로잡을 것이다. 로즈가 자꾸만 황홀경에 빠져들며, 알코올, 마약 중독을 언급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와 비교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분명 나는 로즈, 리사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중독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꽤나 기분 좋고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니, 어찌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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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차별화다 - 미국을 사로잡은 슈퍼스타 소매점 25
조지 웨일린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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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SSM)가 최근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지 않을까? 주변을 살펴봐도, 대형마트들이 즐비하면서, 동네 작은 슈퍼들은 줄도산을 했던 것을 지켜보았고, 최근 속속들이 SSM이 들어서면서, 작은 가게들은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런데, 품질과 서비스 등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열세의 소매점들, 그 악순환의 고리는 과연 끊을 수 있을지 참으로 회의적이다. 점점 열악해져가는 상황에서 과연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이 책을 펼치게 하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아우성에 대한 어떤 해법, 비책이 바로 <장사는 차별화다>가 아닌가 싶다.

 

미국을 사로잡은 슈퍼스타 소매점 25곳을 발품을 팔아가며 속속들이 파헤치고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담아낸 책 <장사는 차별화다>에 담긴 메시지는 단 하나로 명쾌하다. 제목 그대로 장사는 차별화가 하나의 성공의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그렀다면, 그 차별화를 어떻게 접근하고 고민해야 할까? 차별화는 5가지 전략 -독특화 전략, 전문화 전략, 고급화 전략, 서비스의 차별화, 마켓리더가 되라- 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또한 새롭게 다가오는 점이 흥미롭다. 누구나 다 아는 진리에 가까운 ‘차별화 전략’,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과연 뻔히 다 아는 이 진실을 어떻게 실천하고 활용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단지 소매업에 종사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어느새 내겐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게 되었다.

 

자영소매점의 위기,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사라져가는 많은 가게들 하지만 자영 소매점에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희망과 변화, 혁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특별히 인상적인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Powell's City of Books)'였다. ’진정한 독서광들을 위한 서점‘이란 부제가 달린 이 서점은 한 눈에도 특별했다. 몇 해 전에 즐겨 찾았던 대형서점이 문을 닫아 아쉬웠던 기억을 떠오르며 무한 경쟁 체제하에서 서점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를 확인하다보니, 더욱 그만의 특별함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가장 서점다운 서점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만의 전문화 전략은 주변의 많은 서점들의 탁월한 역할 모델이 될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 그 차별화 전략 속엔 바로 지역 사회 공헌이란 남다른 공통의 전략이 숨어있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그들만의 차별화 전략이 어우러져 많은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저 돈의 논리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자영 소매점들이 가득했다. 인간미 넘치는 훈훈한 동네 가게들이 어떻게 거대 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들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말로만 고객 중심이 아닌, 진정으로 고객 편의의 참다운 실천이 바로 차별화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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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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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왜 만화를 볼까? 만화의 유용성, 효율은 무엇일까? 스스로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만화를 금기시해왔다. 아니, 더 깊은 속내는 때론 오만함 그리고 동전의 양면처럼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가볍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길 수 있는 것에 쉽게 매료된다. 나는 그렇다. 게임에 쉽게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스스로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였다. 스스로 경계를 세워 가두지 않으면 쉽게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릴 것 같아 두렵다. 이렇게 장황하고 어긋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만화’역시 바로 게임처럼, 때론 마약처럼 쉽게 늪으로 빨아들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만화를 경계해왔다. 그런데 여지없이 흠뻑 빠져들었다. 역시 헤어날 수 있는 무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저 살짝 발 담그고, 바로 뺄 생각을 하면서 즐겼다.

 

그런데 이번 <101명의 화가>를 통해 만화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되었다. 101명의 화가? 2page로 보는 화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다소 난잡할 수도 있다. 과연 2쪽이라는 한계 안에서 어떤 식으로 화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지만 대략적으로 화가의 이름을 통해 호기심을 키우고, 더 쉽게 기억하고 다가갈 수 있다는 유용성을 높이 사고 싶다. 분명 한계는 있다. 하지만 잡학사전을 즐기는 마음으로 101명의 화가를 만나보고 그들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나름 매력적이었다.

 

무척 낯선 화가들이 많았다. 이미 익숙하고 친근한 화가들과의 반가움보다 생소하기 그지 없는 수많은 화가들과의 만남에 당황했다. 꽤나 장황한 미술사, 그 속에 숨겨진 의미심장한 이야기는 때론 문외한인 내겐 정말 부담스럽고 벅차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저 흘려들으면서도 이내 각인되는 그 어떤 이야기처럼 꽤나 흥미롭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제 또 101명의 화가들, 그들의 이야기에 이처럼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진정 만화의 힘을 느끼면서 짤막하지만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스쳐 지나는 수많은 인연들처럼 그렇게 때론 쉽게 잊혀지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질 수 있는 101명과의 인맥의 성을 쌓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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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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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의 독서라는 것이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류에 국한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금만 난해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이라면, 쉽게 덮어버렸다. 그런데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재밌고 가벼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랐다고 할까? 현실의 우리들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의 이면을 샅샅이 파헤치고 나니, 이보다 통쾌한 것이, 자꾸만 얼굴에 웃음이-때로 그것이 실소라고 해도 말이다.- 절로 피어나는 것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시사!? 그 무겁고 썩소를 날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막상 책을 펼치니, 이미 가물가물해진 지난 2009, 2010년의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그때 느꼈던 개탄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도 했지만, 신랄함과 통렬함에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할까? 묵은 체증이 가라앉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 시원함과 통쾌함에 박장대소를 하게 되었다. 실실 흘리게 되는 웃음이 스스로 누가 볼까 민망할 정도였다.

 

솔직히 그림 속 이야기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 이면 속 의미들이 팍팍 다가오지 않아 곤혹스럽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이면이 읽히는 순간을 어느새 즐기고 있었다. 뉴스를 보다보면, 그 사건의 진실보다는 단지 이미지와 사실만을 인지할 뿐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내가 갖고 있는 한계, 그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점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만화적 상상력과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를 매료시켰다.

어떤 사건사고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때론 나를 자극하기도 하였다. 감춰지고 숨기려는 진실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기 위한 안성맞춤이 책이 바로 이번에 만난 <본격 시사인 만화>였다.

 

폴란드 대통령의 비행기 사고를 기억한다.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 그저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아일랜드(?) 화산이 폭발했던 그 즈음이었다. 비행기도 뜰 수 없어 국가원수들이 많이 참여할 수 없었다느니, 뭐 그렇고 그런 일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그보다도, 한·일 관계처럼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를 알게 되고, ‘카틴 숲의 학살’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꽤나 진진한 이야기가 이처럼 유쾌하고 통쾌할 수 있다는 것, 이미지 속에 감춰진 의미와 속내를 훨씬 더 손쉽고, 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이런 시사만화, 통렬하고 신랄한 시사만화를 조금씩 찾게 될 것 같다. 꽤나 낯설어 머뭇거렸지만, 아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만화의 힘,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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