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프롬이즈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4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이주혜 옮김 / 글담노블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소설은 이번 『뱀파이어 아케데미』시리즈가 처음이지만 놀랍게도 아주 푹 빠져있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 사랑,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모는 어떻게 전개될지, 뱀파이어라는 소재의 특성 등이 어우러져 기존에 만나보지 못한 매력에 흠뻑 취했다. 천천히 여유 있게 읽다가도 금세 깊은 밤이 무색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 애끓는 절절함과 박진감을 만끽하였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마지막을 향해 질주한 후, 지난 밤의 황홀함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뱀파이어 아케데미』 시리즈 3권 <새드 일루전>의 마지막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4권 <블러드 프롬이즈>의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들뜬 기대감과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사건은 강직했던 댐퍼 수호인 ‘디미트리’가 악의 화신 ‘스트리고이’가 된 것이었다. 스트리고이의 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그를 사랑했던 ‘로즈’는 디미트리의 평온한 안식을 위해 결속관계인 모로이 ‘리사’와 헤어져 러시아로 떠났다. 러시아의 낯선 도시에서 그의 행방을 추적하다, 연금술사 ‘시드니’와 정체모를 모로이 ‘에이브’를 만나고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로즈는 그의 가족과 만나 바이아에서의 생활에 젖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스트리고이 사냥꾼이 되어 목숨을 건 모험을 강행하게 되고 드디어 디미트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는 어느새 나는 완전히 로즈가 되어 버린 듯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빨려들었다. 기존의 스트리고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영적 마법의 등장과 사랑과 우정에 상처받고 리사의 방황 등등의 이야기까지 날실과 씨실로 촘촘히 짜인 그물에 갇힌 듯했다.

 

그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색다른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모로이, 댐퍼 수호인, 스트리고이라는 인간 이외의 다른 종(?)의 존재는 그저 허구 속 상상에 불과했고 그것은 책 속의 설정 그대로 그저 받아들이고 즐길 뿐, 내 삶의 그 무엇과도 어떤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단지 이야기의 밑바탕에 흐르는 ‘사랑과 우정’이란 소재는 판타지에서 현실의 모난 마음들을 정화시킬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에 화들짝 놀랐다. 내 자신의 내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을 오롯이 드러났고, 우리들 삶의 단면들을 면밀하게 분석되어 속속들이 비추고 있었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볍게 접근했던 이야기는 어느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폐부를 기습했다. 마치 로즈처럼 판타지에 빠져 들떠 있던 마음은 파고든 비수에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뱀파이어 소설 속 모로이, 댐퍼, 스트리고이는 또 다른 인간 군상들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특히 스트리고이의 탐욕과 잔인함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적자생존의 논리만을 강조하며 사랑과 인정마저 져버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스트리고이가 아닌 우리들 그 자체였다. 때론 절절함을 가장한 사랑이란 이름의 한 단면에 속고 속이는 우리들의 모습이었고, 소설 곳곳에서 우리의 모습,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그 어떤 주인공들보다 스트리고이로 변한 디미트리의 모습은 쓰나미처럼 온 마음을 뒤흔들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과연 내 안엔 스트리고이의 모습은 없는지, 수시로 나를 점검하는 하나의 잣대였다.

로즈와 리사는 그들이 처한 곤경 속에서도 사랑과 끈끈한 우정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앞으로 더 큰 장애물과 더 깊은 함정이 도살이고 있지만, 더욱 단단해지고 지혜로워진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부메랑처럼 이내 나를 향한 응원이 되어 되돌아왔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 그대로, 이야기는 읽을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쏙쏙 등장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 온몸의 세포들이 들썩거렸다. 그만큼 생경함이 불러온 호기심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구성은 강한 흡입력으로 사로잡았고,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졌다. 몇 가지 뻔히 예측되는 사건들과 그럼에도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덧붙여져 어떻게 풀어낼지 자꾸만 기대하게 되었다. 이야기 속 여러 장치로 숨어 있는 단서들을 유추하며,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스피릿 바운드>를 기대해본다. 6월 출간 예정이라는데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 출간을 예의주시해야 할 듯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는 또 어떤 색다름으로 나를 사로잡을 것이다. 로즈가 자꾸만 황홀경에 빠져들며, 알코올, 마약 중독을 언급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와 비교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분명 나는 로즈, 리사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중독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꽤나 기분 좋고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니, 어찌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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