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우정 여행 - 파리의 정신과 의사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은정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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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정의 의미에 대해 꾸뻬 씨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정에 대해 어떤 명쾌함을 들려줄지 절로 기대가 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나왔던 꾸뻬 씨와의 만남 자체로도 충분히 설레고 반가운 일이지만, ‘우정’에 대한 담론에 함께 하며, 좀 더 많은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기도 하였다.

 

일단 우정 여행의 발단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나라면 열일 제쳐두고 꾸뻬처럼 친구를 찾아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것도 위험에 처한 친구를 찾아서 말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꼬마 꾸뻬가 있는 상황과는 달리 어디 딱히 메인 곳 없는 난 과연? 부끄럽게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것이 나의 본모습인 듯.

 

정신과 의사로서 여러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사례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환자들의 모습을 통해 여지없이 내 안의 다른 나의 모습을 투영하며 조금은 여유롭고 평안하였다. 정신과 의사의 평범한 일상이 왠지 여유롭고 평안하다고 할까? 그런데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바라문디 경위는 꾸뻬의 친구 에드아르가 어마어마한 돈을 갖고 사라졌다며 친구의 행방을 조사차 찾아왔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게 된 상황 속에서 친구가 보낸 사진 한 장에 근거하여 친구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된다. 그렇게 꾸뻬의 우정 여행이 시작되었다. 동남아시아의 정글 속으로 친구의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한국에 들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친구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름의 관찰 결과에 대한 여러 잠어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여러 우정의 형태를 꾸뻬 스스로 보여주고, 그 속에서의 갈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여러 시각에서 우정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이끌어주었다.

 

끊임없이 얽히고설킨 관계와 복잡해져 가는 상황, 목숨이 달린 위기의 순간 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험에 빠져든다. 친구와 우정의 다른 유형들, 친구의 배신과 더욱 견고해지는 우정 그리고 우정에 대한 회의와 의문들은 여지없이 나의 새로운 고민이 되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또한 꾸뻬의 모험에 함께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 듯하다. 검은 돈을 둘러싼 음모, 그리고 스파이들의 머리싸움 등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 답을 찾아야했다.

 

오랜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관찰 16인 “오래된 친구는 우리 인생의 뜨개질 속의 털실 한 줄이다”라는 문구는 지난 시간들과 오랜 친구들의 우리의 인생에서 갖는 의미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어느 순간 친구를 새롭게 사귄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많은 이들 또는 친구와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는 많은 이들에게 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될 것이다. 꾸뻬의 우정 여행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면서 얼마나 우정을 경시하고 소홀하게 여긴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우정, 쉽게 정의내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러 잠언들로 상황 상황에 맞추며 더욱 우정을 꽃피울 수 있는 나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이기적이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손에 든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그 여운에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게 된다. 참 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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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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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 ‘과연 책 사냥꾼은 어떤 존재일까?’하는 궁금증이 마구마구 일어났다. 책을 사냥한다! 사냥의 세계 속 ‘책’이란 대상은 무엇을 상징할지 이것저것 호기심이 일지만 좀처럼 쉽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가상’의 책들과 대결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 ‘세계의 책’을 찾아 떠난 독특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니, 표지며, 수상작이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책을 보자마자 모든 감각이 들썩이는 기분이었다. 표지부터 기묘하다. 어떤 시공을 유추할 수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며 올빼미가 두 눈 부릅뜨고 우리를 응시하고 왠지 모르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는 표지의 책에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사내의 진한 눈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라고 할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만 했다.

 

‘책 사냥꾼’의 정체에 대해 모호함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책을 읽는 원천이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뻔한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할까? 그렇게 책을 탐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책 사냥꾼’이란 존재와 그들의 모험은 기묘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의 ‘책 사냥꾼’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기존의 이미지들과 책의 연결고리를 찾아야했다. ‘분서갱유’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과 비밀의 문서와 책을 둘러싼 각종 사건,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이었다. 저자도 말미에 언급한 책이지만 어떤 기묘한 사건과 책이란 소재가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면서 어렴풋이 이야기를 읽는데 어떤 단서가 되었다. 그리고 완전한 책, ‘세계의 책’과 관련한 어떤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세상의 모든 책들이 모아둔 도서관’이란 설정의 <마법의 도서관 : 소설로 읽는 책의 역사>(요슈타인 가아더, 클라우스 하케푸르, 현암사)이 떠올랐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책’을 찾아 나선다는 설정과 ‘책’과 관련한 음모, 암투 등의 전개가 갖는 긴장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에 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면 책 사냥꾼의 모험을 따라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책’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에 쥐어지는 물리적인 실체의 ‘책’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매몰되었던 반쪽짜리 책사랑에서 벗어나 총체적으로 책을 아우르며 다각도에서 책과 마주하게 된다. ‘책에게도 삶이 있다’에서 시작하여 ‘책은 죽을 때 소리를 낸다’는 문구처럼 ‘책’ 속에 관통하는 삶과 본능, 욕망을 엿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서 ‘책’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기존의 책에 대한 단상들에 반론을 제기하듯, ‘책의 상징적인 의미와 정면 대결‘이란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과연 내 삶과 책의 관계를 모색하게 된다. 쉽게 결론에 이를 수 없었지만, 앞으로도 결코 쉽게 단정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어느 책 노인의 말이 책과의 관계에서 팽팽한 긴장과 함께 책에 이르는 안내서가 될 것 같다.

“그냥 책을 좋아해서 이런 토굴에 사는 늙은이오. 책하고 사느라 좋은 세월 다 보냈지.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사는 재미는 다 놓쳤소. 선생은 행여나 나처럼 살지 마시오.” (305)

나름 ‘책 사냥꾼’인냥 호기를 부리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이 좋아 책 속에 묻혀 살길 소망하는 많은 이에게 일침이 될 듯하다. 내겐 분명 날카롭게 깊이 파고들었다. 책과 삶이 나란히 사이좋게 지내며 인생을 더욱 풍부하고 내실하게 가꿀 수 있기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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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1월의 신간 중에서는 많은 책들이 한 눈에 쏙 들어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항상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1월은 왠지 다르네요~  

과연 어떤 책들이 선택될지,   

그래도 제가 선택하고 찜한 책이 우선 당첨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이란 부제가 한 눈에 쏙 들어오네요~ 출판사 '아트북스'인 만큼 그림과 그림 속에 숨어 잇는 문학작품의 향에 취하고 싶은 책인 것 같아, 옛 그림의 정취 속 옛사람들 속으로 시간 여행을.... 기대되는 책 <그림, 문학에 취하다> 강추!!! 

 

 

 

 

 

 

건축 관련 책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책, 서양 건축, 우리 건축을 나누지 않고 한 권의 책으로 두 건축 양식의 차이를 한 눈에 들어다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되는 책,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그 밖의 눈에 띄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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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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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었다.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는 제목이 무외한인 내게조차 호기심을 일으켰다. 과연 어떤 영화 속 음악 이야기를 풀어낼지 사뭇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전’영화 쪽에 치운 친 느낌이라 ‘영화 마니아’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 책을 펼치는데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본 영화들, 선뜻 기억나지 않지만 봤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또한 미리 틀어놓은 영화음악, 그리고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영화지만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반가웠다. 영화음악인 줄도 몰랐기에 본래의 영화 자체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자극을 받으며 이야기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라이온 킹’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내 안 깊숙이 뿌리박힌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바로 ‘라이온 킹’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삼 ‘아프리카’하면 생생하게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 그리고 대자연을 뛰노는 수많은 동물들의 유쾌함과 자연과 하나가 된 어우러짐, 장엄함은 늘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것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환상의 세계였고 ‘라이온 킹’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지만 서서히 귓가에 맴도는 ‘엘튼 존’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하기까지 하였다. ‘라이온 킹’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바로 내밀하게 자리하고 있던 기억과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시공을 초월하여 나는 다른 세계에 빠져들었다. 갑작스럽게 재생된 음악의 선율은 진정 제목 그래도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영화,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는 아니지만, 뇌리 속에 각인된 음악과 영화의 장면들이 갖고 있는 힘이 원천이 얼마나 위대한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번 책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는 참으로 불편했다.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영화 그리고 음악 이야기라니, 그럼에도 스치듯 흘러 들어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기억 세포들의 자리를 한 가득 차지하고 있던 영상과 멜로디들, 그들의 존재 사실만으로도 뭔가 풍성하지고 꽉 찬 느낌이었다.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또한 특별부록으로 ‘불멸의 영화음악’을 통해 활자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이야기에 빠질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라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내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영화가 있다면 <라디오 스타>이다. 그리고 비오는 날, 우연히 들려오는 ‘비와 당신’은 가슴을 울린다. 그러고 보니, 영화보다도 더 오래도록 생생하게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내 기억 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못 박힌 영화들과 음악의 세계에 풍덩빠져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많이 공감하지 못한 아쉬움이 오히려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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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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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볍고 만만하게 느껴졌던 책 중에 하나다.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는 ‘한 번도 포착되지 않은 풍경이다.’는 추천 문구 그대로 한 번도 포착되지 않은 풍경에 쉽게 빨려들었다. ‘스머프’ 물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유쾌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스머프를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한 ‘마크 슈미트’의 이야기는 획기적이면서 놀라웠다. 그 스머프의 충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책장을 넘기 때마다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낯선 대중문화 읽기는 그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은 충격 이상의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웬만하면 책 속 이야기소재들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기에, 전혀 다른 시각에서 파헤친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가 읽고 밝혀낸 비밀들을 우리가 감추고 싶어했던 비밀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그의 대중문화 비틀기를 통해 나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추종하고 휩쓸리기만 했던 대중 문화 속에서 본연의 위치를 찾고 주체적이지만 때론 비판적이고 싶다는 욕망을 부채질하기도 하였다. 결코 읽어낼 수 없는 문화 속 숨어 있던 이야기에 또다시 크게 빠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살짝 불편함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2008년 이후 개정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어표기가 엉뚱하게 되어 있어, 개정판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하였다. 이 책이 풀어내고 있는 독창성에 큰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고, 기발함과 신선함에 매료되었지만, 눈엣가시처럼 불편함도 쉽게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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