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의 비밀 독깨비 (책콩 어린이) 9
루이제 린저 지음, 유혜자 옮김, 한여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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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의 비밀>, ‘루이제 린저’의 장편동화라는 말에 반가움과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도 동화라니, 더 이상 그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없기에, <분수의 비밀>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생의 한가운데>를 통해 알게 된 루이제 린저, 그녀는 ‘헤르만 헤세’에 이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일순위로 꼽을 수 있다. 지금은 좋아하는 작가도 많아졌지만, ‘책’이란 바다에 빠질 수 있는 안내자가 바로 ‘루이제 린저’다. 그런 그녀가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위해 이야기를 하나 엮었다. 아이들의 고통과 환상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함께 읽는 어른에게는 ‘부모’의 자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차례에서부터 호기심을 일으킨다. 1장이 아닌 ‘2장’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그런데 2장에는 ‘사실은 3장이라고 할 수 있다’있다는 꼬리말이 달려있다. 어떤 이야기길래 처음을 쏙 빼버린 채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인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들은 뒤로 미룬 채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한다.

 

‘고양이 마을’이라는 어느 작은 도시에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닉 아이가 행방불명되었다. 그리고 분수대에 있던 사자 상이 도난 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지난 신문을 우연히 읽게 된 작가가 그 사건들의 이야기-닉, 수지, 페터를 통해 들은-를 풀어내고 있는 형식이다. 닉과 쌍둥이인 수지가 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였다.

 

사건의 순서를 흐트러트린 채, 끊임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툭툭 던져지는 단서들을 두고 머리싸움을 시작해야했다. 분명 ‘뭔가’가 있다는 조바심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돌이 되고 싶은 아이와 인간이 되고 싶은 돌,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했다. 특히 돌이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봐야 했다. 그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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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가토 구니오 그림, 히라타 겐야 글, 김인호 옮김 / 바다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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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집 천사는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또한 단어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따뜻함이 좋은 것인지, ‘할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는 인상이다. 그러하니,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물론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는 책소개는 책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해주었다. 살짝 들여다보면서, 참으로 따듯함, 정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파스텔 느낌의 그림과 노란 바탕의 배경색이 안정되고 평화스러운 느낌이다.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리움에 젖은 듯한 할아버지는 독특하면서 정감있게 느껴진다. 과연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바다 위에 쌓아 올린 낡은 집에서 홀로 살게 된 이유를 묻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 시절 과학의 날이면 그렸던 그림을 떠올렸다. 해상 도시의 이미지라고 할까?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점점 차오르는 바닷물로 인해 상자를 쌓아 올리든, 집 위에 집을 짓는 상황이다. 그리고 또다시 차오르는 물로 인해 집을 짓다 연장을 떨어뜨리고, 연장을 찾아 잠수하게 된다. 그리고 바닷 속의 집들에 새겨진 과거의 추억과 만나게 된다. 차곡차곡 쌓아 오린 집에는 오롯이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이 하나 하나 펼쳐진다. 

 

언제고 학창 시절에 살았던 옛집(유일하게 헐진 않고 여전한 집이다)을 우연히 지나게 된 적이 떠오른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추억들이 ‘집’을 배경으로 물 밀 듯 밀려들었다. 그 속의 정겨움, 할머니의 따슷한 손길이 여지없이 느껴져 괜시리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 적이 있다. 그렇게 지난 추억을 한 장 한 장 펼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과연 아이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다만, 집을 배경으로 소중한 추억들이 아이의 삶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그런 따듯한 집이 되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이의 작은 무릎에 책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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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 - MBC 창사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김윤정 지음, kyomong 그림, MBC「아마존의 눈물」제작팀 원작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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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은 책으로 나왔다. 두말할 필요없이 한 번쯤 손에 쥐어볼 만한 책임엔 분명할 것이다. 미쳐 많은 것을 tv를 통해 공유하진 못하였지만, 책으로나마 함께 이야기하면 아이와 시간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서 세계 지리를 배우는데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아마존'일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는 수식과 함께 '아마존'의 생태, 그리고 우리가 당면한 환경 위기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는 것을 이 번 책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며, 아마존의 눈물, 그 애끓는 처절함은 여전히 잔행되고 있는 인간의 만용에 비춰져 더욱 두드러졌다.

 

아마존의 생태와 여러 희귀한 동물들과 여러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구잡이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아마존과 함께 아마존을 지킬 수 있는 작은 실천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는 <아마존의 눈물>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생각 다지기'를 통해 사고의 연장, 생각의 힘을 이끌고 있어,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보장하고 있었다.
특히, 원주민의 생활상을 통해 아마존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문화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할애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존의 눈물>은 아마존이 처한 위기와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있는 '콧수염 아저씨의 장수를'이란 이야기가 담긴 생태환경단편소설집 <괜찮아 우리는>(위베르 리브 외, 검둥소, 2009) 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머나먼 나라의 일, 하나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의 파괴가 불러온 재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한다면, 더욱 깊이있는 생각과 더불어 자신이 실천해야 할 일에 대해 좀더 진진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마존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성숙하게 지혜로운 아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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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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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남긴 과제, 그 과제 속 할머니의 '진짜' 인생과 '가짜'인생이란 소재가 흥미로웠다. 할머니이 인생을 이해함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왠지 가슴 찡한 이야기를 기대하였다. 할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그 감동을 아이와 함께 나누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노래하는 눈동자>가 약속해주었다.

 

<노래하는 눈동자>는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닌 죽음을. 그리고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려본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슬픔으로 물들어있다. 열 살이던 내겐 할아버지의 모습을 어렴풋하다. 할아버지는 꽤나 오랫동안 병과 씨름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부엌 찬장 속 할아버지의 분유를 몰래 훔쳐먹던 기억만이 교차할 뿐이다. 그리고 웃는다. <노래하는 눈동자> 속 꼬마들처럼 엉뚱했던 꼬맹이, 철부지 시절의 모습과 나를 온몸으로 끌어앉아주시며 '허허' 웃음지으셨을 할아버지의 존재를 '분유'를 통해 매순간순간 느낀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아니 '죽음', '이별'이 무엇인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했던 칼바람 부는 그 추운 겨울의 길목 언저리에서 매 해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이야기 속 윌리엄과 비올렛 역시 '벌'과 '물고기'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자라고, 추억하리라.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깬 소년 '윌리엄'은 아버지에게 모두가 잠든 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슬픔 소식을 듣는다. 그 날 아침,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울음으로 표출(?)하는가를 두고 언쟁하기도 했던 남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실감하지 못한 것이리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윌리엄 주위로 날아든 말벌! 그리고 과감히 말벌을 죽이자, 동생 비올엣의 엉뚱한 반응으로 '벌'을 매개로한 그들만의 이별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이 이야기를 굳게 믿는 동생의 믿음을 지켜주며, 할머니의 삶을 뒤돌아보는 어른스러운 오빠 '윌리엄'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함을 안겨 주었다.

 

고무줄을 만들며 평생을 살았던 할머니의 삶, 그리고 할머니가 꿈꾸었던 삶, 하나는 거짓이었던 가짜 인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짜 인생과 진짜 인생이란 진실공방을 뒤로한 채, 윌리엄처럼 현실의 삶과 꿈꾸는 삶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좀더 풍요로워지는 인생, 삶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어른이 된 '윌리엄'을 통해 또하나의 작은 스승을 만난 듯 마냥 흡쪽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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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야? 토끼야? 생각쟁이 그림책 1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서연 옮김, 탐 리히텐헬드 그림 / 아이맘(전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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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 현실을 벌써부터 운운하기가 왠지 먹젆기도 하다. 이제 겨우 3살인 아이에게 왠지 '입시지옥'의 수령으로 몰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창의력'을 내 손으로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처음 <오리야? 토끼야?>를 보았을 때, 엄청 신선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 같아, 굉장히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그림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입씨름을 하는 상황! 그리고 서로의 시각을 인정하는 이야기는 완전 대박 느낌!

솔직히 그림을 보았을 때, 토끼라 생각했다. 오리치고는 부리가 왠지 길어 결코 오리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딱딱해진 머릿 속이 찰랑찰랑해지는 느낌이랄까? 아이의 생각 또한 물흐르듯 유연해 질 수 있다면, 그렇게 다양한 생각과 마주하면서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며 포용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싣고 책을 펼친다.

속 표지부터 흥미로웠다. 파란색 하늘 위, 둥둥 떠다니는 구름의 형상이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구름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 같다는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세심한 배려는 뒤표지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마지막 장까지 흥미를 더하고 있었다.

단순한 그림의 반복 속 오리와 토끼의 생태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펼치고,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또다른 하나의 그림이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듯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미핥기와 브라키오사우르스라고? 잠깐 멈짓하며 그림을 살펴보게 된다. 모래언덕을 주시하고 있는 개미핥기의 얼굴? 푸른 나무잎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브라키오사우르스?

책읽기가 단순한 활자에 그치지 않고 생각의 나래를 활짝 펼치며 하나의 놀이가 되는 그림책이었다. 관찰력, 창의력 그리고 포용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시원시원하게 생각의 틀을 드넓혀주는 그림책, 생각쟁이 그림책의 다음 그림책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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