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할머니가 남긴 과제, 그 과제 속 할머니의 '진짜' 인생과 '가짜'인생이란 소재가 흥미로웠다. 할머니이 인생을 이해함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왠지 가슴 찡한 이야기를 기대하였다. 할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그 감동을 아이와 함께 나누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노래하는 눈동자>가 약속해주었다.

 

<노래하는 눈동자>는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닌 죽음을. 그리고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려본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슬픔으로 물들어있다. 열 살이던 내겐 할아버지의 모습을 어렴풋하다. 할아버지는 꽤나 오랫동안 병과 씨름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부엌 찬장 속 할아버지의 분유를 몰래 훔쳐먹던 기억만이 교차할 뿐이다. 그리고 웃는다. <노래하는 눈동자> 속 꼬마들처럼 엉뚱했던 꼬맹이, 철부지 시절의 모습과 나를 온몸으로 끌어앉아주시며 '허허' 웃음지으셨을 할아버지의 존재를 '분유'를 통해 매순간순간 느낀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아니 '죽음', '이별'이 무엇인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했던 칼바람 부는 그 추운 겨울의 길목 언저리에서 매 해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이야기 속 윌리엄과 비올렛 역시 '벌'과 '물고기'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자라고, 추억하리라.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깬 소년 '윌리엄'은 아버지에게 모두가 잠든 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슬픔 소식을 듣는다. 그 날 아침,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울음으로 표출(?)하는가를 두고 언쟁하기도 했던 남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실감하지 못한 것이리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윌리엄 주위로 날아든 말벌! 그리고 과감히 말벌을 죽이자, 동생 비올엣의 엉뚱한 반응으로 '벌'을 매개로한 그들만의 이별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이 이야기를 굳게 믿는 동생의 믿음을 지켜주며, 할머니의 삶을 뒤돌아보는 어른스러운 오빠 '윌리엄'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함을 안겨 주었다.

 

고무줄을 만들며 평생을 살았던 할머니의 삶, 그리고 할머니가 꿈꾸었던 삶, 하나는 거짓이었던 가짜 인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짜 인생과 진짜 인생이란 진실공방을 뒤로한 채, 윌리엄처럼 현실의 삶과 꿈꾸는 삶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좀더 풍요로워지는 인생, 삶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어른이 된 '윌리엄'을 통해 또하나의 작은 스승을 만난 듯 마냥 흡쪽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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