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스위치를 켜다 - 고도지능 아스퍼거 외톨이의 기상천외한 인생 여정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내용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정신없이 읽게되는 책들이 있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앞서 읽은 문장을 의식이 꼭꼭 씹기도 전에 눈이 후루루룩 마셔버리는 거다. 의식은 좀 진정하고 천천히 읽으라고 소리치지만 눈은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면 소음 방어용으로 틀어둔 음악은 꺼져있고, 어느새 잘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어렸을 때 나는 이렇게 흥미진진한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잠드는 것이 못내 아쉬워 책을 베게밑에 깔아두면서 그 책의 내용을 꿈으로 꿀 수 있게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존 엘더 로비슨의 ˝뇌에 스위치를 켜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뇌과학이나 자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망설이지말고 당장 구매해 읽어야 한다. 지금 북플에 글 쓸 시간도 아깝다. 이 책을 마저읽으러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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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의 구매 실패작.
이 책은 괴담을 기대한 나에게 기담을 불쑥 내밀었다. 일본풍 기담을 좋아하는 분 외에는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지겨워 하면서도 이 책을 꾸역꾸역 읽은 것은 오직 중고로 빨리 팔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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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땐 집에 콕 박혀서 책을 읽는것이 답이다.

7월과 8월엔 일요일에 산책하느라 쓰던 3-4시간을 오롯이 독서에 사용한다. 재작년 한여름에 어리석게도 언제나처럼 오후 12시쯤 산책을 나갔다가 심장마비를 당할뻔 한 후로 내 내면의 주치의는 내게 한여름 산책을 금지시켰다. 나는 주치의의 말을 잘 듣는 착한 환자라 그의 말을 충실히 따른다. 잠은 11시 전에 자고, 운동은 일주일에 3번 하고, 아침은 꼭 챙겨 먹는다.

오늘은 오전 9시쯤 느지막이 일어나 무엇을 할지 내면의 비서와 상의했다. 잠깐!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에 따르면 사실 나에겐 내면의 비서따위는 없고 그 모든 것을 통솔하는 자아도 없다. ‘내가 특정한 소망을 느끼는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들은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일 뿐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흠, 아무튼 내 내면의 비서는 집에 아무도 없고 조용하니 오전에는 책을 좀 읽고, 식구들이 집에 돌아와 시끄러워지는 오후에 게임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고 나는 그것 참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납득하곤 전에 읽다 만 ‘사피엔스‘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내 내면의 비서, 주치의 그리고 자아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저자의 책을 읽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도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의식에 대해선 아직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본 과학 기사에 따르면 유럽의 세계적인 뇌과학자와 대수기하학자가 만나 인간의 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두뇌의 신경세포가 모여 형성하는 네트워크는 최대 11차원의 공간을 형성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D%B8%EA%B0%84-%EB%91%90%EB%87%8C-%EC%8B%A0%EA%B2%BD%ED%9A%8C%EB%A1%9C%EB%8A%94-11%EC%B0%A8%EC%9B%90).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쥐로 사는 기분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11차원인 뇌의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나는 나 자신이 존재함을 알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런 느낌은 그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결과라고? 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것이 비생물학적 알고리즘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고? 그래서 뭔가 달라지는가? 내가 없어지기라도 하는가?

이렇게 쓰면 내가 ‘호모데우스‘의 내용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것 처럼 보일 듯도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그의 글쓰기 솜씨는 탁월하다. 엄청난 분량의 참고 자료들을 읽고 편집하여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구축하고 풀어놓는다. 논리를 전개하는데 막힘이 없고, 흥미로운 예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책을 읽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어어 이거 말 되는데?‘
나는 이런 책이 좋다. 내 생각의 틀을 무너뜨리고, 더 넓고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책. 거기다 술술 읽히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오전 내내 집에서 더위에 허덕이며 ‘사피엔스‘를 읽다가 생각을 바꾸어보았다. 지금은 한겨울이고 밖에는 영하의 날씨 속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금 우리집은 더운게 아니라 ‘따뜻한 것‘이라고.
자아를 속이는데 성공한 순간 집안의 더위가 온기가 되어 포근하게 느껴졌다. 내 생화학적 알고리즘이 데이터 처리 과정을 바꾸자마자 나의 의식이 다른 이야기를 믿었다. 아니, 내 의식이 다른 이야기를 믿자 내 생화학적 알고리즘이 데이터 처리과정을 바꾼 것일까? 의식이 먼저인가 생화학적 알고리즘이 먼저인가? 아니면 두 가지는 결국 같은 것일까?

이건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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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6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기세를 아끼려고 주말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

유도링 2017-07-16 18:54   좋아요 0 | URL
저는 정신세뇌로 버티고 있습니다 ;; 아 따뜻하다~따뜻하다~

qualia 2017-07-16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인터넷에서 본 과학 기사에 따르면 유럽의 세계적인 뇌과학자와 대수기하학자가 만나 인간의 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두뇌의 신경세포가 모여 형성하는 네트워크는 최대 11차원의 공간을 형성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쥐로 사는 기분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11차원인 뇌의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 위 말씀은 곧 인간뇌의 신경세포 회로가 11차원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 11차원의 뇌공간 구조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가 통상 얘기하는 3차원 공간 구조보다는 비교가 안 되게 복잡하고, 그 뇌공간에서 이루지는 뇌작용·뇌기능도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란 얘기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어떤 해설에 따르면 위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처음은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다른 학자들도 있더군요)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교수인 뇌과학자 헨리 마크램(Henry Markram)과 캐스린 헤스(Kathryn Hess), 그리고 영국 애버딘 대학 수학 연구소의 랜 레비(Ran Levi)가 말하는 11차원이란 물리적 개념의 11차원이 아니라 수학적 개념의 11차원이라고 합니다. 해서 인간뇌가 11차원의 신경회로망 구조를 형성한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초끈 이론이나 M-이론에서 말하는 11차원의 물리적 개념과 대수적 위상수학에서 말하는 11차원의 수학적 개념 각각을 제대로 이해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실 분이 알라딘에 계시면 좋겠는데요.

유도링 2017-07-16 21:34   좋아요 0 | URL
물리적 개념과 수학적 개념의 11차원은 다른 것이로군요. 둘 다 아직 제겐 기본 개념도 잡히지 않은 분야여서 생각지도 못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아크릴 특성상 긁힌 자국이 있을 수 있다지만, 이건 좀 심한 듯한데 ;;
내일 고객센터에 문의해 봐야 알 수 있겠지.

저 동글동글 한 것들은 물이 묻은게 아니라 기포자국입니다. 요번 사은품은 질이 너무 안 좋네요. 구입 예정인 분들은 참고하세요.

-라고 분노에 차서 북플에 글을 쓰다가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해 알라딘에 들어가 아크릴 램프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아크릴에 보호필름이 부착되어 있으니 제거하고 사용하세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이래서 제가 ‘우아한 관찰 주의자‘를 구입한 겁니다. 관찰력과 판단력을 길러서 이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찰싹 달라붙어있는 보호필름을 겨우 벗기고 보니 흠집 하나 없는 말끔한 아크릴 표면이 나를 반긴다. 스텐드 위쪽을 누르자 영롱한 램프의 불빛이 책상 위를 환히 밝혀준다. 최고 밝기로 켜두니 음, 뜨겁고 눈부시군...... 슬며시 끄고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시각적 분석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연마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이러한 강의를 해왔고 이 방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이책을 썼다고 한다.

현실을 파악하는 날카로운 분석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내가 늘 갈망하던 능력이기에 이 책의 자소서를 알라딘에서 보고 당장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7월 1일 오전 10시에 18주년 특별 선물이 뜨자마자 밤비 램프와 함께 바로 내 서재에 채용했다. 2주간의 인턴을 무사히 마친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와 충동 구입한 ‘라틴어 수업‘도 같이.

요즘 계속 장기투자 독서만 해왔기에 단기투자를 할 요량으로 머리를 비우고 읽기 시작했는데, 98페이지까지 읽은 지금 생각외로 즐겁고 유익한 독서를 하고있다. 여러가지 미술작품들을 보며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도 재미있고, 내 지각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깨닫는 것도 재미있다. 책에 살린 각종 사례들도 적절하고 흥미로워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사람의 시각을 통한 인지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전자책으로도 나왔지만 컬러 사진이 많으니 되도록 종이책을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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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내겐 이미 포화상태인 서재에 그 책을 들일지 말지. 이른바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2주간의 합숙면접을 보는 과정일 따름이다.

도서관의 비치희망도서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최근엔 알라딘(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한 서지소개(이력서)를 보고 마음에 든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한 뒤(면접통보) 신청한 도서가 들어왔다는 문자가 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온다. 그렇게 2주간의 합숙면접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책은 서재에 온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합격 여부가 판별된다. 슬쩍 보기만 해도 영 아닌 책들은 읽는 시늉조차하지 않고 2주간 서재구석에 처박혀있다가 도서관으로 되돌아간다. ˝귀서의 자질은 높게 평가하나 본 서재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다른 서재에서 더욱 빛나는 책이 되리라 믿습니다. 불합격!!˝

반면 한 눈에 홀딱 반한 책은 서둘러 구입한다. 어차피 나중에 공들여 읽을 것이기에 마찬가지로 읽지 않고 도서관에 반납한다. 책이 도착하면 정규직에 합격한 것이므로 영구히 내 서재에서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영광을 누린다. (물론 해고를 당하거나 퇴직을 하여 중고서점으로 방출되는 책들도 여럿 있었다)

때론 전자책으로 구입하는 책도 있는데 어찌보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값싼 비정규직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책들 중 운좋은 일부는 정규직으로 채용 되기도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그런 경우다. (중고로 사긴 했지만)

그럼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 읽고 반납하는 책은? 바로 인턴십이다. 필요한만큼 부리되 고용하진 않는다. 재미는 있지만 사려니 좀 아쉬운 점이 있는 책들이 이런 처지가 놓인다. 대부분의 이유는 책값이고, 때론 내 서재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입을 꺼리기도 한다. (이런 책들은 비정규직인 전자책으로 들이기도 한다)

최근 내 서재에 인턴십이 두 책 들어왔는데, 한 책은 어제 북플에 글을 쓴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이고 다른 하나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이다.

일단 이책의 첫인상을 말하자면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에 저자의 전작인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의 성공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실려있어 마치 구직자의 이력서에 정작 자신의 경력보다 자기 아버지의 화려한 경력이 강조된 것처럼 느껴져 나같이 의심많은 독자에겐 ‘이 책은 별로인거 아냐?‘ 라는 불신감을 일으키는 효과를 냈다.
거기다 출판사인 까치의 (좋게말해) 예스러운 책 디자인과 편집 때문에 출간된지 10년은 지난 책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재미라고는 조금도 없는 고루하고 딱딱한, 학술적인 내용이 가득 담겨있을 듯한 인상이다.

그래서 오늘 TV를 튼 채 아침을 먹으며 이 책을 슬쩍 들췄을 때 별 기대는 없었다. 그저 어떤 내용인지 한번 보기나 하자는 심산이었는데, 어느새 TV를 끄고 책을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저자는 정신질환이 되풀이하여 나타난 자기 집안의 비극적 역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집안의 정신질환 역사가 빨간 줄처럼 저자의 의식을 가로지르고 있는 동안, 저자의 암 생물학자로서의 연구도 결국 유전자의 문제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과학자, 학자, 역사가, 의사, 아들, 아버지로서 저자는 자신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를 탐구하는 이 책을 쓰게 된다.

유전자의 역사를 역사의 순서대로 다룬 책인지라 초반엔 어려운 내용이 없이 무척 재미있다. 뒤로 갈수록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이 발전함에 따라 다소 어려운 내용이 나올 것 같지만 이렇게 글솜씨가 좋은 저자라면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라도 무리없이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책인데 귀댁의 서재에도 한 권 어떠신지?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면 시험삼아 인턴십으로라도 채용하심을 권한다. 유전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서재주라면 후회없는 선택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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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23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에 빌린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구입해요. 안 읽고 책을 고르는 책의 경우, 반품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런데 한 번 읽은 책을 사면 후회하는 일이 없어요. ^^

유도링 2017-06-23 15:24   좋아요 1 | URL
저도 인터넷 서점의 정보만 보고 책을 샀다가 몇번 낭패를 본 뒤에 일단 맘에 드는 책은 메모 해놓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보거나 도서관에 신청해 본 뒤에 구매하는 편이에요. 요즘 책 값도 비싸서 ㅠㅠ

asdur 2017-11-02 0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에 대한 글 중 가장 재미있고 공감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