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엔 항상 책이 담겨있지만 구매 버튼은 쉽게 누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서재 파먹기’ 중, 모아둔 책을 읽어치우기도 바쁜 형편이다. 요즘 읽는 책들은 닉 레인의 ‘산소’와 호킹의 ‘위대한 설계’ 그리고 이북으로 ‘넛지’ 이 세 권이다.
-라고 이 글을 쓰다가 마무리를 못하고 며칠이 지나는 사이에 ‘위대한 설계’를 다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기 시작했다.

11월에도 영 내키진 않았지만 알라딘 달력은 탐이나서 동생책을 두 권 끼워 겨우 5만원을 채워 달력을 받았다. 그리고 12월에 다이어리를 받아야할지 모르니 11월 내내 장바구니에 대충 책을 던져넣고는 있었으나 그 책들을 꼭 사고싶다는 맘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12월이 됐고, 알라딘 다이어리의 내지 구성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몇몇 디자인은 무척 탐이나지만) 결국 다른 제품을 구매해버렸다. 그렇게 책을 살 이유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왜 이렇게 책을 사기 싫어진 걸까? 아마 내가 책을 모시고 사는 애서가에서 책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된 까닭이리라. 그렇게되고보니 집에 쌓여있는 읽지 않은 책들이 보기에 썩 흐뭇한 장식품이 아니라 풀어야할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 누가 숙제를 늘리는걸 좋아할까? 좋아서 스스로 하는 숙제이긴 하지만 너무 많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렇게 심드렁하게 지내다 알라딘 어플에 알람이 떠서 들어가보니 ‘유물즈’라는 책을 특별판매한단다. 특별판매라, 예전엔 이 단어만 봐도 심장이 요동치고 구매버튼에 손이 가곤 했지 하지만 지금은...... ‘유물즈’? 참 귀여운 제목이군,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미 죽어버린 애서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엔 역부족이야. 거기다 쓸데없이 비싼 양장본이군. 책 크기도 작고, 페이지도 200쪽도 안되는데 가격이 참...... 상도덕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내가 이런거에 또 당할소냐. 내용도 그저그렇겠지. 어디 한 번 보기나할까......역시, 내 그럴줄 알았지. 쓸데없이 사진이 반 이상에 글이라곤 쪼금밖에 없잖아. 이건 뭐 인스타그램도 아니고......흠, 그런데 글이 참 재미있네, 공감도가고. 소개된 유물들도 신선하고. 아아. 이, 이건. 이건!
사야해!!!!

그래서 사고 싶은 책이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또 한 권만 살 수는 없으니 장바구니의 책들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있다. ‘유물즈’와 동생이 부탁한 ‘대통령의 글쓰기’는 구매 확정인데 ‘입자 동물원’과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중에 뭘 살지 고민중이다. 둘 다 서점에서 실물을 확인했고, 사용하기 좋은 책이란 판단을 했다. 최근 재미가 붙은 입자 물리학과 흥미가 조금 식었지만 계속 파고들고는 싶은 생물학의 대결이라 쉽사리 결정할 수가 없다. 이 승부의 결과에 따라 내년 독서 프로젝트의 주제도 결정될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두 분야를 섞은 ‘생명, 경계에 서다’를 사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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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13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고 쌓여만가는 책들을 보면서 또 사는 제가 요즘 이래저래 고민인데
유도링 님 글 읽고 반성이 되네요^^
이제 있는 것부터 읽어야지 싶어요.

유도링 2017-12-13 17:44   좋아요 1 | URL
책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고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전 무엇보다 더이상 책을 모을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ㅠㅠ

닷슈 2017-12-1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재밌어보이는군요

유도링 2017-12-13 18:09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문제에요. 마음 같아선 다 사고싶지만, 서재에 파먹을 것도 아직 많이 남아서 참아야 ㅠㅠ

경계 2020-12-15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나도 1권 읽고 3권 사는 책으로 탑쌓고 있는데 .. 언제가는 꼭 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