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왜 영어를 공부하냐 물으면 나는 원서를 읽기 위해서라 답한다. 여기서 원서란 생물학을 중심으로한 교양과학 서적을 말하는 것으로, 이 분야의 좋은 책들은 단연 영어권에서 출판된 것들이 많다. 그러니 어쩌랴 목마른 독자가 영어를 공부해야지.
나의 영어 독해 공부는 지금까지 이렇게 진행되었다.
0. 문법책(해커스 ‘grammar gateway intermediate‘)공부
1. 내 수준에 맞는 영어 원서(롱테일북스의 ‘holes‘)를 적당한 분량을 정해 읽는다. 이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문장이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정해진 분량은 끝까지 읽는다.
2. 모르는 단어를 외운다.
3. 한 번 더 읽으며 영어 문장을 통으로 외운다. 외운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한 후, 그것을 다시 영작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 현재 ‘holes‘의 50 쳅터 중에 40 쳅터를 끝냈다. 처음엔 짧은 문장조차 여러번 되뇌어야 겨우 겨우 외우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쉬운 문단은 통으로 외우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조금 자신감이 붙은데다 어차피 앞으로 접해야할 생물학 관련 단어들을 빨리 외우자 싶어 생물학 원서도 한 권 샀다. 출판된지 얼마 안 돼 신선한 정보를 담고있고, 생물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가 번역서를 가지고 있는 책으로 골랐다.
아, 제목은 말 할 수 없다. 내가 그 책의 번역가를 신나게 씹을 예정이라.
물론, 나도 안다. 내가 남의 번역을 가타부타 평할만한 깜냥이 안된다는 건. 그런데 그런 내가 보기에조차 이 번역가의 번역은, 아 진짜 화가난다. 원서를 읽지 않았더라면 저자가 독자에게 진짜로 전하고자 했던 것들을 평생 몰랐으리라 생각하면 너무나 화가 난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읽어온 이 번역가의 책들이 모두 이딴 식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더 화가난다.
책을 읽다 툭툭 튀어나오던 난해한 문장들, 전체적인 맥락과 맞지 않는 내용의 문장들에 걸려 넘어질 때 마다 부족한 나를 탓하거나 때론 작가의 능력을 의심했는데, 적어도 그 중 일부는 중간에 낀 누군가의 부주의한 함정에 의한 것이었다니!
내가 비록 lexile 660L 수준의 ‘holes‘조차 한 번에 읽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좋은 책을 돈 받고 번역할 때는 그 책을 평생 단 한 번, 자신의 번역을 통해 읽을 독자들을 위해 저자의 의도를 어떻게 하면 오롯이 전할 수 있을지 조금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번역일이 힘들고 돈 벌이도 크게 안된다는건 알고 있다. 재미삼아 하는 번역과 밥벌이로 하는 번역이 다를 줄도 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이 번역하는 책에 애정이 있다면 조금만 더 정성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너무 큰 바람인가? 젠장,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