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을미년. 청양의 해. (근데 파란 양은 뭥미?)

역시나 뭔가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책구입이 최고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으홧홧.

 

2014년에 보관함에 두었던 책들을... 지워버릴까 말까... 하다가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지워버리기엔 아쉬운 책들이 아직... 있다. 다시 담기도 귀챦고.

 

올해는 보관함에 책을 담으면 가급적 다 사는 걸로.. 그러니까 보관함 담을 때 좀 신중...해야겠지? 라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물론 그 때 그 때마다 다른 나의 심정을 어떻게 꾸욱 참을 것이냐는 별개의 사안이니까 패스.

 

*

 

 

세르반테스의 그 유명한 <돈키호테>가 열린문에서 나왔다고 했을 때부터 사고 싶었는데.. 서점 가서 직접 보니.. 아. 그 두께가. 덥썩 사기에는 이걸 과연 읽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냥 묵혀두고 있었다. 하긴 이런 두꺼운 고전들 사고 나서 내가 첨부터 끝까지 완독한 적이 있기는 했나? 그냥 사는 거지. 라고 새해 첫날 생각했다.

 

이 무모하고 아무 생각없는 자의 책 구입이라니. 근데 아마도 난 이 책들을 받으면 너무 흐뭇해서 베개 밑에 두고 킥킥 거릴 지도 모른다. 못 읽으면 어때. 있으면 언제든 읽겠지. 어쨌거나 이 책이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라고 생각할까봐 문득 두렵... (ㅠ)

 

 

 

프리모 레비의 책은 대부분 샀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았다. 난 프리모 레비의 책을 좋아하고 그래서 다들 괜챦다고 하는 이 책을 사는 게 마땅했는데 말이다. 그냥 ... 작년엔 어두운(!) 책들이 싫었다. 그게 정답인 것 같다. 책이든 영화든 뭐든뭐든 밝은 게 좋았다. 내 마음에 더 이상의 까만 구름이 덮이는 게 못 견딜 듯 했다. 그래서 줄기차게 마블영화와 B급 스릴러소설을 파고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새해가 되니 조금 반성. 인간의 내면을 훌륭히 성찰하는 책들을 다 나몰라라 하고 네가 뭘 이해하고 뭘 느낀다는 말이냐. 라고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질책. 그리고는 이 책도 냉큼 샀다.

 

 

뭐 다들 프리모 레비 책이야 잘 알고 있겟지만... 하나같이 좋다... 사실, 좋다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의 처연한 내용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냥 좋다.. 로 마무리.

 

 

 

 

 

나이가 들긴 드나보다. 우리나라 옛 그림이 좋아지고 있다. 하물며 국악도 이제 귀에 설지 않으니 이건 뭐. 나의 5000년 DNA가 이제야 힘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특히 간송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이나 등등의 작품들은 더할 나위 없다.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난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했던 1차 전시를 못 본 게 계속 한이 되어서 조만간 가서 봐야 하는데 맘만 굴뚝같이 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새해에는 꼭 가봐야겠다. 춥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요것은 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 연작 시리즈 중 2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당췌... 마녀니 하는 얘기 나오는 게 딱 질색이라 아예 관심도 안 두고 있었는데... 책장을 보니 글쎄 내가 이 첫 책을 사두었더라는 거지. 아예 손가락이 오토메틱으로 움직이나보다. ㅜ

 

그래서 지금 읽고 있다. <사형집행인의 딸>. 말하자면 신년에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책이 마녀 얘기라는 거지. 세상에... 그러나 재밌다. 인정해야지 뭐. 그래서 두번째 책도 샀다고 얘기해야지 뭐.

 

 

 

 

 

 

다음엔 <거지왕>이다. 한꺼번에 두 권 다 사면 맨날 이 책들만 쳐다보고 있을까봐 두려워서 띄엄띄엄 2권과 3권을 사는 것으로 나혼자 또 결정. 그래봐야 2권 다 읽기 전에 살 거면서.. 라고 비웃는 것도 나혼자.

 

 

 

 

 

이런 책은 나오면 자꾸 사게 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해야 하는 건지. 사람은 왜, 왜, 왜, 이 지경일까가 늘 의문인데 세계 석학들이 한 얘기들을 담았다니까 나오자마자 사버리게 된다.

 

책을 읽어도 해결이 안 나는 건... 사실 몇몇 사람의 뇌구조이고.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야, 왠만하면 그넘의 속이 다 보이는데 말이다. 안 보이는 몇몇 사람의 그 뇌와 그 심장을 좀 꿰뚫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모양이다, 내게.

 

 

 

 

 

서점에 갈 때마다, 아 이 책 들어가서 주문해야지. 했던 책인데 이제야 주문한다. 이상하게 주문할 때마다 목록에서 사라져 있는 책이었고. 오토메틱 손이 가끔은 이상하게 작동할 때가 있네 그려. 오힛.

 

삶의 순간순간이 다 철학인데. 그 순간순간을 이야기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서점에서 슬쩍 슬쩍 다 들춰본 결론이다. 따라서 도착하면 제일 먼저 읽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책이고.

 

일상의 사회학, 일상의 철학, 일상의 심리학. 요즘 대세이기도 하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해서.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우리 조카를 위한 책도 꼭꼭 포함시키는 이 (장한) 비연고모. 5학년이라니까 왠지 내가 비장하게 느껴지는 건, 학년이 주는 압박감이 대단함을 알게 하는 대목. 그래서 이제 책을 고를 때도 넘 수준 낮은 책을 고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만화책이라도 좀 깊이를 담는 책이어야 할텐데. 그래도 마법천자문은 계속 사달라고 하겠지만. ㅎㅎ

 

 

*

 

올해 알라딘에서의 각오를 한 자 적고 끝내야지.

 

이젠 매일 글을 쓸게요... 이런 건 도저히 약속 못하겠고. 그러지 못한 지도 꽤 되었고 말이다. 대신 올해는 신변잡기적인 내용보다는 책을, 책의 구절을, 책에 대한 감상을 많이 올리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읽고 그냥 휙휙 넘기는 일은 줄여나가기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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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01-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송미술 책을 샀더니 간송미술전의 초대권이 함께 왔다. 1장...;;;;; 조만간 가봐야곘다..
 

 

회사다.

근데 아침부터 알라딘이다. 우히히.

31일날 출근하는 기분이 매우 묘했다. 몇 년 만이지?

이거 나도 연말에 회사'나' 나와서 멍때리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되어 가는가? 싶어 잠시 움찔...

했으나 그럴 때도 있지? 뭐 라고 상쾌한 기분으로 (억지로) 전환 중.. ㅎㅎ

 

2014년은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그렇고. 심란하고 슬픈 일들이 많았다. 덕분에 지내는 동안 매일매일은 참 더디게 간 것 같다. 지나고나니 화살처럼 빨랐던 세월에 놀라고 있으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비연, 참 잘 버텼어 라고 칭찬해주고 싶네..

 

올해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많았고 그 恨이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깊고도 깊었다. 아직까지도 해결 안된 일들이고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 아픔들이 계속될 것 같아서, 마음이 아리다. 내가 뭐 하나 기여할 수 없으나 마음은 늘 그 곳에 닿아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지치는 시간들이었던 듯 하다. 산다는 게 왜 이리 힘드나 싶은 일들이 내게도 구체적으로 있었고. 그것도 아마 내년까지 진행형이지 않을까. 힘들다 힘들다 말하기엔 다른 고통받는 분들에게 부끄러워서... 그냥 이렁저렁 지냈던 한 해였노라 마물하고 싶다.

 

내년에는, 좀더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좋은 일이 뭐니? 라고 물으면 딱히 말할 게 생각나는 건 아닐지라도 그냥 마음 편한 한 해였으면 하는 거다. 몇 가지 계획들을 세우고 있고 끝까지 쭈욱 밀어붙일 힘을 받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녹록한 삶이었으면, 내년에는. 그렇다.

 

아침에 출근하는 데 엄마가 그러셨다. "아듀, 2014년".  (멋진 우리 엄마~)

그래. 한 해가 마디처럼 끊어져 있다는 것은, 이렇게 어느 시점에 이제까지의 일들을 과거로 돌리고 잊자고 되뇌일 수 있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시간적으로는 연속적이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는 낡음과 새로움을 교차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랄까.

 

알라딘 서재여러분들도 그러실 수 있기를.

2014년의 힘들었던 일들일랑 다 털어내시고

2015년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함께 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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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끼인 날이라고 쉬라고 했지만... 난 이런 날일수록 꿋꿋이 회사에 나와 자리를 지킨다. 물론 이런 날 출근을 해야 한다니.. 라며 사방에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것은 뭐.. 그냥 해대는 소리이고 실상은 팀장도 없지 사무실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하지, 이만한 근무여건이 없다. 냐하하~ 덕분에 아침부터 커피를 사발로 세 잔째 퍼마시고 점심은 멀리 나가 즉석 떡볶기까지 섭취하고 왔다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남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알라딘에 글을 올리고 있는, 비연.

 

요즘은 연말이라고 조금 느슨해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름 평온하면서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머릿속은 복잡복잡하긴 해도 몸은 거뜬하고 마음은 상쾌하다고나 할까. 올 한해 돌아보며 정리하는 건 다음 주에나 올리겠으나 뭐랄까. 나이가 들수록 나의 현재 status에 만족하는 퍼센트가 높아지는 것 같다. 예전처럼 안달복달하고 남과 비교하고 내 처지를 힘들어하고 그런 날들이 점점 줄어들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포기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포기가 행복을 부른다면 그것도 할 만 하지 않겠는가. 자기비하나 좌절이 아니라면.

 

*

 

연말에는 장르소설 읽는 게 철칙 아닌 철칙이라서 열심히 읽어대고 있다. 지금 읽는 건 플라비아 둘르스 시리즈 4. 그림자라면 지긋지긋해.

 

 

아니 이게 작년 12월에 나왔었는데 난 왜 몰랐냐 이거지. 이 시리즈 왜 안 나오는 거얏 하면서 뒤졌더니 내가 읽지 않은 이 책이 툭 튀어나와서... 혹시 사놓고 잊어버렸나 싶어 책장을 전부 낱낱이 살폈더랬다. 근데! 정말 안 사둔 거였다는 거지. 그래서 그날로 바로 샀고 이틀 전에 와서 크리스마스에 벗하며 지냈다. ㅎㅎ

 

처음에 이 시리즈를 읽을 때는 그냥 그랬다.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너무 어린 여자아이 얘기다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근데 이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재미있고 유쾌해서 말이다. 그냥 읽다보면 키득키득 웃게 되어서... 좋다. 내가 단순해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나 뭐 그러면 어떤가. 단순한 게 나쁜가. 단순하면 할수록 좋은 거지... (라고 마구 우겨대는 이 대목 =.=;;)

 

암튼 이 시리즈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아직도 얘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 끝날까봐 걱정이 슬며시. 애초에 6권까지만 쓰려고 했다던데. 번외로 4개 더 쓴다고 했다니 기다릴 수밖에.

 

 

 

이 책들은 사자마자 다 읽어버렸고. 역시나 하면서 읽었었고. 마츠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시나 참 대단하다 싶다.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밑바닥까지 헤치다니. 이 정도 경지이면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글들이 나오겠는가 싶다. 조금 음산한 분위기이고 너무 강렬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밝아지진 않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아 잘 읽었다 싶은 게 이런 책들이다.

 

 

 

<인터스텔라> 본 여파로 계속 찾아 읽고 있는 과학도서 시리즈 중 하나이다. 물리학은 내가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꽤 좋아했던 과목이라 흥미가 확 당기는 책들이긴 하다. <인터스텔라> 이전에 이미 사두었던 책들을 하나씩 내놓고 보고 있다.

 

이 책,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은이인 월터 르윈에 대한 감탄이 이어지는 책이다. 물리학 교수인데, 정말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사랑한다고밖엔 여겨지지 않는 열정이 있다. 일상 속에서 물리학을 찾고 그 속에서 신비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 기쁨을 얻고 그 기쁨을 나누고자 강의를 한다.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을 정도로. 그 열정이 부러워서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자기가 배운 것에 그렇게까지 감동받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난 과연 지금 그러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계속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끔 하는 책이다.

 

물론, 물리학 각 분야별 설명도 훌륭하다. 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제대로 그 원리를 가르칠 때 느껴지는 해박함과 진지함과 전문성이 느껴진다. 좋다. 한 챕터씩 아껴가며 읽고 있는데 읽는 내내 머리를 가만 놔두지 않을 수 있어서 더 좋다.

 

*

 

올 한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안 읽기도 했지만, 사는 것도 게을렀다. 사는 게 빡빡하다는 이유로 나를 놓아버려서는 안되는데. 반성이 많이 된다. 그 마음의 정리는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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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0 링컨 라임 시리즈 10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이제 제프리 디버의 라임 시리즈도 슬슬 그만 봐야겠다 싶다. 반전과 트릭 좋은데, 이번 편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맥이 끊겼다는. 물론 드론 같은 최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들은 괜챦았다. 그런 점에서 디버는 상당히 공부하는 작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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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날이 일요일이라는 것은,

12월의 첫날이 월요일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왠지 꽉찬 느낌이랄까.

 

혼자서 집에서 도닥거리고 있으려니 괜한 상념들이 마음에 들어찬다. 가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철학적이라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꽤나 사색적이 되곤 해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정리할 게 뭐 그리 많누.. 라고 하면 뭐... 사는 게 워낙 정신없고 대책 없고 임기응변적인지라 가끔씩 이렇게 '청소'라는 걸 안 해주면 힘들다.. 라고까지 말해두자.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스마트폰의 클리너 앱과 같은 게 내 머릿속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생각날 때 꾸욱 눌러주면 쓸데없는 것들이 싸악 사라지고 청정지대가 도래했으면 좋겠다고.

 

하긴, 그게 안되니 사람인가.

 

오늘은 최근에 못 샀던 추리소설들을 샀다. 요즘엔 도대체가 읽을 만한 게 없어 투덜거리고 있던 차 (사실 넌 넘 읽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한다 ㅜ) 일본 사회파소설 거장들의 책이 줄줄이 나와있길래 오늘 바로 구매에 들어갔다.

 

 

 

 

 

 

 

 

 

 

 

 

 

 

 

 

 

마츠모토 세이초야... 다 읽어버려야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다. 대체로 작품수가 많으면 어느 한켠 시시해지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읽을수록 좋다.

 

 

 

 

 

 

 

 

 

 

 

 

 

 

 

요코미조 세이지도 마찬가지. 이 사람의 이 검정색 표지 책들은 하나도 중고로 내다 팔지 않고 얌전히 책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이번 작품은 10년만에 다시 내었던 책으로, 추리 부분은 좀 약해졌지만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해결도 못한다네?) 갈등구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어느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책을 펼쳐들고 음악과 함께 (온갖 고상을 다 떨어대며) 읽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요코미조 세이지의 소설을 들고 심취해 읽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반가와서 물어봤더니 알라딘 중고 서점 갔다가 발견하고 사서 읽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좋은 거 추천해달란다. 바로, 그 즉시 뒤져서 주루룩 리스트를 안겨 주었다. 비슷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십년만에 친구를 만난 기쁨보다 더하더라..

 

 

 

요 책도 같이 샀다. IoT니 하는 것들이 요즘 급부상하고 있고 - 사실 요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였다. 지금 기술들이 마구 터져 나와서 그렇지 - 이것이 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는 것은 예측되고 있는 바. 제레미 리프킨의 이 책은 그런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넘 두꺼워서 어느 세월에 들고 읽을 지 모르겠지만서도.

 

12월에는 사두었던 좀 생각해볼 만한 책들을 읽는 시간으로 삼아볼까 한다. 넘 머리를 안 썼더니 머리가 굳다 못해 이젠 거의 석기시대 유물같은 느낌이 되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게 윤택하더라도 천박한 일상이 이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 조카를 위해서 이 책도 샀음을 덧붙이며..ㅎ 

 

사실 이런 책 사면서도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제 초딩 4학년이라 아무리 어리다 어리다 해도 몇 년 뒤에는 이런 만화책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 그럼 난 무슨 책을 사줘야 하나..

 

그래서 내가 사둔 책들 중에서 조카가 중학교 때 읽을 만한 책들을 앞에다 두도록 책장정리를 할까 싶다. 지금은 내 관심사 위주인데.. 조금 분류를 할 필요가 있겠다 는 생각이다.

 

내가 중학교 때 어떤 책을 읽었더라..를 생각해보니 사실 어른들이 읽는 책들 중에 못 읽을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의 헤르만 헤세의 책들도 읽었고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같은 철학책들도 읽었었고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류의 책들도 읽었었다. 추리소설도 아가사 크리스티니 코난 도일 이런 류는 1,2 학년 때 다 읽었던 것 같고...

 

그 당시만 해도 책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전집을 사서 읽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한국문학전집 (김동리, 김동인...)이나 세계문학전집 (우리가 아는 많은 작가들... 까뮈, 프루스트...)을 탐독했었고 가끔 엄마가 사오는 프랑스 소설들도 즐겨 읽었었다...

 

아마 우리 조카도 책을 좋아한다면 이런 책들을 전부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요즘은 책이 끝도 없이 출판되고 있으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내가 데리고 나가서 같이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여 나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고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사람이라는 존재를 키우는 어른들의 기쁨이자 보람이겠지. 우리 조카는 남자애라, 어쩌면 게임에 더 빠질 지도 모르지만, 내가 잘 데리고 다니면서, 내 책장에 책들을 선보이면서 책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커갈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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