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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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처럼 입양이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몰랐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이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고 싶은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공개입양을 주제로 다룬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성장동화다.

처음 하늘이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엄마가 왜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이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꺼리가 아닌데도
엄마는 그런 하늘이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입양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그리고 엄마는 항상 이쁘고 똑똑한 하늘이라고 말하면서 꼭 덜렁댄다는 말 한마디로 깍아내리려 하니
엄마가 왠지 입양이라는 것을 무기로 사람들에게 무언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풍으로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할머니와의 좋지 못한 관계까지 썩 좋은 엄마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순 하늘이의 삐뚫어진 마음으로 바라보는 엄마에 대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엄마가 자신의 친자식도 아닌데다 심장병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를 데려다 키울 생각을 할까?
물론 자신은 자식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엄마 아빠없이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고
자신이 품에 안고 자식처럼 키워 보려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어느 친부모 못지 않은 사랑을 가진 엄마란 생각을 한다.
누가 강제로 시킨것도 아니고 입양아를 키운다고 큰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좋지 못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하는 입양이 엄마에게는 쉬웠을까?

하늘이가 바라보는 엄마는 가만 생각해보면 사춘기적 우리가 가지는 엄마에 대한 시각과 닮아 있다. 
우리는 간혹 엄마에게 혼이나거나 잔소리를 듣고 또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싸우게 되면
시시때때로 내가 어디서 데려온 자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왠지 무엇이든 감싸주는 그런 따뜻한 엄마가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처럼
하늘이도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더 엄마와 갈등을 겪는건지도 모르겠다.

풍으로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와의 관계 또한 하늘이에게는 참 버겁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자신에게는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는둥
하늘이도 이미 다 알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실들을 콕콕 찝어 이야기하는 할머니가 좋을리가 없다.
하지만 할머니 말씀이라면 모두 네네 하고 받아들이는 아빠와의 관계를 보며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다.
자신과 엄마는 어딘지 무게감이 없는 모녀지간인것만 같고 할머니와 아버지는 진짜 모자지간처럼 여겨지니
아마도 하늘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생긴 벽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

그리고 같은 입장이지만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게 된 한강이라는 아이의 가출로
엄마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듯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서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하늘이가 언젠가 친부모를 찾아갈지도 모를 엄마의 불안감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공개입양된 하늘이의 성장통은 보통의 우리 가정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나 또한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와 알 수 없는 벽을 쌓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며 성장한것처럼
하늘이 또한 보통의 우리가 자라는 모습처럼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것이 아니라 그들 가족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그래서 하늘이나 한강이와 같은 아이들이 편견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강렬한 메세지가 담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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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독서왕 아이앤북 창작동화 28
김현태 지음, 배종숙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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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와 아이들은 서로 바라는게 다를까?
엄마들도 아이였을때가 있을텐데 하기 싫은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책 좀 읽으라고 염불을 왼다.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운 아이들은 어떻게든 엄마의 침튀기는 잔소리를 벗어나 게임만 했으면 좋겠다.
PSP니 닌텐도니 핸드폰이니 하는 손에만 들고도 게임이 가능한 기기들 때문에 엄마들은 더욱 속이 탄다.
아이들에게 게임보다는 책이 더 재밌다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알려줄 수 있을까?
게임기를 사달라고 매일 쪼르는 진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마침 진우네 반은 한달동안 독서기록통장 시범반이 되어 독서왕에게는 게임기를 준단다.
마침 진우가 가지고 싶어 하던 게임기였는데 뜻밖의 상품에 깜짝 놀란 진우는 눈을 반짝반짝 굴린다.
하지만 책은 죽어라고 싫어하는 진우가 어떻게 독서통장에 도장을 꽉꽉 채울까?

얼마전에 조카아이가 자기는 부자라고 자랑을 하길래 왜그런가 했더니 바로 이 독서통장 이야기였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조카아이는 학교를 마치면 부랴부랴 도서관엘 가기 바쁘니 통장이 모자랄판!
그렇게나 책이 좋다는 조카아이를 보니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것만큼 참 기분이 좋았다.
진우도 이제 게임기를 받기 위해 매일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걸까?




언제나 책만 보는 반장이 얄미운 진우는 반장보다 도장을 더 받겠다며 잔머리를 굴리더니
삼총사친구 필교와 찬호를 꼬드겨 자기 통장 하나만 꽉꽉 채우기로 계획을 세운다.
그럼 그렇지, 책을 싫어하는 진우가 책을 읽겠다고 도서관을 들락거릴리가 없다 .
한번 거짓으로 도장을 받고 나니 더이상 꺼릴것도 없이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드디어 진우는 독서왕이 된다.
무엇이든 한번이 어렵고 처음이 힘들지 한번만 하고 나면 다음은 쉬워진다더니 나쁜짓도 매한가지!




독서왕이 된대다 게임기도 타고 학교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와서는 단박에 스타가 된 진우는 그저 신났다.
그런데 게임기를 받고 스타가 되고보니 친구들과 게임기를 돌려가며 하자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진우만 철썩 같이 믿었던 필교와 찬호가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까? 
엎친데 덮친격으로 선생님께서 반대표로 학교독서퀴즈 대회를 나가라고 하시니 이젠 정말 큰일 났다.




친구들은 그간의 계략을 몽땅 폭로해버린다고 협박을 하고 독서퀴즈대회는 점 점 숨통을 조여오니
진우는 게임기는 친구들에게 줘버리지만 양심의 가책이 점 점 더 커져버려 더이상 참을수가 없다.
거짓말은 더큰 거짓말을 낳는다고 했지만 거짓말을 실토하고 나면 더이상의 거짓은 없어지는 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진우가 그냥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다 털어놓는걸 보니 아직은 순수한 아이다.




'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모든것을 말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기 때문에 이번 한번은 용서 할 거야.'

진우의 고백으로 선생님은 무척 화가 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는 대신 .
도서관 사서를 도와 도서관 책 정리를 해야하는 그럴듯한 벌칙을 내린다
책이라면 죽어도 싫었던 진우지만 손상된 책을 잘 고치고 책정리를 하다보니
점 점 책과 친해지고 가끔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다보면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어느새 게임기로 가득찼던 머리속이 책으로 채워지고 있는 진우를 보니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책속에 길이 있고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책을 보면 똑똑해진다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책과 친해지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하기보다 책과 가까워질 기회를 주어야하지 않을까?
진우처럼 처음 가진 마음은 불손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책을 손에 쥐게 되니 어느새 책과 친해진것처럼 말이다.
가끔 우리도 아이들에게 책정리를 시켜보는건 어떨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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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비룡소 전래동화 14
이현주 글, 송희진 그림 / 비룡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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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이 반쪽이어서 남들은 두개인 것들이 모두 하나씩 밖에 없는 아이인 반쪽이를 상상하면
한쪽 다리로 걸을 수 없으니 깡총 깡총 뛰어다닐수밖에 없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엄마가 태몽으로 고양이가 물어가고 반토막 남은 생선을 먹고 태어난 반쪽이는
비록 남들보다 하나씩 부족하지만 무지 힘이 세다는 특기를 가지고 있답니다.
멀쩡한 형들은 반쪽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반쪽이를 떼어놓을 궁리를 한답니다.

매번 형이 좋아 졸졸 따라다니는 반쪽이를 커다란 바위에 묶거나 나무에 묶어 따돌리곤 하지만
힘이센 반쪽이는 바위를 불끈 들어 집 앞마당에 내려놓고 나무도 뿌리채 뽑아다 가져다 놓고는
장가갈때 쓸려고 미리 준비해두는 거라고 말한답니다.
형들이 원망스럽고 미울만도 한데 반쪽이는 뇌가 반쪽이어서 그런건지 미워할줄을 모르네요!
그래도 장가갈 때 쓸 떡돌과 떡메를 미리 준비할 생각을 하는걸 보면 아주 모자라는건 아닌듯해요!

아무리 따돌려도 금새 풀려나버리는 반쪽이가 얄미운 형들은 이번엔 진짜 호랑이굴속으로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우리의 힘센돌이 반쪽이는 '끄응' 한번으로 칡넝쿨을 끊어버리고는 세마리 호랑이 꼬리를 한데 묶어
빙빙 돌려서는 호랑이를 바닥으로 던져 죽게 한 후 호랑이 가죽을 세벌이나 챙깁니다.
호랑이 세마리도 꼼짝 못하게 하는 반쪽이라니 참 대단하지 않나요?

호랑이 가죽을 메고 부잣집을 지나가다 호랑이 가죽을 탐내는 집주인과 장기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
반쪽이가 이기면 딸을 주겠다고 하니 안그래도 장가갈 준비를 하던 반쪽이가 마다하지 않겠죠?
힘만 센 반쪽이일줄 알았는데 머리도 제법 쓸만했는지 내리 세판을 다 이겨버리네요! 허 참!
졸지에 반쪽만 있는 녀석에게 딸을 주기가 아까운 부잣집 주인은 머리를 쓴다고 써 보지만
똑똑하고 야무지고 힘센 반쪽이를 당할수가 있나요?^^

보초병들을 몽땅 골려먹듯 따돌리고 아가씨를 업어다 혼인을 하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그림을 그린듯 때로는 판화로 찍어낸듯한 삽화를 보면 전래동화지만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특히 보초병들을 골탕먹이는 부분은 아이들이 제일루 신나게 여길 그림과 이야기랍니다.
게다가 그림속에는 반쪽이 말고도 요모조모로 숨어 다니는 고양이를 찾는 재미도 있다지요!
가만 보니 생선을 반토막 물어간 고양이도 어느새 반쪽이처럼 가정을 일구고 반쪽고양이를 낳았군요!

여기 나오는 멀쩡한 형들이나 멀쩡한 부잣집 주인을 보면 반쪽이만도 못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쪽인 몸을 가지고도 불평이나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착하고 바르게 사는 반쪽이를 통해
멀쩡한 몸을 가진 우리도 우리의 장점을 살려 바르고 착하고 자신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참 멋진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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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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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살아 있다는거 아세요?
시맨과 자갈과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가 무슨 생명이 있냐구요?
하지만 가끔 원인 모를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문들이 쾅쾅 닫히고 전구가 나가잖아요!
그게 바로 아파트가 살아 있어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 있다는 증거래요! 하하!

여기 40년된 푸른 아파트가 있어요! 정말 오래되어 재건축을 해야 맞는데 어쩐일인지 허가가 나지 않네요!
그러자 아파트에 검은 띠를 두르고 온갖 글들을 적어 안그래도 오래되어 낡은 아파트가 더 흉물 스러워졌답니다. 그런데 가만 어디선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바퀴가 간지럽힌다느니 옆구리가 갈라져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느니 낡으면 빨리 무너져야 한다는둥 꼭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네요! 아파트가 살아있다니 정말 신기한걸요?

그런데 가만 보니 1동이 앞뒤가 안맞는 엉뚱한 말을 하곤 하는데 40년전 벼락을 맞아서 그렇다는군요, 그래두 위험해 처하면 사람을 지켜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넘친대요, 그리고 2동은 자신의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애착이 강하구요, 3동은 안그래도 상당한거 같은 검은띠에 기동이의 낙서까지 더해져 기가 죽었어요. 구석진곳에 위치한 4동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군요, 그래두 자신이 좋아하는 괴담을 만화로 그리는 만화가만은 참 좋아해요! 그리고 밤이면 아무도 없어 쓸쓸한 상가건물까지 정말 아파트가 살아 있어요!

기동이는 어느날 엄마 아빠가 할머니집에 데려다 놓은 2동 102호 할머니의 손주랍니다. 2동은 왠지 처음부터 별루 예의가 없어 보이는 기동이가 싫지만 할머니를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기동이는 분필을 가지고 다니며 여기저기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고양이에게 돌맹이를 던지고 툭하면 아파트를 걷어 찹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불평 한마디없이 그저 따뜻한 사랑으로 기동이를 보듬어 주네요! 아빠 엄마 없이 사는 기동이가 안쓰러운 거랍니다.

학교도 한살 어린 친구들과 다녀야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다행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단아를 만나 고양이때문에 친해지기 시작하자 낙서는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기동이는 친구가 없어 너무 심심했었나 보네요! 그리고 4동에 만화가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는 호기심에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화가를 좋아하는 4동은 기동이가 못마땅해 가지 못하게 방해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동이를 누가 말릴수 있겠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기동이는 드디어 만화가 아저씨를 만난다지요,

만화가 아저씨는 기동이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책보다는 돈을 벌 수있는 책을 만들다 보니 기동이가 자신의 옛날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뜨끔해집니다. 그리고 만화가가 꿈인 기동이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자 4동 아파트는 기동이의 따뜻한 만화에 점 점 빠져들게 된다죠! 고양이가 주인공인 기동이의 만화가 못내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개구쟁이 기동이는 참 의젓하고 착합니다. 아빠 엄마를 봤을때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문제아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여자친구 단아를 만나 고양이를 걱정하고 학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습니다. 게다가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확실한데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로부터 만화그리는 법을 전수받기까지 한다죠! 기동이 참 멋진 녀석이에요!

' 세상에 나는 것들은 다 지 헐 몫을 가지고 나는 것이여, 허투루 나는 게 한나 없다니께, 고 단단하던 것들이 이렇게 제 몸 다 낡도록 사람들 지켜 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인자 지 헐 일 다 허고 , 저 세상 간다 생각허니, 짠허다.'     ---p168

다시 재개발이 확정되고 이제 사라져야하는 낡은 아파트가 마지막까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우리 사람들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아파트끼리도 서로가 의지하고 충고하고 위로하며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듯 우리 사람들도 각자 다른 모습과 성격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란 요란 푸른 아파트가 이제 자신의 사명을 다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기를 기다리듯 우리들도 우리의 몫을 다 해내고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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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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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좁은 아빠?
남자들이 나이를 먹으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는 잔소리도 심해지고 괜히 울적해진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속좁은 아빠일까? 하는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이야기속엔 정말 속좁은 아빠가 있다.

첫 등장부터  이 속좁은 아빠는 매일 술을 먹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밉상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해 세상에 대한 불평을 술을 먹고 토해내는 아빠의 모습이 절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좋게 비칠리가 없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술만 먹으면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고래아저씨인데다 다음날이면 자신이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또 저녁이면 술을 먹고 들어오니도저히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금주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저게 분명 사기일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상한 클리닉이다. 아빠에게 가짜 암진단을 내려 정신을 차리게 하고 금주와 금연을 확실하게 성공시키며 게다가 몸무게까지 빼준단다. 마음이 급한 엄마는 선뜻 계약을 하고 거금을 붙여주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만 기다린다. 어른들은 참 작은것에도 이리 저리 재어보고 따져보는데 어쩜 이리 큰일은 쉽게 결정을 내리는지 현주도 미심쩍어 답답해하듯 독자들도 함께 걱정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우여곡적끝에 아빠는 암을 진단받는다. 금주클리닉의 가짜 진단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녀는 그저 아빠가 상심에 빠져 있는 모습이 왠지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예상을 뒤엎는 일이 벌어진다. 아빠가 정말 암에 걸려서 진짜 수술을 해야한다는 정말이지 어이없고 황당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이 된거다. 그럼 금주클리닉은 사기였던걸까? 어쨌든 그 덕분에 암을 발견할 수 있어 빨리 수술을 하게 되었으니 좋다고 해야하는지 참으로 아리송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냥 장난 쬐금 쳐서 아빠의 술버릇을 잡아 보려 했을뿐인데 그런 역적모의에 대한 벌이라도 받는걸까?

어찌 되었건 암진단 이후 아빠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인다. 전에 없이 다정하게 대해주는가 하면 술도 마시지 않고 일찍 들어와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잘못 살아왔던 것을 반성하는 아빠를 보니 주인공은 비록 술때문에 아빠를 미워했긴 했지만 그래도 죽기를 바란건 아니라고 울면서 믿지도 않는 신에게 불평스럽게 따지기도 한다. 사람은 언제건 죽을 수 있는데도 죽음이 눈앞에 오는 순간이 되면 삶의 태도가 달라지나보다. 진작에 정신을 차렸다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왜 평소에는 그런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걸까?


아빠의 병원에 다니며 알게 된 선우라는 아이는 최연소암환자인데도 항상 밝고 건강해 보인다. 주인공 현주를 자기 멋대로 여자친구로 만들어서는 자꾸만 장난을 걸지만 아빠가 수술에 들어가 불안해 하는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이 주고 받는 대화나 문자 메세지등은 요즘 아이들의 이성교재를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선우 또한 재발 암환자여서 중환자실에 들어가 의식을 찾지 못할때에는 정말이지 현주처럼 마음이 아파온다. 언제나 장난치며 웃을거 같던 아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에 현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핸드폰 벨소리로 지정을 해놓고 꿈결에라도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얼른 깨어나기를 바란다.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고맙다, 얘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게.'       ---160

아빠는 물론 수술도 잘끝나고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직 항암치료가 남아 있어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선우처럼 어린 아이도 용기를 내어 항암치료를 견디며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에 아빠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가족들과 기차여행을 한다. 그리고 찾아간 폭포수를 겨우 피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며 저 소나무가 뿌리로 인해 살아가는 힘을 얻듯 아빠는 자신과 동생과 엄마가 뿌리여서 자신도 살기위해 최선을 다해 가족의 뿌리가 되어 주겠다며 다짐을 한다. 그리고 폭포수를 바라보며 선우의 잔뿌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우의 전화를 받는다.

참, 그런데 아빠가 속좁은 아빠인 이유는 위암이어서 암덩어리인 위를 잘라버리고 나니 위가 줄어들어 붙인 별명이다. 위를 다 덜어 낸 사람은 속없는 사람이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는 아빠를 보니 절망하고 좌절하는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는 수술 후 엄마만 찾고 엄마에게만 매달리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런 아빠를 다 받아주는 엄마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록 술때문에 미워했던 아빠지만 진짜 암선고를 받고 암수술을 해야하는 아빠가 살아주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마음 또한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 그 사기꾼인지 아닌지 모를 금주 클리닉은 어떻게 된걸까? 어쨌거나 이들 가족들에게는 그 덕분에 아빠의 암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들이 약속한 대로 금주와 금연 그리고 체중 조절까지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는 아무리 사기꾼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진실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일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우리 아빠에게 불만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덜컥 큰 병에 들어 죽음 앞에 놓이기 전에 아빠의 뿌리가 되기 위해 무얼 해야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멋지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참, 선우는 정말 5년뒤에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가 되어 현주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하는 희망적인 바램을 가지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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