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2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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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을 세 달여에 걸쳐 읽었다는데 우선 후련함이 느껴진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늘 그렇듯이 읽고 싶은 신간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를 넘기지 않으려 했으나 2015년이 밝은지 삼일이 지났다. 숫자라는게 무어그리 작년과 올해라는 시간을 구분짓는 것인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한스 크리스토프라는 젊은이가 마의 산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사촌을 만나기위해 우연히 들렀다가 우연히도 결핵을 발견하고 어찌어찌 머물다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요양원에서의 무료한 시간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산 아래 세상과 점점 단절하게 만든다. 요양원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아픈 사람들의 일상이 집요하게도 묘사되는데 한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산 아래 살고 있는 나조차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양 현실 감각을 잃게 되는 묘함이 느껴진다. 하권까지 합해 사분의 일 정도를 남겨두고 사촌 요아힘도 세상을 뜨고 한스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자살등으로 떠나고.. 요양원의 사람들은 하나둘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나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한스의 운명이란.. 책의 말미에는 한스를 두고 인생의 걱정거리 녀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스에게 발견된 새로운 병은 어찌 치료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 전쟁에 나간다고.. 그야말로 한스의 생사를 우리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공기가 희박한듯 설원이 펼쳐져있는 배경 속의 요양원을 떠올리며 나는 담요 하나만 덮고 한데에서 안정요양을 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실 끝까지 이해는 안되었지만 그저 가련한 우리 인간들, 내 한치 운명도 내다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든다. 새해벽두부터 조금 우울한 결론이겠으나 전쟁에 나간 한스가 흥얼거렸던 노래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그저 읊조린 그의 노래에서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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