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19일 - 햇빛 쨍쨍

 

오늘 한 일 - 하우스 뒤 노지 고추, 가지, 토마토 정리, 신축하우스 1개동 두둑 만들기, 토마토, 고추 하우스에 칼슘 엽면시비

 

어제 장맛비가 내렸다. 장대같은 비가 왔다 잠시 멈추고 가랑비처럼 오다 또 장대비가 쏟아지길 반복했다. 다행히 하우스 배수구엔 큰 문제가 없었다.

 

 

지금까지 별탈없던 토마토에 이상 신호가 잡혔다. 말라 죽어가는 토마토가 생기고, 배꼽썩음병도 보인다.

 

 

병의 원인을 칼슘부족으로 판단했다. 고추도 단단하게 여물지 않고 있는데 이것도 칼슘 부족 탓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토마토와 고추 모두 칼슘을 투여했다. 흙살림 라임이라는 제재를 500대 1로 희석해 엽면시비했다. 이게 효과를 발휘해 지금까지 땀흘려 가꾸어 온 작물들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작물을 키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또한번 느낀다. 마치 아이를 키우듯 영양소를 빠짐없이 줘야하는 것은 물론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아야만 한다. 병균이나 곰팡이는 도처에 깔려있다. 이것이 병을 일으키느냐 그렇지 않는냐의 여부는 오로지 개체의 건강성에 달려있다. 그리고 작물이나 아이는 스스로 그 건강성을 챙기지 못하기에 애정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보호는 안된다. 아이는 물론 작물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새로 온 동물 식구들 중 토끼가 마냥 귀엽다. 사람이 오면 반갑다는 듯 마중나온다. 염소와 오리는 아직도 경계 태세다. 먹을 것을 같다 줘도 쉽게 경계를 허물지 않는다. 웃자란 상추를 토끼에게 주니 너무 잘 먹는다. 할머니들이 아이들 먹는 모습을 보면 좋아라 하는 이유를 알 듯 싶다.

 

농장 식구들 모두 모두 건강하게 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더위에 땀을 비오듯 쏟고 있어 걱정이다.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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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17일 - 햇빛 쨍쨍

 

15일 한 일 - 하우스 뒤 노지 지지대 박기, 체험단 행사 돕기, 토마토 양분(빛모음, 바이오슘, 방성균), 9번 고추 하우스 파워진달래로 진딧물 방제

17일 한 일 - 방울토마토 곁순 제거

 

지난 토요일엔 흙살림 토종농장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오리 두 마리, 토끼 여섯 마리, 흑염소 두 마리다. 흑염소는 이사가 싫은지 소리를 지르며 새 우리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몸을 한바퀴 껑충 뒤집어서 뛰기도 하고, 뒤로 자꾸 버틴다. 새끼들임에도 그 힘이 만만치 않다. 작물만 키우다 동물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다. 하지만 걱정도 든다. 겨울이 되면 먹을 풀도 없어지고 또 다 커서 더 이상 기를 수도 없을텐데... 애완용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보신용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애정을 안 줄수도 없고... 그래, 애들아,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도록 내 최대한 힘써 주마.

 

 

방울토마토도 익어간다. 머지않아 결실을 맺을 거다. 얼마나 달콤하게 잘 익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이날은 서울 광진구 도서관의 도시농부 가족들이 토종 모내기 행사를 위해 농장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모 심는 법을 가르쳐주고 보리 베기를 도와주었다. 오랜만에 사람들 틈 사이에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입가에 미소가 그치질 않는다. 땡볕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에도 아랑곳않고 아이들과 자연 속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앞으로 내 개인 농장을 꾸려간다면 꼭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만들 생각이다. 그것이 삶의 기쁨이 되리라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또한 내 딸아이에게 아빠로서 해주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오늘도 난 딸과 헤어져 이렇게 온 몸을 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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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14일 - 흐리다 맑음 하우스 최저 19도 최고 43도

 

오늘 한 일 - 신축하우스 토마토 유인줄 걸기, 토종 조와 수수 파종

 

6월은 농가의 수확 시기다. 감자에 이어 보리도 그 결실을 맺었다. 마을 주민의 콤바인을 빌려 보리를 수확했다. 넓은 땅덩어리를 차지하던 보리가 베어지고 그 열매만 늘어놓으니 생각보다 양이 작아보인다. 그래도 이렇게 잘 익어주니 참 고맙다. 이젠 말리는 작업만이 남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신축하우스에 방울토마토 유인줄을 맸다. 하우스는 6미터 50센티미터의 폭에 길이는 120미터가 훌쩍 넘는다. 트랙터를 타면서 하우스 골조 위에 줄을 매다는 작업이다. 지난 4월 이후 두번째라 그런지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이다보니 지루하다. 게다가 하우스 한 동이 고장 난 바람에 비닐이 다 올라가지 않아 하우스 안은 완전히 찜통이다.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300여개의 줄을 매달았다. 속옷은 땀으로 젖어 더 이상 빨아들일 능력을 잃어버렸다.

 

유인줄 매기가 끝난 후엔 달을 보며 토종 강화조와 몽당수수를 육묘트레이에 파종했다. 흙살림에 와서 지금까지 모종을 심기만 했지 직접 씨앗을 파종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상토를 트레이에 담아 살짝 눌러 공간을 만든 후 씨앗을 뿌리고 다시 복토를 하는 과정이다. 파종 후 물주기가 관건이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 발아와 성장이 잘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서리태처럼 생긴 오가피콩도 파종했다. 잎이 다섯장에 그 맛도 오가피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 수수 같은 경우엔 뻥튀기를 하면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한다. 강정에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둘 다 직접 먹어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육묘하우스 앞에 고무대야가 놓여져 있다. 그 속엔 연이 심겨져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종자란다. 그런데 한 주당 가격이 무려 십만원이다. 아무리 관상용이라고 하지만 그 가격이 너무 놀랍다.

물론 억을 호가하는 소나무도 있다. 분재나 난 같은 경우에도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인 경우도 흔하다. 이런 관상용 식물들을 지켜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세상의 값어치라는 것이 제대로 매겨진 것일까. 이런 생각은 명품으로까지 이어진다.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는 그 과시욕이 가치을 가치있게 평가하지 못하고 값어치만 올려놓은 것은 아닐까. 진짜 가치와 가짜 값어치를 구별할 수 있는 심미안과, 과시하려 들지 말고 직시하려 드는 마음을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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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13일 - 오전 흐림, 오후 햇볕 나다 흐림

 

오늘 한 일 - 감자 캐기, 하우스 돌 치우기, 창고 정리

 

밤꽃이 피었다. 오디가 익어간다. 벌써 여름이다. 장마도 오고 있다. 밤꽃이 피니 가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가을을 생각하다니... 더위가 싫긴 싫은가 보다.

 

 

잠깐 짬을 내어 토종 괴산 쪽파를 채종했다. 쪽파는 마늘처럼 캐내어 말리면 종자로 쓸 수가 있다.

 

감자도 한 두둑 캐냈다. 아직 캐는게 서툴다보니 자꾸 감자에 흠집을 냈다. 호미로 두둑을 파내면서 감자를 캐내는 과정에서 호미날이 감자를 건드는 것이다. 아직 요령이 없어서다. 잠시 요령을 파악한 후 두둑을 좌우로 살며시 걷어내며 파헤치니 상처를 입히는게 조금 덜하다.

 

이렇게 상처 입은 감자들은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없어진다. 그렇다고 전혀 먹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들은 따로 골라 생산자가 자가 소비하는 수밖에. 직접 감자를 캐보니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선택이 얄밉게 느껴진다. 내가 소비자였을 땐 모양도 예쁘고 상처도 없고 먹기 좋은 크기로만 고른다고 시간을 많이 썼다. 그런데 생산자 입장에 서보니 그런 소비자가 얄미워진 것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다. 상추도 너무 크거나 작으면 안되고, 낱장을 자르는 과정에서 심이 부서지거나 깔끔하게 따지 못하는 것들은 버려진다. 이번 감자도 마찬가지로 조금만 상처가 나도 진열대에 오르지 못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너무 안타깝다. 모두 먹을 수 있는 것들인데... 건강한 식품들인데.

못생기고 울퉁불퉁하고 크기가 고르지 못한 것이 바로 자연스런 모습이 아닐까. 누구나 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듯 우리 농산물도 상처를 지닐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는 마음. 꼭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처는 자꾸 만지면 곪는다. 때론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일 때도 있다. 가끔은 우리 농산물의 상처에 눈감아주기도 해보자. 그리고 내 마음 속 깊은 상처도 자꾸만 들처보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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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12일 - 하루종일 보슬비

 

오늘 한 일 - 고추 지지줄 매기, 신축 하우스 돌 치우기, 토마토 양분 공급(구아노, 퀵마그네슘, 미리근, 흙살림 마임-칼슘제)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 뿐이랴. 사랑도 그렇더라. 그런데 우리가 키우는 작물도 제 열매의 무게를 못이겨 기울더라. 고추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하니 쓰러지기 시작한다. 지지줄을 좀 더 일찍 매주었더라면 일도 수월하고 고추도 튼튼하게 자랐을 터인데.

차면 기우는게 자연의 법칙이라면, 그 기우는 것을 막고자 애를 쓰는 것이 인지상정이렸다. 옛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사랑에 집착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지 않겠는가. 사람의 욕심으로 자신이 감당못할 고추를 주렁주렁 달게 된 고추야 기울어지는 게 당연한 일. 그것을 막고자 사람은 또 지지줄을 맨다.

 

봄에 꽃을 피웠던 매자나무에서도 열매가 맺혔다.

 

꽃이 떨어진 자리엔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또 차는 법. 기울어진 사랑도 다시 찰 수 있으려나. 기울어진 고추도 다시 꼿꼿이 일어서 자랄 수 있으려나. 달이야 놔 두어도 차고 기울고 하겠지만 고추는 놔 두면 쓰러져버린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찌해야 하나. 그냥 놔 두면 다시 차려나, 아니면 지지줄을 매듯 애를 써야 돌아오려나. 자연과 인위 사이에서 쩔쩔매는 게 사람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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