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돌담길이다.
성인남자의 눈높이를 살짝 넘기는 돌담의 매력.
까치발을 하면 안이 보인다.
즉 누군가의 삶이 궁금하다면 까치발을 하는 정도의 티를 내고 노력을 하라는 것.
반대로 담을 쌓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가로막지는 않는 속내.
이게 흔히들 말하는 소통을 향하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돌담의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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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강아지풀이 뛰어논다. 아이에게 강아지풀을 가르쳐줬더니 볼 때마다 멍멍이풀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개꼬리풀이라고도 불려왔다.
조의 야생종으로 조심히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구황작물로도 쓰였다. 벼과의 식물이다. 이삭이 맺혀 익으면 껍질을 벗기고 죽을 써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황작물 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것은 가을은 보릿고개보다 그나마 견딜만해서였지 않았을까 맘대로 생각해본다.
강아지풀 뿌리는 9월에 캐어 말려서 촌충을 없애는 데 쓰기도 한다. 지금이야 구충제가 있으니 이 또한 쓰일 일이 없어졌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약용으로 사용한다. 열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충혈된 눈을 치료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 종기, 옴, 버짐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도 쓴다.
먹을게 흔해지고 약도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길가에 흔한 것들이 대접을 못받는다. 아니다. 건강염려증 덕분에 쇠비름, 개똥쑥처럼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것들이 씨가 마를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그런 영광(?)이 아직 강아지풀에겐 돌아가지 않았을 뿐일지도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을이 되니 강아지풀은 제 신명에 뛰어논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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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콩밭에 있다'고 표현들 하죠. 그런데 왜 하필 콩밭일까요.
두가지 설이 있네요.
하나는 소작농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주인의 밭 두둑이나 척박한 자투리땅에 콩을 심은 소작농은 추수할 때가 되면 매일매일이 근심입니다. 새나 짐승들이 콩을 먹지 않을까, 누군가 훔쳐가지 않을까, 주인이 두둑도 내 땽이니 거기서 나온 수확물도 다 내놓으라 하지 않을까 말이죠. 그러니 어디 일에 집중할 수 있었겠습니까.
아참, 소작농들이 그많은 곡물 중 콩을 심은 이유는 콩은 양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어 자라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되요. 콩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암모니아를 만들어 콩의 뿌리에 저장합니다. 그러면 콩은 이 암모니아를 이용해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만들게 됩니다.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을 통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것이죠.
두번째는 비둘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멧비둘기는 숲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데 콩밭은 정말 식은 죽 먹기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늘을 날면서도 콩밭만 생각하는 거죠. '비둘기는 콩밭에만 마음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변용되어 마음은 콩밭에 라는 표현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멧비둘기가 콩밭에 가려하면 총소리가 들리고 레이저빛이 번쩍거리고, 참 귀찮을듯 합니다. 반대로 농부는 이런 것들을 설치해놓고 한시름 덜었을까요.
어쨋든 지금도 자투리땅이나 두둑엔 콩이 심겨져 있죠. 아무데서나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콩이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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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쌀의 품종은 '추청'입니다. 흔히들 '아끼바레'라고 하는 것이죠. 1960년대에 일본에서 들어와 70년에 장려품종이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통일벼'가 보급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기도 쪽 토질과는 잘 맞지 않아 이쪽에선 추청을 심었다고 합니다. 맛은 당연히 추청이 더 좋았죠. 그래서 경기도 쌀이 맛있다는 평가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은 초밥을 먹죠. 그래서 식은 밥의 풍미도 중요합니다. 추청은 밥이 식어도 그 맛을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청이 들어온 시기 우리네 사정이야 갓 보릿고개를 넘긴 시기였으니 밥을 지금처럼 따뜻하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죠. 그러니 식어도 맛있는 추청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손쉽게 밥을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시대죠. '일품'이나 '호품'같은 '품'자가 들어간 쌀의 밥맛은 추청을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따뜻했을 때죠. 그래서 식어도 맛있는 품종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중이랍니다.
밥맛. 참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결코 개인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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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와 톱밥, 당밀, 미생물, 물을 배합해서 만든 거친 퇴비는 3개월 이상의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진 오른쪽이 막 배합시킨 퇴비이고 왼쪽이 6개월 이상된 퇴비이다. 
오랜 시간 발효과정을 거친 퇴비는 점점 색이 검게 변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흙냄새가 난다. 이런 변화는 미생물의 활동 덕분이다. 
결코 시간이 약인 게 아니다. 그 긴 시간 눈에 보이지 않게 힘을 쓰고 있는 미생물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이 약이 될 시간을 필요로 할 때, 실제로 필요한 건 힘이 되어줄 미생물이다. 그것은 당신이 키워내야 할 내공인 셈이다.

 

 

쌀겨와 톱밥, 당밀, 미생물, 물을 배합해서 만든 거친 퇴비는 3개월 이상의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진 오른쪽이 막 배합시킨 퇴비이고 왼쪽이 6개월 이상된 퇴비이다.
오랜 시간 발효과정을 거친 퇴비는 점점 색이 검게 변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흙냄새가 난다. 이런 변화는 미생물의 활동 덕분이다.
결코 시간이 약인 게 아니다. 그 긴 시간 눈에 보이지 않게 힘을 쓰고 있는 미생물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이 약이 될 시간을 필요로 할 때, 실제로 필요한 건 힘이 되어줄 미생물이다. 그것은 당신이 키워내야 할 내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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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2013-09-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공좀 쌓아야겠습니다. 그런데 미생물은 어떻게 구합니까? 집의 화분들이 영 맥을못추고있네요
저도 퇴비만들어보고싶네요

하루살이 2013-09-0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때문에 퇴비를 만드는 건 시간도 공간도 낭비라는 생각이... 그냥 잘 숙성된 퇴비를 사서 쓰시는게 더 나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