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딱 하나.
나처럼 <아웃> 같은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을 읽고 엄청난 기대를 하며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조심하시라는 경고를 하고 싶어서.

물론 평범한 작가는 이런 작품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조금 실망스러웠던 작품. 영화 보러 갈 때 기대를 엄청하고 간 영화는 언제든 실망으로 끝나는 것처럼. 책 뒤쪽에 나오는 작가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실현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작품.

보는 사람에 따라 호오가 확 갈라질 것 같은 소설. 나는 읽기 힘들었고, 공감하지 못했고, 별로 재미도 없었다.  이런 리뷰 쓰면 알라딘에게도 이런 작품을 애써 출판해 준 출판사에게도 미안하지만..

참, 그런데 제목 하나는 지독히도 잘 지었다.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인 책이니까. 그리고 표지를 보면 내용이 왠지 정말 잔인하고 무서울 것 같은데, 사실 표지가 주는 인상만큼 1차적인 공포를 주는 내용은 아니다. 그런 점 땜에 이 책 읽기를 미뤄두신 분이 있다면 그건 걱정 안해도 좋을 듯. 하지만 이 책이 가져다 줄 2차적인 공포(?)는 아무도 책임 못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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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2-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 책 전혀 안 무서워요. 땡스투 넘 감사해요;;; 근데 저 책 읽는 취향이 이도 저도 아니라.. 제 리뷰 보고 사셨다니 좋아하실지, 은근 걱정되네요.. 근데 그렇게 이 책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음, 저와 궁합이 잘 안 맞았다 할까요?? 실례로 다른 분들은 이 책 별점 대부분 4~5개 주셨더라구요. ^^;;

물만두 2006-12-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괴로운 점이 많은 작품인건 사실이죠^^;;;

알맹이 2006-12-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읽기는 괴로우나 감탄스러운 작품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제겐 왠지 감탄스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 책 높이 평가하시는 분들이 더 많고 당연히 그럴 만하다 생각해요. ^^ 물만두님 이전의 그 귀여운 사진 어쩌셨어요?? 그리워요~

픽팍 2006-12-2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 좀 힘들게 읽긴 했는데 재미가 있다기 보다는 좀 기괴한 소설이랄까? 기리노 나쓰오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죠. 작가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자신은 세상의 하부구조 밑바닥 사람들에게 관심이 간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괜찮게 읽긴 했습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서도. 정말 대중소설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내용이 너무 거시기해서리

알맹이 2007-01-0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대중적이지는 않지요 ^^

아츠 2007-05-14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들었고, 읽고 난후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읽을만한 소설이었다고는 생각합니다 ^^;

알맹이 2007-06-09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작품의 가치가 낮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읽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 이번엔 잔학기를 도전해 보려는데 약간 겁도 나네요~
 
거짓말의 거짓말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휴게소 주차장> 에피소드.
주인공 츠츠이는 어느 아침 출근길에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자동차 핸들을 45도 왼쪽으로 틀어버린다.
그리고 일탈이 시작된다. 딱히 이유는 없다. 츠츠이는 이유를 만들어 보려 하지만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 때문이라는 결론 뿐.

내가 그 얼마나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탈인가-
사정상 3년 넘게 계속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어서인지, 어떤 날 아침이면 문득, 정말 오른쪽 깜박이를 넣어야 할 시점에서 왼쪽 깜박이를 넣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일어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하지만 단 한번도 실현에 옮겨본 적이 없었다. 츠츠이가 나 대신 이런 일을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게다가 그렇게 문득 '차선변경'을 하고 싶어하게 하는 이유가 딱히 설명해 내려 해도 어려운 그 '거대한 무언가' 때문이라고 콕 집어 설명까지 해주지 않는가.

<그와 그녀의 거짓말> 에피소드.
친구 결혼식 탓에 다른 도시로 온 츠츠이 부부. 모처럼 아이도 없겠다, 호텔방에서의 하룻밤. 와인을 마시고 야경을 즐기고 꽤 로맨틱하다면 로맨틱하달 수 있는 밤. 그런데 문득 아내 히토미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편견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편견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거...'를 서로 해보자고. 그리고 상대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그리고 각자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한편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는데...

아무리 흉허물 없는 부부라 해도 있을 수밖에 없는 혼자만의 비밀, 그런 부분을 언뜻 내비쳤을 때 생기는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을 애써 얼버무리면서 그냥 또 살아가는 우리들. 이런 것들이 참 잘 표현되어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그 외에도 '츠츠이'라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인물의 나레이션을 통해서 우리들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참 잘 잡아낸 내 맘에 꼭 드는 짧은 소설집이었다. <파크 라이프>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매일 지루하도록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많이 해본 작가 같다. 하루키처럼 그저 자유로운 영혼으로만 살아온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소설들이 말해준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나같은 직장인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고.

내용만으로 봤을 땐 별 다섯 개를 주었겠지만, 거의 200%의 줄 간격에 엄청난 여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얇은 두께. 거의 동화책이라 생각될 만큼 글자와 여백이 비슷하니.. 왠지 책이 꽉 찬 느낌이 없어서 별을 한 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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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6-12-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다 슈이치는 B형이 아닐까요?흣
오랫만의 리뷰 추천합니다.ㅎㅎㅎ

알맹이 2006-12-20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헷. 정말 B형 같아요. 다들 B형 욕(?)하지만 전 B형 사람들 좋아해요. ^^ 제 베스트 후렌도 B형이랍니다. ㅋㅋ 추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였나? 박완서 님이 쓰신 글을 읽다가 이런 말을 본 기억이 난다. "이야기를 바치면 가난하게 산다"고. 어렸을 때부터 워낙에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이 말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역시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 운명인가, 하고. 그냥 소설만 좋아해도 그럴 텐데, 미스터리나 추리소설의 세계까지 발을 뻗치게 되면 정말 도저히 '이야기'를 읽는 데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어지고 돈 따위는 생각할 여력이 없어질 테니, 영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듯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인 온다 리쿠씨는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스스로가 한 사람의 광적인 '이야기' 팬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소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미스티리어스한 미스터리에 대한 4개의 소설 묶음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독서와 '이야기'에 대한 생각들을 여기 저기 풀어낸다.
요즘 사회는 사람들에게 느긋하게 책을 읽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 영상매체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획일화되고 있다는 생각, 미스터리 독자들에 대한 언급들, 이야기는 스스로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 등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장황할 정도로 서술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 서술들이 하나같이 책을, 특히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평소 두루뭉술하게 생각해 오던 것을 콕 집어 얘기해 주어 퍽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 소설집의 구조는 이 책의 재미 양대 산맥 중 하나를 형성한다. 작가가 마지막 작품 <회전목마>에서도 얘기해 주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소설집 자체가 네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 속의 책 <삼월의 붉은 구렁을>의 구조를 미묘하게 체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계속 앞을 뒤져보게 되고, 확인하게 되고. 머리를 굴리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회전목마>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누워서 책을 읽다 보면 금방 잠이 들어버려 어려움이 많다고. 늘 누워서 책을 읽는 나도 실은 지금 심각한 어깨 결림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두어 번 잠에 빠졌는데 ^^;; 정말 드라마틱한 꿈을 많이 꾸었다. 이 책의 이야기들과 비슷한 모티브를 가진 꿈들. 책과 현실과 나의 꿈이 왠지 섞이는 듯한, 신비하다는 신비한 체험을 하면서 이 책이 더 좋아졌다.

책, 그 중에서도 소설, 그 중에서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길 책.

온다 리쿠, 빠져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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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속작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걱정됩니다. 보고 싶어서요^^

알맹이 2006-11-0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굽이치는 강가에서, 사놓기만 하고 지금은 고이 모셔놓고 있답니다. ^^

픽팍 2006-11-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온다리쿠의 밤의 피크닉이 너무 좋아서 이 책도 질렀는데, 기대보단 별로였던 듯해요. 제가 미스터리물을 별로 안 좋아해서일 수도 있고, 암튼 제 취향 문제인듯,. 읽은 사람들은 이 책 다 강추하더라구요. 끄응

알맹이 2006-11-1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취향은 다 다르죠. 저는 이 책 좋았답니다. ^-^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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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에서 건진 모티프들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요즘 바나나씨는 이렇게 하나의 theme을 가지고 단편집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도 그렇고. 대부분 잡지나 출판사의 기획이 함께 해서 이루어낸 책들인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멋진 재주다.

성숙해진 바나나씨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들을 일견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 속에 담고 있어 좋다.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야기를 손에 잡힐 듯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란 얼마나 멋진 것인지... 그 감수성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그런 서늘한 이야기들 속에,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아니 제대로 느끼지조차도 못하는 삶의 여러 가지 미세한 느낌을 집어 내서, 보여준다.

이 책은 바나나 씨의 소설 외에도 하라 마스미씨의 감각적인 그림과 야마구치 마사히로 씨 - 이렇게 이름을 적고는 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 - 의 입이 벌어지는 사진들도 함께 담고 있어 하나의 화집을 보는 느낌도 난다. 시각적으로도 참 아름다운 책이라 소장할 만하다, 싶다.

읽고 나면 무엇보다, 직접 그 남미의 땅을 밟아 보고, 흙탕물이 굽이치는 폭포를 내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보고 싶다. 광활한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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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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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날 그 날 먹고 살 일을 걱정하면서,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일본에서 발달(?)한 섹스 산업을 이용하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비전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왜 사는 지도 모르고.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사람들.

읽고 있으면 답답해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현실과 실제로 닮은 면이 있으니까, 또 내 인생이라고 그 사람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걸 아니까

더 우울해지는 그런.

여전히 코믹하긴 하지만 공중그네나 인더풀 같이 가벼운 느낌이 아니라 사실 읽는 내내 거북했고, 그러면서도 선정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 끝까지 읽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공중그네나 인더풀 스타일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 제법 성적인 묘사가 강해서(!) 까페에서 책 읽다가 서빙하는 사람들이 다가오면 괜히 책 표지를 덮기도 했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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