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동적인 영화였다. 진실이 담긴 영화였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고작 상영관 몇 군데에 걸려있을 뿐인지 의심스러웠다. 작품성 못지 않게 상업성도 적절히 갖추었다 생각되는 이 영화가 왜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극장계의 거대 자본 롯데씨네마와 씨지비는 <콘스탄트 가드너>를 외면했다. 씨지비는 고작 강변과 인천 두 곳에 걸어놨을 뿐이다. 그것도 야간에만. 종로 3인방 역시 이 영화를 외면했다. 지금 극장가엔  <미션임파서블3>와 <다빈치코드>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 극장에 상영관 서너곳을 점령하고서.

  언젠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아마도 한달전쯤, 신문에서 미국과 유럽의 거대 제약회사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에이즈 약 값을 높게 책정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근래 같은 회사인지 모르겠으나 거대 제약회사 하나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대상으로 약을 실험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매일 아침 밥먹으며 간단간단하게 보는 신문인지라, 또 워낙 큰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는지라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그 기사 하나가 신문에 실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을까 싶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다행히도 실화는 아니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이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하여 실화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실제로 신문엔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실제하고 있으니깐. 영화 내용이 백퍼센트 오롯이 실화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아프리카의 모습만큼은, 제약회사들이 그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실화이다. 그러므로 <콘스탄트 가드너>는 실화다.

  콘스탄트 가드너(한결같은 정원사)는 극중 인물 영국 대사관 직원 저스틴 퀘일을 지칭한다. 그의 아내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 그리고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음모를 파헤치겠다는, 아내가 못다이룬 일을 자신이 이뤄내고 말겠다는 한결같은 굳은 의지. 그는 한결같은 정원사였다.



* 테사와 저스틴. 두 사람은 진실로 사랑하였다. 테사의 죽음 앞에 무너져버린 저스틴의 평화로운 정원.
   저스틴에게 있어서 테사는 집이었다. 테사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 고통받는 케냐인들을 위해 임신한 몸으로 밤낮으로 일하다 결국 그녀는 유산했고, 또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정원가꾸기를 즐기는 조용하고 온화한 영국 외교관 저스틴과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인권운동가 테사의 만남은 곧바로 사랑으로 연결되었고, 결혼했다. 케냐 주재 영국 대사관으로 발령받은 저스틴은 케냐에서의 테사의 변화된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함께 일하는 아돌드 역시 나의 친구이긴 하지만 의심스럽다. 근거를 알 수 없는 테사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이 돌고 저스틴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테사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어느날 테사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오고 저스틴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원은 무너졌다.

  로맨틱 스릴러라고 불리우는 <콘스탄트 가드너>는 로맨스와 스릴러 이전에 잘못된 것에 대한 심판이 앞서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제약회사는 겉으로는 인류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듯 하지만, 그것은 그네들의 국민들에게 해당할 뿐이다. 유럽인의 행복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고통이 있나니, 이면에 숨겨진 부패와 비리를 까발리는 영화가 <콘스탄트 가드너>이다. 영화는 본래 2000년 존 르 까레 라는 작가에 의해 쓰여진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허구로 이루어져있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겐 기사화 되어 다 알려진 내용이지만 사실이 기사화되기까지 그 이면에서 고생했을 이들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우리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제작자 사이먼 채닝 윌리엄스는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잘못된 것은 그것이 존재하는 한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라고. <콘스탄트 가드너>는 숨겨진 진실에 대한 고발이다. 에이즈를 완벽히 치료해 낼 수 있는 약은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조금 연장시킬 수 있는 약은 있다. 헌데 제약회사는 약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는 이것을 구입해서 치료하라고 한다. 돈 많은 미국, 유럽인들은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는 가장 많은데 돈은 한푼도 없는 아프리카 인들은 어쩌란 말이냐. 그러면 에이즈에 걸리지나 말았어야지, 라는 그네들의 대답은 인류를 위한다는 제약회사의 모토와 모순된다.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해 죽어가는 수많은 아프리카 인들이 그들 눈엔 보이지 않던가.

  하지만 그들은 이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약의 실험을 위해 3년의 시간과 수백만 달러 대신 아프리카 어린아이의 희생을 선택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인류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만든다는 제약회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약을 실험하고, 테스트하고, 결국 실험대상이 된 아이들은 석회와 함께 땅에 버려진다. 약은 사람을 치료하라고 있는 것이지 죽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약이란 말이더냐. 영화를 보며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브라질 출신의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촬영장소로 좀더 여건이 나은 남아프리카를 선택하려고 했으나 케냐에 도착한 후 그럴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케냐의 모습을 그대로 영상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감독의 생각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감독의 마음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그런 영화다. 진실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저스틴의 말마따나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게 되어있다. 은폐하고 조작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희생은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힘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영화 속 결말처럼 현실에서도 기사에 등장한 제약회사가 심판을 받게 되길 바란다. 아침 신문에서 제약회사가 고발당했고,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았으며, 에이즈 약을 아프리카에 무상제공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길 바란다.

 

* 하나 더

극중 저스틴 역을 맡은 랄프 라인즈와 테사 역을 맡은 레이첼 와이즈에 주목한다. 랄프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러브 인 맨하탄> <선샤인> <어벤져><잉글리시 페이션트><퀴즈쇼><쉰들러 리스트><폭풍의 언덕>과 같은 굵직한 영화들에 출연하여 그의 섬세함을 드러내주었다. 레이첼은 캠브리지 영문학 전공자로 <미이라> <콘스탄틴><런어웨이><컨피던스><아바웃 어 보이><에너미 에 더 게이트><선샤인> <체인 리액션><스틸링 뷰티>에서 강하고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출연작을 알게 되니 그녀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로 나왔는지 이제야 떠오른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것은 이 영화가 처음 아니며 <선샤인>이란 영화에서 이미 맞춘 바 있다고 한다. 아직 보지 않아 어떤 영화인지 모르지만 조만간 봐야겠다. 영화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두 사람의 연기도 정말 멋졌다. 열정적이고 결코 물러서지 않는 레이첼은 내게도 매력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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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5-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영화를 전 못 보고 넘어갔어요. 흑흑. ㅠㅠ 비됴로라도 꼭 봐야겠네요.

마늘빵 2006-05-2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아직도 하는데. -_-; 정말 감동과 분노가 한꺼번에.
 
디셉션 포인트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고상숙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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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출판계의 바람이 분지 오래, 그 바람이 멈춘다 싶더니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개봉으로 맥이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그의 다른 작품 <디지털 포트리스> 와 <천사와 악마> 또한 <다빈치 코드>를 등에 업고 동반 상승하고 있는 중. <다빈치 코드> 열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출판사의 아주 딱 떨어지는 시기적절한 판매전략은 그의 새로운 소설 <디셉션 포인트>로까지 이어진다. 영화 개봉 시기에 조금 앞서 내놓은 <디셉션 포인트>는 <다빈치코드> 열풍이 아니라 댄브라운 열풍으로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나 또한 그 출판계와 영화계의 상업 전략에 넘어가버렸다. 뻔히 알면서도.

 <디셉션 포인트>는 댄 브라운의 네 번째 소설. 고등학교 수학교사 였던 그가 이 같은 추리/어드벤처 소설을 내놓고 대박을 터뜨리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솔직히 디센션 포인트>는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 만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있지는 않다. 댄 브라운의 소설 모두가 그것이 의당 누려할 가치 이상으로  평가받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바, <디셉션 포인트>는 전작들보다 좀더 떨어진다. 좀더 지루하고, 좀더 긴장감 없고, 좀더 엉성하다. 댄 브라운 이라는 이름이 없이 출간되었다면 결코 주목받지 못할 책이다.

  이번에 그가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통령 선거에 얽힌 나사와 보좌관들의 음모이다. 그는 항상 실제 있는 사실을 토대로 하여 상상의 허구를 가미함으로써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그것이 그의 장점이다. 정말 실제로 있는 듯한, 진짜로 믿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음모론을 제기한다.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며 긴장감있는 빠른 전개는 돋보이나, 후반으로 넘어가며 그만 끊어도 될 일을 계속해서 사건에 사건을 맞물리고 들어가고 있다. 독자는 지루하다. 그만 소설을 끝내도 좋으련만 원고수를 채우기 위해 이야기를 더 만들었던 것일까. 그다지 썩 추천하고픈 책이 아니다. 댄 브라운 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는 대신 그 시간에 다른 추리물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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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5-2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소설은 갈수록 이런 평을 받을 줄 알았어요.

마늘빵 2006-05-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성을 등에 업고 쓴 책이죠 머. 질로서 평가받아야 하는데 이름으로 내세우려니.
파울로 코엘료도 그 같은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06-05-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로코엘료꺼는 정말 갈 수록 실망한 케이스에요..
댄 브라운은 애초에 큰 기대는 안했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거든요..

loveyourself 2006-05-2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볼까했는데..저 지루한거 무척싫어하는데.도움됬어요.

마늘빵 2006-05-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슈님 / 네 저도 연금술사 때문에 기대했었는데 뒤로 갈수록 실망하게 된 케이스에요. 댄 브라운도 그러네요. 원래 과대평가 받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공주님 / 처음 뵙습니다. ^^

가넷 2006-05-2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료...--;;; 연금술사 보고 뒤에 번역되어 나온 책들 다 질러버렸다가 후회막심...
-_-;

마늘빵 2006-05-2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질렀어요. -_-;; 심지어 뽀뽀상자도. 이건 얼마전 벙개를 통해 다른분께 전해드렸습니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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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하나 둘 계속 읽어나가는 중이다. 그녀가 낸 책을 모두 다 읽을 때까지. 이번에 접하게 된 그녀의 책은 <키친>. 많은 바나나 애독자들이 이야기하는 바나나의 색깔을 제대로 담아낸, 또 바나나가 낸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읽혔고,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손꼽는 <키친>은 내겐 그다지 썩, 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일본산 과일은 내 입맛에 딱 맞지는 않는다. 물론 몇몇 다양한 일본산들을 접해본 결과 바나나는 대략 괜.찮.다. 하지만 내가 애지중지 껴안으며 송송 샘솟는 사랑을 나눠주고픈 작가는 아니다. 

  무슨 테스트만 하면 난 적당히 감성적이라고 나오지만 난 지극히 이성적인 책들을 더 좋아한다. 소설도 마찬가지. 소설이라는 장르는 이미 충분히 감성의 영역으로 들어와있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이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소설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 씨. 내가 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글을 쓸 때마다 우려먹어서 이제 내 글을 읽는 이들은 충분히 지겨워졌으리라. 더 이상 언급 안겠다.

  하얀바탕 위에 검은 튤립 모양을 한 그림이 놓여있는 <키친>은 표지만큼이나 글도 이쁘다. 표지에 대해 한마디 더 하자면 겉껍데기를 걷어낸 책 본체의 검은 바탕의 흰 꽃 무늬는 그 매력을 더욱 발산한다. 흰바탕의 검은 꽃보다 검은 바탕의 흰 꽃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 의 세 편의 소설들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바나나의 여타 다른 책들에 숨어있는 소설의 길이보다 조금 더 길다. 그리고 '키친'은 '키친'으로 그치지 않고 '만월'로 연결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로 시작하는 소설은, 부엌을 배경으로 하여 의당 그곳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일들을 소재로 삼아 사랑을 전개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바나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사랑처럼 상처를 머금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혹은 어릴 적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살살 문질러준다. <키친>은 남자와 여자의 성장과 상처 극복에 관한 이야기이며 기록이다.

  바나나는 그녀의 작품 후기에서 - 대개 작가들은 스스로 작품 후기라는 걸 적지 않는데 바나나의 작품집에는 항상 그녀의 소설에 대한 후기가 실려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 이야기하고 있듯이, 그녀가 옛날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것, 개인의 성장과 극복, 희망과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상처깁기'는 바나나 소설을 관통하는 코드다. 그녀 소설 속에는 언제나 상처받은 인간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상처받은 이들의 등허리를 쓸어내린다. 토닥여준다.

  하나의 코드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낼 수 있다는건, 한편으로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작가의 개성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에게 있어서 '상처깁기'는 그녀가 쓴 소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코드가 되었으며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소설 속에서도 나는 그것을 기대한다. 매번 같은 소재가 반복되지만 매번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진 않는다.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상처받은 인간들을 만나는 것은 나에겐 행복이다. 독자는 그녀의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자기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어루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위로해준다. 바나나의  소설엔 그런 백신이 들어있다. 중독 되어도 좋다. 그것은 치료의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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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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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어라. 사랑이어라.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작가 심승현은 <프라미스>라는 또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약속을 위해 두려움 없이 타버리는 눈 많은 그늘 나비의 이야기.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한 편의 작은 동화.

  사랑이어라. 사랑이어라. 사랑한다 말하지만 그것은 때로는 집착이요, 때로는 쾌락이요, 때로는 필요다. 진정 사랑이란 무엇일까 경험하고 느끼고 고민하고 하며 사랑을 찾아 떠난다. 나비는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달해준다. 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함께 하는 마음이니라. 쉽다. 간단하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어렵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냥 인정하고 사랑하면 될 것을 나의 기준에 끼워맞추고 안되면 고치라고 말한다. 그러다 티격태격 싸우고 또 싸우고 헤어진다. 사랑은 쉽게 왔다 쉽게 간다.

  나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고독과 결핍을 채워주는 것은 사랑이다.
  당신을 감싸 안아주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너를, 너는 그를, 그는 또 그녀를. 사랑한다. 

  풀꽃 꾸르는 말한다. 

 "당신이 해님을 바라보듯 나 역시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이 해님에게 자신을 보아 달라고 가슴 애태우면서 기다렸듯이
  나 또한 당신을 바라보며 매일을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해님이 너무 눈부셔 당신을 보지 못하듯
  당신도 왜소한 나를 바라봐 주지 않더군요.

  알고 있나요?
  나는 매일 당신을 향해 꽃가루를 뿌렸어요.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그 꽃가루 때문에 재채기를 하고 성가셔 했죠.
  저는 이제 꽃가루를 다 써버렸고 벌거벗은 얼굴로 흉하게 변해 버렸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 플레르는 말한다. 

 "그랬구나 ... 미안해.
  난 그것도 모르고 세상에서 슬픈 건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어.
  나를 보아 주지 않는 해님 프리조니님만을 원망했을 뿐,
  나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건 상상도 못했어.
  만약 네가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꽃가루를 뿌렸다는걸 알았다면
  아마 난 그 꽃가루를 성가셔 하지 않았을 거야.
  하얀 눈송이가 내리기 전날 가슴 벅참으로 꽃가루를 기다렸을 텐데 말이야.
  꾸르야.
  이제 네 마음을 알았으니까 
  
더이상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플레르는 꾸르의 사랑이 귀찮고 성가셨고 꾸르는 상처받고 못난 얼굴로 돌아왔다. 꾸르는 플레르를 사랑했다. 플레르는 꾸르에게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마음을 통한다지. 꾸르의 간절한 마음은 플레르에게로 도달했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사랑이어라. 사랑이어라.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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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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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다 더 재미난 소설은 없다. 내가 지금껏 읽은 모든 책을 다 망라하여도 이 보다 재밌는 책은 보지 못했다. 그건 일부분 내가 재미없는 인문/사회과학 책만 골라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재미난 소설을 탐닉하던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이보다 재미난 책은 없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보다도 더더더. 난 웬만해선 책을 보다 웃는 일이 거의 없다. 티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남들은 잘만 웃던데 나는 재밌어도 속으로만 재밌다. 표정은 시종일관 -_-

  <워커홀릭>은 처음으로 내가 소리내어 웃게 만든 소설이었다. 입가에 함박 웃음 가득 머문 채 흐흐 거리며 읽었던 책이다.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작가 소피 킨셀라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나이 답지 않게 사랑에 대한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23살의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내놓았고, 소피 킨델라는 24살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한다. 아 역시 어릴 때부터 싹이 보여야 하는가. 소피 킨델라는 <워커홀릭>이전에 이와 비슷한 시리즈인 <쇼퍼홀릭>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계열에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읽고 싶다. <쇼퍼홀릭>도 읽고 싶다.

  런던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사만타. 아니 어쩌다 한순간 가정부로 전락(?)했다. '전락'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이건 가정부 사만타에 대한 모욕이다. 모욕. 목욕이 아니고. 이런 썰렁한 개그 같으니라고. 세상에나 자기 인생을 6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놓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싶다. 아무리 워.커. 홀릭이라고 하지만 말야. 일중독증. 도대체가 그녀에게 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싶다. 그녀는 그걸 알까. 한 순간의 실수(?)로 회사에서 잘려버린 사만타. 그녀가 갈 곳은 어디에. 없다. 아무데도 없다. 갈 곳이 없다. 의지할 곳이 아무데도 없다. 결국 가다가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가정부로 취직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한개도 없다. 다리미질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고 요리는 당연히 못한다. 단추도 꿸줄 모른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가정부를 할 수가 있어.   변호사에서 가정부로 전업한 사만타의 좌충우돌 체험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씻고 밥먹고 신문보고 이닦고 옷 입고 머리 빗고 가방 메고 출근하고 실컷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또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세수하고 씻고... 등등 사람들은 계속 반복되는 생활을 한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규칙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생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말이지. 더군다나 일이 많은 이들은 더더욱 심하게.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워커홀릭이 되고 만다. 그런면에서 난 행복. 난 적어도 타의에 의해 워커홀릭이 될 가능성은 낮아보이니깐. 아마 그렇게 된다면 난 미쳐버렸을게다. 군대에서도 조차도 잠은 자기 위해 시키는 일 배째고 자고 일어나 다음날 했다.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소피 킨델라의 <워커홀릭>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 노력해서 얻으려 한다면 그나마 건전, 다른 방식으로 얻으려한다면 불건전 -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왜 사는가? 왜 일하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돈이 많은가? 그렇다. 
  당신은 큰 집에 사는가? 그렇다. 
  당신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
  그럼 당신은 행복한가? ......

  (참고 : 위에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것이 아님. 가상 문답.)

 행복하냐,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돈 많고 인정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워커홀릭들 중에서 난 행복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만약에, 행복하다 라고 대답을 했다고 해서 그 혹은 그녀는 과연 행복할까.

  행복은 돈에 있지도 큰 집에 있지도 수입 자동차에 있지도 초고층 빌딩 사무실에 있지도 않다.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옭아매지 말고 나를 놓아줘라. 나는 행복하다, 라고 주문걸며 자신을 속박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답해보자. 나는 행복한가. 진정한 삶의 행복은 여유로움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물질적 여유로움이 아니라 정신적 여유로움이다. 열심히일한 당신이여 떠나라. 내 머리에 행복을 주입하지 말고 내 마음이 행복을 느끼게 하라. 이 유쾌한 소설책 두 권은 계속 해서 질문을 던진다. 너 행복하니.

 

 ** 한가지

이 책을 쓴  저자 소피 킨델라에게도 묻고 싶다. 그녀는 <쇼퍼홀릭>으로 대박났는데, 돈과 명예는 알아서 따라왔을 터. 그녀에게 묻고 싶다. 너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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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공중그네(전 공중그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다도 훠얼씬 재미있단 말이죠? 음......

마늘빵 2006-05-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중그네는 약과에요. <워커홀릭> 대박이에요. 이라부는 원래가 좀 싸이코틱하지만 얘는 멀쩡한거 같으면서 웃기다니깐요. 사만타. ^^

비로그인 2006-05-2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저도 그렇게 살면 미칠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6-05-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좀 비슷한 과였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늘 그것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싸한 말을 못 찾았었는데 오늘에서야 명 문장을 만났습니다.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아... 정말이지 가보로 남기고 싶은 글귑니다. 아주 그냥 가슴에 파악 와 닿아요. 흐흐. 이 책 재밌겠군요. 나도 봐야지..^^

마늘빵 2006-05-2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플라시보님. 흐흐. 네 책 재밌어요. 막 웃으시면서 보게 될 거에요.

stella.K 2006-05-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걸 이제야 올리시다니...21일까지 아니었나요? 근데 군데군데 웃기는 곳은 있긴했지만 막 웃을 정도는 아니었는데...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리뷰도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잡아 추천도 못 받고...이젠 이 추천병에서 벗어나렵니다. 흐흐

마늘빵 2006-05-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늦었어요. 읽긴 다 읽었는데 이놈의 귀차니즘. -_-;;
아 저는 넘넘 재밌었는데. ㅋㅋ

sweetmagic 2006-05-2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우하하

마늘빵 2006-05-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