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보다 더 재미난 소설은 없다. 내가 지금껏 읽은 모든 책을 다 망라하여도 이 보다 재밌는 책은 보지 못했다. 그건 일부분 내가 재미없는 인문/사회과학 책만 골라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재미난 소설을 탐닉하던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이보다 재미난 책은 없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보다도 더더더. 난 웬만해선 책을 보다 웃는 일이 거의 없다. 티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남들은 잘만 웃던데 나는 재밌어도 속으로만 재밌다. 표정은 시종일관 -_-

  <워커홀릭>은 처음으로 내가 소리내어 웃게 만든 소설이었다. 입가에 함박 웃음 가득 머문 채 흐흐 거리며 읽었던 책이다.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작가 소피 킨셀라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나이 답지 않게 사랑에 대한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23살의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내놓았고, 소피 킨델라는 24살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한다. 아 역시 어릴 때부터 싹이 보여야 하는가. 소피 킨델라는 <워커홀릭>이전에 이와 비슷한 시리즈인 <쇼퍼홀릭>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계열에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읽고 싶다. <쇼퍼홀릭>도 읽고 싶다.

  런던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사만타. 아니 어쩌다 한순간 가정부로 전락(?)했다. '전락'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이건 가정부 사만타에 대한 모욕이다. 모욕. 목욕이 아니고. 이런 썰렁한 개그 같으니라고. 세상에나 자기 인생을 6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놓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싶다. 아무리 워.커. 홀릭이라고 하지만 말야. 일중독증. 도대체가 그녀에게 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싶다. 그녀는 그걸 알까. 한 순간의 실수(?)로 회사에서 잘려버린 사만타. 그녀가 갈 곳은 어디에. 없다. 아무데도 없다. 갈 곳이 없다. 의지할 곳이 아무데도 없다. 결국 가다가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가정부로 취직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한개도 없다. 다리미질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고 요리는 당연히 못한다. 단추도 꿸줄 모른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가정부를 할 수가 있어.   변호사에서 가정부로 전업한 사만타의 좌충우돌 체험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씻고 밥먹고 신문보고 이닦고 옷 입고 머리 빗고 가방 메고 출근하고 실컷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또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세수하고 씻고... 등등 사람들은 계속 반복되는 생활을 한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규칙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생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말이지. 더군다나 일이 많은 이들은 더더욱 심하게.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워커홀릭이 되고 만다. 그런면에서 난 행복. 난 적어도 타의에 의해 워커홀릭이 될 가능성은 낮아보이니깐. 아마 그렇게 된다면 난 미쳐버렸을게다. 군대에서도 조차도 잠은 자기 위해 시키는 일 배째고 자고 일어나 다음날 했다.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소피 킨델라의 <워커홀릭>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 노력해서 얻으려 한다면 그나마 건전, 다른 방식으로 얻으려한다면 불건전 -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왜 사는가? 왜 일하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돈이 많은가? 그렇다. 
  당신은 큰 집에 사는가? 그렇다. 
  당신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
  그럼 당신은 행복한가? ......

  (참고 : 위에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것이 아님. 가상 문답.)

 행복하냐,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돈 많고 인정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워커홀릭들 중에서 난 행복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만약에, 행복하다 라고 대답을 했다고 해서 그 혹은 그녀는 과연 행복할까.

  행복은 돈에 있지도 큰 집에 있지도 수입 자동차에 있지도 초고층 빌딩 사무실에 있지도 않다.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옭아매지 말고 나를 놓아줘라. 나는 행복하다, 라고 주문걸며 자신을 속박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답해보자. 나는 행복한가. 진정한 삶의 행복은 여유로움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물질적 여유로움이 아니라 정신적 여유로움이다. 열심히일한 당신이여 떠나라. 내 머리에 행복을 주입하지 말고 내 마음이 행복을 느끼게 하라. 이 유쾌한 소설책 두 권은 계속 해서 질문을 던진다. 너 행복하니.

 

 ** 한가지

이 책을 쓴  저자 소피 킨델라에게도 묻고 싶다. 그녀는 <쇼퍼홀릭>으로 대박났는데, 돈과 명예는 알아서 따라왔을 터. 그녀에게 묻고 싶다. 너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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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공중그네(전 공중그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다도 훠얼씬 재미있단 말이죠? 음......

마늘빵 2006-05-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중그네는 약과에요. <워커홀릭> 대박이에요. 이라부는 원래가 좀 싸이코틱하지만 얘는 멀쩡한거 같으면서 웃기다니깐요. 사만타. ^^

비로그인 2006-05-2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저도 그렇게 살면 미칠 것 같아요.

플라시보 2006-05-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좀 비슷한 과였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늘 그것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싸한 말을 못 찾았었는데 오늘에서야 명 문장을 만났습니다.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아... 정말이지 가보로 남기고 싶은 글귑니다. 아주 그냥 가슴에 파악 와 닿아요. 흐흐. 이 책 재밌겠군요. 나도 봐야지..^^

마늘빵 2006-05-2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플라시보님. 흐흐. 네 책 재밌어요. 막 웃으시면서 보게 될 거에요.

stella.K 2006-05-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걸 이제야 올리시다니...21일까지 아니었나요? 근데 군데군데 웃기는 곳은 있긴했지만 막 웃을 정도는 아니었는데...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리뷰도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잡아 추천도 못 받고...이젠 이 추천병에서 벗어나렵니다. 흐흐

마늘빵 2006-05-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늦었어요. 읽긴 다 읽었는데 이놈의 귀차니즘. -_-;;
아 저는 넘넘 재밌었는데. ㅋㅋ

sweetmagic 2006-05-2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야 내일 할 일이 있지 우하하

마늘빵 2006-05-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