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이 표준화, 획일화가 심한 사회라는 건 알고 있다. 우리는 비슷한 옷을 입고, 맛집을 공유하고, 자동차 마저도 튀지 않는 무채색의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생애주기에 민감하고 그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오지랖을 동원한 질문세례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평범한 삶의 범주를 확연히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이 주는 놀라움 때문에 자꾸 멈추게 된다. 그의 고민과 고통에 즐거워하는건 아니지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나의 오래된 버릇에 따라 원서를 검색해본다. 이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독립되고 고정화된 루틴. <번역서를 읽는다 - 책에 관심이 생긴다 - 이정도면 읽을 수 있을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 원서를 검색한다 - 원서를 구입한다> 그렇게 루틴의 끝을 장식하는 이 아름다운 책과 책들. Educated』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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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06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했군요!

단발머리 2020-01-06 13:37   좋아요 1 | URL
네~~ 아직까지는 색다른 가족이야기에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단발머리 2020-01-07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몇 쪽만 읽고 페이퍼를 올린게 조금씩 후회가 된다.
나는 타라의 아빠를 미워하고 있다.

수이 2020-01-0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린 페이지 저도 저릿저릿하면서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20-01-08 08:34   좋아요 0 | URL
계속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수연님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요.
저는 다른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에요.

유부만두 2020-01-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문 속의 아버지는 꽤 점잖네요... 저도 지금 읽고 있어요. 타일러 힘내!

단발머리 2020-01-08 08:36   좋아요 1 | URL
아, 유부만두님도 이 책 읽고 계시군요. 전 친구가 선물해줘서 읽고 있는데, 정말 새로운 책,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어요.
저도 유부만두님과 똑같이 외치고 싶어요. 타일러 힘내!!
 


















다크호스dark horse’ 1831 소설젊은 공작The Young Duke』 출간 이후부터 보편화된 말로서,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전혀 예상도 못했던dark( 알려지지 않은) 말이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는 대목에서 유래한다. 표준화 시대의 공식을 거부하고 규칙을 사람들, 개개인성을 활용해 충족감을 추구하며 우수성을 획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이를테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팜코브 천문대에서 10인치 반사망원경으로 15 광년 떨어진 태양계에 있는 미지의 행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한 제니 맥코믹. 그녀는 어떤 대학 학위도 없이 천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다크호스들은 공통적으로 충족감fulfillment 느끼며 살아간다(29). 특이한 점은 우수성을 추구하면서 결과로 충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32). 노동과 학습, 교육기관, 커리어의 인생행로가 표준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해진 트랙과 코스를 벗어난 사람은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책에서는 정해진 행로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다크호스들의 공통점을 파헤치고, 그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사람들의 오래되고 끈질긴 질문.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들은다크호스들은 개개인성을 활용해서 실력과 즐거움을 얻었다 말한다. , 진정한 자신에게 가장 맞을 듯한 상황을 선택하고, 충족감을 주는 활동에 몰입해 학습력, 발전력, 수행력을 최대화한 덕분에 자신의 직업에서 우수성을 키우기에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확보했다는 것이다(33).  



<4 전략알기>에서는 표준화된 전략에 대항할 있는 하나의 최상의 방법은 장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알려면 기발하고 획기적인 전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장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점은 동기들이 확실한 지침을 주는 것과는 달리, 파악하기 어렵고, 맥락적이며, 역동적이다. 장점은 불분명하다.(176)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들은직접 해봐야 한다 말한다. 





당신에게 숲에서 트러플(송로버섯) 찾아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있는가? 입을 다물고 노래 부르기, 골무를 크기별로 구분하기, 독사 부리기, 검드롭(젤리과자) 빨리 먹기, 메뚜기 키우기, 눈에 공기방울 맺히게 하기, 콧등에 종이클립 올리기, 시계를 보고 1 정확히 맞추기, 손을 개의 액체에 하나씩 담갔다가 액체의 온도차를 정확히 맞추기 등의 재능은 어떤가? 예전에 이런 일이나 비슷한 일을 시도한 적이 없다면 선천적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 극히 힘들다. 확실히 알아볼 방법은 하나, 직접 해보는 것뿐이다. 장점을 알아보려면 성찰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177)





나는 책을 김민식 피디의 책추천 유튜브 <꼬꼬댁> 통해 알게 됐다. 김민식 피디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가 장강명이 책을 강력 추천한 것을 보고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식 피디는 어떤 사람인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영어공부에 매진해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일을 찾다가 MBC 예능 PD 입사해 드라마까지 제작하게 되었고, 성공을 거뒀다. MBC 파업 사태로 대기발령, 정직의 암울한 상황에서 매일 하루 글쓰기로영어책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펴냈다. 김민식 피디의 자체가 다크호스다. 


장강명은 어떤가. 20 초중반에 신춘문에 여러 곳에서 낙방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동안 쓰기를 포기하고 지내기도 했다. 술에 취해 들어온 , 그냥은 자겠다는 생각에 소설 편을 쓰기 시작한다. 3년이 걸려 장편소설 원고를 마쳤는데, 졸라서 들은 아내의 평가는 야박했다.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원고를 마치는데 2 남짓 걸렸다. 원고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데뷔했다.(한겨레신문 2019. 12. 21) 다른 일을 하면서 밤에 시간씩 시간을 들여 원고로 등단하는 작가. 장강명 또한 다크호스다. 



전체를 관통하는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래도(!) 그들은특별한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해진 이외의 길로 걸어간다는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정해진 코스를 벗어난다는 , 그럼에도 길에서 특정한 성과를 낸다는 정말특별한 아닌가.   




저번주부터는 아롱이와 같이 <쿵푸팬더> 보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내내, 학교 시간의 90% 드럼과 탁구, 배드민턴과 게임으로 보내는 그대를, 이상은 뜨고 바라볼 없어이거 해보자말을 꺼냈다. 학원 생각은 추호도 없겠지만 이젠 우리를 받아줄 학원도 없단다. 이런 말은 자체적으로 자막처리다. 


타이렁의 난동에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가게 되는데, 팬더의 아빠 미스터 핑이 국수의 비법을 팬더에게 알려주겠단다. 그게 뭐에요? 아빠만 알고 있는 비법 재료가 뭐에요? 미스터 핑이 말한다. 아들아, 그런 없단다. 비법 재료라는 없어. To make something special, you just have to believe it is special. There is no secret ingredient. 그제야 쿵푸팬더는 깨닫는다. 드래곤 스크롤 속에 아무 것도 없었던 이유를. 드래곤 스크롤을 펼쳤을 자신의 모습이 비췄던 이유를. 미스터 핑은 다크호스를 진작에 읽었던 말인가. 특별하게 만드는 특별하다고 믿는 것일 . 어쩌면 그것일수도. 다크호스의 저자들이 반복해서 말했던 것처럼.  





가장 관심 있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이것이 개인화된 성공에 대한 다크호스식 처방이다. 이 처방은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의 4대 원칙이 모두 절묘히 축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사 상승을 몇 마디 간단한 지침으로 정리하고 있다. 즉, 더 잘하라는 지침은 곧 개인적 우수성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것에 해당된다. ‘자신의 전략 알기’와 ‘목적지 무시하기‘를 통해 성취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또한 가장 관심 있는 일은 어떤 산을 오를지 선택하는 문제에 해당한다. ‘자신의 미시적 동기 깨닫기‘를 통해 열정을 설계하고, ‘자신의 선택 분간하기‘를 통해 목표를 설계하는과정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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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0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안그래도 어제 친구와 ‘백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말 아무리 하면 뭐하냐, 실천을 해야 비로소 원하는 것에 가까워진다, 하는 얘기요. 그런데 오늘 이 페이퍼에서 ‘성찰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게 되네요. 크-

맞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단발머리 2020-01-03 15:06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사람 없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그래서 뭘 하고 싶니? 라고 물으면 사실 아이들이 대답을 못 합니다. 애들만 그런건 아닐테구요. 어른도 그렇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성찰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는 저도 밑줄 긋고 싶었던 구절이에요. 도서관 책이라 고이 인덱스만 했더랬죠.
성찰이 아니라 행동. 그런 2020년 한 해가 되었음 하네요. 지금 떠오르는 바로 그것, 플랭크.
당장 플랭크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1-03 15:19   좋아요 0 | URL
앗. 1월 3일이네요??
플랭크 하셨어요?????

단발머리 2020-01-03 15:22   좋아요 0 | URL
아니요...ㅠㅠ 진심 전 까먹어서 못 했어요 안 할려고 해서 안 한게 아니랍니다
오늘부터 1일 하려구요. 아... 떨리네요

slobe00 2020-0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강명과 요조의 ‘책,이게 뭐라고‘에서도 입에 침이 마르게 추천하시더라구요..궁금해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오호 좋군요~

단발머리 2020-01-05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사례도 아주 흥미롭구요^^
slobe00님은 ‘책, 이게 뭐라고‘ 들으시는군요. 저도 두어번 들었는데 통통 튀는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캐나다 시즌제 드라마 <빨간 머리 /Anne with an “E”>에서 앤은 길버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사랑이라는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앤이 갈길 몰라 헤맬 , 여러 앤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줬던 길버트는 크게 실망하고 다른 여성과 잠시 교제한다. 다른 여성과 팔짱을 끼고 자신 앞에 나타난 길버트를 후에, 앤은 길버트를 여성에게 밀어버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알게 된다. 이제 자신이 길버트를 사랑하고 있다는 깨달았는데, 이젠 길버트가 여기 없다. 사실 길버트는 한결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시선은 오직 앤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앤을 사랑한다. 자신의 사랑이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항상 너였고, 앞으로도 너일 거라고, 그렇게 말한다.  












앤과 길버트의 사랑은 너무 예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성애가 지배하는 사회임을 고려한다 해도, 문화 특히 대중 문화를 통해 이성애의 옳음, 정당함, 자연스러움이 강요되는 사회임을 인정한다 해도, 앤과 길버트의 사랑은 너무 예쁘다. 오해는 풀려야 하고, 진심은 확인되어야 하고,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 하지만. 


















『가부장 무너뜨리기』 저자들은 가부장제가 소년에게는 앎을, 소녀에게는 돌봄을 배당하는 젠더 이분법의 내면화를 강요함으로써, 소년에게는 거리두기와 소외를, 소녀에게는 절망과 침묵을 강제한다(68) 주장한다. 가부장제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소년을 밀어내고, 소녀를 넘어뜨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페이드 포』에서 레이첼 모랜은 정착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욕구가 여성에게 강하게 나타나는 같다(377) 말한다. 



『종의 기원을 읽다』에서 양자오는 진화 과정에서 여성이 발정하지 않을 아니라 심지어 임신 여부도 한시적으로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 해서 남성이 충격을 받고, 유전에서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 여성을 관리하는 다른 행위를 발전시켰다(443/518) 말한다. 남성은 생식 기회를 빼앗기지 않고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양육 과정에 많이 개입하고, 여성은 남성의 양육 투자로 인해 자신과 자식의 생존을 보전받았다는 것이다. 와중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부일처제를 도입할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남성의 생식 우세로 따져 남성이 가장 바라는 일은 모든 여성이 자기와만 교배하는 것으로, 남성은 자기 여성과 교배한 후에는 몰래 다른 남성의 여성을 빼앗고 싶어 한다. 이렇게 해야 자기 자손을 가능한 많이 낳고, 다른 남성이 아이들을 키우게 있다. 그러나 남성이 자신의 여성을 떠나 다른 남성의 여성을 노릴 , 자신의 관리에서 벗어난 자신의 여성을 다른 남성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된다. 이런 상황은 인간이 일대일 관계를 발달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관계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373/430) 




정말 그런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여자뿐인가. 남자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여러 명의 여자와 관계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는 것만이 그들의 지상 과제인가. 진실하고 친밀한, 굳건하고 영속적인 일대일 관계를 원하는 정말여자뿐인가. 길버트는 예외적인 남자인가. 



훅스는 어바웃 러브』에서 말한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진정한 사랑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건설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꽃피는 것이다. (234)






하지만, 훅스가 말하는진정한 사랑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시하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훅스의 사랑은 열정적 감정과 낭만적 분위기, 강렬한 애정을 뜻하는 사랑과는 다른사랑 있다. 만약 다른 질문이라면 답은 간단할 있다. 낭만적 사랑의 감정과 태도가 지속가능한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지속가능한가.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답은 불가능하다, 가깝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저자 최연지가 말했던 것처럼. 




근데 사랑하는 사람과 나흘 이상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비비고 교대로 싸고 하면 

몰아, 접신의 경지가 매우 훼손되는 것이다. 

한계점은 3 정도다. 생선도 손님도 사흘 지나면 냄새가 난다. (Fish and guest go bad in three days.) 

사람과 검은 머리 파뿌리 때까지, 사랑은 절대 불가능하다. 결혼 축사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운운도 평균수명 49 얘기다. (56)  




그녀의 말대로라면, 낭만적 사랑의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3일이면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아주 길어야 1년이다. 길어야 1년이라는 의미는 짧으면 6개월이고, 3개월일 수도 있으며, 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낭만적 사랑의 시효는 최대 길어야 1년이다. 원래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온다. 낭만적 사랑이 끝난 후에도, 그러한 사랑이 사라진 후에도, 애정이 우정과 신뢰로 변한 후에도,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는 이어질 있는가. 그것을 원하는 여자뿐인가. 아니, 남자 뿐인가. 그런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남자 뿐인가. 길버트 뿐인가.  



참다한홍삼 광고 카피는 이렇다.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남편은 굳게 맹세했다. 형제가 되기로. 의리로 살아가는 모든 부부에게. 다시남자. 다시여자”. 결혼한지 3-4 됐을 친한 친구가 말했다. 남편이 오빠 같다고. 친구에게는 실제로 오빠가 있고, 남편은 오빠처럼 2 위다. 오빠 같은 남편. 남편은 이제 가족이 되었다. 세상 하나 뿐인 진정한 사랑이 의리로 살아가는, 우정으로 살아가는, 동료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그림 많은 장면이 문화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부인할 없다. 정상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과 가정은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되어왔다. 이미 토대는 흔들리고 있고, 사회는 다른 형태의 가정을 용인하는, 용인할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마리 루티의 주장처럼우리는 그것이 아무리 생기 있고, 활력이 넘치고, 자신을 탈바꿈시키는 경험이라 해도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을 , 관계는 실패(250)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 이외에 사랑의 관계를 영위하는 나은 방법이 존재할 수도(251)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그래서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난다. 진짜 이야기는 다음부터 시작된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아무튼 엔딩이라는 엔딩은 모두 해피엔딩이다. 피할 없는 시선과 주위를 울리도록 나대는 심장. 모든 유혹과 손길은 유전자의 속임이고,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고, 그리고 그런 몰아와 접신의 황홀경은 3 밖에 이어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사랑,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지치지 않는 갈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랑하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람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브라질 남자 펠리페의 속삭임을 듣고 싶고, 그에게 똑같이 답하고 싶은 마음. 




당신이 아직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알아. 하지만 솔직히 그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신에 대한 사랑은 마치 아이들이 어렸을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 사랑하는 애들의 의무가 아니지만, 애들을 사랑하는 의무인 것처럼. 당신은 원하는 만큼만 좋아하면 . 하지만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언제나 사랑할 거야. 설사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당신은 이미 인생을 돌려줬어. (465)





아니면, 길버트의 편지. 길버트가 앤에게 썼던 편지처럼 고백하고 싶은 마음. 고백을 듣고 싶은 마음. 네가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게서 같은 말을 들을 거라 기대하진 않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약혼하지 않았어,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고. 사람이 네가 아니라면 말이야. , My Anne with an e. 나에겐 항상 너였고, 앞으로도 뿐이야. 



열병처럼 찾아오는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질 테고,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는 무엇이라면 감정은, 열정은 찾아오는가. 이렇게나 사람을 무참하게 감싸는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휘몰아치는가. 끝없이 절망하게 하는가. 또한 기쁨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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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12-2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앤을 보고 신랑과 함께 경악을 했었어요. 그동안 알고 있는 앤의 모습과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는듯... 아 저런 아이라면 견딜수 없을것 같아..하면서, 앤의 열정에 함께 동화되어 울기도 하고.... 보는데 넘 힘들어서 1시즌에서 멈추었어요.^^ 대신 길버트 넘 좋아요. ㅎㅎ 이제 3시즌 오픈하는것 같은데, 단발머리님 글을 보면 다시 에너지 충전해서 봐야할것 같네요.

단발머리 2019-12-29 23:23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빨간 머리 앤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유투브로 정리된 영상 몇개만 봤어요. (사실은 아주 많이 ㅠㅠ)
제대로 보려면 넷플릭스 신청을 해야하는데, 앞날이 너무 뻔히 보여서 신청을 할 수가... 없습니다ㅠㅠ
시즌 3를 보시게 된다면 보슬비님이 저를 위해 정리해 주신다면.... 매우 기쁠 것 같아요. 매우, 많이, 심히^^

공쟝쟝 2019-12-3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병같은 감정은 모두 우리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 그리고 여성의 신체와 기능은 종에 종속되어있으며...(제2의 성 부작용)
_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 배타적이고 유일한 관계- 사적이면서 마음과 몸을 나누기까지 하는 관계- 모든 미디어가 부르짖는 낭만적 이성애(혹은 사랑)란 흔해보여서 쉬워보여서 그래서 더 위험하고 알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해요.
그러게요, (생각중) 어렵네요. 어때요, 단발머리님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시나요?
저는 요즘, 조금 덜 진실하고 조금은 덜 친밀한 관계를 원합니다. 오히려 그때 가장 진실하고 그 순간 가장 친밀한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1-05 18:05   좋아요 1 | URL
전,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 같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거 같구요. 열병 같은 감정은 믿지 않는데.... 하하.... 아직도 모르는거 투성이네요.
페이퍼의 처음과 끝이 그래서 질문이라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20-01-05 23:02   좋아요 0 | URL
오늘 오후는 빨강머리 앤 넷플릭스를 열심히 시청했답미다. 같이 보던 동생이 어찌나 울던지... ㅠㅡㅠ 아직 길버트는 안나왔지만 ㅋㅋ 뭔가 영상으로 만난 앤은 너무 못나구 너무 좋더라구요!
 



















16세기에 이르러 몇몇 이탈리아 학자들은 모든 방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언어를 골라 그걸 이탈리아어로 삼자고 결정한다. … 지식인 회합이 가장 적절한 이탈리아어라고 결정한 언어는 다름 아닌 플로렌스의 위대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언어였다. (74)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국가의 언어는 대개 대표도시의 언어이다. 오늘날 우리가 프랑스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중세 파리의 방언이고, 포르투갈어는 리스본의 방언, 스페인어는 마드리드의 방언(73)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탈리아어는 특별한 경우다. 개인의 언어가 국가의 언어, 민족의 언어가 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개인이 군주나 귀족이 아니라, 일개 시인이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평범한 시인도 아니다. 쫓겨난 시인. 국외로 추방되어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인의 언어, 그게 바로 이탈리아어다. 

















최근에 읽은단테의 신곡』 주요 장면을 위주로 요약본인데다가 산문체여서, 5행마다 압운을 번씩 반복하는 연쇄 압운으로 표현된 플로렌스 방언의 아름다움을 전혀 알아챌 없었다. 물론, 충실한 번역본이어도, 영어로 번역본이어도 그랬을 것이다. <신곡> 진수는 오직 이탈리아어로만 느낄 있을 테다. 




단테가 신의 형상을 직접 마주하는 <신곡> 마지막 줄은 이른바 현대 이탈리아어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있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 단테는 신이 단순히 눈을 멀게 정도의 밝은 빛의 형상이 아니라 무엇보다도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l’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e) ……’이라고 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75) 




현대 이탈리아어에 익숙하지 않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책에서는 부분이 비교적 전해지는 같다. 마지막 두서너 쪽에는 그림과 시가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있을 있는 일을 

이룰 있는 일을 

구해야 일을 

당신과 함께 


나는 사랑 


나는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단테의 신곡을 이탈리아어로 읽고 싶어서 칠십이 넘는 나이에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탈리아를 방문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 이야기를 하더 그가 신곡의 부분 <지옥편> 일부를 암송했다고 한다. 맥락과 분위기는 전해지지 않아 모르겠지만, 프로그램 진행자가당신이 하고 있는 말은 이탈리아어가 아니다라고 했다는데, 발음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 오에 겐자부로가신곡때문에이탈리아어배우기를 시작했다는 . 아름다운 언어를 직접 이해하고 싶어서. 직접 느끼고 싶어서. 







이탈리아어,하면 줌파 라히리를 빼놓을 없다. 그녀에게는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가족, 친척과 함께 있을 사용하는 벵골어와 그녀의 생활에 필수적인, 새어머니 같은 존재인 영어. 영어는 그녀에게 작가적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벵골어도 영어도 그녀에게 주어진 언어다. 이탈리아어는 다르다. 이탈리아어는 그녀가 선택한 언어이다.  

 







사람은 사랑에 빠졌을 영원히 함께 살고 싶어한다. 지금 경험하는 흥분과 열정이 계속되기를 꿈꾼다. 이탈리아어로 읽는 내게 그런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죽으면 이탈리아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것도 끝나기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배워야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영원을 꿈꾸나 보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43) 





이탈리아어가 줌파 라히리에게 생존의 열망을 불러 일으키는 언어였다면, 엘리자베스 길버트에게 이탈리아어는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는 섹시함을 가진 언어이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너무나 좋았다. 내게는 모든 단어가 지저귀는 참새, 신기한 마술, 송로 버섯과 같았다. 수업이 끝나면 빗속을 찰박거리며 집에 돌아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거품 속에 누워 큰소리로 이탈리아어 사전을 읽었다. 이혼에 대한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기 위해. 심지어 기뻐서 깔깔거리기까지 했다. (43) 





보통의 경우 우리에게 외국어는 영어이며, 대부분 영어이고, 반드시 영어여야 한다. 사실 영어는 외국어라기보다는 중요 과목 중의 하나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직장에서는 점수를 위해 공부한다. 적당한 점수를 얻은 후에는 점수에 걸맞는말하기 능력 얻기 위해 연습하고 훈련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즐거움이나 기쁨의 시간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두려움과 부끄러움, 낙담과 후회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나 뻔하기는 한데, 그럼에도 극히 개인적인 스토리 또한 존재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외국어에 대한 이런 찐한 사랑 고백을 듣는 일은 언제나 부럽고도 신기한 일이다. 새로운 단어를 발음한다는 , 새로운 언어를 읽는다는 ,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 



섹시하고 매력적인 이탈리아어는 내게 너무나 멀리 있는 언어이고, 올해의 외국어였던 프랑스어와는 이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이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남은 외국어는 하나. 오랜 갈망과 구애에도 응답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 사랑을 끝까지 알아채지 못한 첫사랑 같은 언어. 실제로 사랑. 언어만 남았다. 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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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2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서 저 이야기 본 것 같아요~ 저는 새해에는 스페인어를 배워보고 싶은데 과연..

단발머리 2019-12-27 08:2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책을 생각하기는 했는데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읽는 인간이 맞는군요.
새해에 스페인어 시작하신다고 하니, 외국어 사랑 뿜뿜 이야기 기대할께요^^
 


















다크호스 100쪽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80쪽
온 여름을 이 하루에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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