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입문의 계기



수하님의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에 이어서 쓴다.

 


정규직 내정자를 채용하지 않기 위해,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채용 후 출산 휴가를 주지 않기 위해, 모집 분야를 바꿔 다른 남자 직원을 뽑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하님은 이해한다고 썼다. 나 역시도 그랬을 거 같다. 세상이 온통 남자들 세상인데 여자들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건, 그래, 너무 과하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배신감,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결혼 후 남편과 나에 대한 시댁과 친정의 처우를 보고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 경우다. 이른바 시월드 입성 후. 시어머니가 심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 보통보다는 나은 경우라는 걸, 결혼 후 4-5년 차쯤 됐을 때 알게 됐다. 시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그랬다. 나도 결혼 전에는 친정에서 팬덤 거느리던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 남편은 하늘 같은 아들백년손님을 오가는 데 비해, 나는 (수식어 없는) 큰며느리와 (역시 수식어 없는) 딸이었다.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지는 않았지만 놀랍기는 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터질 듯한 사랑도 느꼈지만 미칠 듯한 좌절감도 맛보았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백만 가지 방식으로 아이와 연결된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아이를 욕조 속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20)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바너드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활약하던 중 결혼-임신-출산을 겪으며 프리랜서 기자로 전업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던 중 대학의 페미니즘 고전수업을 청강하면서 그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나의 페미니즘 읽기의 시작과 같은 책. 이때가 2015년이다.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2013년에 읽은 책이다. 여자, 여자로서의 삶, 여자의 일생, 어머니의 헌신, 어머니의 위대함, 이런 류의 제목에 질색하던 내가 그림(장차현실님)에 이끌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이 문장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없는 나의 현실과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문장.

 


다음 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30




 













세 번째로는 레베카 솔닛의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기억난다. Mansplain의 재발견도 놀라웠지만, 더 놀랐던 건 이런 문장.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 (49)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맛이 좋아진다는 속담을 가진 민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여성 폭력이 미개함과 후진성의 증거(그것 그대로 사실이긴 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여자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여성도 맞는다는 데 생각이 이르자, 그냥 맞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여성 부상 원인의 첫번째가 배우자의 폭행이라는데 식겁했다. 은폐되고 감춰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국가와 민족, 계급과 인종을 넘어 사회 전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여자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 살게 될 때, 그때 여자는 완전히 한 인간이 될 것이다. (379)

 


네 번째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함께 읽었던 주옥같은 책들 중, 시몬 드 보부아르의2의 성』. 천재가 들려주는 여성의 역사. 2의 성으로 갈음되었던 여성이 겪어냈던 여성의 역사, 신화와 문학 속 여성의 모습, 그리고 여성의 현재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처음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울림을 주었던 책을 위주로 적어 보았다.

 


 

다음을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다음은? 이라고 묻는 사람이고 싶다. 농경 사회에서부터 지속된 견고한 가부장제의 오천 년 역사와 신화, 종교, 정치, 경제, 법률, 사회, 문화, 문학, 과학을 지배하는 여성혐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너머, 그래서 그 다음은? 이라고 묻고 싶다. 다 망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류에게 더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안다. 같은 호모 사피엔스를, 여성을, 동물을, 토양을, 해양을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핍박하고 착복하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다음을 묻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묻고 싶다. 물어야 한다고, 그래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그 답은 반핵과 반전, 그리고 환경운동이 될 것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로 엉망이 된 이 지구를 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멸망을 연기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정치가 가장 중요하고, 시민이 가장 중요하다. 하아, 우리의 새 정부는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에 초긴장 상태가 예견되건 말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원전 세일즈한다고 저러고 다닌다.

페미니즘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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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5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인데 뭐라고 답글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마지막 두 문단 구구절절 공감이 됩니다. 지금 이 정체된,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절망이 찾아올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붙잡아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22-07-05 17:34   좋아요 3 | URL
계속해서 답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폭력이 아닌 화합이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 정부 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거리의 화가님^^

독서괭 2022-07-05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존재. 그것이 딱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위치 같아요. 수식어가 붙어도 그건 나쁜 것들..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번씩..˝ 이런 비슷한 속담이 세계 곳곳에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전체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을 물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5 17:33   좋아요 4 | URL
여성 혐오와 멸시의 속담, 이야기는 공히 전 세계 공통이라고 저 역시 확신합니다. 가부장제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었듯이 더 발전된, 더 나은,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전 믿어요 (그러나, 너무 견고한 것입니다 ㅠㅠ)

수이 2022-07-05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된 느낌에 사로잡혀 한동안 고생한 기억 있어서 단발님 말씀 구구절절 옳소 하고 두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릴 수 있습니다. 보부아르 언니 영어책 더 멋져 보이니 저도 얼른 조만간 시작하고 싶습니다. 태그도 모두 옳소!!!!

단발머리 2022-07-05 17:31   좋아요 2 | URL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되지요, 모두들. 들으면 헉!하는 에피소드 우리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주먹 불끈 쥐고 우리 힘내요!!
근데 보부아르 영어책은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집에 이 책 있어요> 느낌으로 링크해서 부끄럽네요. 헤헤헤!

블랙겟타 2022-07-06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며 단발님의 고민과 생각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 년전에 고등학생 시절 살짝? 친했던 친구를 대학 졸업후에 경찰이 됐다길래 오랜만에 만난 적이 있거든요?
계속 만났던 관계는 아니어선지 어른되어서 다시 만나니까 살짝 어색했는데요. 그날의 백미는 단발님이 언급하신 그 속담(?)이 그녀석의 입에서 말하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그 때까지 그런 문장이 있는 줄 몰랐었는데요 충격을 받았었죠.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지껄인다고? 이런 놈이 경찰을 한다고?? 그 뒤로는 멀리하고 싶어서 자연스레 멀어졌죠. 그 문장을 보니 그 날이 생각이 갑자기 났네요ㅠ

단발님 말대로 다음을 묻는게 중요한 것같아요. 역사의 진보를 믿지만 막상 현실에서 보여지는 진짜 진짜 미약한 한걸음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기도하죠. 게다가 간혹 그 미약하게 딛었던 걸음에 반해 크게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을보고 있으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있을까?라고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요즘드는 생각은요 지치지 않고 서로를 지지해주는거. 생각했던거에 비해 진짜 미약하게 현실이 바뀌더라도 실망하지 않는거..중요하구나.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공쟝쟝 2022-07-07 12:38   좋아요 3 | URL
블렛겟타 화이팅!!!!!!!! 이 글을 지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2 | URL
겟타님 / 자연스레 멀어진 그 친구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참... 그렇습니다.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겟타님, 여기 마지막 문장 너무 좋네요.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조금씩 바꿔가야 할지 우리 같이 고민해요. 겟타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주 오소서!!!

쟝쟝님 / 저도 겟타님의 글을 지지하고 쟝쟝님 댓글도 지지합니다!

yamoo 2022-07-06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요!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0 | URL
yamoo님!! 댓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06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나. 란 대목은
저 또한 결혼하고 초기에 적응 안되고, 우울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분명 마음 좋으신 시부모님이셨건만, 딱 절정의 순간에는 아들이 우선이고, 나는 늘 그 아들 곁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나‘ 가 되었다는 점이 도무지 적응 안되고, 심술이 나서..˝어머님..@%^;:_.....˝ 말해서 갑분싸 만들어 버리고.....ㅋㅋㅋ
우리 부모님네 세대까지는 아마도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그런 분위기와 문화가 보통이었을 껍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좀 더 상황이 나았던 이야기를 들어보질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그냥 다 일반적인 생각들이었던 거죠.
이제 세대도 바뀌고 있고, 주변에 자식을 결혼 시키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고 있던데...이젠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갓 결혼한 여성들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는 시월드요^^
북어랑 속담은 정말 슬프고, 혐오스런 속담이에요ㅜㅜ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역사가 읽혀지는...ㅜㅜ

열거하신 책들 중 전 제2의 성은 읽었습니다ㅋㅋㅋ
빨래 표지의 책들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저 책들 열심히 읽으시고, 열심히 글 올리시던 옛 단발님이 떠오르네요^^
그것이 벌써 2015 년 이었나요?
7 년이나 지난 지금은 과연????

단발머리 2022-07-07 13:04   좋아요 2 | URL
저는 페미니즘의 고민이 거기에 있는 거 같아요. 전에 정희진쌤이 여성의 지위와 처우가 바뀐 것을 사람들은 ‘조선 시대‘에 비한다고. 남자들은 아니죠. 남자들은 자신들의 처우를 선진국과 비교하는데요. 여성의 처우는 조선시대와 비교해요. 야, 요즘 여자들 살림하는 거 일도 아니야. 살기 좋아졌다, 그러면서요.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드는 것도(아들 있음) 괜찮은 생각이지만 시월드를 만들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친절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 자주해요. 무심한 시어머니가 되기를,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5년부터 페미니즘을 조금씩 읽었더라구요. 7년이 지났는데 저도 그대로이고, 세상도 그대로네요. 허어....

바람돌이 2022-07-06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곳도 그렇겠지만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건 페미니스트로 살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제 세대는 가정 학교 사회가 올 가부장월드였던지라 어쩔수없지하고 받아들였던 부분이 많았지싶어요. 하지만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안 배웠는데 사회는 왜 이래?라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체념하지않고 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8   좋아요 1 | URL
얼마전 연대 화장실 기사 읽는데 정말 참담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정말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요. 찬란한 IT 기술 이렇게 사용하다니요 ㅠㅠ
바람돌이님의 바람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과 학교를 넘어서서 사회가 성평등의 이론대로 실천해 갔으면 하는데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건수하 2022-07-07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답이 많이 늦었습니다. 진솔한 글 먼댓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2015년부터 페미니즘 책을 읽어오셨군요. 저는 결혼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일상에서 불평등이 더 많이 느껴졌었어요. 가족들과도 많이 싸웠었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나오듯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 페미니즘을 더 절실하게 느꼈지만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게 절망적이었고 여성 중 다수인 기혼 유자녀 여성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크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개인의 문제보다 가부장제나 자본주의 등 사회의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조금 알아가면서 서구 선진국 특히 미국 여성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 베티 프리단도 맞는 아내였다는 사실에 놀랐었죠.

반핵과 반전, 환경운동..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지만 많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약간 더 현실적이고 설득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해러웨이에 기대를 걸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4:42   좋아요 4 | URL
저는 대학에서도, 또는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교원 사회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런 부분을 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비교적 남녀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구요.
저는 직장 같은 경우, 제도적, 법적 장치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이런 식으로요. 가사 노동에 대한 부분은 아직 개인차가 심할것 같구요.

저는,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이라고 하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 성폭력에 대항해서 전 계급의 여성이 연대했던 것처럼, 언론을 이용하고 ‘이슈‘를 활용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n번방, 아동 성폭력, 친족 성폭력 등 반박이 어려운 부분부터요. 이것 역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건수하 2022-07-07 13:21   좋아요 4 | URL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향후 가사나 육아 분담에도 큰 영향을 주고요.
남편이 얼마전 휴직을 썼는데 한시적으로 여성보다 육아휴직 수당을 더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똑같이 휴직 썼는데 왜 나보다 많이 받냐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이 정부에선 다시 후퇴하겠지만요..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씀하신 페미니즘적 적용이라는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읽고 이야기나누는 북클럽에서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라는 책을 읽었는데, 남자아이들은 왜 그런 좋은 가치들을 다 모아놓은 게 ‘페미니즘‘이냐며, 이름을 새로 지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07-07 13:28   좋아요 4 | URL
저 얼마전에 알았는데, 직장인들 건강 검진이요.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서 벌금낸다고 하대요. 강제로 하는 거죠, 직원들의 건강 지키는 거 너희들 몫이야, 하면서요.
육아 휴직도 그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들 무조건 1년 써라, 잘 쓰면 혜택, 안 쓰면 벌금. 이런 식으로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육아 휴직이 2개월에서 3개월로 넘어가는 시기였거든요. 보통 2개월인 회사가 많았구요. 정부에서 유인책을 쓰더라구요. 3개월째 월급은 나라에서 내준다고, 3개월 쓰게 하라고. 그런 방식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아까워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페‘만 들어도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ㅠㅠ

공쟝쟝 2022-07-07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정치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요? 물론 여성의 당이 있긴 한데... 녹색당 보다 페미니즘 정치가 더 이후에 온 것 같고요...? (솔직히 페미니즘 이라는 말이 문제적인 단어가 된 것도 메갈리안 이후 이지 않을까요? 아직 10년이 안되었네요 ㅋㅋㅋ 그때부터 시작된 거 치고는 굉장히 거대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비슷하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누누이 경고하는 철학보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를 말하는 사상이 나타난지가 더 얼마 안된 것 같고요! 선후차를 따지자는 문제는 아니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음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고 극복이 앞으로도 안될 것이므로.. 그 덕택에 여성혐오는 더 심해질 거고, 그러므로 페미니즘이 더 창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입장예요 ㅋㅋㅋ 저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정희진 샘이 그렇게도 못마땅해 하시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틉니다ㅋㅋㅋ 뿅.

단발머리 2022-07-07 13:38   좋아요 4 | URL
제가 저번부터 느낀 건대 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을 다시 정의하는 일부터 필요하긴 할 거 같아요. 어디까지가 페미니즘인가 하는 거요. 저는 그 모든 사유와 실천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도나를 읽지 않았습니까. 그게 전부라고 하면, 안된다고 도나 선생님이 말씀하셨구요.

페미니즘 정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제 막 시작이지요. 쟝쟝님 말씀대로 페미니즘은 더 창궐할 것입니다. 백래시하려는 세력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 지혜를 모아야겠지요. 정희진쌤은 신자유주의가 오천년 역사의 가부장제도 이겨 버렸다고 하셨지요.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봅시다, 우리!!

다락방 2022-07-07 14:21   좋아요 5 | URL
수시로 자뻑이 튀어나오는 저로서는 또 자뻑이 튀어나오네요.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이들 개인의 역량이 물론 훌륭하지만, 그러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중심에 있었다....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 수 있었다. 이런 지적인 댓글은 그러므로 가능했다... 나 만세다!!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7-07 14:38   좋아요 5 | URL
이런 댓글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책선정은 내가 한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리더는 나, 다락방이다 - 나 만세다!😘😘😘

다락방 2022-07-07 15:06   좋아요 5 | URL
제가 썼지만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7 15:09   좋아요 3 | URL
하, 진짜, 여러분 우리 진짜 똑똑하지 않아요? 동네 사람들아~ 한국의 네티즌들아~ 세계의 여성들아~ 여기와서 이걸 좀 읽어라 ~~~ ㅋㅋㅋㅋㅋ 페미벽돌책 4년만 깨면 온 우주를 제패할 지적 오만으로 똘똘 뭉친 자존감이 생겨난다~~

공쟝쟝 2022-07-07 15:10   좋아요 3 | URL
그런데 그걸 누가 시작했냐고? 그건 바로 털어서 먼지나서 불세출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될 수 없는 다락방이지! 뽀에버!

다락방 2022-07-07 15:1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럽다 진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5:13   좋아요 3 | URL
부끄러워하지 말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자기 확신과 지적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야해요, 우리는 ㅋㅋㅋㅋㅋ 자꾸 연습해야해요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우리는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