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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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작가로 인터뷰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책으로 낸 케이스다. 작가 그것도 연배가 오래되신 분이 인터뷰어가 되니 상당히 깊은 내용까지 주고받을 것이 있어서 서로가 재미있었던 듯싶다. 그것도 인터뷰어는 하루키의 팬으로 책을 거의 다 읽고 가서 인터뷰를 하니 둘이 재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고 적은 이유는 사실 나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책을 꽤 읽었는데 여태껏 소설은 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나누는 주제에 대해서 겉돌듯 반응할 수밖에 없다. 팬과 소설가의 만남 딱 그런 정도의 내용이었다. 팬은 책의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카롭게 질문을 해도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렇게 밖에 대답을 못합니다. 뭐 이런 수준의 문답을 나눈다.

그렇지만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책을 쓴 직후에 인터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책에 대해서는 소상하게 말을 한다. 집필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책이니 당연하다고 생각이 든다. 혹자는 책 팔아먹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보일 텐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 팔 수 있는 작가이니 그건 아닌 듯하다.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그런 것 같고 70 먹은 여전히 쿨하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대담을 나눌 땐 아무것도 모르니 정말 휙휙 넘겼다. 그러다 글을 쓰는 방법이라던지 소설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찬찬히 읽으면서 지나갔다. 대부분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칭해지는 몇몇이 글 쓰는 법에 대해서 써 놓은 것을 보면 다 비슷하게 말을 한다. 요약하면 첫째, 글 쓰는 건 타고났다. 글 쓰는 실력은 개선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둘째, 쉽게 써라. 셋째, 첫 번째 글이 완성은 아니다. 계속 고쳐서 완성해라 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루키 또한 딱 저 틀에서 벗어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책을 다 읽은 마니아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어가 딱 저런 타입으로 각종 하루키의 소설에 대해서 물어보고 답을 듣고 그런다. 물론 오래된 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당황해 하지만, 최근의 책은 담담하게 답변을 한다. 결론은 대부분 쿨하다. 본인 책은 출간 이후 안 본다 던 지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중에 좋아하더라 그리고 유명세가 싫어서 외국에서 몇 년간 살았다 라는 대단히 쿨한 답변을 한다.

앞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다시 이 책이 궁금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전이라면 이 책은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우선 공감이 되지 않고, 본인의 잘난 척 이하로 보이긴 어렵다. 40년 동안 소설을 썼고, 매 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거장이라면 충분히 잘난 것이 맞지만 머릿속 납득과 마음속 납득은 다르다. 그러기에 소설 또는 적어도 에세이 정도는 읽고 이 책을 읽어야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 그럼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무척 좋아하는 문장을 읽는다, 이런 식으로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흉내내지 못한다, 는 것일까요? 어느 정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요.

무라카미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오슨 웰스의 영화 <시민 케인〉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음악 선생이 가수 지망생인 케인의 부인을 가르치다 말고 이런 말을 해요. "세상에는 노래를 할 줄 아는인간과 못하는 인간이 있습니다(Some people can sing, somecan‘t)." 유명한 대사인데, 어쩌면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거의 글다운 글을 쓰지 못했어요. 그때부터 노력하며 조금씩 이런저런 것들을 쓸 수 있게 됐죠. 단계적으로 발 전해온 거죠.

- 본문 P230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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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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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책의 서문에 적은 글이다. 본업은 소설가이다 보니 주 업은 아니다 라는 뜻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글을 썼다고 적었다. 물론, 하루키의 성격상 평론가들을 의식한 것 같지는 않고 독자들을 의식해서 저리 말을 했을 것이다. 전문 에세이 작가는 아니니 잘 봐달라 이런 뉘앙스로 받아 드리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역시 매거진에 연재되어 있던 내용을 수록한 것이라 가볍고 밝다. 그리고 논란이 일어날만한 글은 사전에 이런 내용을 쓰면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인 것 같다. 당연하게 문화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다 보니 그쪽에서는 불편한 주제가 여기서는 편한 주제일 수 있고 거기선 편한 주제가 우리 쪽에서는 불편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주제가 어떻든 간에 신변잡기의 편안한 이야기다 보니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내용도 편지 쓰는 건 너무 어렵다던지 에세이 쓰는 건 어렵다는 투정도 간간이 보인다. 이런 글을 이렇게, 저렇게 봐도 투정이다. 거창한 담론이 아닌 편지 쓰기 싫어서 써야 하는 글도 안 쓰고 버티고 있고, 에세이 쓰기 싫어서 쓰기 싫다는 내용으로 칼럼 한편을 휙 날리는 놀라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도 유명 소설가이니 할 수 있는 일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소설가였으면 저런 행복을 할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글을 싣는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지만 독자가 읽을까? 유명 소설가의 에세이니 출간되고 독자가 있는 것이다. 30년 전의 에세이는 나름 주제가 있었다. 이 에세이는 아무런 주제가 없다. 오죽하면 이 글을 쓰는 방법을 기술해 놓은 내용을 보면, 소설을 쓰기 위해 소재들을 모으다가 소설에 넣지 않은 글을 정리해 놓은 것 중 고른다고 한다.

더 얄미운 건 그렇게 쓴 글이지만 부정할 수 없도록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있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때까지 책을 붙잡게 된다. 어쩔 땐 능글능글 때론 뻔뻔하게 페이지를 술술 넘어가게 한다. 물론 중간에 있는 삽화도 그런 분위기에 한 몫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잘 만든 책이다. 라디오 시리즈의 마지막인 1권이 남아 있는데 2, 3권이 이런 분위기면 1권은 나쁠 것이 없을 것 같다.

편지를쓸 수 없다.

‘이 편지 답장 써야 되는데’, 생각만 하고 질질 끌다가 결국 의리가 없거나 인정이 없는 사람 혹은 몸이 안 좋은 것이 돼버린다. 당신은 그런 경험이 없는지? 나는 비교적 자주 그런다.
물론 글을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니 편지를 쓰는 일이 절대적으로 힘든 건 아니다. 일단 마음을 먹으면 별 어려움 없이 쓱쓱 쓸 수는 있다. 그런데 ‘자, 편지를 쓰자‘ 하는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는것이다. ‘내일 쓰지, 뭐 하다가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버린다. 그렇게 되면 답장 같은 건 이제 영원히 쓰지못한다.

- 본문 P72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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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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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세트 중 마지막 권이다. 통상 첫 번째부터 읽어야 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그다음 권부터 읽어야 하겠지만, 에세이인데 이어지는 내용도 아닌데 아무렴 어떠냐 하는 마음에 손이 가는 책부터 잡아 읽었다. 지극히 하루키의 마인드로 독서를 시작했다고 봐도 된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잠을 많이 못 자 머리도 멍하니 간단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에 얇은 책을 집어 들었고, 예상대로 간단히 두세 시간 투자 후 다 읽었다.

하루키의 책은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이 30년 전에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출간 이후 2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었다. 그 책을 볼 때도 이 사람 참 쿨한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아직까지도 하루키의 소설책은 읽어보질 못했으니 문체가 어떤지는 예상이 가질 않는다. 에세이로 볼 때는 항상 쿨한 사람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쿨함을 잃지 않았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몇몇 장치들을 뺀다면, 두 개가 어느 것이 80년대고 어떤 것이 2010년대 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이폰이란 단어다. 그 단어가 없다면 시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여전히 맥주와 재즈를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한다. 이 책을 쓸 때 나이도 60대 초반이었을 텐데 30년 전부터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30년 전의 하루키에서 2010년 대의 하루키를 짧은 시간 텀을 두고 만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심히 에세이 그것도 신변잡기 같은 에세이를 읽어보는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30년간 이 사람을 알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 사람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시간이란 사람을 어떻게든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년 전 하루키는 사람들 앞에 서는걸 지극히 싫어하고, 영어 회화에는 공포감 같은 걸 갖고 있었다. 30년 후의 하루키는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건 여전히 싫어하지만 영어든 자국어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5만 명 앞에서도 담담함을 유지할까 궁금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아저씨도 나이가 많이 먹었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더 치중에서 작품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항상 이런 쿨함을 유지하는 책이었으면 한다.

몇 년 전, "어째서 세계에서 1등이 돼야 하는 거죠? 어째서 2등이면 안 되는 거냐고요?"라고 하며 슈퍼컴퓨터 개발 예산의 삭감을 요구한 여성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해 유행어까지 됐다.
나는 슈퍼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 개발 예산의 시비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발언에 관해서는 생각할 바가 있었.
다. ‘재미있는 얘기네 하고 감탄도 했고, 동시에 ‘흐음,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만약 내가 예산 담당자이고 국회 에서 그런 식으로 의원이 궁지에 몰린다면 그런 경우는 되도록당하고 싶지 않지만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때 생각한 말은 ‘그렇지만 2등이 되는 것도 상당히 어려 워요‘ 라는 것이었다. 1등이 될 거야‘ 하고 노력하다가 힘이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2등이 되는 일은 있다. 분명 안 될 거야‘ 생각하고 했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등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처음부터 2등이 되려고 노력해서, 그래서 멋 지게 2등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 본문 P160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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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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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년 이상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전달되면서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인류는 기록의 문화이기 때문에 기록되어 후대로 전달될 수는 있지만, 전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기는 어렵다. 기록이 남겨지기 시작한 이래로 다양한 문헌들이 남아있지만, 고전을 좋아하는 몇몇에게만 의미가 있지 대다수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모를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라푼첼 등이다. 안데르센 동화 또는 그림동화로 대표되는 동화들로서 전 세계 사람들이 듣고 아는 내용이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정확하게 처음부터 줄줄 읊지는 못하더라도 대강의 줄거리랑 어떻게 끝나는지는 대충 말할 수 있다.

그 동화들은 영화, 만화, 책,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매체 다양한 공연 등에서 생산되고 재생산되며 사랑받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넓은 층이 이야기를 소비하고 즐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패턴의 장점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로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데 있고, 단점은 자칫 잘못하면 비슷한 많은 이야기들 때문에 시시함을 느끼고 책을 더 읽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떨까? 일단 첫 문단에서 독자를 확 당기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 이름부터가 신더다. Cinderella에서 이름인 Ella를 뺀 Cinder인 것이다. 물론 이 엘라라는 이름이 신데렐라의 진짜 이름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그런 부차적인 이야기는 다 빼고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의 본명으로 알고 있는 엘라를 뺀 신더가 주인공의 이름으로 시선을 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사이보그 발을 교체하는 장면으로 호기심을 강렬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정도 보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눈을 뗄 수 없다.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에 설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아주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에서 사이보그 신더의 이야기는 신선함을 떠나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에 계모가 나오고, 악독한 언니와 왕자가 나오는 건 변함이 없다. 다만, 수동적인 신데렐라가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다. 그리고 흙수저 취집 성공기라는 공식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혁명의 주체로써의 주인공 모습으로 그려진다.

총 4부작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첫 권은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는 것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대 설정상 사이보그는 노예처럼 종속되어 있고, 물건처럼 취급된다. 신더는 사이보그로 노예처럼 계모와 언니들의 생활비를 벌어다 바치는 존재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탈출을 꿈꾸는 캐릭터로 왕자와의 관계로 신분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된다.

애초에 4부작을 꿈꿨던 듯 1권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신더의 각성과 다음 권을 향한 짙은 복선을 그리는 것으로 마감한다. 작가의 첫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꽤나 크게 승부수를 건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확실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마무리한 것이다. 신인 작가가 2권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지 않고서야 낼 수 없는 결론 방식인 것이다. 실패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4권까지 나오고 이후 외전까지 나온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 같다.

2권, 3권, 4권은 신데렐라가 아닌 다른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4개의 동화를 한데 묶어 만든 소설인 것이다. 1권 까지는 성공적인 이야기고 잘 만든 이야기다. 앞으로 신더가 어떤 모험을 할지 기대된다.

1장
신더의 발목에 박힌 나사는 녹슬었다.
십자형 음각까지 다 닳아서 둥그런 모양으로 헐어버렸기에 빼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손마디가 욱신거리도록 관절에 드라이버를 쑤셔 박으며 나사를 힘껏 돌릴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침내 헐거워진 나사를 강철 손으로 뽑아내 보니 가느다랗게나마 남아 있던 나삿니들마저 닳아 없어져 있었다.
작업대 위에 드라이버를 내던진 뒤 발꿈치를 붙잡고 소켓에서 발을 빼낸다. 불똥이 튀어 손끝을 데는 바람에 신더는 움찔 물러났다. 뒤엉킨 빨간색과 노란색 전선들에 발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본문 P11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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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Novel Engine POP
나나츠키 타카후미 지음, 주원일 옮김, Renian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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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의 범주로 봐야 하나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라이트 노벨의 영역으로 놓기에는 제법 수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학으로 보기엔 가볍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건 라이트 노벨의 종류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니었다.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라이트 노벨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라이트 문예라는 이름을 쓴다고 한다.

라이트 노벨로 보기엔 수준이 꽤 있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들이 수준이 다르다고 해봐야 결국 라이트 노벨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스토리 위주의 글이 그렇고 가볍게 한두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에 가벼운 연애물 등 라이트 노벨이라는 범주 밖으로 보기엔 한 없이 많은 요소가 들어있어 라이트 노벨로 봐야 맞을 듯싶다.

난 책에 별다른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 굳이 라이트 노벨이라고 문학도 아니고 읽을 가치도 없다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장르적 구분을 우선 하기 위함이었고, 라이트 노벨 치고는 구성이 꽤나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역시나 영화로도 제작되고 제법 인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연애 소설이다. 새드 스토리인 연애 소설이다. 누군가가 죽거나 이별한 것이 아니면 해피 앤딩이 아니냐고 말할 혹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난 확고하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피 앤딩이 아니다. 그리고 절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니 이보다 나쁜 결말이 어디 있으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판타지 소설이다. 그러니 고민하고 읽을 필요는 없다. 결말도 심플하다. 영화는 난해하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간중간 복선도 깔아주었고, 소상하게 설명하여 어떤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소재는 참 신선하고 구성은 심플하다. 이런 종류의 판타지 소설은 많은 작가들이 최대한 팩트를 맞추려 과학적 이론을 끼워 넣다 보니 복잡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설정 이해하다 스토리에서 일어나는 재미를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이론으로 설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재미는 있으나, 결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건 뭐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거기에는 마지막 날 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한테 예지능력 같은 건 없어. 단지…… 너와 시간이흐르는 방향이 다를 뿐이야."

- 본문 P167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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