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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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신병주 교수의 책이다. 미디어에 자주 얼굴을 보인다고 하는데, 거의 티비를 보지 않기 때문에 책을 보기 전까지 누군지 잘 몰랐다. 저술한 책을 보자니 거의 대부분이 조선인 것으로 보아 조선이 전공인 것으로 보인다. 책의 내용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서 출간한 것으로 그래서 한편 한편이 짧아 보기에 편하다.

그래서 책이 너무 간결하고 쉽다. 오히려 너무 가볍게 느낄 정도까지 이다. 역사에 대해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역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진 책이라 보는 것이 옳겠다. 물론 신문에 기고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조선사에 대해서 산보하듯 사뿐사뿐 읽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산책이라 제목으로 작성할 만큼 깊이 없이 가볍고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산책하다 아름다운 광경이 보이면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걸음을 멈추고 사색하곤 한다. 아주 짧은 여행? 산책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마냥 걷기만 한다면 그건 산책이 아니라 이동을 위한 수단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는 갖지 않을 것이고 목적지에 발을 딛기 위한 목적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깊게 생각할만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는다. 슬쩍 지나가듯 보여주고 끝나곤 한다. 그렇게 짧은 글을 보완하기 위해 삽화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삽화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내용을 더 보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신문에 기고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게 느껴지것이 지금이 몇 년도이고 현재의 이슈를 보니 조선시대 이런 내용이 떠오른다고 작성하면서 시작한다. 최근의 일이어서 금방금방 기억하고 읽었는데 몇 년만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할 것 같다. 그것이 많이 아쉬웠다.

아쉬운 것이 많음에도 평타 이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역사라는 어려운 내용을 그나마 읽기 쉽게 작성했다는 것에 있다.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거나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이 전무하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길잡이는 될 것 같다. 산책을 하기 전 걷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한 정도로 적당하다고 할까?

가볍게 한두 시간 정도 읽기에 적절한 책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쓴 책들을 살펴보니 주로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쓴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읽어 보기 편한 책을 낸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 책으로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알고 역사에 대해서 산책하고 사색하길 바라고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본문 P182 중 -

길하다는 날을 골라서 만든 경복궁, 군자 만년 큰 복을 누리리라는 칭송으로 가득했던 경복궁은 태조가 들어가 산 지 채 3년도못 가서 골육상쟁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1398년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는 비극의 공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1592년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폐허가 된 후 조선후기의 왕들은 창덕궁과 창경궁을 중건하는 대신에 경복궁은 중건하지 않았다.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공간 경복궁은 폐허가 된 지 270여 년 만에 다시 그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면서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경복궁 중건 사업을 지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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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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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고 난 이후 나온 첫 책이다. 유시민 작가가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라 함은 [썰전], [알쓸신잡]으로 주가를 한참 올리던 때를 말한다. 그러면서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작가 유시민으로 불러 달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개에 전 복지부 장관 혹은 전 국회의원이 아닌 작가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인문학자로 예능에 나와서 도서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공격받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 불씨를 확 댕긴 책이 이 역사의 역사였다. 이 책 출간 이후로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고, 노골적으로 헐뜯는 칼럼이 게시되기도 하였다. 책을 읽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저렇게까지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인문학 도서가 잘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한 화살이 왜 저 작가에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늘 갖고 있었다.

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 책이 모두가 인정할만한 뛰어난 수작이었다면 저런 비난은 듣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애매했다. 애매했다는 말도 칭찬으로 들릴만큼 뛰어난 저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책에 대한 서평 모음집이라고 불려도 뭐라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읽기가 불편했다. 본인이 글쓰기 책에서 서술했다시피 책은 리듬감 있게 읽혀야 한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이 인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체로 리듬감 있게 읽기가 어려웠다. 문체는 본인의 목소리인데 목소리가 자꾸 바뀌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글이 너무 산만해졌다. 인용문이 나름 줄인다고 줄인 것 같은데 너무 길었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끝까지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입부와 에필로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제목도 너무 거창했다. 무명작가가 어필하기 위해 강한 제목을 쓰는 경우는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등 제목이라도 눈에 띄게 지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보자는 의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유시민은 다르다. 굳이 제목을 자극적이거나 거창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 유시민 책이라고 타이틀을 다는 순간 겉표지에 사진 한 장 들어가는 순간 어떤 선전보다 큰 선전이 된다. 굳이 저런 거창한 제목을 달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어떤 책이 소개가 되지 않음을 이유로 비판한 것을 보았다. 꼭 들어가야 하는 책인데 들어가지 않았다고 비난을 했는데, 그건 저자의 고유 영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난 오히려 책의 포맷을 바꿨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비판한다. 책에 대한 서평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역사책에 대한 서평 방식의 책이구나 하고 인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역사라 이름을 붙이고 나니 역사 서술의 방식에 대한 역사적 탐구인지 역사책에 관한 탐구인지 뭔지 애매한 상황을 지속하게 된 것 같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다. 이 책으로 3권이 된다. 유시민 작가가 서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쉬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것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잘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그 내용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깊지 않으면 잘하기 어렵다. 유시민 작가는 어려운 내용을 잘 풀어서 설명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유시민 작가가 썼다고 하기엔 많이 아쉬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본문 에필로그 중 -

끝으로,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해 둔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미 느꼈겠지만, 이 책은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 패키지여행은안전하고 편리하지만 자유여행과 달리소소한 즐거움이나 깊은 의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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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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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안에 반듯하게 개켜 돌돌 만 깨끗한 팬츠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나(줄여서 소확행)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건 어쩌면 나만의 특이한 사고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혼자 사는 독신자를 제외하고 자기 팬츠를 제 손으로 직접 사는 남자는,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 본문 P243 중 -

2018년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인 소확행이 탄생한 순간의 글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아주 옛날 에세이에 들어있는 키워드인데 이제야 그 빛을 발하니 저 책을 쓴 하루키도 어리둥절할 일이다. 이제 70이 넘은 하루키는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의 한 구절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까? 아니 저런 글을 썼다는 걸 기억이나 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살짝 뒤져보니 20년이 아니라 30년 전의 글이다. 86년에 발표한 책에 실려있던 글이니 30년도 훌쩍 지났다.

책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 같다. 30년 전의 글이 이제 파급을 줄 수 있다. 물론, 30년 전의 음악이 인기를 끌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몇 년 전 영화인 [맘마미아]나 18년도 최고의 영화로 꼽혔던 [보헤미안 랩소디] 등 영화로 인하여 음악이 다시 조명받는 경우다. 하지만 이건 영화라는 매체 덕분에 조명을 받은 거지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인기가 되살아난 경우가 아니다.

[랑겔한스섬의 오후]는 몰라도 소확행은 모두들 안다. 지금의 현상을 생각해서 쓴 글은 아니고 순수하게 자신의 취향을 밝힌 글이긴 했지만, 모두의 뇌리에 깊게 박히는 글을 만들어 냈다.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70대의 하루키는 40대의 하루키가 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저런 게 행복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나의 행복은 이런 거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 책을 접했던 것은 소확행이 트렌드가 되고 난 후 궁금해서 검색한 후 독특한 에세이의 이름을 접하고 찾아서 읽어 보았다. 그땐 소확행이 뭔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 구절만 인상에 남고 나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루키란 사람이 독특하니, 이 사람이 쓴 다른 책을 읽어 봐야겠다 하고 한동안 뇌리에서 없어져 있었는데 어느 날 눈에 들어오는 다른 책이 있어 무심코 집어 들고 읽게 되었다.

사람이란 재미있는 게 읽으면서 그 당시에는 무심코 읽었던 내용이 새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처음 읽을 때 알던 지식과 지금의 지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독서와 독서 사이 다른 책을 통해 접한 지식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키가 한참 설명하는 데 그냥 흘려 보았던 내용이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다시금 책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책의 두께도 얇은데, 절반 정도가 삽화로 이루어져 있어 정말 순식간에 독서가 끝났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책 읽기가 끝났는지 깜짝 놀랐을 정도다. 물론 책을 재미있게 쓰는 하루키의 독특한 글쓰기도 한몫을 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유명한 소설가의 책을 소설 외 에세이로만 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권을 읽었는데 동일 내용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랑겔한스섬의 오후] 2권을 합본해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예전엔 [해뜨는 나라의 공장]과 [랑겔한스섬의 오후]를 합본에서 발행했는데 재출간 하면서 엮는 책을 바꿔버렸다. 그래서 [랑겔한스섬의 오후]를 두번 보게 되었다. 책을 재독 하는 경우는 적지 않은데 알지도 못하는 사이 재독 하게 된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경험이었다. 재출간을 이렇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읽은 책을 또 읽게 되었는데 역시 앎의 무게가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달라짐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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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4 : 추락천사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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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목소리가 제이스의 머릿속에서 말했다. 한때는 증오했지만, 지금은 기묘하게 반가운 귀에 익은 목소리. 세바스찬의 목소리. 목소리는 그의 피를 따라 흐르는 것만 같았다. 세바스찬의 손에서 그의 손으로 흘러든 피. 이글러기는 사슬처럼.
우린 이제 하나야, 동생, 너와 나는, 세바스찬이 말했다.
우린 하나야.
- 본문 P480 중 -

안타깝다. 이 책은 3부작으로 끝났어야 했다. 4권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4권의 얼개를 보니 1, 2, 3권으로 주제 하나가 끝이 났고, 4, 5, 6권으로 하나의 주제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 2, 3권만 출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3권을 마무리할 때 4권에 대한 힌트를 살며시 남겼다. 그 힌트를 놓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책이 성공했는데 무슨 아쉬움이 남아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기 위해선 강력한 빌런이 필요하다. 그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강력한 빌런은 3권에 죽었다. 그럼 더 이상 책이 나오면 안 되야했다. 여기서 가장 진부한 방식이 죽은 빌런을 살리는 것이다. 역시 여기서도 그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빌런이 아닌 그의 아들을 살리는 방식을 취했다. 힌트가 여기저기 남았으니 그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비밀인양 꼭꼭 감춰두고 마지막에서야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진을 너무 뺐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1권에서 했던 방식임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2부를 시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시작했고 같은 방식으로 글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주인공 남녀의 애정관계가 계속 밀당만을 반복하고 있다. 4권째 반복함으로 독저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작가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독자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책이 2권이 남아 있다. 아마 2부로 끝을 낸 모양이긴 하다. 작가가 이 캐릭터들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면, 굳이 이 방법을 하지 말고 다른 스토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굳이 1부의 이야기를 계속 가져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다. 이런 흥미 돋는 소재에 왜 이런 진부하게 끌고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끝난 이야기고,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4, 5권은 보지 않을 예정이다. 봐바야 화만 날 것 같고 여기서 마무리하는게 1부에 대한 좋은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는 아깝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영화가 망했으나 드라마로 다시 성공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미드로 시즌 3까지 나왔고, 아직 끝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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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토커 스토리콜렉터 69
로버트 브린자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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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보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열받게 했어요."
"때로 진실에 다가가려면 사람들을 열받게 해야 하지만, 내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니에요." 에리카가 말했다. "당신도 어제 아이작의 모습을 봤어야 해요. 그는 범인이 아니에요. 난 그걸 증명해야 해요."
- 본문 P368 중 -

전형적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같은 부류 안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정말로 전형적인 범죄 추리소설이다. 심지어 글의 흐름까지도 완벽하게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25% 정도 읽었을 때, 그러니 한 100 페이지 독서했을 때 정말 지루함을 느꼈다.

오히려 셜록 홈즈 시리즈가 참신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20~30년 전 미드를 보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전개되는지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다. 범죄 발생 이후 해결을 둘러싸고 갈등 발생 추가 범죄 발생 그리고 뜻하지 않은 단서 발견. 상사의 지시를 어기고 무리한 수사 그리고 범죄자 체포로 마무리. 하지만,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난과 함께 휴가로 책이 마무리되는 것까지 무엇하나 진부하기 그지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뒤를 살펴봤다. 내가 20년 전에 쓴 책을 보고 있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2016년 이후에 쓴 책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전개의 책을 2010년대 후반에 쓰였을 수 있을까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영국에는 아직도 이런 책이 인기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든 간에 대단한 책이다.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로 여자 탐정소설이라는 신대륙을 개척했다고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여성 탐정소설이 나오는 책은 러시아 소설사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책도 있고, 아주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마플양도 있다. 오히려 이 책들이 온전히 개인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자라서 약점이 많아 보인다. 주인공도 본인이 여성이어 차별받는다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젠더 감수성이 굉장히 낮은 책으로 보인다.

100페이지 이상 보면서 빨리 결론만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중간중간 쓸모 없는 묘사가 이어질 땐 건너뛰면서 책을 읽었다. 소설책은 건너 뛰면서 읽는 일이 잘 없는데 이 책은 훌쩍훌쩍 읽어도 내용 전개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내용이 빈약하다는 반증도 된다. 뉘앙스 하나 문장 하나에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걸러 볼 수 없는 책이 있는 반면에 날림으로 읽어도 결론을 봤을 때 아무런 위화감도 없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로 마지막을 보면서 앞이 궁금하지 않았다.

총 6권의 책을 낸 작가로 전부 여성 경감이 주인공인 시리즈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면, 하나하나 찾아봤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중에 아주 전형적인 소설을 읽고 싶은 날은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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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킨예 2020-12-0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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