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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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세트 중 마지막 권이다. 통상 첫 번째부터 읽어야 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그다음 권부터 읽어야 하겠지만, 에세이인데 이어지는 내용도 아닌데 아무렴 어떠냐 하는 마음에 손이 가는 책부터 잡아 읽었다. 지극히 하루키의 마인드로 독서를 시작했다고 봐도 된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잠을 많이 못 자 머리도 멍하니 간단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에 얇은 책을 집어 들었고, 예상대로 간단히 두세 시간 투자 후 다 읽었다.

하루키의 책은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이 30년 전에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출간 이후 2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었다. 그 책을 볼 때도 이 사람 참 쿨한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아직까지도 하루키의 소설책은 읽어보질 못했으니 문체가 어떤지는 예상이 가질 않는다. 에세이로 볼 때는 항상 쿨한 사람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쿨함을 잃지 않았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몇몇 장치들을 뺀다면, 두 개가 어느 것이 80년대고 어떤 것이 2010년대 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이폰이란 단어다. 그 단어가 없다면 시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여전히 맥주와 재즈를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한다. 이 책을 쓸 때 나이도 60대 초반이었을 텐데 30년 전부터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30년 전의 하루키에서 2010년 대의 하루키를 짧은 시간 텀을 두고 만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심히 에세이 그것도 신변잡기 같은 에세이를 읽어보는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30년간 이 사람을 알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 사람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시간이란 사람을 어떻게든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년 전 하루키는 사람들 앞에 서는걸 지극히 싫어하고, 영어 회화에는 공포감 같은 걸 갖고 있었다. 30년 후의 하루키는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건 여전히 싫어하지만 영어든 자국어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5만 명 앞에서도 담담함을 유지할까 궁금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아저씨도 나이가 많이 먹었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더 치중에서 작품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항상 이런 쿨함을 유지하는 책이었으면 한다.

몇 년 전, "어째서 세계에서 1등이 돼야 하는 거죠? 어째서 2등이면 안 되는 거냐고요?"라고 하며 슈퍼컴퓨터 개발 예산의 삭감을 요구한 여성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해 유행어까지 됐다.
나는 슈퍼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 개발 예산의 시비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발언에 관해서는 생각할 바가 있었.
다. ‘재미있는 얘기네 하고 감탄도 했고, 동시에 ‘흐음,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만약 내가 예산 담당자이고 국회 에서 그런 식으로 의원이 궁지에 몰린다면 그런 경우는 되도록당하고 싶지 않지만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때 생각한 말은 ‘그렇지만 2등이 되는 것도 상당히 어려 워요‘ 라는 것이었다. 1등이 될 거야‘ 하고 노력하다가 힘이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2등이 되는 일은 있다. 분명 안 될 거야‘ 생각하고 했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등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처음부터 2등이 되려고 노력해서, 그래서 멋 지게 2등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 본문 P160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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