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마녀 디즈니의 악당들 3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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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시리즈의 주인공이 누군지 분명해지고 있다. 동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각 책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주된 인물은 맞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세명의 마녀들이었다. 모든 시리즈가 마녀의 의지에 따라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갈등이 진행이 된다. 1권에서 부가적인 인물로 생각이 되었으나 2권, 3권을 읽으면서 결국 그 마녀들의 생각대로 사건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권당 주인공이 다른 것이 아니라 결국 한 주인공이 각 사건에 대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결론에 따라서 디즈니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일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편의 앤딩은 디즈니가 싫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디즈니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원작의 결말을 따다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도 원작의 결말과 다른 식으로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디즈니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을 했다. 디즈니의 결말과 동일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디즈니 풍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서 디즈니 풍이라 하면, 최근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에 대한 예고를 하면서 끝내는 것을 말한다. 누가 봐도 다음 편은 말레피센트가 나오겠구나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에필로그에서 강렬한 등장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전 세계 콘텐츠를 석권하고 있는 디즈니답다는 말 이외는 할 말이 없는 뛰어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책으로 스토리가 검증을 받았다. 전 세계 각국 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 팔림으로 홍보도 거하게 진행되었다. 어디까지 세계를 확장할지 모르겠지만 서너 편 정도 더 나오면 10년 정도 끌고 갈 수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동력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편 정도 진행되면서 점점 배경 스토리인 동화의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화는 단지 해당 편을 이끌고 나갈 악역을 등장시킬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경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겠다. 큰 줄기의 줄거리만 등장시키고 세세한 내용은 표현하지 않았다. 표현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오리지널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고 힘이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디즈니 풍으로 하려다 보니 우리나라 말로 하면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하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포함하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네, 그래요. 언니들이 모두를 구했어요.
유모가 깔끔하게 답했다.
키르케는 유모의 생각에 공감했다. 다시들으면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느껴질 것이다. 또한 에리얼이 소원대로 인간이 되어 왕자님과 결혼해서 키르케도 기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니들과 플란체 만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마녀 주인들이 깨어나기만을 애절 한 눈빛으로 바라는 플란체.
그때 유모와 키르케의 등골을 타고 오싹 한 전율이 감돌더니 누군가가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녀.
강력한 힘을 지닌 마녀.
- 본문 P321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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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야수 디즈니의 악당들 2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석가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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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악당들 1]을 보고 더 이상 읽을 필요는 없는 시리즈라고 생각했다. 동화의 악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 이외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최대한 동화의 원작을 살렸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도 없었다. 특이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런 내용이라면 굳이 2권, 3권을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권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2권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마지못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다. 소개를 좀 더 찬찬히 살펴보고, 이 책이 작가 한 명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디즈니와 같이 기획해서 만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하고 생각했다. 디즈니와 같이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디즈니의 기획이 덧붙여 졌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디즈니의 DNA가 녹아들어 갔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어야 했다.

디즈니의 DNA는 각종 영화 스튜디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세계이다. 대표적인 시리즈인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각종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각종 스튜디오를 사들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 세계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만난다. 하나의 세계관을 전부가 공유하는 것이다. 마블에서 성공을 거둔 그 방식을 점차 넓게 만들었다. 다만, 디즈니 전통 동화에서 그런 작업을 하진 않았다. 디즈니 전통 동화는 그림동화, 안데르센 동화 등을 말한다. 각각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공주님이다 보니 세계관에 대한 관념이 없었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는 전혀 알지도 서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게 당연한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벤트 형식으로 같이 모아 놓고 함께 있는 그림은 그렸지만, 그건 일회성 이벤트로 스토리를 연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워낙 개성이 강한 동화다 보니 그리고 동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 보니 연계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어벤저스 시리즈가 성공하고 세계관을 공유하면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조금씩 세계관을 살짝살짝 넣는 작업을 했었다.

이러다 곧 동화들의 세계관도 연결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일 뿐이고 워낙 많은 시리즈가 있는데, 그런 치밀한 작업을 할만한 여유가 있을까 했다. 그리고 원작이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데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디즈니는 내가 못하면 남 시키면 되지라는 패기로 소설이라는 장르로 세계관 합치는 작업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소설이 미국에서 가시적인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것과 별개로 2권은 너무 흥미로웠다. 백설공주의 등장인물이 같이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고 활약을 한다. 세계관 공유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서 1권에서 나왔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 흘리면서 흥미를 돋우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미녀와 야수 그대로인데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그리고 3권의 주인공도 소식을 전하면서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다음 영웅을 기대하듯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1권만 읽고 2권 독서를 포기했다면 아쉬울 뻔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세계관의 융합을 시도했다. 그리고 재미로 승화시켰다. 3권은 2권의 세계관도 같이 들어갈 테니 더더욱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3권이 기대되는 이유다.

"할미 여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얼마나싫었을까?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죽은 왕비는 전설 속의 인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알아. 왕비는 실존인물이잖아. 왕비는 슬픔과 허영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고 말았다고."
루신다도 함께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불리기는 정말 싫었을 거야. 자기를 할미 여왕이라고 부르는 자에게는 저주를 내리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제는 여왕이 죽었잖아! 죽었다고, 죽었어! 바위 절벽에서 뛰어내렸지!"

- 본문 P244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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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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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몸에 있는 각종 장기들이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장기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나 일반인들은 언젠간 소형화하여 인간 몸속으로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인간 장기에 대한 이해를 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해도 못했다고 한다면 인공 장기를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뇌를 인공장기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안된다고 답할 것이다. 다른걸 다 떠나서 뇌의 기능을 이해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대다수의 사람들은 AI 시대가 오게 됨으로써, 곧 인간의 지능이 없어지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뇌가 얼마나 위대한지 잘 모르고 있다. 최고의 바둑기사를 단박에 꺾어 버리고, 각종 지식을 습득해서 순식간에 판단하는 모습을 보고 곧 뇌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큰 서버를 작게 구겨 넣어서 머릿속에 들어가는 정도의 기술만 만들어지면 언제든 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람이 바둑 두기 위해 사용하는 뇌의 무게는 1.4kg 정도 된다. 그런데 서버는 대당 40~50kg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버가 한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인간의 기사와 대등한 수준 그 이상으로 바둑 두기 위해 사용한 서버의 대수는 수십대로 수톤 무게의 서버가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준비된 AI는 단지 바둑만 둔다. 사람은 1.4kg으로 바둑도 두고 장기도 두고 체스도 둔다. 하지만 딱 바둑만 둘 수 있었다. 물론 다시 학습하고 세팅하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그리고 그 서버들은 무지막지한 전력을 사용한다. 단지 바둑을 두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은 사탕 하나 먹으면서 바둑 둘 수 있다. 하지만 저 기계들은 수십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총동원해야만 바둑을 둘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인간의 뇌는 대단한 것이다. AI시대에 들어서 마치 인간 뇌의 모든 기능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단지 인간 뇌의 극히 일부분을 잘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그것만을 잘한다.

이런 것을 알고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면 책은 뇌의 오류 인지능력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한다. 뇌는 위대하다고 칭송하면서 오류에 포커스를 맞추니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리면서 읽게 된다. 하지만 뇌는 대단한 기능을 가진 장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몸을 제어하면서 외부 자극에 대한 분석과 처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운동과 사고까지 한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지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하는 말에 써 놓은 것이 지금 설명하고 있는 것이 맞다 보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해를 못한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이해 못한 것처럼 뇌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많은 책들 그리고 뇌에 대한 많은 책들이 10년, 20년 후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내용이라 결론 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술로 이 정도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는 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현상이 누군가 남에게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왜곡은 ‘우리가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에도, 즉 우리의 기억 자체에서 흔히벌어진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는 늘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은 순전히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 본문 P174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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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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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7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소설은 연관성이 없다. 예전 단편소설들은 각각 다른 주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단편소설이 모두 하나의 주제를 이루는 것이 있었다. 이 책은 전형적인 예전 방식으로 각 단편소설이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의 분위기가 밝았다 어두웠다 바뀐다. 단지, 작가가 책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밝았다 어두웠다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보니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2014년 이전의 소설과 이후의 소설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었다. 소설의 배열을 가볍고 어둡게 바꾼 것은 흥미를 유지하기 위함이 커 보이나, 가벼운 내용과 어두운 내용을 쓴 것은 오로지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14년도 전은 밝은 소설을 이후는 어두운 소설을 쓴 것이다. 작가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사회는 크게 바뀔 것으로 생각을 했고, 저자 역시 그것을 기준으로 어두운 작품을 쓴 것이다.

작가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을 불명확하더라도 2010년 이전과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부분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상 굵직굵직한 사건도 여럿 발생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도 많이 남았다. 작가의 말처럼 먼 훗날 이 시대를 일컫는 새로운 말이 나올 수 있다. 사회는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에 있다. 이 변화가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 현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화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것으로 생각된다.

14년 이전의 소설은 블랙 코미디의 모습을 띄는 것도 있고, 한결 가벼운 주제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최은지와 박인수] 같은 경우는 그냥 유쾌하기만 하다. 물론 내용이 그렇게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묵직한 주제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드라마 한 편을 본 듯이 허허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한 14년 말에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는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책이 갖고 있는 주제는 한 없이 무거웠다. 거기서 나온 주제는 딱 하나였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이다. 회복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면 그 이후는 견뎌내는 것 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회도 그 이후 많이 바뀌게 되었다. YOLO가 유행하고 소확행이 유행한다.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부분이 더 부각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저항도 일어나는 등 사회는 많이 변했다.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려는 쪽과 변하지 않으려 하는 쪽이 아직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지 아직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대한민국이 진행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인아의 죽음을 두고 이런 상상이나 하고 있는 자신이 혐오스러웠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인아는 죽었고, 그 남편도 곧 죽거나 그에 버금가는 상태가 될 것이고, 사채업자는 교도소에 가게 될 것인데, 자신만 아무 일 없이 무사하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문득 기가 막히게 좋았다. 행복감이 솟구쳤다. 엄청난 유혹을 이겨내고, 위기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켜냈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들었다. 인생의 원점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그런 정신적 사치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한 거야. 그는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릴 적 위인전이나 읽으며 헛된 꿈을 꾸던 감상적 어린아이와 결별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다.

- 본문 P108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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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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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어렵거나 심오하지는 않다. 그림동화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다. 주로 그림동화가 애들의 시각에 맞춰서 각색된 것이라는 내용이고, 원작은 이런 책이다 라는 식의 줄거리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래서 잔혹동화, 숨겨진 이야기 등의 제목으로 동화의 원작을 찾아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동화의 반전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을 받게 하는데 주력하는 내용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화의 내용은 그대로 살린 채 시점을 백설공주가 아닌 왕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인공만 바꿨을 뿐인데 참으로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내용은 동화책에 서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왕비의 시점으로 적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작가가 신나게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저작권이 없는 이야기다 보니 참신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점만 바꿨는데 비어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 비어있는 틈에 오리지널 이야기를 차곡차곡 넣게 되었고 오래된 이야기지만 또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시도는 참신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존재했다. 작가는 결말까지 새로운 스토리를 써야 하느냐 아니면 원작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부족한 내용만 보충할까 이런 고민에 휩싸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 고민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둘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원작 스토리를 충실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결말을 또 만들면 된다. 전형적인 방법이긴 한데, 단점은 새로운 스토리를 계속할 것이 아니라면 찝찝한 결말이 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원작을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바꾼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2부가 나올 것이 아니라면 어쩌라고 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책은 가볍고 읽기에 편하다. 알고 있는 스토리를 각색한 것이고, 왕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너무 잘 알고 있는 책 딱 그 정도이다. 그것을 깨부수기 위하여 원작에 없던 등장인물 몇몇을 추가시켰지만,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면 메인 줄거리를 움직일만한 오리지널 등장인물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영향력이나 매력이 크지 않다.

시리즈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정도의 구성이라면 2, 3 권으로 계속 읽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다양한 이야기의 그림동화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다양한 관점의 동화가 있지만 이번과 같은 관점의 동화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왕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여왕의 집착과 미움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어느 순간 주변의 누군가, 혹은 나 자신에게서 여왕의 일부를 발견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가 매혹적이며 동시에 인간적이길.
- 본문 P7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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