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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잖아. 엄마하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큐피가 말했다.
"맞아. 어떤 사람이든 어머니는 어머니야. 하코토는 지금 행복하잖아? 그 행복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하는 거잖아. 낳아준 사람은 어머니야. 만약 하코토가 행복하다면 어머니한테 감사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벌 받아.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으니까."
미츠로 씨 말에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애써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는 할 수 있네."
줄곧 가슴에 막혀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한낮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선대도, 그리고 미유키 씨도 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 본문 P292 중 -
책을 읽고 있는데, 참 불친절한 책이라 생각했다. 배경 설명도 없이 이렇게 글이 전개가 되다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으로 글을 써 내려가 불친절해도 읽는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러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떤 다른 책의 속편이었단 사실을.
너무 잔잔하게 흐르는 흐름에 참 연못 같은 책이구나, 강물 같은 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불친절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역자의 글을 보니 아니었다. 역자는 3편도 나오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때서야 찾아보니 속편이 맞았다. 어쩐지 너무 배경 설명이 없다 싶었다. 하긴 배경 설명이 없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해가 가지 않거나 난해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1권의 독자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챕터의 이름도 4 계절로 되어있다. 시작하자마자 결혼한다는 선언이 나온다. 두 사람의 결혼이 이 책에서 큰 흐름을 차지하진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이 책의 주제는 두 사람의 결합이었다. 그런데 왜 저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했다. 물론 지금은 알고 있다. 독자들은 당연히 전편을 읽었을 테니 당연했다. 굳이 둘의 이야기로 지면을 채울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면 글의 흐름이 늘어진다. 작가의 재기가 번뜩이는 건 전작을 읽지 않음에도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애와 아빠가 있는 가정과 나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법 오래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새엄마와의 결합에 대한 내용이 주다. 한 없이 착한 딸로 인하여 둘이 이어지게 되는데 물론 그 과정은 나오지 않는다. 책의 내용으로 추정해 볼 뿐이다. 물리적 결합되는 과정 화학적 결합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삐걱거림과 화해의 과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다 읽고 나니 독자가 2편을 기대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 또한 1편이 궁금해지고 2편에서 이어지는 주변인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했다. 소위 말하는 떡밥을 너무 많이 뿌렸다. 엄마와의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고, 주변인들이 부탁한 것들도 수행하지 못했다. 책이 진행되는 동안 해결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그 모든 게 다 진행된다면 잔잔한 삶은 아니겠지 출렁이는 삶을 사는 거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