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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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라는 콘텐츠
모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뜨겁고 맵게 만들면 맛있다고 느낀다!˝라고 우리의 미각을 뭘로 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운 것을 좋아하고 펄펄 끓고 있는 국물을 들이켜면서 시원하다고 환호한다. 상황이 이런데 뭐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면 저 말을 부정하지 못하듯,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뭘 해도 삼국지만 들먹이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제작비는 벌어들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삼국지라는 무수한 콘텐츠가 나왔는데 나오면 앞뒤 안 보고 소비하는 인물들이 있다. 삼국지라는 소설이 주는 매력이 그만큼 압도적이다. 삼국지 관련 소설, 만화, 게임 등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가 쏟아졌지만 못해도 중박은 가니 제작자들이 지속적으로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설민석이 왜?
결국 저 유혹에 설민석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설민석은 국사학자다. 우리나라 역사에 중국 역사를 배제할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중국사에 대한 지식은 있다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과연 중국사 그것도 삼국지에 대한 내용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었다. 물론 정사가 아닌 소설을 바탕으로 쓰기는 했으나 어찌 되었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중국 정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본 바탕은 연의를 따라가더라도 설명이나 꼭 필요할 때는 정사를 살짝 가미한다. 이런 방식은 다른 책에서 많이 썼기 때문에 또 가져다 쓸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다른 방법을 찾겠지 설마 가장 진부한 방법을 썼겠어?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았다. 이제까지 나온 다른 삼국지와는 다르게 충실하게 연의의 내용을 가져다 사용했다.

그럼 설민석 표 삼국지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책으로 봤을 때는 설민석이 머리말에 썼듯이 강의하듯이 썼기 때문에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문장이 있다.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책을 읽는데 설민석 강사가 강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그러나 오로지 그것만 이 책의 장점이라면 과연 책으로서 매력 있는 도서라 할 수 있을까?

# 최악의 삼국지
삼국지로는 최악이다. 가장 기본부터 어기고 시작한다. 누구는 유비, 관우, 장비고 누구는 조자룡이란다. 이름 쓰는 것에서 통일성이 없다. 심지어 공손 찬의 경우는 성도 틀리게 써놨다. 손찬이 형이라는 본문의 내용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재미있게 쓴다고 해도 성과 이름까지 틀리게 적어 놓는다면 책으로써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내용으로 황당함마저 준다. 대표적으로 초선이라는 인물은 정사에는 없는 인물이다. 연의에 나오는 인물이고, 동탁과 여포의 반간계 이후 소설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인물이다. 연의의 내용은 여기까지고 초선이 중이 되고, 여포는 초선을 잃은 충격으로 여자를 멀리한다는 내용은 어디에 나온 내용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다양한 버전의 삼국지가 존재하니 그중 어느 한 곳의 출처이긴 하겠으나 적어도 연의를 기본으로 했다고 한다면 연의 외의 내용을 적을 때는 출처에 대해서 기입을 했어야 한다. 책이라면 아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도 적지 않은 것이다. 삼국지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 내용이 연의에 있을 거라고 오해할만한 내용이다.

# 구성도 최악
내용도 최악, 구성도 최악이다. 나름 그림까지 넣고 구성을 꾸민 것으로 보이나 차라리 그림만 있으면 좋을 것을 굳이 그림에 글을 몇 줄씩 넣어서 책을 읽는데 혼돈을 준다. 그림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흐름이 이상해서 봤더니 몇 줄만 있고 이런 것이 흔했다. 어차피 그거 나 모아봐야 한 장 나오지 않을 것 같던데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방대한 삼국지를 책 2권으로 압축해야 했으니 빼먹은 내용이 많은 건 감안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도 많이 빠졌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눈치챌 수 있는 중요한 내용들이 다수 빠졌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도 이상해졌다. 갑툭튀로 누군가가 나타나고 필수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없다. 유비의 가장 대표적인 신하인 간손미(간옹, 손건, 미축)의 이름은 단 한차례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 유비 측에는 단 1인의 문사도 없을 것으로 오해할만하다.

설민석이라는 브랜드가 빠지면 남는 것이 하나 없는 책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책을 냈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머리말의 한 번도 연의를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닌, 한 번도 연의를 읽지 않은 사람은 꼭 읽으면 안 되는 책이다. 말도 안 되는 오해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지식으로 삼국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받아들이다마다. 손찬 형님의 아들 같은 자네 아니던가. 손찬 형님이하북 지방에서 자리잡을 당시 자네는 아직 소년이었지. 그때 우리가 자넬보고 얼마나 탐을 냈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참으로 천행이 따로 없구나.
공손찬 형님의 유지대로 자룡을 받아들이고 함께 힘을 모아 한나라를 부 흥시킬 것을 하늘과 땅에 맹세하노라!" 그 말을 들은 조자룡은 기뻐하며 말했다.
"비록 미천한 실력이지만 장군님들을 따르도록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절대 폐는 안 끼치겠습니다."
장비가 선심 쓰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 바르게 잘 컸고만, 그래, 넌 맨 뒤에서 따라오도록 해, 전쟁은 장난이 아니야. 무섭다고 오줌 싸고 그러면 안 돼, 알았냐?"
조자룡이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넙죽 절을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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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방지기 2019-09-01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설민석이 국사학자란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강 강사에서 시작한 그의 정체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민석 본인이 홍보할 때 사용하는 역사 코디네이터?가 개인적으론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