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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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 중 온전히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쓴 글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이 현재의 트렌드와 많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감탄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대번에 30~40년 전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알았다. 공장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았다. 공장은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공장에서 나오는 생산품을 보면 시대를 모를 수가 없다. 목차만 봐도 글이 생성된 년대를 추측할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의 이야기로 딱 이후 일본은 장기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직전이니 한참 전성기 일본의 모습을 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상승하는 경기 경제 곡선과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장의 제품들이 일본 국민의 마음속에서 뿌듯함으로 남았을 것이고, 이러한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신문과 유명 소설가가 합세하여 공장 견학기록문을 만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라는 사람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이야기를 쓰는데 객관적으로 쓴다. 민족주의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어 없는 사실을 쓰거나, 자긍심에 불 붙이려 기를 쓰는 그런 내용은 없다. 그냥 있는 사실을 덤덤하게 작성하는 편이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글을 읽는데, 지나가는 말로 본인들의 경제 부흥을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촉발되었다고 기술하는 것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썼구나 저때는 저렇게 글을 써도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았던 모양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하다. 역사문제, 영토문제, 정찰 문제 등 계속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시점에서 저런 식으로 글을 썼다면 일본 내에서도 비난이 속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때는 저렇게 글을 써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은 사회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후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경제 위기가 닥쳤으니 욕할 정신도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공장 탐방기는 르포가 되어야 하겠지만, 하루키는 역시 독특하게 글을 썼다. 공장의 세세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와! 이런 공장도 있네 재밌다˝ 이런 유의 기록이다. 공장을 다녀오고 쓴 공장 탐방 감상문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볍게 썼다. 가볍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공장이라고 꼭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니 말이다. 어느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썼냐면, 예식장도 공장으로 생각하고 예식장도 다녀왔다는 것에서 하루키의 탐방기 마음의 무게를 알 수 있다.

읽는 이의 지식에 따라 책의 느낌은 다를 텐데, 글이 작성되고 30년 이후의 사람인 내가 봤을 때는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과연 그때 탐방했던 회사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대표적으로 인체 모형이라던가, CD 공장은 지금쯤 다 문 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CD는 거의 생산을 하지 않고, 인체 모형은 굳이 저런 게 필요한가? 필요하면 3D 영상으로 대체하면 될 테니 말이다. 업종을 바꾸거나 다른 물품으로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으면 사라졌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하이테크 업종,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미래의 모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였다.

물론 이 일곱 가지 공장을 취재한다고 해서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평균적인 공장 현황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적 흥미에 따라 고른 것이라서 상당히 편중된 경향이 있고, 규모로 봐도 중소기업·경공업 공장이 많으며 중공업 · 대규모 공장은 선택에서 밀려났다. 오히려 현재 일본 공장의 평균적인 모습을 살펴보자‘는 의도를 지닌 사람 같으면 영 선택하지 않을 종류의 공장만(마쓰시타 공장은 예외지만) 골랐다 싶을 정도다. 이런 점은 비전문가(논픽션 작가)의 변신쯤으로 해석해주었으면한다. 결과적으로는 이 일곱 곳을 선택한 것이 타당하지 않았나 하고 내심 - 이렇게 써버렸으니까 더이상 내심이 아니지만 - 자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을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취재와 집필을 계속하는 사이 내 안에서 ‘일본‘과 ‘일본인‘ 이란 것=개념의 존재가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해 뜨는 나라의 공장‘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쓰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쓰기 시작했다가는 ‘서문‘ 이란 한정된 영역에는 도저히 다 수용하지 못할 것 같으니 이 자리에서는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 본문 P12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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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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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책은 두 권째 읽는다. 책을 쓴 저자가 누군지는 살펴보지만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지는 잘 보지 않는다. 나중에 책이 괜찮아 다른 책도 읽을까 하여 찾을 때 유심히 보는 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저자의 다른 책을 봤을 땐 또 찾아 읽을 일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책을 못쓴다기보다는 책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철학에 대한 부분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대부분이 그렇듯 철학은 어려워서 싫어요. 이런류의 반감이 아니라, 왜 저렇게 어렵게 글을 쓸까에 대한 반감이라고 볼 수 있다.

유물론적, 형이상학적, 로고스 뭐 등등등 각종 난해한 용어로 점철된 글로 표현한다. 오죽하면 철학 용어 사전이라는 책도 나올까? 또한 철학은 모든 자연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과학도 철학의 종류로 치부하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또한 모든 학문은 오로지 진리를 규명하는 것이다고 정의하게 되니 모든 학문이 철학이 되는 진기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철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채사장의 전작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모든 사물을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하게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을 했다. 이 정도면 읽을 만 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굉장히 끌리지는 않고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글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했다. 어린 시절부터 생겼던 많은 물음에 대해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 10 발자국으로 표현해서 정리했다. 11 번째 발자국은 현시점이니 논외로 생각했다.

읽으면서 전공이 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철학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던 흔적을 보게 되니 왜 그런 책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애초부터 사고가 철학에 규정되어 있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런 사고가 이어졌는지 철학 전공자의 의식을 따라갈 수 있어서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름 영리하게 글을 쓴 게, 계단 계단마다 책을 한 권씩 비치했다. 이 책을 보고 이런 느낌, 저 책을 보고 저런 느낌 책 한 권으로 깨달음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표현했다. 물론 중간에 책이 아닌 가수가 한 분 계시기는 하나 거의 평전같이 썼기 때문에 일종의 평전으로 생각한다.

저자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 계단을 올라갈 때 인과에 따라 계단을 딛고 올라갔는데, 과연 어디가 끝인지 본인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모든 계단을 다 딛고 올라간 것이라면 엄청난 선지자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좀 오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그 인물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편견적인 반응일 수 있다. 뭐, 그건 이다음에 나온 책을 먼저 본 입장에서는 후에 나온 책 보다 7년 전 나온 이 책이 더 나은 것 같아 생긴 반응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나마 열한 계단에선 풍부한 세계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가서 본 영화가 재미있었다는 그런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가끔 주위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특징은 한 권의 책이 갖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서적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떤 책들을 읽어서는 안 될 책으로 상정하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이를 접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이들은 진보적인 책은 진보적이라고 욕하고, 보수적인 책은 보수적이라고 욕한다. 성경은 종교적이라고 욕하고, 과학은 유물론이라고 욕하고, 또 어려운 책은 어렵다고 욕하고, 쉬운 책은 쉽다고 욕한다. 이들은 평생 한 권의 책만 읽을 기세다. 이들은 대중이 자신보다 단순해서 쉽게 휩쓸릴 것이라 믿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책이 아니라, 이런 편협한 사고를 가진 단순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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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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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나이를 찾아본다. 오래전부터 이름을 알던 사람인데 애석하게도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일본 작가의 책은 어떻게 하다 보니 여성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어 하루키의 책은 읽지를 않았다. 그나마 읽은 책도 판타지류로 문학과는 거리가 먼 책들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70세 만 나이로 69세 되었다. 역시 오랫동안 이름은 자주 들었던 이유가 있다. 나이를 찾아본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언제 쓴 글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글을 쓴 배경 시점은 90년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현재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글을 쓴 일자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에세이다 보니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읽다 보면 시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80~90년대 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역시 80년대에 쓰고 90년대에 엮어 책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교의 영향권이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어떻게 보면 꽉 막혀 있다 봐야 할. 텐데 너무 자유롭게 글이 쓰여있다.

이 책을 냈을 때 의외로 많은 반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시점에서도 이런 글을 쓴다면 상당히 쿨한 사람이네 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30~40년 전의 이야기라면 쿨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독특한 사람이네, 말도 안 되는 사상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을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가 가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인 시대다. 그렇게 본다면 하루키는 유행을 상당히 앞서 간다고 생각해도 될법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구절은 표어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표어가 가득하던 시절이었다. 각종 포스터에 표어들이 길에 넘쳐났다. 현재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꾸준히 공익광고 등으로 표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시대 그랬나 보다. 그 시절 각종 표어 만들기 대회가 있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걸 하루키는 삐딱하게 쳐다본다. 그러면서 트집잡기식으로 대상을 받은 표어에 대해서 정리해서 썼다. 본인도 트집잡기라는 것을 알면서 쓴 글이다. 표어가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나름 논거라고 반박하면서 쓴 글을 보니 귀여워서 실소가 나왔다. 70 먹은 어르신을 귀엽다고 표현한 것이 아닌 그때 당시의 하루키라면 내 나이보다 아래 거나 비슷할 테니 예의에 어긋나 보이진 않는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뭔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성찰이나 자아실현 이런 이야기보다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부분의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누구를 가르치러 드는 듯한 불쾌한 감정이 덜하고 왠지 모를 흥이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대표작들인 소설류보다 에세이를 먼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래되고 소설책처럼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요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해서 찾기 어렵긴 한데, 최대한 찾아 읽어보고 그의 소설 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 본문 P151, 127 중 -

예를 들어 나는 고등학교 시절 온통 미국 소설만 읽었기 때문에, 우선 읽고 쓰는 것으로 영어를 시작해 그다음에 조금씩 회화로 들어갔다. 그래서 회화가 가능해질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도 그리 잘하지 못한다. 어눌하고 투박하게 말한다. 발음도 엉망이다. 말이 매끄럽게 술술 나오지도않는다. 하지만 그게 나라는 인간이다. 세상에는 내가 잘할 수있는 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일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때우고 산다. 우리는 아주 불완전한 존재이고, 하나에서 열까지 두루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갖가지 사람이 있다.

아무튼 부모와 자식이 뭐든 얘기하는 가정은 과연 정말로 즐거운 가정일까? 나는 그 표어 앞에 서서 근본적인 의문에 빠졌다. 이런 표어는 때로 근본적인 사고의 확인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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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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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극적인 소재이면서 문학에서 가장 많이 차용하는 주제인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륜은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인 구약에 나올 만큼 고대시대부터 금기된 내용이자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이다. 엄격하게 금하는 내용으로 구약은 10 계명으로 절대 하지 말 것을 명하고, 문학에서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결과는 파멸로 이어지도록 전개된다.

하지만 오가와 이토는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불륜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한다. 자극적인 내용도 없으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위험한 내용도 전혀 없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을 한 셈이다. 자극적으로 쓴다면 진부한 소재에 진부한 내용으로 글을 썼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고 둘의 사랑을 극적으로 쓴다면 미화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야 양측의 비난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그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잘 건너가도록 글을 썼다.

섬세한 감성으로 글을 썼지만, 특유의 디테일로 불륜에 이르는 스토리에 몰입되지 않도록 조절하였다. 초기작이 아닌 후기작을 먼저 봤지만, 작가는 책 속에 자세하게 풍경을 서술한다던가 아니면 굉장히 묘사를 잘한다.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에서는 문구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한다. 만년필을 볼펜을 그리고 종이의 질감이 생생하도록 자세히 묘사한다. 읽고 있으면 글을 쓰고 싶어 지게 만드는 묘사를 했다. 이 책에서는 일본 요리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를 한다. 질감이나 맛까지 느껴지도록 상세하게 작성을 했다.

또한 기모노에 대해 설명하면서 원단에 대해서 쓴 내용을 보면, 잠깐 스토리에 대한 내용을 까먹게 된다. 그러면 그들의 불륜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된다. 메인 스토리가 아닌 묘사에 대한 이야기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다. 그럼 이야기가 어둡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밝게 만들어 준다. 어떻게 표현해도 불륜은 어두운 이야기이다. 책에 대한 소개에 보면 플라토닉 러브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식으로 평한 글이 있는데, 어떻게 되었든 결과가 보이는 어두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영리하게 그들의 끝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한차례 이별과 만남을 통해서 애잔한 사랑을 만들어 버렸다. 더욱 둘이 헤어질 수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 버리고는 냉큼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영악하다 볼 수 있다. 이다음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도 반드시 비극이 동반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비극이든 아니면 불륜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의 비극이든 꼭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딱 그전에 책을 마무리 함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글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끝까지 마음의 잔잔함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 본문 P285 중 -

"별이 왜 아름다운지 아니?"
유키미치가 한 손으로 자전거를 끌면서 불쑥 물었다.
"공기가 맑으니까?"
내가 대답했다.
"그런 면도 있겠지만, 어둠이 있기 때문이겠지."
"어둠?"
"그래, 새카만 어둠,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안 그래? 실은 낮에도 별은 반짝이니까."
"어둠 때문이라……." 내가 중얼거렸다.
그 무렵 나는 부모님 이혼 문제가 아직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티 없이 밝은 고교시절을 보냈던 건 아니었다.
"난 안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은 인생의 어둠이라고 생각해."
"그렇긴 한데, 그런 어둠이 없으면 좋은 일이나 기쁜 일이나 운 일이나 행복한 일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겠지. 최근을 보다가 문득 인생이 줄곧 대낮처럼 밝으면 별의 존재도알아챌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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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 트렌드 - 1인 체제가 불러온 소비 축소
최인수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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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대한 책을 챙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관심이 없었다. 사실 작년 말부터 현제까지 읽어본 것이 트렌드 책의 거의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트렌드에 관련된 책이 많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트렌드 책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읽게 된 트렌드 코리아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권의 트렌드 관련 서적을 읽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어떤 책에도 트렌드의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하는 책은 없다는 것이다. 트렌드라는 것의 사전적 정의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그 책이 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트렌드를 구분하는 방식은 마이크로 트렌드, 트렌드, 메가 트렌드 그리고 문화로 이어진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1년의 단기간의 유행, 메가 트렌드는 3~5년 정도 지속적인 유행, 메가 트렌드는 10년 정도 이어지는 유행 그리고 그 이상 지속된다면 유행이라 부를 수 없고 문화로 불리어야 한다. 이렇게 정의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게 명확한 정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 트렌드나 메가 트렌드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트렌드가 뭔지는 표명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렌드라는 것이 3년 정도 지속되고 있는 유행이고, 유행되고 있는 것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책마다 뽑는 트렌드가 각각 다르다. 맞고 틀리다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봤을 때 전부 유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책에나 항상 트렌드로 뽑히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소확행 그리고 나 홀로 문화를 꼽고 있다. 저렇게 모든 책에서 트렌드라고 뽑히고 있는 것은 메가 트렌드로 나아갈 확률이 높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 그리고 나 홀로 문화인 혼술, 혼밥, 혼행 등 각종 혼의 문화가 거대한 트렌드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저 두 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감정이 하나로 모여 큰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한다면 작은 감정으로 인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큰 감정, 큰 감동이 대세였다. 가정 그리고 나라와 나를 일체화시켰기 때문에 나라가 흥하면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라가 잘되도 행복하지 않고 안되고 괴롭지 않다. 철저하게 혼자인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뽑은 2019년 트렌드는 거의 저 두 가지를 관통한다. 한동안 유행하던 욜로, 여행 등도 다소 유행이 약해질 것으로 이 책은 판단한다. 딱 저 두 가지 때문이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에 금전의 부담이 크다. 그리고 굳이 멀리 떠나가지 않아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수단은 많다는 것이다. 점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동안 작은집을 향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큰집으로 다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단, 내가 생활할 방이 큰집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것 또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스페이스를 늘리고 싶다는 욕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적인 사고에서 시작한 저러한 트렌드가 어떻게 뻗어나가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고 계속 꾸준히 살펴보고 싶다.

- 본문 P187 중 -

직장을 옮겨 다니는이 오거 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잡노마드족(Job Nomad) 사회적 시선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이들을 ‘사회 부적응자‘ 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바꾸려는 사람들‘ 이란 긍정적 평가가 좀 더 많은 편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들을 불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같다거나 발전 가능성이없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시각은 매우 드물었다. 다만 스스로를 잡노마드족‘ 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12.2%에 그쳐, 아직까지는 자신을 잡노마드족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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