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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나라의 공장 ㅣ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에세이 중 온전히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쓴 글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이 현재의 트렌드와 많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감탄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대번에 30~40년 전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알았다. 공장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았다. 공장은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공장에서 나오는 생산품을 보면 시대를 모를 수가 없다. 목차만 봐도 글이 생성된 년대를 추측할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의 이야기로 딱 이후 일본은 장기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직전이니 한참 전성기 일본의 모습을 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상승하는 경기 경제 곡선과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장의 제품들이 일본 국민의 마음속에서 뿌듯함으로 남았을 것이고, 이러한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신문과 유명 소설가가 합세하여 공장 견학기록문을 만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라는 사람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이야기를 쓰는데 객관적으로 쓴다. 민족주의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어 없는 사실을 쓰거나, 자긍심에 불 붙이려 기를 쓰는 그런 내용은 없다. 그냥 있는 사실을 덤덤하게 작성하는 편이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글을 읽는데, 지나가는 말로 본인들의 경제 부흥을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촉발되었다고 기술하는 것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썼구나 저때는 저렇게 글을 써도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았던 모양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하다. 역사문제, 영토문제, 정찰 문제 등 계속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시점에서 저런 식으로 글을 썼다면 일본 내에서도 비난이 속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때는 저렇게 글을 써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은 사회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후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경제 위기가 닥쳤으니 욕할 정신도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공장 탐방기는 르포가 되어야 하겠지만, 하루키는 역시 독특하게 글을 썼다. 공장의 세세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와! 이런 공장도 있네 재밌다˝ 이런 유의 기록이다. 공장을 다녀오고 쓴 공장 탐방 감상문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볍게 썼다. 가볍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공장이라고 꼭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니 말이다. 어느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썼냐면, 예식장도 공장으로 생각하고 예식장도 다녀왔다는 것에서 하루키의 탐방기 마음의 무게를 알 수 있다.
읽는 이의 지식에 따라 책의 느낌은 다를 텐데, 글이 작성되고 30년 이후의 사람인 내가 봤을 때는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과연 그때 탐방했던 회사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대표적으로 인체 모형이라던가, CD 공장은 지금쯤 다 문 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CD는 거의 생산을 하지 않고, 인체 모형은 굳이 저런 게 필요한가? 필요하면 3D 영상으로 대체하면 될 테니 말이다. 업종을 바꾸거나 다른 물품으로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으면 사라졌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하이테크 업종,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미래의 모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였다.
물론 이 일곱 가지 공장을 취재한다고 해서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평균적인 공장 현황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적 흥미에 따라 고른 것이라서 상당히 편중된 경향이 있고, 규모로 봐도 중소기업·경공업 공장이 많으며 중공업 · 대규모 공장은 선택에서 밀려났다. 오히려 현재 일본 공장의 평균적인 모습을 살펴보자‘는 의도를 지닌 사람 같으면 영 선택하지 않을 종류의 공장만(마쓰시타 공장은 예외지만) 골랐다 싶을 정도다. 이런 점은 비전문가(논픽션 작가)의 변신쯤으로 해석해주었으면한다. 결과적으로는 이 일곱 곳을 선택한 것이 타당하지 않았나 하고 내심 - 이렇게 써버렸으니까 더이상 내심이 아니지만 - 자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을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취재와 집필을 계속하는 사이 내 안에서 ‘일본‘과 ‘일본인‘ 이란 것=개념의 존재가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해 뜨는 나라의 공장‘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쓰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쓰기 시작했다가는 ‘서문‘ 이란 한정된 영역에는 도저히 다 수용하지 못할 것 같으니 이 자리에서는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 본문 P12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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