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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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부모로 산다는 것

 

 

 

ALL JOY AND NO FUN

 

제니퍼 시니어 지음 |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4년 04월 19일 출간

노란색 표지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서명 '부모로 산다는 것'을 보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난다.
'All Joy No Fun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겉표지의 메시지 만큼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최고의 역할이 '부모노릇'이 아닐까? 
41개월이 막 시작된 ​아들이 눈뜸과 동시에 이유없이 짜증을 낸다.
분명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를 서로 찾기 힘든상황.
달래고, 윽박지르고, 방귀소리에 깔깔 웃다가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침의 풍경.
화났다가 웃음짓는 이런상황이 육아중에 얼마나 비일비재 한지.
이건 아주 단순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 같다.
영유아 시기를 지나 아동의 시기, 사춘기로 이어지는 성장의 단게에서 부모는 숱한 갈등과 고뇌의 시기를 살아내야 한다.
아마도 자녀가 죽거나, 부모 본인이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생애서 놓을 수 없는 연민의 관계가 아닐까.
<부모로 산다는 것>은 육아서가 아니다. 부모지침서도 아니다.
2010년 '뉴욕 매거진'의 커버스토리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쓴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All Joy and No Fun'이라는 특집기사가 발표 되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에너지를 이어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2014년 1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부모로 산다는 것>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철학, 문학, 역사, 심리학과 인류학 등 각 분야의 서적과 저자들의 인터뷰, 부모모임의 사례들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1장~6장으로 나눠진 목차만 읽어도 무엇을 설명하는지 짐작이 간다.
1장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2장 조급한 엄마, 야속한 아빠
3장 소박한 선물
4장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5장 사춘기 아이들
6장 행복이란 무엇인가?​
부모가 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감이 상실된다. ​일상생활에선 수면부족, 몰입의 방해, 무수한 걱정과 갈등으로 격정의 시간을 보내는
육아기는 양육한 경험이 있으면 공감이 갈 것이다. 2장에서는 부부가 자녀를 두고 갖는 교육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부부관계의 소원함에 관하여 기록한다. 3장은 아이들이 주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4장은 어떤 교육적 모델을 제시
해야할지에 대한 고뇌가 5장은 사춘기를 맞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의 끈임없는 부딪힘이 리얼하다.
6장은 숱한 갈등과 기쁨의 교차를 그래도 부모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행복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빨간 밑줄을 이곳저곳 그어가며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하고,
통찰력있게 펼쳐보인 역사,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적 바탕의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 더욱 감성적이고 어떤 심리학, 경제학 서적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 것 같다.
몇녁간의 육아를 통해서 겪었던 고립감, 몰입부재, 심신의 피곤함, 부부의 갈등, 양육비용의 버거움을
전방이적 자료로 제시하니 객관적 사고를 갖게한다. 사춘기관련 내용의 부모 인터뷰와 자료 역시 흥미롭다.
<부모로 산다는 것>에는 많은 학자와 부모 인터뷰가 실려있다. 
예를 들면, 애덤 필립스는 한 예세이에서
"워즈워스나 프로이트나 블레이크나 디킨스와 같은 다양한 작가들은 모두" 사람들이 어릴 때 느끼는 격동과 
격렬함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
필립스는 애널리스트 도널드 위니콧의 말을 빌려
"위니콧에게 어린아이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다"라고 썼다.
"위니콧이 안고 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만일 어른이 어린 시절에 가졌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광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였다. ​
​스타인버그의 '엇갈린 길들' 중에
"사준기의 부모들은 자기가 가진 물리적인 통제력과 거기에 따르는 위안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때는 자기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
​저자는 필립스외에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이야기 많이 들려주고 있다.
 미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육아중인 독자에게 아주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
​예전에는 부모 역할이 자기 방식의 삶을 살도록 분명한 역할모델이 되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다.
미드는 미국인 부자관계를 상징적으로 '가을의autumnal'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자신을 추월하기를 바라며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전세계가 그럴것 같다. ​
 
​불확실성의 미래는 불안을 가중 시키고, 계층간의 교육열은 계층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사교육 시장이 확장되어간다.
모든 삶이 경쟁이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양육이란, 교육이란,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19세기 넘어 자녀는 노동인력의 대상이 아닌 보살핌과 기대주 입장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부모교육서로 보기엔 너무나 철학적인 문제제기와 사고를 요구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부모로 산다는 것'은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다. 자녀는 나 자신과는 또 다른 보살핌의 존재로서 버겁다.

그러나 부모이기에 느껴보는 생의 환희를 우리는 느낄 것이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든 많이든 적든 아이를 키우면 본표적으로 느끼는 행복의 기쁨.

필립스 에세이 <균형에 대하여>의 글은 옮기며 '부모노릇'에 대해 성찰해 본다.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온갖 놀라움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놀라움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고 그저 놀라운 일들로만 남을 수 있도록 어른들은

헌신적인 노력과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아무리 건전한 보살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아이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에서 설계가 가능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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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위위야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2
거빙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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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雨的桃花源

'위위는 인간쥐이다'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과 추리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인간쥐는 인간의 얼굴과 사고를 하고, 몸은 보통 생쥐이다.

발명 초기에는 애완용으로 인기를 얻지만, 너무 많은 개체수 증가로 무작위로 죽임을 당한다.

결국 인간쥐들은 시궁쥐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친천재'라 불리는 어느 교수는

슈퍼 인간쥐를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었고, 주인공 '위위'도 실험쥐 중의 한마리였다.

실험실의 사고로 교수는 죽고, 겨우 살아남은 '위위'는 비교실험 대상인 천재 동생 '펑펑'을 찾아 길을 떠난다.

'프롤로그'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인간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기괴하다는 느낌이다. 실험실을 벗어난 '위위'는 동생을

찾는 여정에서 겪는 모험과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쥐의 사연을 공유하며 성장해간다. ​

대왕쥐의 굴에서 만난 음식독을 감별하는 스승 '은젓가락'​, 춤추는 뱀을 살리기 위해 죽어간 '널빤지',

헤어디자이너와 살아가는 '헤어스타일', 침몰한 배에서 자신이 배가 되어 새끼들을 구조한 '엄마 담비'​ 등

인간들의 사연 만큼이나 구구절절한 인간쥐들의 스토리는 감동과 재미를 더해준다. ​

거빙의 <안녕, 난 위위야>라는 작품을 읽으며,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올랐다.

황선미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 독자를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주제를 '생명'에 두었다고 ​

강연장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 거빙 또한 <안녕, 난 위위야> 독자를 한정한 것 같지 않다.

다양하게 담아낸 메시지는 묵직하다. 유전자 변형의 문제점과 생명존엄의 위협,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자세, 펑펑이 찾아 떠난 '도화원'까지 삶의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 같다.

​'거빙'이라는 작가를 기억하고 싶을만큼 상상력이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에너지는 놀라웠다.

등장하는 생명체들, 은젓가락, 널빤지, 담비, 춤추는 뱀, 사냥꾼 칼자국, 헤어스타일의 사연을

액자구성으로 이야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의 감성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

천재동생 '펑펑'과 비교되는 평범한 형 '위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도가 눈여겨 보이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조각으로 완성하는 '은젓가락'과 뱀을 살리기위해 피리를 불어주는 '널빤지'

의 예술적 혼은 감동이었다. ​'펑펑'이 그토록 찾았던 '도화원'은 과연 어디일까?

그곳은 한 공간을 뜻하지 않으며, 엄마 담비가 남긴 마지막 유언처럼 머리에 맴돈다.

 

"사랑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장 강한 무기란다." 우리가 찾는 유토피아가 '사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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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재숙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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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북 | 24쪽 | 170*150mm | 205g | ISBN(13) : 9788943309749​

 

 

간질간질 | 아기 그림책 나비잠 21

최재숙 (글) | 한병호 (그림) | 보림출판 | 2014-03-17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가 꽤나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만하고, 돈만 벌어다 주는 아빠는 어느순간 손님처럼 됩니다. 그러다 가족의 이방인이 되었죠.

행복하자고 죽어라 돈벌어,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던 아빠의 책임만으론 행복 할 수 없음을 알기 시작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행이죠.

행복하려면, 함깨 공유하는 추억과 이야기가 많아야 되는거 아닐까요?

물질적으로 풍요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건 자녀의 삶에 공감입니다.

아기 일때는 놀아주고, 좀 크면 대화하고, 선택앞에 조언하고, 경청하고, 지지해주는 것.

좋은부모, 좋은아빠, 좋은엄마..의 가장 큰 조건이겠죠?​

보림출판사에서 오랜만에 '아기 그림책 나비잠' 시리즈 <간질간질>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서 꽤 인지도가 높은 '최재숙 작가'의 글에 '한병호 작가'의 그림이 함께합니다.

​아빠와 사내아이가 등장해 몸놀이를 하는 이야기 구성이 친근함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유아의 심신의 발달상황 따른 몸놀이 효과를 극대화 시킨점이 좋습니다.

의태어와 의성어를 결합하여 소리의 즐거움을 전합니다.

아빠의 행위를 따라 비슷한 곤충과 동물의 변형이 조화를 이루며 재미를 더하는군요.

이 그림책은 목적이 아빠와 유아 자녀의 신체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해주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육아를 해본 부모들은 잘 압니다.

단순한 것 같지만, 놀이의 방법은 쉽지가 않죠?

그럴때 요런 그림책은 어색함을 조절해주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들춰보다가 함께 간질러보고, 동물울음이나 움직이는 특징을 따라하는 것도 좋겠죠. ​

그러다보면 '깔깔깔' 웃고, ​떠들며 친밀감이 돈독해 질겁니다.

몸으로 부딪히는 놀이만​큼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감을 더해주는게 있을까요.

최근에 EBS에서 재방하는 <퍼팩트 베이비>를 시청했는데 아기들도 부모 특히 엄마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애착의 정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더라구요.

부모와 잘 놀았던 아이들이 심신이 건강하다는 육아의 기본입니다. ​

서툴다고, 어색하다고, 뭘 하며 놀아줄지 방황하지 마세요 ^^

<간질간질> 그림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아이와 즐거운 놀이의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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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개정판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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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이 즐겁나요? 반신반의한 견해이다. 사회적 기반, 가정의 안정감,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 등 이런게 충족 된다면 모를까.'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이라는 부재를 단 <나이듦의 즐거움>을 읽으며, 지루하기도 하고, 깜박 잠이 들기도 한다. 마흔의 나이를 훌쩍 살아낸 중년의 사내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잘 늙어가자는 조언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내 나이 불혹을 맞아, 격조있는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가슴바닥에서 닿아오른다. 다 옳은 말이며, 참으로 우아한 깨달음의 경지. ​이런 경험과 깨우침이 있다면 나이듦이 늙음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저자는 마흔의 중반에 <나이듦의 즐거움>을 첫 발행하여, 쉰 중반에 재발행되었다. ​마흔 중반에 초판을 내고는 서명이 다소 '건방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그러나 그건 나이듦을 뜻한다기 보다는 '제 나이를 살아내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재발행 서문에 밝힌다. 1장에서 3장으로 구분하여 1장은 나이들어가며 잃거나 얻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기록하고, 2장은 일상속에 접하게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현재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들어낸다. 3장은 여전히 살아가야 할 삶의 지속성을 말하며 새로운 길의 여정을 희망하는 속내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계획한 대로 25년은 배움을, 25년은 가르침을, 25년은 세상과 교감하는 글씀을 실천하고 있다.

​젊은이가 <나이듦의 즐거움>을 읽는다면 지루할까? 아니면, 공감이 될까?  늙어가는 누군가 읽는다며 백배 공감 될까?

허튼소리 말라고 나무랄까?  첫장을 들추면서 '교수 정도의 삶을 살았으니"라며 편견의 잣대로 곱게도 늙어간다 여기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살이란게 어디서 어떤상황을 살아가든 깨달음의 차이는 각자의 몫인걸 알게 된다면 편견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개별적 인간의 삶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저자가 재발행 서문에서 밝힌 것 처럼, 나이든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나이를 먹어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나이듦의 태도'를 말하고 있음을 알고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

시력은 잃었으나 심력이 굳어진 깨달음, 아내의 암투병으로 죽움의 문턱을 함께 견뎌낸 동지애,  쉰의 문턱에서 강효 교수를 닮고 싶다는 자아, 스스로 시간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쓴다는 설날의 유서 등은 잔잔한 감동으로 닿았다. 인문학자의 경험이 물씬 풍기는 문학적인 표현과 생텍쥐페리, 카프카, 원효, 이효석 작가의 묘사를 담아낸다.

영화와 미술, 쿠바 음악가들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대한 감상은 물질적인 삶에 퇴색된 사고에 자극으로 다가온다. 일상의 모든것들을 마주대하며 뾰족했던 심성이 뭉퉁해지면서 얻어지는 혜안을 간결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글맛이 책장을 덮고야 전해진다.  

 

이십대 시절, 입에 붙이고 살았던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책의 엔딩에서 마주 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마흔에 읽어보는 프로스트는 ​또 묻는다. "너는 너의 길을 잘 가고 있는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여전하고, 가고있는 길도 어딘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불혹'에 공자는 흔들림이 없다했나. 피식 웃음이 난다. 프로스트의 시와 공자의 성어가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은 길은 계속 가야하고, 흔들림은 유효하기 때문이겠지. 그래. 나이듦이 즐겁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불혹이란 그저 물리적 가늠일 뿐, 여전히 뜻을 세우는 한 서른 청년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늙은 청년. 그 부조화가 끝까지 삶에 진지할 수 있는 마흔여덟을 버텨줍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또 다른 출발점이기에 저는 스스로에게 이 시간을 축복해주고 싶습니다.

246쪽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기 쉽다는, 삶에서의 경험이 자꾸만 우리를 엉거주춤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심하게 흘러가기만 한 줄 알았던 시간은, 어쩌지 못하는 그 곤경도 조금은 덜어내며 살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그게 삶이라는 걸, 미련 하게도 참 늦게 깨달았습니다.
11쪽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
 
노란 숲 속 두 갈래 길.
두 길 다 가지 못하는 것 못내 안타까워
한참을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만큼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거기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어간 자취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 걷게 되어, 어차피 그 길도 거의 같아지겠지만.
그날 두 길엔
낙엽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두었습니다.
이어진 길 끝 없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훗날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 쉬며 말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갈래 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 애써 잡았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바꿔놓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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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임재성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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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다시. 시작. 에 방점을 찍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수 있다면>은 첫 경험이 아닌 유보하거나, 실패하거나에 속하는 걸까? 개인마다 삶의 우여곡절이 많은 시절이다. ​십대도 이십대도 그리고 죽음을 앞둔 어르신 세대도 삶이 팍팍하고, 두렵기는 똑같은 시절이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는 꽤 오래전에 읽었지만, 뭔가 끌쩍거리기엔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십대 초반이었다면 밑줄 그어가며 읽었을지 모르나, 불혹을 맞아 이글을 읽자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책을 폄하 하고자 말하는게 아니다.

저자는 포스코에서 3년 근무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사직을 하고, 2000권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였다. 독서 컨설팅과 글쓰기, 비젼에 관한 강의와 저서를 내놓으며 꿈을 향해 나가고 있는 분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에는 자기개발서에서 흔히 접하는 루즈벨트, 케네디, 조정래, 최인호, 헬렌켈러,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 손미나 전 아나운서 등의 사례나 명언, 잠언등을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지성 작가의 글쓰기와 닮았다는 느낌도 받는다. 4개의 파트로 나눠, 벼랑끝에 자신을 세워 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고, 인생 여정에 꼭 챙길 것을 알려준다. 마무리엔 고난이 클수록 꿈의 성취가 원대함을 말한다. 뚜렷한 목표, 몰입, 독서, 친구, 책쓰기, 꿈, 희망 이라는 글귀들이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특히 '내가 갈 길' '내가 살아 가야 할 이유' 와 같은 표현들은 오직 '나,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오직 나를 위해서만 산다는게 쉽지 않다. 가족안에서 또는 어떤 상황때문에 나를 놓고 싶을때가 많은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는 제쳐두고, 오직 자기의 노력의 자세만을 내세우는 '자기개발서'에 대한 비판도 많은 시대이다.  그럼에도 많은 대중들이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저자의 경험담을 곁들여 '간절하게' 자신의 꿈을 성취해간 사례가 위기의 대중들에게 강한 양념처럼 자극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하나의 브랜드가 된 사람들이 눈여겨 보인다. <책은 도끼다>로 광고계를 넘어 독서가로 이름을 떨친 박웅현. 커피 프랜차이즈의 기적을 이룬 카페베네의 김선권 대표. 긴급 구호 활동가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한비야.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본업인 의사보다 작가로 강사로 가치를 더하는 박경철. ​그들의 공통점은 뭘까? 저자는 독서와 책 출간, 그리고 간절함을 이야기한다.  
박웅현의 글을 좋아하고, 박경철과 한비야를 존경 했던 만큼 그들의 책을 즐겨 읽었지만, 일상의 삶에 젖어든 난 그저 좋아할 뿐이다.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될 수도 없을 것이며,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맘도 없다. 다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꿈이 없었고, 여기에 열거된 사람들 처럼 도전의식도 없었고, 간절하게 성취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음을 알게 된 것. 불혹의 나이가 되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면 삶은 그럭저럭 살아내는 거라 여겼다. 그러나 여전히 삶은 오리무중이고, 살아가야하고, 살아내야한다.  사회구조를 탓하고 계속 미적거리기엔 어쩔 수 없는 생이 남아 있으니 누구나 생의 마지막까지 '처음부터....'라는 '다시...'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난 뭐 부터 해야할까? 결국 이책에 낚였다. 뭔가 시작하기 위해서 고민하게끔 이끌어 버리다니. 그저그런 삶에 자극​​의 터치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무엇에 간절함을 더하고 싶다면 한번 들춰 보면 어떨런지??
 

 

 

 

 

신이 우리에게 내린 命令

그래서 生命

​<최인호의 인생> 의 첫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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