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부모로 산다는 것

 

 

 

ALL JOY AND NO FUN

 

제니퍼 시니어 지음 |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4년 04월 19일 출간

노란색 표지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서명 '부모로 산다는 것'을 보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난다.
'All Joy No Fun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겉표지의 메시지 만큼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최고의 역할이 '부모노릇'이 아닐까? 
41개월이 막 시작된 ​아들이 눈뜸과 동시에 이유없이 짜증을 낸다.
분명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를 서로 찾기 힘든상황.
달래고, 윽박지르고, 방귀소리에 깔깔 웃다가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침의 풍경.
화났다가 웃음짓는 이런상황이 육아중에 얼마나 비일비재 한지.
이건 아주 단순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 같다.
영유아 시기를 지나 아동의 시기, 사춘기로 이어지는 성장의 단게에서 부모는 숱한 갈등과 고뇌의 시기를 살아내야 한다.
아마도 자녀가 죽거나, 부모 본인이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생애서 놓을 수 없는 연민의 관계가 아닐까.
<부모로 산다는 것>은 육아서가 아니다. 부모지침서도 아니다.
2010년 '뉴욕 매거진'의 커버스토리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쓴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All Joy and No Fun'이라는 특집기사가 발표 되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에너지를 이어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2014년 1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부모로 산다는 것>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철학, 문학, 역사, 심리학과 인류학 등 각 분야의 서적과 저자들의 인터뷰, 부모모임의 사례들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1장~6장으로 나눠진 목차만 읽어도 무엇을 설명하는지 짐작이 간다.
1장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2장 조급한 엄마, 야속한 아빠
3장 소박한 선물
4장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5장 사춘기 아이들
6장 행복이란 무엇인가?​
부모가 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감이 상실된다. ​일상생활에선 수면부족, 몰입의 방해, 무수한 걱정과 갈등으로 격정의 시간을 보내는
육아기는 양육한 경험이 있으면 공감이 갈 것이다. 2장에서는 부부가 자녀를 두고 갖는 교육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부부관계의 소원함에 관하여 기록한다. 3장은 아이들이 주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4장은 어떤 교육적 모델을 제시
해야할지에 대한 고뇌가 5장은 사춘기를 맞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의 끈임없는 부딪힘이 리얼하다.
6장은 숱한 갈등과 기쁨의 교차를 그래도 부모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행복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빨간 밑줄을 이곳저곳 그어가며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하고,
통찰력있게 펼쳐보인 역사,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적 바탕의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 더욱 감성적이고 어떤 심리학, 경제학 서적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 것 같다.
몇녁간의 육아를 통해서 겪었던 고립감, 몰입부재, 심신의 피곤함, 부부의 갈등, 양육비용의 버거움을
전방이적 자료로 제시하니 객관적 사고를 갖게한다. 사춘기관련 내용의 부모 인터뷰와 자료 역시 흥미롭다.
<부모로 산다는 것>에는 많은 학자와 부모 인터뷰가 실려있다. 
예를 들면, 애덤 필립스는 한 예세이에서
"워즈워스나 프로이트나 블레이크나 디킨스와 같은 다양한 작가들은 모두" 사람들이 어릴 때 느끼는 격동과 
격렬함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
필립스는 애널리스트 도널드 위니콧의 말을 빌려
"위니콧에게 어린아이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다"라고 썼다.
"위니콧이 안고 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만일 어른이 어린 시절에 가졌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광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였다. ​
​스타인버그의 '엇갈린 길들' 중에
"사준기의 부모들은 자기가 가진 물리적인 통제력과 거기에 따르는 위안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때는 자기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
​저자는 필립스외에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이야기 많이 들려주고 있다.
 미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육아중인 독자에게 아주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
​예전에는 부모 역할이 자기 방식의 삶을 살도록 분명한 역할모델이 되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다.
미드는 미국인 부자관계를 상징적으로 '가을의autumnal'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자신을 추월하기를 바라며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전세계가 그럴것 같다. ​
 
​불확실성의 미래는 불안을 가중 시키고, 계층간의 교육열은 계층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사교육 시장이 확장되어간다.
모든 삶이 경쟁이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양육이란, 교육이란,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19세기 넘어 자녀는 노동인력의 대상이 아닌 보살핌과 기대주 입장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부모교육서로 보기엔 너무나 철학적인 문제제기와 사고를 요구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부모로 산다는 것'은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다. 자녀는 나 자신과는 또 다른 보살핌의 존재로서 버겁다.

그러나 부모이기에 느껴보는 생의 환희를 우리는 느낄 것이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든 많이든 적든 아이를 키우면 본표적으로 느끼는 행복의 기쁨.

필립스 에세이 <균형에 대하여>의 글은 옮기며 '부모노릇'에 대해 성찰해 본다.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온갖 놀라움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놀라움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고 그저 놀라운 일들로만 남을 수 있도록 어른들은

헌신적인 노력과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아무리 건전한 보살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아이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에서 설계가 가능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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