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뽀글머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164
야마니시 겐이치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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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그림동화 225 <나는 뽀글머리> 입니다.

 

 

그냥 웃습네요.

목욕하는 것도, 머리 깎는 것도 싫어하는 아기 코모리가 뽀글머리가 되어 벌어지는 에피소드.

상상력 앞에선 황당함도 맥이 빠집니다.

 

"머리 깎기 싫어요! 난 내 머리가 좋단 말이에요!"

 

아기때부터 터벅머리가 된 코모리는 결국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 할 만큼 뽀글머리가 됩니다.

생활에 불편함을 나열하며 자르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뽀글머리의 장점을 읊어대는 코모리는

어느날, 자신의 머리에 살고있는 생쥐들을 만나게 됩니다.

 

"안녕, 코모리야, 머리카락 나라에 온 걸 환영해!"

생쥐들은 코모리를 친구로 맞아 야구를 하고, 책도 읽고, 시소도 타며 즐겁게 보냅니다.

그러다 잠자리에서 방귀를 뀐것이 문제가 되어 생쥐들은 코모리를 쫓아내죠.

그러는 과정에 코모리의 뽀글머리는 잘려나가고, 짧고 단정한 머리가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저자는 일본 그림책 분야의 신예로 떠오르는 '야마니시 겐이치' 입니다.

<나는 뽀글머리> 그림 기법이 만화같다 예측했는데, 역시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린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상상력이라 하지만, 이 작품에는 코모리 또래의 심리가 유쾌하게 잘 묘사 되었다고 봅니다.

 

신체 일부에 대한 자기애가 강해지고, 엄마와 분리되는 불안만큼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두려움이 생기죠.

저두 28개월 된 아들을 육아하면서 머리를 깎기거나, 감길때 울기를 반복하는 아들을 봅니다.

유독 머리에 어떤 자극을 주면 아이들은 참 불안하구나 싶어요.

아마 코모리도 그렇겠죠. ^^?

 

그런 아이들을 설득하기에 더 없이 유용한 그림책이다 싶어요.

여전히 사물에 대한 의인화가 통하는 시기.

<나는 뽀글머리>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머리카락 나라에 간 코모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이들도 금방 공감 할 것 같거든요.

 

머리카락 나라에서 생쥐들과 코모리가 펼쳐보이는 생기발랄한 놀이의 풍경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행복감을 전합니다.

또 느끼네요.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훈육보다는 유머와 상상력이 에너지를 발휘한다는 것.

 

 

"판에 박힌 교훈적인 이야기의 틀을 깨고 유머와 친근한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요."

 

 

 

 

 

 

 

 

* 본 도서는 '연못지기 12기' 5차 미션을 위해 출판사 '비룡소'에서 제공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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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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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베트남전쟁. 미국에게 패배를 안겨준 전쟁 중 하나. 한국도 숱한 청년을 파병했던 슬픈 전쟁사.

나에겐 '월남전'으로 각인된 개인사가 있다.

월남파병을 경험한 아버지로 인해 전쟁후유증이 어떤 것인지 톡톡히 경험했으니 말이다.

톰크루즈가 연기한 '7월4일생'이 전형적인 베트남 파병군의 일상속 참상이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하면 전쟁에 대한 잔상이 압도적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는 서명에서 추측하듯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른 가족사이다.

남베트남에서 탈출해 괌을 거쳐 앨라배마에 정착하는 과정을 열살 소녀 '하'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운문체소설이다.

베트남전쟁 끝무렵인 1975년 뗏(베트남 명절)에서 1976년 뗏까지의 기록은 간결하게 진행된다.

 

첫돌을 맞기 전, 아빠는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 온전히 엄마 홀로 '하'와 세 오빠를 키운다.

식량도 부족하고, 이웃 친구들도 피난을 떠나는 분위기 속에도 '하'의 일기는 열살 소녀의 천진함을 잃지 않는다.

집 앞 파파야 나무 이야기며, 베트남의 전통 먹을거리에 대한 기록, 낡은 인형에 대한 기억들이 참으로 따뜻하게 전해진다.

 

해전함을 타고 겪었던 난민시절에도 미국인 후원자를 만나 앨라배마에 정착해 겪어내는 차별과 멸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다른 피부색, 언어장벽,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 '하'와 그의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후견인 카우보이 아저씨와 이웃 아주머니의 영어 교육으로 '하'의 가족들은 점차 앨라배마에 적응해 나간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저자 '탕하 라이'가 베트남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이주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 이방인 치급을 받으며 살았을 작가의 어린시절을 짐작해본다.

이 작품은 2012년 뉴베리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마도 전쟁이라는 피폐한 상황에도 소녀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문학작품이나 영화, 연극을 떠올려보면 참으로 처절하고, 절망스럽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이 지배적이다.

그에 비하면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전쟁의 참상 이후의 일상적인 삶을 극복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참신하다.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한 편견도 살짝 무너뜨린다. '하'가 전해주는 파파야 나무가 궁금하고, 명절이나 생일에 먹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다. 아오자이를 곱게 입은 어린 소녀의 모습도 그려진다.

 

아주 가끔 아버지로 하여금 월남전 이야기를 들었다. 밀림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빗물과 밥을 먹다 옆에 있던 전우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 정신없이 총을 쏘아대었다고. 작년에 아버지는 암투병으로 돌아가셨다. 고통스런 투병생활 중에 엄마에게 그러셨단다 "월남전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서 고통 받는가보다"며.

 

전쟁은 겪지 않으면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사이공에서 앨리배마까지>의 저자는 끔찍했던 그 시절을

어린 소녀의 감성을 투영하여 잔잔하게 그 상처를 다독여 작품으로 승화시킨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어 얼굴도 모르고, 고향을 떠나 인종차별의 장벽을 견뎌낸 숱한 세월이 걸러졌음이 마음으로 전해오는 작품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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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떡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 -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찰떡.떡케이크 66가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9
강숙향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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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이 '떡'과 함께 하지 않은적 있나 싶을 만큼, '떡'은 우리 삶과 깊은 인연을 맺고 산다.

시절 인연이 좋아 지천이 먹을거리다.

'떡' 역시 예외는 아니라, 먹고싶으면 제과빵 만큼이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옛날엔 살림살이가 팍팍해도 일년 행사에 '떡'을 손수해서 관혼상제를 지내지 않았는가.

요즘같이 모든 것이 흔하고, 편한 세상이라 '집'에서 손수 할 것 같지만,

생활의 패턴이 바삐 움직여 뭐든 편리하고, 간편하게 살아가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한식이 손이 참으로 많이 간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서 다듬고, 빻고, 다지고, 찌고..

거기에 노하우는 얼마나 필요한가. '떡'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손이 많이 간다.'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참으로 손이 많이가서 바쁜 세상에 엄두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떡'.

거기에 대항 하는 저 제목은 솔깃 하지 않을 수 없다.

 

<떡 만들기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착한'이라는 언급이 참 웃습니다. 그만큼 떡 만들기가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이 책은 170쪽으로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메떡·찰떡·떡케이크·한과와 음청류 66가지 레시피를 제공한다.

 

 

 

완성 요리와 레시피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훓어보았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떡강정'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책에서는 호박조청과 호두를 사용하는데,

난 해바라기씨와 건포도를 넣고, 일반 조청을 넣었다.

남편도 좋아하고, 28개월 된 아들도 아주 호응이 좋았다. 재료나 레시피도 간단해 건강 간식으로 유용했다.

 

 

 

아이 돌잔치에 빠지지 않는 친근한 백설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백설기는 모든 떡 만들기의 기본이 되며 이것만 만들 줄 알면 모든 떡의 절반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저도..'

 

 

 

'떡과 와인의 절묘한 만남'도 흥미롭다.

와인을 넣은 떡의 빛깔이 은은한게 고급스럽다. 와인 떡의 맛은 과연 어떨까?

 

 

 

이건 '개성주악'이라고 한다. 조청에 생강 향을 넣어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맛이라니..

다이어트를 하는 분이라면 수량을 정해 놓고 맛보라는 말도 재미있다.

그렇게 입맛을 댕긴다는 말이지..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진다.

 

 

 

 

떡을 하다 왠? '쿠키'라며 멈칫했다.

찹쌀로 쿠키를 만들수 있나? 찹쌀가루로 떡의 질감과 쿠키의 질감을 동시 만족 할 수 있다니 궁금하다. 
 

 

 

어느해 부터는 제과 케익과 똑같은 떡케이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초창기엔 아이디어가 좋다며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이 책에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떡케이크 레시피를 제공한다.


 

 

 

당근케익, 호박케익, 꿀밤, 블루베리, 고구마, 팥설기,대추,삼색편, 망고사과 등..

집에서 만든 떡케익은 감동도 두배로 전해 질 것 같다.

 

 

 

마지막 파트에는 떡과 곁들기에 좋은

한과나 차를 만드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우유를 살짝 얼려 팥을 얹어먹는 '팥빙수'. 여름철 간식으로 인기좋을 것 같다.


 

 

 

다섯가지 맛을 내며, 피로회복에도 제격인 '오미자화채'도 마셔보자.

 

 

 

저자는 책 머리에 '떡'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떡'은 나눔의 실천입니다.

'떡'은 기다림입니다.

'떡'은 건강 지킴이 입니다.

'떡'은 기도입니다. 

 

덕을 두 배로 전한다는 뜻에서 '떡'이 아닐까 하는 저자 나름의 '떡철학'에 공감이 된다.

 

 

 

저자는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다. 조리학을 전공하고, 육아에 몰두하며 다 문화권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한식의 현지화를 모토로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goodcook92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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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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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 난 책읽기가 좋아
타카도노 호코 지음, 고향옥 옮김, 오다 다이하치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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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는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 소학관 문학상 입니다.
수상 작가 다카도노호코의 글에 오타 다이하치의 '완두콩 다섯 알'의 비밀을 함께 알아볼까요.^^

 

 

27개월에 든 아들은 다른 어떤 언어보다 '사탕'을 또렷하게 말합니다.
그림카드도 '사탕'을 보면 마냥 기쁜지 생글거리며 "사탕".. 그래요.
엄마가 어느시기가 될 때 까지 주고 싶지 않지만, 이쁘다고 주변분들이 하나씩 쥐어주는 맛에
홀딱 빠지는 새콤달콤 얼마나 환상적일지? 짐작이 갑니다.
아들을 꼬드겨야 할때 '사탕'을 필수가 되어가는군요.
<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 은 멜론맛 사탕처럼 산뜻하게 해줍니다.
읽다보면,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합니다.
'완두콩 = 멜론' 어떤 상관관계도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상상력이란 참 유쾌하죠.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버스'에 대고는 잘가라고 손을 열심히 흔들어대는 제 아들을 보면 공감이 확 됩니다.
작가는 아이들에 대한 관찰력이 참 뛰어난 것 같아요.
<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 작품은 현실과 상상 이중구도로 전개합니다.
마리네 반에서는 식물관찰을 위해 완두콩을 심기로 했죠.
선생님이 개인별로 다섯알의 완두콩을 나눠줍니다.
멜로 맛 사탕을 먹고있던 마리는 완두콩을 심을때, 먹다 손에 쥐고있던 사탕도 땅에 떨어집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게으름 마리는 물도 잘 주지 않고..
땅 속은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다섯 완두콩과 멜론 맛 사탕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빛깔은 비슷하지만, 서로를 모르는 요 친구들은 이야기를 나누죠.
각자들의 생김새에 대해 말하지만, 신뢰를 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완두콩들은 멜론 맛 사탕에게
"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멜론 맛 사탕은 말합니다.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너희가 핥아 보면 되잖아!"

 

 

 

 

처음 멜론 맛 사탕을 맛본 다섯 완두콩의 반응은 말안해도 아시죠? ㅋㅋ
그 사이 멜론 맛 사탕은 살아져 버렸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위해 온몸을 다 받쳤군요 ㅎㅎ
싹이나고, 덩쿨도 생기고, 꽃도 피고, 완두콩이 열렸습니다.
수확하는 날, 마리의 완두콩엔 친구들과 선생님이 빙 둘러섰습니다.
왜냐구요? 궁금하시면 ... 500원 ㅋㅋㅋ
<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 를 읽으면 그 비밀을 아게 될 겁니다.

 

 

 

 

참 산뜻한 그림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이 깔끔하고, 밝은 색상이 기분좋게합니다.
완두콩과 멜론 맛 사탕의 대화는 만화 같으면서도 단순하게 표현해 전달에 효과적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완두콩을 싫어하는데요. 아이들 중에도 콩을 좋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던데..
<완두콩 너 멜론 맛 알아?> 재미있는 그림책을 계기로 완두콩 먹는 시도를 해봄도 좋겠어요.
진짜 먹던 사탕을 땅에 심어서 싹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겠죠.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봄 날, 아이와 행복하게 읽어보세요. 마음에도 봄볕이 스며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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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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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갑네요 '로버트 프로스트'라는 이름을 아주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스무살 그 시절, '가보지 못한 길'은 저의 애송시.

시인의 이름을 살포시 불러보니.. 타임머신에 탑승해 이십년 전의 그때가 떠오릅니다.

친구들은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요? 불혹의 나이를 맞기까지 사연들이 많겠지요?

그들에게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를 한권씩 보내주고 싶네요 ^^.

 

 

작은 말을 끌고 눈덮인 숲을 달리는 한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이 읊는 이야기는 자신에게 하는 것 같네요.

 

이 숲이 누구네 숲인지, 난 알듯 해.

숲 주인은 마을에 집이 있어서,

내가 지금 여기 멈춰 선 채

눈 덮이는 자기 숲 바라보는 것도 모를 테지.

내 어린 말은 이상하게 여길 거야.

농가도 없는 데서 이렇게 멈춰 선 것을.

 

어둡고, 인적도 없는 숲이 무섭지 않을까요? 멈춰서서 한 이는 뭘 보는 걸까요?

천천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언어를 웅얼거려봅니다.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서서

어린 말이 방울을 딸랑이며

무슨 일이냐고 묻네.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었는데.. 눈이 쌓여서 가지 못하면 어쩔려고

어린 말 만큼이나 다급한 나도 그에게 묻고 싶어지네요.

 

 

 

 

그러나 눈덮인 숲에 서서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한 이.

스쳐가는 바람 소리만이 고요한 숲에 정적을 깨우고.. 한 없이 바라보는 것은 무엇?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뿐.

폴폴 날리는 눈송이 소리뿐.

숲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자리에 누우려면 한참 더 가야 하네.

한참을 더 가야 한다네.

 

무심히 그 자리에 더 있고 싶었던 걸까? 자신이 지켜야 할 약속을 위해

한참을 가야하는 길을 위해..

 

 

눈보라가 만개하는 숲을 지나 가는 한 이가 보인다.

 

 

신비롭게 표현된 눈내리는 숲의 묘사와 인생을 관조한 시어는 아름답다.

출판사 살림어린이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으로 기획된 그림책이다.

독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

뉴잉글랜드 자연을 배경으로 인생의 지혜를 노래한 시인의 시어는 불혹을 맞은 나를 울컥하게 한다.

어둡고, 깊은 고요한 숲속.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자신이 지켜야 할 약속과 생의 마감 전까지

가야할 길을 담담하게 읊는 시인의 자세.

 

눈쌓인 숲을 한 없이 바라보는 이의 모습, 눈보라치는 길을 뚫고 가는 이의 마지막 모습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그림책 작가 수잔 제퍼스 또한 화가인 어머니에게서 미술을 배웠고, 자연 속에서 성장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서 한 겨울을 웨스터체스터에서 보냈다는 것. 그 사이 두 번의 눈보라를 만났다고 한다.

대자연이 준 선물에 감사하는 화가 덕에 독자인 우리도 생생한 눈보라의 경험을 만끽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마흔의 길목에서 흔들리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를 보내주고 싶다.

살아온 날들의 사연만큼 우리는 아직 잠자리에 들기전 한 참을 더 가야한다.

 

눈 내리는 저녁 숲이 아니더라도 봄날 꽃잎들이 만개한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잠시 자신을 내려놓기를...

 

아마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 프로스트-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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