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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2018년 9월
평점 :
"2050년 시민들이 배울 경제학은 1950년대 교과서에 기초하고, 1950년대 교과서는 1850년대에 만들어진 경제 이론에 뿌리를 둔다." 옥스퍼드 환경 변화·관리 분야 석사 과정 교수 케이트 레이워스의 책 <도넛 경제학>은 오늘날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이유로 각국의 주요 정책 결정자 및 입안자들이 해묵은 경제이론과 경제학 교과서에 근거한 경제 사상, 경제 정책을 만들고 있음을 든다.
저자는 생산 주도 성장, 자기 완결적인 시장, 합리적 경제인(호모 이코노미쿠스), 기계적 균형, 부자로 만들어주는 성장 신화, 성장 만능주의 등 경제학 교과서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이 모두 허구이거나 이제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 대신 도넛 경제, 사회와 자연과 공명하는 경제, 사회 적응형 인간, 동학적 복잡성, 분배 설계, 재생 설계, 성장 불가지론 등 기존의 경제학자들이 주로 사용해온 개념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유의미한 전제와 목표를 제시한다.
이 중에 핵심은 단연 '도넛 경제'다. 도넛 경제란 간단히 말해서 '심각한 인간성 박탈 상태와 심각한 지구 위기 사이의 공간', 즉 '인류가 모든 이의 사회적 기초를 보장하는 동시에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해 온 금융 위기와 소득 불균형은 물론, 후진국을 넘어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과 인권 침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인 자원 고갈, 식량 위기, 환경 오염, 저성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제일 먼저 모든 경제학과 대학생이 배우는 경제 원론부터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1850년대에 만들어진 경제 이론을 담은 1950년대 교과서를 2050년을 살아갈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어느 모로 봐도 어불성설이다. 저자의 아이디어는 내가 십여 년 전 대학에서 경제 원론 수업을 들으며 품은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를 등한시하며 생태와 환경을 무시하는 종래의 경제학은 현실과 맞지 않을뿐더러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근거로 활용되기 어렵다. 대안 경제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자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