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견딜 수 없어! - 아지즈 네신의 유쾌한 세상 비틀기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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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대작가 아지즈 네신이 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는 웃음과 울음 사이를 교묘하게 오간다. 이 책 역시 아지즈 네신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터키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 현실을 유쾌하게 비튼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성인들이 읽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 군부를 비판하는 책을 주로 썼는데, '행복한 고양이'의 경우 겉보기엔 꿈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니 어떤 체제, 어떤 정부가 좋은 것인지 알면서도 몸으로는 나서지 못하는 지식인이나 민중들을 꾸짖기 위해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을 비판하는 의식이 여실히 느껴졌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보면 막 동물원에 들어온 아기 코끼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고리에서 빠져 나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데도 안 될 거라고 단념하고 시도도 하지 않은 채 평생을 살다 죽어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와 닮지 않았나 싶다. 우스운 이야기로 독자를 울리고, 거기에 현실에 대한 비판까지 담은 작가 아지즈 네신. 그의 다른 책,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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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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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줍니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마음에 들었다. 나는 목욕탕 거울로 걸어가 파티에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짓는 기관을 조직하고 경영합니다." 나는 똑바로 일어나서 대답했다. 정답이다! 만일 누군가가 나를 비난한다면 나는 그것을 무시할 것이다. 게다가 히말라야에서는 누가 무엇을 하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 따위는 많지 않을 것이다. (p.80)

 


<히말라야 도서관>의 저자 존 우드는 켈로그 경영대학원을 졸업, 호주 마이크로 소프트 및 중국지사 이사 출신의 소위 말하는 엘리트다. 그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가 우연히 시설이 조악한 현지 학교와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책이 없는 도서관을 발견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끔 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오지에서 도서관을 세운다? 미친 소리 같지만, 그는 현재까지 네팔을 시작으로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등 8개 국, 2,200여 개의 커뮤니티에 7,000개 이상의 도서관을 설립했고, 그 덕분에 3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입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존 우드가 1997년에 베트남에서 만난 소년 부(vu)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부는 호텔에서 오후 6시부터 오전 7시까지, 1주일에 6일을 일하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돈을 모아서 컴퓨터 수업을 받고, 호텔에 머무는 관광객들에게 영어를 배우며 열심히 살았다. 존 우드는 그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해 장학금을 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부는 소원하던 대학에 진학했고, 베트남 국립철도공사의 직원이 되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석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가 부에게 준 것은 몇 푼의 돈이었지만, 부는 그에게 돈보다 더 값진 '기회'를 받았다. 

 

 

책에는 이밖에도 존 우드가 네팔에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와 이후 '룸 투 리드(room to read)'라는 재단을 만들어 대규모 공익 사업으로 발전시킨 과정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좋은 직장과 고액의 연봉, 안락한 생활, 연인까지 포기했다. 하지만 그의 뜻을 존중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었고,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조력자들도 나타났다. 그의 말대로 '최악의 선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 못할 이유 말고 해야 할 이유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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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형제 사기단 - The Brothers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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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보고, 울면서 그리워할 수 있는 영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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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형제 사기단 - The Brothers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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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는 사뭇 진지했습니다. 스티븐과 블룸 형제가 어린 시절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과 사기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등 우울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와요.
주인공인 동생 블룸 역의 애드리안 브로디의 음울하고 분위기 있는 얼굴이 영화와 잘 어울렸어요.

하지만 레이첼 와이즈가 맡은 4차원 상속녀 페넬로페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블룸이 페넬로페의 집에 처음 정식으로 찾아가서 취미가 무엇인지 묻자 페넬로페는 '취미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생각하기가 무섭게 악기 연주, 무술, 춤, 심지어는 디제잉까지 혼자서 섭렵한 각종 취미들이 나오는 장면에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 후로도 페넬로페의 엽기발랄한 해프닝들이 종종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종반부에 다다를수록 다시 진지해졌어요. 줄곧 사기꾼 형을 계속 따를 것인지, 아니면 진실된 삶을 되찾을 것인지 고민하던 블룸이 진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스토리마저 사기인지 진실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리플렛에 적혀있던데, 정말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를 넘어 사람의 인생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지 알기 어렵지 않은가, 거짓은 알면서도 달콤하게 속고, 진실은 알고 나면 씁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영화였어요. 스펙타클한 장면이 연이어 나오거나 내용이 거창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감동과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한테 진짜 좋은 영화 보여줘서 고맙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이제부터 애드리안 브로디의 작품은 죄다 보겠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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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노믹스>를 리뷰해주세요.
스토리노믹스 - 상상력이 만드는 거대한 부의 세상
수잔 기넬리우스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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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거나 책을 너무 열심히 읽으면 옛 어른들은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며 말리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말을 부모님께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나 예술가 등 소위 '돈 못 버는 직업'을 가진다고 하면 부모님은 물론 친척 어른들까지 말린다는 것은 주변의 몇몇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하다못해 자식이 취직 잘 되는 경영대나 법대를 가지 않고 인문대를 간다고 하면 말리는 사례도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부모님은 참 독특한 분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소설과 영화, 만화, 드라마 등 문화 예술계에서 창작자의 작은 상상력 하나가 산업 전반을 뒤흔들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는 이미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교생 귀여니는 자신이 쓴 인터넷 소설 몇 편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어린 나이에 많은 부를 거머쥐었고, 만화 <궁>은 완결이 나기도 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중화권, 일본 등지에 수출되며 한류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스토리가 거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한 최고의 사례는 역시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다. 영국 내 초판을 겨우 500부 찍었던 이 문제작(!)은 64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시리즈 전체가 4억 부 이상 팔렸으며, 영화, DVD, 오디오북 등으로 재생산 되었고, 관련 머천다이징 제품 역시 400개 이상 제작될 만큼 세계적인 신드롬을 낳았다. <스토리노믹스>는 바로 이 <해리포터>의 사례를 토대로 문화 및 예술상품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해리포터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난에 시달리던 미혼모였던 조앤 롤링은 수십억 달러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러나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할 때 문학사상 최고로 돈을 많이 버는 소설가가 되려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그녀는 단지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책을 사랑해주길 원했다. 그녀는 해리포터의 세계 속에 자신의 영혼을 쏟아 부었고 전 세계는 이에 반응했으며, '살아남은 아이(The boy who lived)'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오래 따르게 될 전례를 남겼다."

이 책에는 먼저 조앤 롤링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스토리가 강력한 경제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토리 자체가 완성도가 높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조앤 롤링이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집필하였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출간하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는 조앤 롤링이 기차를 타고 가다가  <해리 포터>의 전체 줄거리를 모두 구상했으며, 잘 안 팔릴 것이라며 수많은 에이전시와 출판사로부터 거절 당했고, 기적적으로 어느 비서의 눈에 띄어 출판의 기회를 잡은 등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러나 <해리포터>의 인기는 작품성만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다. 전체 7부작 중 1권이 출간되자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앞으로 <해리포터>를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를 두고 조앤 롤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다. 그 결과 <해리 포터>라는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마련되었고, 실제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버즈의 활용이다. <해리포터>의 팬들이 온라인 게시판에서 줄거리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뒷이야기를 상상하거나, 또는 2차 저작물을 만들거나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작품이 저절로 홍보되고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으로 개정될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이런 온라인 버즈의 역할을 축소시켜, 오히려 문화 예술 분야의 발전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외에도 브랜드 관리, 유통 및 판매 전략, 미디어 믹스, 머천다이징, 테마 공원 등 <해리포터>의 다양한 마케팅 사례가 등장한다. <스타 트렉>, <하이스쿨 뮤지컬>, <포케몬> 등 다른 사례도 자주 언급되므로 문화 예술 분야의 경영 및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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