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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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작가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페소아> 편으로 알게 된 작가다. <페소아>를 읽을 때는 작가의 그림 실력을 알지 못했는데, 이 책과 작가의 또 다른 책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사서 읽으며 작가가 뛰어난 그래픽 노블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책섬>은 책을 만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만드는 사람, 지금 여기에 없는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다. 


"난 책 병에 걸렸어요. 태어날 때부터. 모든 펼쳐지는 것들을 책으로 착각했어요." (22쪽) 


책은 하나의 섬이다. 하나의 섬으로 가면 그 섬에 영영 머무르고 싶어지기도 하고, 다른 섬이 궁금해져서 다시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 같은 섬도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는 풍경만 가볍게 훑고, 어떤 사람은 땅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간다. 또 어떤 사람은 그 섬에 새로운 공간을 짓거나 자기만의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책은 배이기도 하다. 돛 없는 그 배는 바람 따라 물살 따라 이리저리 떠돌다 마침내 어느 해변에 도착해 낯모르는 사람의 손길에 닿는다. 그렇게 도착한 배가, 책이 나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매번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언젠가 나도 책이라는 배를 타고 머나먼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책은 오솔길 / 문장 나무 사이로 난 / 오솔길을 걷다 보면, / 걸려 넘어지는 문장이 있어. / 그 문장 앞에서 넌 작아지지.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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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인 (일반판)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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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라니. 그것도 범죄물이라니. 무조건 재미있겠다, 재미있지 않을 수 없겠다 싶어서 구입했다. 막상 읽어보니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대한 재미는 아니었다. 분량도 적고(260쪽), 내용도 정통 범죄물보다는 정치 패러디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에 가까웠다. 그래도 우라사와 나오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국내에는 일반판과 호화판 박스 세트가 동시에 발매되었고, 나는 일반판으로 구입했다. 


카스미는 도쿄에서 샌들 공장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살고 있는 똘똘하고 씩씩한 여자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공장이 도산하고 엄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도망간다. 빚쟁이들한테 시달리는 아빠와 쫓기듯 거리를 누비던 카스미는 우연히 이상한 표식을 단 까마귀를 본다. 까마귀를 따라간 곳에서 '불연'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을 보게 된다. 건물에서 나온 남자는 카스미와 아빠의 사연을 듣고는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며 지금 당장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서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면 아빠의 빚을 다 갚아주겠다고 말한다. 귀 얇은 아빠를 말리지 못한 대가로 카스미는 아빠와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이상한 일을 겪게 되고 원치 않는 범죄에 휘말린다. 


'불연'의 주인인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우려했는지 표지에도 띠지에도 정보가 안 나오는데, 과연 이 남자를 아는 사람이 한국 독자들 중에 몇이나 될까.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물(캐릭터)이고 한국에서도 몇 년 전에 이 인물(캐릭터)이 등장하는 작품이 리메이크되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아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라는 게 출판사의 판단이겠지? 이 밖에도 미국의 모 정치인의 얼굴을 본떠서 만든 가면이 나온다거나, 다수의 인물이 동시에 가면을 쓰고 공공장소를 점거하는(<종이의 집>?) 등 유명 인사 또는 기존 작품을 패러디한 장면이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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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추는 춤 1
이연수 지음 / 호비작생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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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작은 누렁이 '냇길'과 생활하는 이연수 님의 카툰 에세이집이다. 팟캐스트 <니새끼 나도 귀엽다>, <혼밥 생활자의 책장>을 듣고 작가님과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일단 1권만 구입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2권, 3권도 구입해 읽을 예정이다. 


저자가 냇길을 만난 건 2012년 제주 강정마을에서였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중에 여우인지 노루인지를 닮은 누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그 누렁이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다가 추방된 프랑스인이 키우던 강아지였다. 처음에는 제주에 살던 친구가 키우겠다고 나섰는데, 놀고 있어서 시간이 많았던 저자와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저자와 함께 살게 되었다. 


배경이 제주인 만큼, 제주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나 장면들도 많이 등장한다. 산책 중에 말을 보기도 하고, 하얀 눈밭에서 노루 발자국을 보기도 하고, 해변에서 희귀한 새를 보기도 하고, 거대한 지네가 나타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태풍 때문에 산책을 못해서 배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냇길이 말똥이나 노루똥을 먹으려고 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제주가 도시보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에 적합한 환경인 건 맞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동물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개는 두 살 넘도록 키우는 거 아니라며 적당히(?) 자라면 개장수에게 팔아넘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개를 짧은 목줄에 묶어놓고 생전 산책 한 번 안 시켜주는 아주머니 아저씨. 그 죄를 어떻게 다 갚으시려고 그러나. 인간으로 산다는 게 부끄럽고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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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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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합 실화냐...! 작가진이 좋아서 펀딩 참여했습니다. 힘든 시기에 이 책 읽으면서 위로와 감동을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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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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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하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다.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PC방을 운영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외동으로 자라고 있으며, 학교에선 '외계인'으로 불리며 다소 존재감 없이 지내지만 알고 보면 게임 능력자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은하에게 어느 날 이변이 생긴다. 왼쪽 손목이 간질간질하더니 반짝이는 별무늬가 나타난 것이다. 


손목에 나타난 별무늬를 보고 깜짝 놀라는 은하에게 엄마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엄마는 사실 지구에서 500만 광년 떨어진 헥시나 행성에서 온 (진짜) 외계인이고, 은하는 인간과 외계인의 피가 반씩 섞인 지구인이자 헥시나 행성의 후예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별무늬가 나타난다는 건 몸에 강한 자기장이 흐른다는 뜻이야. 앞으로 여러 능력을 갖게 될 거다." 


엄마의 말대로 이후 은하는 여러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은하의 일상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다. 전에는 게임만 잘하고 게임을 할 때만 존재감을 어필했는데, 손목에 별무늬가 나타난 후에는 게임 외에도 잘하는 것이 생기고 게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존재감 있는 아이가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신비한 능력을 얻는 데에는 대가가 따랐고, 신비한 능력을 포기하는 데에도 대가가 따랐다. 


은하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대가로 든든한 친구들과 동포들을 알게 된다. 더 이상 순진무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대가로 더 넓은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그만큼 얻게 되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하기를. 이미 충분히 성장해버린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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