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쓰임 - 사소한 일상도 콘텐츠로 만드는 마케터의 감각
생각노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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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부캐로 사이드 잡을 가지는 꿈을 꾼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IT 회사에 마케터로 입사해 현재는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동시에 '생각노트'라는 부캐로 SNS를 시작해 약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도쿄의 디테일>, <교토의 디테일> 같은 책을 썼다. 책에는 5년 전 저자가 생각노트를 시작한 계기부터 1인 브랜드를 확장한 과정,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은 교훈, 성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본업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 관점, 내 생각, 내 해석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가볍게 책이나 신문, 잡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글쓰기가 익숙해질 때쯤 본업인 마케터의 관점을 접목해 분석적, 전문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화제가 된 전시회를 보고 마케터의 관점에서 성공 요인을 분석하거나 새로운 커피 브랜드를 시음해보고 사용 경험을 기록한 식이다. 그러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다른 블로거들의 리뷰와는 차별화되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로서는 여가 시간에 취미 생활을 하면서 본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도 익히고, 개인 브랜드도 만들고, 자기만의 경쟁력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는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의 장단점과 각각의 사용법, 책, 신문, 잡지, 팟캐스트, 영화, 드라마 등 인풋을 얻는 루틴,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방식을 이용해 아웃풋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루틴 등이 자세히 나온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영상 기반의 SNS가 흥하지만 저자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추구하기 때문에 블로그, 트위터 같은 SNS를 애용하고 있으며, 이미지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조차도 텍스트 캡처 이미지를 올리는 식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이런 아이디어는 역시 다년간 생각노트라는 부캐로 활동하며 자기만의 생각을 단련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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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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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냅의 책을 처음 읽었다. <드링킹>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애주가가 아니다 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반려동물이 없다 보니(반려인도 없다) 책을 백 퍼센트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명랑한 은둔자>는 출간되자마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구입했는데, 그건 역시 내가 (삶의 이런저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고 (외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실은 극도로 내향적인) 은둔자적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난 이 책 <명랑한 은둔자>는 예상보다 가벼웠고 기대보다 여운이 묵직했다. 혼자 사는 삶에 관해 쓴 초반부는 마치 나의 일기 같았다. 남들처럼 짝을 찾는 대신 혼자 사는 삶을 택한 -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온갖 염려와 비난을 듣는 - 저자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물어야 할 '왜?'는 '왜 혼자 지내는가?'가 아니라 그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으로 바뀐다. 왜 혼자 지내지 않는단 말인가?" - 47쪽) 그렇게 소신을 지키다 암 선고를 받은 직후 연인과 결혼해 아주 짧은 결혼 생활을 했다는 대목을 읽고는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평생 혼자 살기로 한 결심과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 충돌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같이 존재할 수 없는 걸까.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에 관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중독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중독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썼다. 중독으로 이어지는 개인의 욕망과 통제욕, 분노와 우울 등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중독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독은 단 하나의 요인으로 촉발되는 게 아니다. 저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부모에 대한 열등감, 인정받고 싶은 욕구, 외모에 대한 강박, 애인에 대한 원망 등등이 결합되어 음식을 거부하고 술독에 빠지는 증상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을 읽으며 몇 년 전 거식증과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진 친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기 전 자두 한 알조차 먹기 힘들었다던 친구. 그가 살아 있었다면 이 책을 함께 읽고 많은 대화를 나눴을 텐데. 좋은 사람은 너무 빨리 떠나고, 남은 사람은 너무 늦게 그걸 깨닫는다. 


저자의 글은 아무리 열렬한 페미니스트라도 거울 앞에선 몸매 걱정을 하고 연봉 협상 앞에 약해진다는 것을, 아무리 훌륭한 부모도 자식에게는 빛인 동시에 빚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뜨거웠던 우정도 한순간에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누구의 삶에나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모순이 있기 마련이고, 남들의 눈에는 그것이 우습게도 보이고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정작 그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발목에 매단 것처럼 초조하고 괴롭다. 저자의 글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 깊은 공감과 예리한 통찰을 주었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과 혼란마저도 글로 엮어 생계를 이어야 했던 저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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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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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국내 인터뷰집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물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출판, 미술, 만화, 디자인, 연기, 영상, 건축, 사진, 영화,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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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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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보그> 등에서 피처 디렉터로 활동한 윤혜정의 인터뷰집이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다니구치 지로, 틸다 스윈턴, 프랭크 게리, 아니 에르노, 류이치 사카모토 등 기존의 국내 인터뷰집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터뷰이들의 이름이 보여서 구입했다. 출판, 미술, 만화, 디자인, 연기, 영상, 건축, 사진, 영화,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구성이 돋보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어떤 인물인지는 몰랐는데, 십 대 시절에 인쇄업을 시작해 디지털 인쇄가 주류인 지금도 수작업을 고집한다고 해서 놀랐다. 원래는 사진가를 지망했는데, 뛰어난 사진 작품이 인쇄기를 거쳤을 때 화질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걸 보고 인쇄업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그 결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사진 인쇄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쇄업자가 된 지금도 금주, 금연할 뿐만 아니라 거의 채식에 가까운 식생활을 고집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이는 다니구치 지로다. <고독한 미식가>, <도련님의 시대> 등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여러 편 봤지만, 정작 그의 인터뷰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졸업 후 회사에 취업했지만 이대로 사는 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만화가의 어시스턴트가 되었고, 이후 <도련님의 시대>를 작업하며 현재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일본보다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았는데, 작가 자신은 일본에서 인정받고 싶고 영화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도 욕심이 있다. 2017년 타계한 그는 과연 자신의 삶에 만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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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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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정통 추리소설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추리소설의 요소가 있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도 있습니다.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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