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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 - 대실 해밋 단편집 ㅣ 틴 하드 1
대실 해밋 지음, 김다은 외 옮김 / 린틴틴 / 2021년 6월
평점 :
추리 소설의 세계는 넓고 깊다. 그런 줄도 모르고 추리 소설 마니아라고 자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요즘이다. 어제는 1920-3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거장 대실 해밋의 작품집 <스페이드>를 읽었다.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영국 추리 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탐정들이 주로 실내에서 책상 앞에 앉아 추리를 했다면,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작가들이 탄생시킨 탐정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대실 해밋이 창조한 전설적인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 약칭 '스페이드'도 그렇다. 스페이드에게 추리는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다. 의뢰를 받을 때만 사건 해결에 나서고, 사건을 해결한 다음에는 반드시 보수를 챙긴다. 동정심이나 정의감 때문에 사건 해결에 나서는 경우는 (적어도 이 책에는) 없다.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말하는 범인에게 치를 떨거나 화를 내지 않고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까? 교수형은 한 번뿐인걸요."라고 건조한 어투로 말하는 사람이 스페이드다.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스페이드에게 전화를 건 후 사망한 남자의 사건을 다루는 <스페이드에게 전화한 남자>, 대저택에 사는 괴짜 노인과 그의 조카들이 등장하는 <교수형은 한 번뿐>, 사라진 남자를 영영 사라지게 해주면 더 큰 보수를 주겠다는 의뢰인이 나오는 <너무 많은 자가 살아 있다>, 얼굴과 몸이 난도질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칼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이다.
<스페이드에게 전화한 남자>는 전형적인 추리 소설 느낌이고, 나머지 세 작품은 길이가 짧은 대신 트릭이 기발하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칼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의 트릭과 전개가 기발하다고 느꼈는데, 한글 초역이자 대실 해밋 생전 미출간 원고라고. 대체 대실 해밋은 왜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았을까. 앞이나 뒤를 늘려서 중편이나 장편으로 발전시키고 싶었던 걸까.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그 이유를 추리해보아도 답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