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로지 일본의 맛 - 영국 요리 작가의 유머러스한 미각 탐험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5월
평점 :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등을 쓴 영국 작가 마이클 부스의 책이다. 저자는 어느 날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 음식에 대한 흥미를 느낀다. 그 길로 가족들을 설득해 일본으로 날아가 약 3개월 동안 도쿄, 홋카이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를 돌며 각 고장의 맛있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음식 문화를 체험해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저자의 인도 음식 체험기인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와 비슷하다. 다만 '뻥'이 좀 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첫 번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제공한 일본인 친구의 이름이 하필이면 '곤도 가츠오토시'라는 점이다. '가츠토시'도 아니고 '가츠오'도 아니고 '가츠오토시'라니. 이런 일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번역상 실수가 아니라면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는 교토의 유명한 사바즈시 맛집 '이즈우'에서 (이번에도) 하필이면 '하루키'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나 도합 5만 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가능할 수는 있지만, 하필이면 교토에서 하루키(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난다고?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교토 출신이다) 아... 이즈우에서 사바즈시 먹고 싶다...
이 책이 출간된 2009년만 해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던(ㅠㅠ) 일본 후지TV 간판 프로그램 'SMAP X SMAP'의 대표 코너 'BISTRO SMAP' 촬영장에 가서 SMAP 멤버들을 만난 이야기도 나오는데, 차라리 이쪽은 믿음이 갔다(사무소 허락 없이 SMAP 이름을 쓸 수 없었을 테니). 참고로 저자가 보기에 매력적이었던 멤버는 카토리와 나카이. "나머지 세 멤버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 아니면 우거지상, 맹한 백치미 같은 것이 있"었다고(ㅋㅋㅋ). 촬영이 끝난 후 쿠사나기가 현장에 남아 게스트에게 대접하고 남은 음식을 꿋꿋이 먹었다는 후기도 나온다(귀여워ㅋㅋㅋ).
그렇다고 이 책이 순전히 뻥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책에선 볼 수 없었던 무거운 내용도 있다. 이를테면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 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에는 이 밖에도 부라쿠민, 재일한국인, 재일중국인 등을 차별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서술한 점, 제2차 대전 당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 투하로 죽은 인원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오키나와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명기한 점 등이다. 나중에 이 책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NHK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 대목은 어떻게 나왔는지(나오기는 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