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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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순으로 중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 장징은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는 학자다. 그래서인지 중국 음식을 일본 음식과 비교하거나, 중국 음식과 함께 일본 음식의 역사나 특징을 소개하는 대목이 자주 보인다. 한국 음식에 대한 언급도 종종 나온다. 한국에서는 밥과 국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젓가락만 사용한다. 이에 관한 추론도 흥미롭다. 


중화요리는 수많은 이민족의 요리 문화가 융합된 이른바 잡종의 식문화다. 주식은 옥수수에서 밀로 변화했는데, 이는 밀의 생산력 향상과 분식 가공 기술 발달 덕분이다. 최근에는 주식이 밀에서 쌀로 대체되면서 해마다 쌀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역과의 교류, 이민족의 지배, 새로운 조미료의 탄생 등을 계기로 식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사천요리가 매운맛으로 유명해진 건 고작 백 년 전부터다. 중화요리가 미식으로 각광받게 된 것도 홍콩요리가 대륙으로 침투한 이후의 일이다.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된 건 기마 민족인 선비족 덕분이다. 오랫동안 중원의 주인이었던 한족은 개고기를 소고기만큼 귀하게 여기고 즐겨 먹었다. 반면 남북조 시대에 북위 정권을 세운 선비족은 개를 친구로 여겨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들은 한족의 개를 먹는 풍습을 멸시했고, 한족 문화권으로 이주하면서 개를 좋아하는 풍습을 함께 들여왔다. 한민족도 기마 민족인데 왜 한국에는 아직도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남아있는 걸까.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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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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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챙겨본 일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 거론된 대부분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첫째는 한국의 TV 프로그램 속 여성의 역할이나 여성에 대한 묘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발전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챙겨보고 싶은 작품도 생겼다. 신세경, 차은우 주연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는 조선 시대 여성들이 과거 시험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전까지 사극 드라마에서 여성이 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궁녀가 되거나 남장을 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 구해령은 스스로 과거 시험을 봐서 합격해 최초의 여성 사관으로서 궁에 들어간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기발하고 통쾌한 상상인데, 이 드라마는 구해령을 포함해 여성 사관이 된 사총사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사관들은 당하지 않는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며 지금도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결말도 만족스럽다고 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TV로는 안 보고 OTT 서비스로 본 작품이 있어서 반가웠다. 바로 <여고추리반>이다. <여고추리반>은 기존의 추리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출연자가 전원 여성이며(박지윤, 장도연, 재재, 최예나, 비비), 여성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범인을 맞히는 과정을 재미있으면서도 스릴 있게 보여주었다. 만약 출연자가 전원 남성이었다면 이런 식의 전개가 가능했을까. 보나 마나 기싸움, 편 가르기, 약한 사람 갈구기 등으로 재미없고 허풍만 가득한 전개가 이어졌을까. 여자 출연자가 한두 명 정도 있었다고 해도 분명 예쁘면 꽃, 안 예쁘면 병풍 취급하면서 성희롱이나 했겠지. 아아, <여고추리반> 시즌2 너무 기대된다. 얼른 방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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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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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없지만 종교, 넓게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믿게 되고 어쩌다 그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지 또는 그 믿음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종교에 관한 책이나 소설을 종종 구입해 읽는다. 이 책도 그래서 골랐다. 창세기라니, 그것도 이승우 작가가 다시 쓴 창세기라니.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는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방인을 손님으로 맞이했다는 이유로 집에 쳐들어온 불량배들에게 딸들을 내주는 롯의 이야기를 그린 <소돔의 하룻밤>, 아브라함의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본처의 미움을 받아 쫓겨나는 여종 하갈의 이야기를 그린 <하갈의 노래>,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그린 <사랑이 한 일>, 고기를 사냥해오는 큰아들 에서만 편애하고 작은아들 야곱에게는 무심한 아버지 이삭의 이야기를 그린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 등이다. 





이 중에는 성경에 무지한 나도 잘 아는 이야기도 있고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 쳐들어온 불량배들에게 두 딸을 바치는 롯의 이야기는, 저자의 해석을 읽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작가의 해석대로라면 롯의 제안이 아무리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한 것이라고 해도, 가령 나의 아버지가 그런 제안을 한다면 나는 아버지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기 어려울 것 같다. 만약 집주인이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였다면 딸들을 바치는 대신 자기를 범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삭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는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라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결국 야곱은 형 에서를 속여서 장자권을 획득하고 이스라엘로 개명해 이스라엘의 시조가 된다.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도 그렇고, 성경에는 누구를 속이거나 누구에게 속아서 새로운 역사가 생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속는 쪽보다 속이는 쪽이 역사의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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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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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사이보그에 비유하다니.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왜 이런 생각을 못 해봤을까.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안 괜찮은데 사이보그라고 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내 안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내지는 편견을 드러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도 임플란트를 이식한 사람도 넓게 보면 장애인이라는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오랫동안 안경을 써온 나도 장애인인데, 이제까지 한 번도 나의 안 좋은 시력을 장애로, 나를 장애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어떻게 얼마나 차별하는지 뻔히 알기에, 스스로를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의 범주에 넣어서 생각해 보기가 싫었던 것일지도... 





이 책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변호사 김원영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쓴 소설가 김초엽이 공저했다. 두 사람에게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 외에 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체장애가 있는 김원영과 청각장애가 있는 김초엽은 각각 휠체어와 보청기라는 테크놀로지를 자기 몸의 일부로써 사용한다.


비장애인이 보기에는 휠체어도 보청기도 사용하기 불편해 보이지만 저자들에 따르면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여전히 가격이 비싸고 불편한 점이 없지 않지만 이는 기술 차원의 문제이고, 더욱 불편한 건 이러한 기기들을 보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시선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가령 예전에는 보청기를 되도록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보청기와 디자인이 비슷한) 무선 이어폰이 크게 유행하면서 보청기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많이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장애인들의 생활이 개선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불쌍하지만 사이보그라고 하면 왠지 멋있어 보인다는 인식은,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장애를 비정상으로 보고 무조건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한 사람의 특성 또는 개성으로 인정하고 장애인이 타고난 조건 그대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장애를 고치는 것보다 시급한 건 현재의 장애인들이 보다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휠체어용 엘리베이터를 늘리고 건물 출입구마다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서비스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를 늘리고 자막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고 말할 때 비장애인만 떠올릴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 떠올리는 것이다. 당연한 일인데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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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0 0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 장애의 정도 차이일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보조를 받고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사이보그라는 말을 사용하는게 참신하네요. 요즘은 조금씩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멀죠.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도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thkang1001 2021-08-10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돌이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람 중에서 장애가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늙기 마련입니다. 늙으면 시력은 물론이고, 청력을 포함한 모든 신체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다 예비 장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더구나, 요즘은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정신적으로 장애인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장애인 중에서 자신이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혹시 자신의 의지로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연 그 사람이 행복할지 의문입니다. 두서없는 글이 너무 길어진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08-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예약하고 기다리는 책인데 키치님 리뷰 읽고, 근미래 SF인가보다 추정합니다.
 
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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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상 수상 소식 듣고 뒤늦게 구입해 읽었습니다.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은 분들 부럽습니다. 출간된 지 8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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