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영양제 - 영양제 먹었니? 아무튼 시리즈 61
오지은 지음 / 위고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과 임이랑이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오지은 임이랑의 무슨 얘기>(줄여서 '오임무')의 인기 동영상 중 하나(구 1위, 현 2위) 는 '왓츠 인 마이 왕진가방 : 가방인지 약봉지인지 모르겠단 얘기'이다. 이 영상의 재미있는 점은 다른 유튜버들처럼 '왓츠 인 마이 백'을 하려고 했던 오지은과 임이랑이 막상 가방을 털어보니 대부분 약 아니면 영양제라서 (그냥 가방이 아니라) 왕진가방 공개가 되었다는 점인데, 그만큼 두 분이 가진 약과 영양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쓰고 건강 걱정 혹은 불안이라고 쓴다...)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아무튼 이런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오지은 작가의 책 <아무튼, 영양제>가 나왔을 때 크게 놀랍지는 않았고 '올 게 왔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 전 이 책을 각잡고 읽다가 '이 책 참 보통 책이 아니다'라고 느꼈다. 아무튼 시리즈가 대부분 그렇듯이 주제에 관해 저자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고 블라블라... 이런 내용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문적인 지식이 많아서 공부가 많이 되었다. 누구나 익히 들어봤을 영양제가 어떤 배경 하에 탄생했는지, 어떤 요인 때문에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어떠한지, 업체는 이런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기관에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어서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질유산균에 대한 글인데, 이 글을 읽은 후 우연히 질유산균 광고를 보게 되어 설명을 유심히 살펴보니 과연 저자의 설명이 맞았다(대충격!!!). 그동안 영양제를 많이 사먹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파서, 피곤해서, 세일해서, 유행해서, 누가 권해서 등등의 이유로 사먹은 영양제의 종류가 꽤 되는데, 앞으로는 무슨 영양제를 사먹든 간에 대충 '돈 받고 파는데 좋겠지~' 같은 마음으로 사지 말고 일단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고 난 다음에 구매를 결정해야겠다(작가님 감사해요 ㅠㅠ). 그나저나 <아무튼, 영양제> 출간 기념으로 '왓츠 인 마이 왕진가방' 2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오임무인가 들림무(들리는 오임무. 팟빵에서 검색하세요)인가에서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언제쯤 올라오려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지음 / 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명우 교수가 서울 연신내에 동네서점 '니은서점'을 차려서 잘 운영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담은 책인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읽어볼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러다 최근 노명우 교수의 책 <교양 고전 독서>를 읽다가 니은서점 이름이 나왔고, 이참에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전자책을 TTS 기능으로 듣다가 예상보다 재밌어서 여러 번 다시 들었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재미있고, 책에 묘사된 자영업의 현실이나 한국 사회의 세태 등은 동네서점에 관심 없는 사람도 공감하거나 새롭게 인식할 만한 점이 많아서 잔잔한 느낌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가 갑자기 동네서점을 차린 건 개인적인 계기에서였다. 1년 몇 달 차이로 부모님 두 분의 상을 치른 저자는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 서점을 떠올렸다. 저자의 부모님은 그 시절 어른들이 대부분 그랬듯 가난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자연히 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부모님이 열심히 산 덕분에 저자와 형제들은 원없이 교육을 받고 책도 넉넉히 읽었는데, 정작 이들의 자식 세대인 조카들은 입시 치르고 취업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저자는 자식 교육에 아낌이 없었던 부모님의 뜻을 받들고 조카들의 장래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네서점을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지금 한국에서 동네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전망이 안 좋은 사업이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이 드러나는데, 저자는 책에서 단순히 책이 안 팔린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소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이 안 팔리는 이유,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한다. 첫째는 사회학자로서, 둘째는 다수의 책을 출간한 저자로서, 셋째는 현업 동네서점 종사자로서. 특히 니은서점이 위치한 골목에 들고나는 가게가 많아도 부동산은 한결같이 존재하며 그 수가 많다는 사실을 통해 한국의 자영업의 현실을 일깨우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전망이 안 좋은 장사라고 해도 장사인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저자가 하고 있는 시도들도 흥미롭다. 가령 소음 문제로 서점에서 커피를 팔지 않는 대신 저자가 직접 내린 커피를 준다든가, 인터넷서점에서 제공하는 가격 할인이나 마일리지 적립, 굿즈 제공 같은 혜택은 없는 대신 북텐더인 저자가 맞춤형 책 추천을 해준다든가. 부디 오래오래 운영이 잘 되어서 한국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나도 꼭 가봐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ora 2024-05-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봤는데 아담하고 이뻐요~ 줌강의도 있어요^^

키치 2024-05-13 09:46   좋아요 1 | URL
가보셨군요! 저도 조만간 꼭 가서 책 한아름 사오고 싶네요.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방에 사는 재수생인 오자키 다카시는 대입 시험을 앞두고 혼자서 도쿄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한다. 아들이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만을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는 부담감과 자신도 하루빨리 고교 동창들처럼 대학생이 되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시험일을 기다리는 다카시의 눈에 생소한 사진 한 장이 들어온다. 그것은 지금의 호텔 자리에 있었으나 전소되어 사라졌다는 '가모 저택'의 사진이다. 


사진 옆에는 가모 저택의 주인이 전 육군 대장 가모 노리유키였고, 그가 1936년에 일어난 2.26 사건 때 자결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으나 대부분의 일본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근현대사에 무지한 다카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긴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본 이후로 다카시는 호텔에서 이상한 남자와 여러 번 마주치고, 급기야 한밤중에 큰 화재에 휘말린다.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었을 때 바로 그 이상한 남자가 나타나 다카시를 구해주는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다카시가 눈을 뜬 곳은 다카시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대와 장소다. 과연 언제 어디일까.


<가모 저택 사건>은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1996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2.26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 소설이지만, 타임슬립이 등장하는 SF 소설이기도 해서 1997년 일본SF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최근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집 <안녕의 의식>을 읽고 미야베 미유키가 처음으로 SF 소설집을 선보였다고 리뷰에 썼는데 90년대에 이미 SF 소설을 썼을 뿐 아니라 큰 상까지 받았다니 공부가 부족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작가가 자신의 역사관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2.26사건은 극우 성향을 지닌 젊은 군 장교들이 천황(일왕) 친정을 요구하며 일으킨 쿠데타로, 이 사건 이후 일본의 군국주의는 폭주에 가까우리만큼 급속히 진행되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작가는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정규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수험 공부 중인 다카시가 이렇게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무관심한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일본의 근현대사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다. 타임슬립을 통해 2.26 사건 직후의 가모 저택으로 가게 된 다카시는 쿠데타로 인해 외부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저택 내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탐정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인 '클로즈드 서클'의 설정에 딱 들어맞는다. 다카시는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이기 때문에 저택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 대신 미래에서 온 인물인 만큼 사건 전후의 사정이나 사건 현장을 보존하는 방법, 범인을 추리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당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안다. 이런 식으로 평범하고 무식한 사람이 비과학적 현상(타임슬립)으로 인해 발생한 지식의 격차로 인해 비범하고 유식한 탐정이 되고 종국에는 사건 해결에 이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세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약자, 소수자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다. 다카시는 자신을 구해준 히라타라는 남성으로부터 세상에는 자신처럼 타임슬립 능력을 지닌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없는 초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소외 당하며 음울한 삶을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이 능력을 숨기지 않고 용기를 내서 발휘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세상의 모든 약자, 소수자에게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느꼈다. 작가 자신을 포함한 예술가, 창작자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타강의 시간 3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를 오랫동안 쭉 따라오면서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최근 연재작인 <우타강의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전에 없었던 기발한 발상도 없고 눈길을 끄는 화려한 요소도 전무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시골 마을에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이야기일 뿐인데, 나는 이런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다. 이런 만화가 더 많았으면 좋겠고 이 만화가 오래 오래 연재 되었으면 좋겠는데, 작가님 연세가 올해로 69세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위기감을 느꼈다. 작가님 부디 건강하시길...!


2권에서 가즈키는 마을사무소 관광과에서 일하는 소꿉친구 루이가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상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당황한다. 어려서부터 형제처럼 지낸 단짝 친구의 비밀을 이제야 알게 되어 당혹스럽기도 했고, 루이의 사랑이 여간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이런 가즈키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루이는 직접 기획한 마을 광고가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모으며 마을사무소의 스타로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루이의 가족 문제를 언급하는 익명의 투서가 마을사무소 관광과로 날아들어 루이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 만화는 온천 관광 사업으로 먹고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이런 마을에서 나고 자란 세 청년(가즈키, 다에, 루이)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온천 여관 아즈마야의 온천수 관리자 견습생으로 일 배우기에 급급했던 가즈키는 신규 등산 패키지 사업 기획을 위해 마을을 찾아 온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작은 마을에서만 살아온 자신의 시야가 너무 좁고, 세상엔 배울 것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루이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의지하는 믿음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배운다. 다에의 사연도 애틋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과 고양이 - B愛259
조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직 형사인 카와사키는 혼자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결혼 사기 조사, 외도 조사, 길 잃은 고양이 찾기, 행방불명자 수색 같은 일들을 의뢰 받아 해결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카와사키의 곁에 한 청년이 머문다. 여장이 잘 어울려도 너무 잘 어울리는 이 청년의 이름은 오카치마치. 조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조수를 자처하며 탐정 사무소로 출근하는 오카치마치에게 카와사키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부러 그를 내쫓지는 않는다. 오카치마치는 자신을 내치지 않는 카와사키에게 더 다가가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해 점점 더 애절한 마음이 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조제의 만화 <탐정과 고양이>를 구입한 건 작화와 장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BL 장면을 제외하면 남성 탐정과 남성 조수가 의뢰 받은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버디물로도 볼 수 있는 만화라서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물론 BL 만화로 분류되는 작품답게 로맨스 요소도 낭낭하다. 외모도 성격도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오카치마치가 카와사키에게 먼저 반하고, 서로의 마음이 연결될 듯 말 듯한 과정이 설렘 가득한 느낌으로 잘 그려져 있다. 단권이라서 가볍게 읽고 산뜻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점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