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낭만적 밥벌이 -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김경희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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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 김경희 작가님 편'을 듣고 구입한 책이다. 방송을 듣기 전까지 김경희 작가도, 김경희 작가가 일하는 오키로북스도 전혀 몰랐는데, 방송 듣고 팬이 되어 작가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오키로북스 유튜브도 구독 중이다. 나도 작가님처럼 모닝 페이지 쓰고 미래 일기도 쓰고 자기계발 열심히 해서 연봉 팍팍 올려야지. 


글 쓰고 책 팔아서 돈 많이 버는 삶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작가님 이야기 듣고 이 책 읽으면서 운이나 재능 탓하지 말고 노력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면 ""쟤는 운이 좋아"라는 말의 주인공인 '쟤'도 종일 누워만 있었으면 운을 잡을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출판계가 불황이고 사람들이 책 대신 유튜브, 넷플릭스만 본다고 해도, 어떤 책은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450쇄를 찍고 웹소설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못 읽는 내가 아닐까. 


이 책에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다시 서점원으로 취직했다가 현재는 서점 사장이자 작가, 강사, 유튜버 등으로 활약 중인 저자의 일에 관한 이야기가 솔직하고 담백하게 실려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할 뿐 일 자체에는 애착이 없다는 듯이 말씀하시지만, 즐겨 찾던 동네 서점에서 일 몇 번 거들었다가 직원으로 채용되고 사장으로까지 승진하셨다는 걸 보면 엄청난 일잘러이실 듯. 이 책은 주로 일에 관한 경험과 생각 등을 담고 있지만, 언젠가 저자의 업무 루틴, 자기 계발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을 내셔도 좋을 것 같다. (그때까지 존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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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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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범죄 소설 작가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을 잇는 신예 작가가 나타났다는 홍보 문구에 혹해 구입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보다는 '노르웨이의 길리언 플린(<나를 찾아줘>의 작가)'라는 평가가 더 적절한 듯하다. 소설의 초점이 범행을 분석하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 자체에 있지 않고 시간 경과에 따른 중심인물의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데 있다는 점, 고학력 중산층 계급의 가족 관계, 특히 부부 관계가 내포하고 있는 갈등과 모순 등을 예리하게 그려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오슬로에 사는 30대 여성 사라는 프리랜서로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심리치료사다. 건축가인 남편 시구르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저택 2층을 상담실로 개조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어엿한 집 한 채도 있고, 안정적인 직업도 있고, 능력 있는 남편도 있고,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사라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친구들과 놀러 간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간 남편이 실종된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남편으로부터 '헤이, 러브'라는 문자까지 받은 사라는 이 상황을 믿기조차 힘든데, 경찰은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환자 목록을 공개하지 않는 사라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대체 남편은 어디에 있고, 사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이 소설을 쓴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2016년 오슬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심리학자다. 그래서인지 심리치료사인 사라가 환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세하고 현실적이며(상담할 때 앉을 의자를 고르는 순간에도 성격이 드러난다니!), 한 사람의 감정과 의식 등을 형성함에 있어 어떤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스포일러 주의!!) 최종적으로 경찰이 지목한 범인과 진범이 다르다는 점도 신선했다. 경찰한테 안 잡힌 진범이 과연 '한 번만' 범행을 저질렀을까? 진범의 전사 혹은 후사가 궁금해지는... 후속편 나오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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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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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뒤늦게 드라마 <구경이>를 봤다. 등장인물 모두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케이(송이경)'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히어로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빌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중적이고 복잡한 면이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케이가 어쩌다 그런 인물이 되었는지, 그 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등등이 너무 궁금한데, 과연 <구경이 2>가 나와서 알게 될 수 있을지... (제발 나와라!!) 


뜬금없이 <구경이> 이야기를 한 건,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는 내내 <구경이>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케이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의 하영은 케이를 많이 닮았다. 아빠가 엄마를 여러 번 폭행했고 급기야 죽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 아빠의 성향을 물려받았는지 혹은 그런 아빠를 미워하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자신 또한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머리가 매우 좋고 미모 또한 상당하다는 것 등이 그렇다.


'하영 연대기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1부 <잘 자요 엄마>로부터 5년 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된 하영은 선경의 친구 희주로부터 심리 상담을 받고 있지만 좀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를 내보이지 않는다. 한편 선경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선경의 남편은 태어날 아이를 위해 강릉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하영은 전학을 앞둔 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호기심을 느낀다. 


소설 초반만 해도 하영과 선경의 사이는 냉랭하다. (<잘 자요 엄마>에 그 이유가 자세히 나온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선경은 자신이 품고 있는 하영에 대한 생각들이 오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영 역시 하영답지 않게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면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느끼고, 급기야 오랫동안 봉인해 왔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면한다. 그 결과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하영. 과연 일시적인 변덕일까, 성장의 징후일까. 


<잘 자요 엄마>를 읽을 때만 해도 하영이 그저 무섭기만 했는데,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으면서 하영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하영 역시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고,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라고. 주위 어른들의 무시와 폭력 속에서 자란 하영이 그들에게 배울 수 있었던 것 역시 무시와 폭력이었다고. 그대로 자랐다면 조커나 한니발 렉터처럼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었겠지만, 다행히 하영의 곁에는 선경이나 희주 같은 좋은 어른들이 있다. 


부디 선경과 희주 같은 좋은 어른들이 하영의 곁에 계속 있어주기를. 이들의 보살핌 안에서 하영이 좋은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하영과 선경 모두에게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 3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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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엄마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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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에서 서미애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고 호기심이 동해 뒤늦게 구입해 읽은 책이다. '하영 연대기 3부작'의 1부에 해당하는 소설로, 2부는 작년에 출간된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이고 3부는 출간 예정이다. <잘 자요 엄마>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함께 주문했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잘 자요 엄마>를 읽고 나면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지 않을 수 없고,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으면 다음 3부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는 범죄심리학자 선경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정된 삶을 살고 있던 선경은 희대의 연쇄살인범 이병도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구치소로 향한다. 선경은 병도가 자신을 어떻게 아는지, 왜 자신을 지목했는지 궁금해하지만, 호기심을 드러내면 만남의 주도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표정을 지운다. 


한편 선경은 갑작스럽게 남편의 전처가 데리고 있던 딸 하영과 살게 된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외조부모와 살고 있던 하영이 화재 사고로 외조부모까지 잃게 되자 남편이 하영을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선경은 하영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지만, 하영은 좀처럼 선경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고 후유증인 줄 알았는데, 점점 아이답지 않은 폭력성과 잔인함에 선경 또한 마음의 문을 점점 닫게 된다. 


<잘 자요 엄마>는 범죄 소설이라기보다는 호러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장면이 많다. 연쇄살인범 병도의 범행을 묘사하는 장면도 끔찍하지만, 개인적으로 선경의 시선으로 하영을 보는 것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저 아이는 그동안 어떤 지옥을 봐온 걸까. 저 아이의 내면에는 어떤 괴물이 살고 있는 걸까? 혹시 이 모든 생각이 나의 오해나 착각이면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하영에 대한 의심과 선경 자신에 대한 자책이 반복되는 것이 이 소설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공포였다. (같은 이유로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끝까지 못 봤다ㅠㅠ 무서운 대상을 무서워만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자요 엄마>만 읽었을 때는 그저 무서운 소설이었는데,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공포스럽기만 했던 하영에 대해서도 다양한 감정이 들고... 그러니 부디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도 읽어보시길. 작가님이 후속편을 안 쓰려고 했다가 독자들 요청으로 후속편을 쓰셨다는데 너무 잘하셨다. 3편도 얼른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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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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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방문을 받아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 하나를 배우게 될 것이다. 즉, 불행이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곳에서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는 사실 말이다. 행복은 그 반대다. 행복은 베란다에 있는 작고 예쁜 꽃이다. 또는 한 쌍의 카나리아다. 눈앞에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115쪽) 


어느 시대건 선생이나 형사라는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보아야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중략)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53쪽) 



정말 유명한 소설인데 이제야 읽었다. 대학 시절 일본 문학 서가에서 여러 번 마주쳤는데 왠지 모르게 손이 안 가서 안 읽고 있다가, 작년에 개정판이 나온 걸 보고 '이젠 제발 읽으라는 계시인가' 싶었다. 그래서 읽었고, 역시나 너무 좋았다. 이천 년대 소설이 아닌 건 알았지만, 무려 1987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니. 1987년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발표된 해인가... 


이야기는 1952년생인 작가의 고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고 비틀즈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1969년. 나가사키 현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겐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은 안 하는 문제아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겐은 어느 날 친구들 앞에서 '바리케이드 봉쇄를 하자'고 말한다.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인데 친구들이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이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이 계획이 교내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 '레이디 제인'의 귀에 들어간다. 이 일이 성공하면 '레이디 제인'과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꿈에 부풀어, 겐은 점점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데... 


혈기왕성한 십 대 청소년의 유쾌한 모험담처럼 읽히지만, 동급생이었던 여학생이 미군 병사의 정부가 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당시 나가사키 미군 기지 근처의 상황이라든가, 군국주의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걸핏하면 학생들을 폭행했던 학교 현장 등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 이어지는 사회 소설로도 읽힌다. 요즘은 이런 일이 없겠지만, 그때보다 학생들의 현실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바리케이드 봉쇄도 그렇고 페스티벌도 그렇고, 겐이 한 일들을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일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분담하고, 연극 대본을 쓰고 영화를 찍는 모습은 참 즐거워 보였다. 이렇게 십 대 시절을 보내면 왜 안 될까. 내가 다시 십 대 시절을 보낼 수 있다면, 일 년 내내 하루 종일 교실에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연극도 해보고 영화도 찍어보는 편을 택할 것 같다. 작가의 말대로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인데, 즐겁게 살지 않는 죄를 짓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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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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