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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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그냥 님이 소개해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이 <나의 복숭아>라서 복숭아에 관한 책일 줄 알았는데, 복숭아가 달콤하고 맛있지만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겉보기에는 무엇이든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의외의 약점 혹은 아킬레스건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는 김신회, 남궁인, 임진아, 이두루, 최지은, 서한나, 이소영, 김사월, 금정연, 이렇게 총 아홉 명이다. 이 중에는 작품을 읽어서 알고 있는 작가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작가도 있는데,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두루 작가님의 글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혹시 출간하신 책이 더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봄알람에서 나온 <유럽 낙태 여행>이 유일한데, 이미 읽은 책이다. 게다가 공저. 이두루 작가님의 단독 저서가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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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감귤 에디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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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내 귀에 '제주'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들렸다. 쉬려고 제주를 찾았다는 사람, 글 쓰고 공부하러 제주에 갔다는 사람, 아예 살려고 제주로 떠났다는 사람 등등 이유도 형태도 다양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많았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떠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에서 여자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악몽이 제주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들려주신 '백조일손지묘' 이야기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4.3 사건 직후 정부가 무고한 양민들을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학살했는데, 이때 죽은 132명의 시신을 나중에 발굴하기는 했으나 누구의 시신인지 알 수 없어 머리 하나, 팔 둘, 등뼈 하나, 다리 둘 등을 이어 맞춰 1명의 봉분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다가 만난 것이 이 책이다.


2012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으로 출간되었고 2021년 감귤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된 이 책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볼거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제주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서도 제주의 역사를 설명한 부분에 주로 눈길이 갔다. 제주의 현대사는 4.3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학, 미술, 영화 등은 전부 4.3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도 그렇고, 강요배의 그림도 그렇고, 영화 <지슬>이 그러하다. 책에는 4.3 사건을 비롯해 그 이전 시기의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와 유적을 어떻게 지키고 보전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도 많다. 저자는 이른바 '뽈대'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관료주의식 유적 보존 및 관리를 지양한다. 그 대신 유적의 본모습을 지키면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제주처럼 육지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지역의 경우에는 고유의 특색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을 하면서 제주를 여행한다면, 여행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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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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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서 나오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말들의 흐름은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두 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제시하는 식으로 일종의 끝말잇기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책은 금정연 서평가의 <담배와 영화>를 이어받고,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보니 <시와 산책>을 읽었고, <시와 산책> 다음으로 이어지는 유진목 시인의 <산책과 연애>도 읽었다. 그렇다면 <연애와 술>도 읽고 <담배와 영화>도 읽어야겠지... 이게 출판사의 의도라면, 제대로 통한 듯 ^^ 


정지돈 작가님은 어릴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기까지 했지만 현재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신다. 아니, 좋아하기는 하는데 좋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일단 평균 매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데 엄청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극장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하고, 중간에 잠드는 경우도 태반이다. 영화 잡지에서 읽은 평을 자신의 평인 양 말한 적도 많고, 보지도 않은 영화를 봤다고 말한 적도 많다. 이런 식으로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삐딱하게 보이지만 대체로 솔직하고 결국엔 웃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시에 대해서는 별 말 없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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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나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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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님의 신간이다. 확인해 보니 이제까지 출간된 이소영 작가님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식물 산책>을 시작으로 <식물의 책>, <식물과 나>를 읽었고, 공저로 참여한 <나의 복숭아>,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는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같은 작가의 책들인 만큼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은데도, 읽을 때마다 좋고 읽을수록 새롭다. 이소영 작가님의 식물 관련 책이 또 나온다면, 나는 어김없이 사 읽겠지. 그리고 또 좋아할 거야... 


<식물과 나>는 <식물 산책>, <식물의 책>에 비해 분량이 많고 식물세밀화의 비중도 높다. 내용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야기, 어디선가 꽃향기가 나는 것 같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다 읽고 나니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던 이야기가 더 많이 생각난다.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식물을 상하게 하는 사람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먹고 마시면서 정작 농사는 경시하는 사람들, 할미꽃이라는 이름 때문에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또한 여성 혐오, 노인 혐오가 아닐까). 


영국 큐가든에서의 일화도 생각난다. 조용한 그곳에서 웬일로 크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시각장애인에게 주변에 있는 꽃과 나무를 설명하는 중이었다고. 그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가, 음성으로 식물의 세계를 설명해 주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식물 라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덕분에 눈은 보이지만 식물은 보이지 않았던 나까지 식물을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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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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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박연준 시인님의 책이다. 제목이 <'쓰는' 기분>이라서 글을 쓰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글 중에서도 시 쓰는 일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박연준 시인님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님을 비롯해 대학 은사인 김사인(라임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시인님, 저자와 함께 시를 쓰는 동인들, 제자들, 강연에서 만난 - 한때 시인을 꿈꾸었고 지금도 시를 읽는 어르신들... 


시를 전혀 쓰지 않고 읽지도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시를 쓰고 싶어 하고 계속해서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글 잘 쓰는 사람 중에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상기하게 된다. 김연수 작가님도 원래는 시인을 지망하셨다고 하고, 어제 읽은 정지돈 작가님도 시를 좋아하신다고 하고, 박연준 시인님은 뛰어난 산문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하시니. 결국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시부터 배워야 하는 걸까. 


시 쓰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시 잘 쓰는 기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의 시와 저자가 소개하는 시를 읽으니 잘 써진 시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란 건 분명 있는 것 같다. 무심히 볼 것들을 유심히 보기. 말로 쉽게 내뱉지 말고 여러 번 머릿속에서 굴리기. 더욱더 분명하고 정확한 비유가 없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그러고 나서 그냥 쓰기.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시를 꾸준히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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