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나는 성리학 이황의 성학십도 Easy 고전 9
조남호 지음, 신명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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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십도>는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의 내용을 열 개의 그림으로 만든 책이다. 이황이 즉위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선조 임금에게 올린 것인데, 성리학의 핵심을 요약한 내용 덕분에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입시용 요약집인 셈이다.

이황이 직접 그린 것은 ‘심통성정도’의 부분과 ‘소학도’, ‘백록동규도’, ‘숙흥야매잠도’이며, 나머지는 중국 학자들이 그린 것을 인용한 것이다. 글 또한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유가의 오랜 전통이다. 즉,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해서 자기는 성현의 말을 기술할 뿐이지 창작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림으로 만나는 성리학 이황의 성학십도>는 중고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엮은 책이다. 물론 어른이 봐도 무방하다. 지금과 비교한다면 파워포인트나 인포그래픽스 같은 느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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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배경은 1970년대, 주인공 만수의 누나들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위급한 상황이다. 작은 누나는 간간이 신음 소리라도 내고 있었지만 큰누나는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만수는 누나들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가스중독 전문 치료 고압산소통 보유 24시간 운영 중`이라는 붉은 글씨의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산소통이 하나밖에 없다. 인근 병원에도 연탄가스 중독환자가 있어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응급처치가 늦는 사람은 평생 바보로 살게된다. 큰누나와 작은 누나 중에 누굴 먼저 치료받게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만수와 동생들은 갈등한다. 큰누나는 마음씨 착하고 엄마처럼 보살펴 주었다. 재봉일로 살림을 꾸려나갔지만 곧 결혼하여 동생들을 떠날 것이다. 작은 누나는 똑똑해서 동생들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공장에 나가 동생들 학비를 벌었다. 작은 누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동생들을 대학에 보낼 수도 있다. 만수의 남동생은 작은 누나를 살려야 한다고 하고, 여동생은 큰누나를 살려야 한다고 한다. 과연 누구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가?

매릴 스트립 주연의 <소피의 선택>이라는 영화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남편은 나치에 총살 당하고 주인공 소피 또한 두아이과 아우슈비츠로 끌려간다. 수용소로 가는 중 한 독일 장교가 추파를 던진다. 그는 살려달라는 소피에게 두아이 중 하나만 살려줄테니 선택하라고 한다. 아들과 딸, 두아이 중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런 우스갯 이야기도 있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가 물에 빠졌다. 당신은 둘 중에 한 명만 살릴 수 있다. 당신은 누구를 살릴 것인가? 이 이야기는 딜레마의 상황같지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당신은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왜 둘이 같이 물에 빠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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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2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굴 선택했나요?

달의뒷편 2014-12-21 22:31   좋아요 0 | URL
투명인간에서는 큰누나, 소피의 선택에서는 아들.
물에 빠진 사람은 그래도 마누라를 구해야겠죠?

여흔 2014-12-21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투명인간과 같은 상황에선 그렇게 되물을수 없죠ㅠㅠ 작은 누나는 결국 바보가 되었다. (책속과 완전히 같진 않지만) 그 문장에서 어찌나 철렁하던지.

달의뒷편 2014-12-21 22:33   좋아요 0 | URL
그냥 딜레마의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작은누나 나중에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ㅠ
 
고전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1
유재원.정은숙 지음, 김지선 그림 / 아울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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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발칵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이 책은 어린이가 법과 친해지도록 심청전, 춘향전, 토끼전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고전의 사건을 모의 재판으로 재구성했다.

심청전의 경우, 공양미 300석에 심청을 제물로 산 청나라 상인들이 피고인, 심청이 피해자로 나왔다.

검찰측은 청나라 상인들이 영업적 이익을 위해 사람을 거래했고 보호장치 없이 바다에 빠지면 죽을 수 있음에도 심청을 빠뜨리려고 했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변호사는 청나라 상인들이 외국인이라 우리나라 법을 적용할 수 없으며 피해자 심청이 스스로 선택하며 동의한 일이므로 무죄를 주장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배심원의 판단’이라는 것을 통해서 독자의 생각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판결은 유죄.

[형법] 제 255조 및 제 289조, [형사소송법] 제 3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 청나라 상인들에게 공소제기된 인신매매죄와 살인예비죄는 모두 유죄이며, 징역 10년씩의 선고를 내린다. 또 심청이 받은 쌀 300석은 [민법] 제 746조에 따라 청나라 상인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 - 17쪽

만약 이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라면 10년이 짧다며 재판부를 성토하는 인터넷 댓글이 예상된다. 재미로 덧붙이자면, 심청은 공양미 300석으로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해준다 했던 스님을 사기죄로 고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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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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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봉은 많은 여자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 생각해봤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에는 열린 공간인 카페보다 닫힌 공간인 도서관의 열람실 내지는 집이 더 적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순전히 키키봉만의 추측이지만 사람의 심리가 닫힌 공간에서 열려 있고 열린 공간에서 은밀하고 싶은 건 아닐지.... 누군가가 긴 테이블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가 다른 팀이 왔을 때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곤 한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표정과 온기는 가까운 거리. 키키봉은 그만큼의 거리 두기에서 홍대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찾고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하면서 시선은 받고 간섭은 거부하는 홍대 카페 손님들, 키키봉의 카페 인테리어도 거기에서부터여야 할 거 같았다.
- <낭만적 밥벌이>, 87쪽

조한웅의 <낭만적 밥벌이>의 부제는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이다. 지금은 카페를 정리하고 키키봉이란 닉네임의 작가로 활동중이다.

관심은 받고 싶지만 간섭 받는 것은 싫은 적당한 거리두기. 비단 홍대 카페에서 뿐이랴.
SNS라는 공간에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관계가 복잡해지다 보니 간섭받는 가족보다 오히려 SNS의 관계에 더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뿌리내리지 못하는 관계는 공허할 뿐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어봐야 새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 상투적인 이야기로 치부할 게 아니다. 뿌리는 가족의 관계에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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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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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구가 아니지만 그만큼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없다.
- 헨리 워드 비처 (19세기의 성직자)

데이미언 톰슨의 <책과 집>은 디자이너, 건축가, 화가, 사업가 등 책수집가들의 개인 서재를 소개한 책이다.

책이 지적 만족만 충족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적 가치로서도 어느 인테리어 소품보다 빼어나다.
이 책은 거실과 서재는 기본이고, 작업실, 부엌, 침실, 어린이방, 심지어는 욕실과 계단까지 책으로 점령된 공간들을 사진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서가를 보면 주인의 성격이라든지, 취향이라든지, 관심사가 그대로 보인다. 개성있게 꾸민 그들의 방을 훔쳐보면 나의 서가를 어떻게 꾸밀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로서의 책의 활용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책장에 꽂는 것은 기본이고, 쌓아도 운치가 있다. 북엔드를 이용하거나 표지를 드러낼 수도 있다. 특히 유럽풍 벽난로와 환상 궁합이며, 각종 소품과도 잘 어울린다. 저렴한 이케아의 책꽂이와 고가의 디자이너 작품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식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앞다퉈서 책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1439년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한 이래 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의 킨들은 세상 모든 책을 삼켜버릴 듯 하다. 하지만 책수집가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책 또한 그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지만, 책수집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이런 고상한 취미가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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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19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거실 너무 갖고 싶어요. 지금 집이 우리집이면 할텐데.

달의뒷편 2014-12-19 12:38   좋아요 0 | URL
독서가들의 꿈이죠. 멋진 서재가 있는 집^^

수이 2014-12-19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맨날 이 책 들춰보는데 아 실제로 이런 광경 안에 있다고 여기면 저절로 기쁨이 넘쳐 흘러서 소리를 꽥꽥 지를 거 같아요.

달의뒷편 2014-12-19 12:40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기분일거 같아요^^
내년엔 꼭 서재를 꾸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