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신화기행 - 시베리아에서 히말라야까지 2만 5000킬로미터 유라시아 신화의 현장을 찾아서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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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에세이 전성시대다. 이제는 여행안내서에서 독립하여 서점의 매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여행안내서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찾는 책이라면 여행에세이는 반대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리만족이다. 작가는 독자를 대신해서 여행의 감성을 전해준다.

여행에세이가 유행하면서 비슷비슷한 아류들도 대거 등장했다. 여행지만 다를 뿐 비슷한 감성의 포맷이 지겨워질 때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로 <유라시아 신화기행>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을 지향한다. 각주가 있고, 불친절하게도 사진이 별로 없다. 그리고 두꺼운 책을 메우는 것은 온통 이야기들이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 우크라이나까지의 1부, 터키에서 카스피 해로 이어지는 오리엔트 세계의 2부,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까지의 3부, 그리고 마지막 인도 4부까지 총 2만5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통해 저자는 유라시아 신화를 좇는다.

몽골의 일곱 영웅의 이야기인 북두칠성의 서사와, 선녀와 나무꾼을 닮은 부랴트 부족의 이야기, 시베리아의 곰에 얽힌 설화를 읽다보면 극동의 자그마한 대한민국이 그 옛날에는 몽골과 시베리아의 초원에까지 맞닿아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알듯모를 듯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분단으로 인해 길이 끊긴 한반도에 이야기도 끊어지고 말았다. 저자는 그 이야기의 길을 잇기 위해 유라시아 구석구석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수집하고 고립된 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이야기를 찾아 헤맸지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친구들, 특히 어린이들의 우정 때문에 수시로 눈물을 흘렸다. 가끔은 심장을 맞대고 울기도 했다. 이 세기에, 우리는 어쩌면 종전에 없던 이야기들을 만들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 자신의 지혜와 언어에 기대어, 눈 덮인 산맥과 거친 강과 바다를 건너 무한대의 우정을 나누는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지리적, 인종적, 문화적 경계들이 모조리 무너지고 새로운 정체성이 탄생할지도 모르니까.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라는 오직 하나의 정체성이. - 공원국, <유라시아 신화기행>, 어리석은 사람의 사랑 이야기(작가의 말) 중

책을 펼치면 맨 먼저 독자를 맞이하는 작가의 말. 끝까지 책을 읽을 지 판단을 하는 잣대이기 때문에 작가의 말은 공들여 쓰여진다. 그 중 감사의 말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소감처럼 독자들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감사의 말은 정말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책이 나오기 어려웠겠구나 하는 깊은 울림을 준다. 빈약한 글을 사진과 감성에 의존하여 감추는 기존의 여행에세이와 달리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더욱 값진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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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02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지는^^

달의뒷편 2014-12-02 10:55   좋아요 0 | URL
책이 꽤 두껍습니다. 저자의 글실력이 대단해요.

보물선 2014-12-07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구입^^

수이 2014-12-07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입해야겠어요_^^

보물선 2014-12-07 10:53   좋아요 1 | URL
같이 읽어요^^

달의뒷편 2014-12-08 18:08   좋아요 1 | URL
다 같이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