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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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이의 칠일장>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천효정 작가. 그녀가 내심 어린이 문학의 구세주가 되길 바랬다. 그녀를 어린이 문학의 정유정이라고 칭하고 싶었다. 상투적인 어린이 문학, 게다가 새로운 것이라고는 하나 없을 것 같은 전래동화 분야에서 그녀는 눈부신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것도 일곱개의 에피소드를 묶어서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녀의 신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비룡소. 2014)는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더구나 이번에도 식상하고 상투적인 장르인 무협 이야기를 택했다니. 무협에서도 천효정 작가의 천재성이 발휘될지 두근거리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펼쳤다.

초등학교 2학년 건방이가 우연히 권법의 달인 오방도사를 만나 제자가 되어 2년간 수련을 하고, 우연히 백초아가 전학을 오게 된다. 백초아는 검술의 달인 설화당주의 막내 제자. 알고봤더니 설화당주는 오방도사와 함께 수학한 사이이며 옛 애인이었다. 그리고 오방도사의 수제자였다가 파문당한 대도 도꼬마리는 변면술로 건방이와 같은 반 학생으로 위장해 있었다. 변면술은 얼굴 근육을 혹사 시켜 얼굴을 변장시키는 기술. 성장을 멈추고 얼굴만 심하게 늙는 부작용이 있다. 우연한 기회로 회춘풀을 입수한 건방이. 회춘풀은 도꼬마리의 얼굴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풀이라 도꼬마리는 회춘풀을 노리게 되고....

이 책은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비룡소에서 개최한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스토리킹은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원 100명이 작품을 공개 심사해서 수상작을 가리는 문학상이다. 재미 면에서는 어린이들의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효정 작가이지만 아쉬움도 많다.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문제점 세가지만 정리해 보겠다. 첫째,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우연적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원래 무협이라는 장르가 그렇기는 하겠지만 현대 문학에서 우연적 사건은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인물의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다. 특히 도꼬마리가 개과천선하게 되는 순간은 독자로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사건의 전개가 미리 읽힌다는 것. 건방이와 백초아와의 관계, 오방도사와 설화당주의 관계 등이 상투적으로 그려졌고 회춘풀과 도꼬마리도 쉽게 연관됨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전개가 읽힌다는 것은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지적한 사항은 무협 장르의 한계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다른 작가의 소설이었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백이의 칠일장>을 통해 그 천재성을 보여 준 천효정 작가라면 다르다. 그녀가 앞으로 어린이 문학을 이끌어갈 기대주라면 좀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야 한다. 그녀에 대한 기대는 다음 작품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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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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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의 `억수르`라는 코너가 있다. 아랍의 왕자 `만수르`를 패러디한 코미디이다. `만수르`는 우리나라의 `만수`라는 이름이 연상되어 친근감이 있다. 하지만 아랍에서 `만수르`라는 이름이 부의 상징이라면 우리나라의 `만수`는 평범한 중년의 이름으로 들린다.

성석제의 신작 소설 <투명인간>의 주인공은 `김만수`이다. 그는 머리가 절구통 같이 크고 팔다리는 쇠꼬챙이 같이 볼품없는 외모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은 아이였다. 만수 아버지의 표현을 빌자면 만수네 3형제의 성격은 천양지차였다.

백수는 제 할아버지 빼닮아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하고 석수는 나 닮아 제 먹을 것 찾는 데는 영리하고 악착같았다. 중간에 낀 만수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어쩌겠는가. 저 생긴 대로 생겨난 팔자대로 살아야 하는 것을. - 34쪽

형제들 보다 모자란 만수는 대신 책임감과 성실함을 타고 났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온 가족을 부양해 나가는 것은 결국 만수의 몫이었다.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가족을 부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외면, 더구나 부도난 회사의 공장을 끝까지 지키던 그는 억대의 손해배상으로 점점 비극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 소설은 세가지의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첫째, 주인공 만수의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시점에 따라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소설의 재미를 이끌어간다. 둘째, 이 소설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채변검사, 혼분식운동, 연탄가스 중독 등의 사소한 사건들로 전개하며 그 생생함을 더해준다. 셋째, 소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좌익 사상가인 할아버지, 거친 상농사꾼인 아버지, 기회주의자인 남동생, 학생운동에 몸담았다가 점점 물신주의에 물드는 여동생 등의 묘사가 치밀하다.

소설 <투명인간>의 김만수는 개성도 존재감도 없는 이름이다. 몰락하는 그의 삶에서 그는 사회에서 밀려나고 소외를 당한다. 그래서 그는 투명인간이다. 소설은 개발 중심의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소외되는 사람들이 `투명인간`처럼 사회에서 도태되는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시스템에서 우리 또한 `투명인간`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삶을 포기하는 자살을 선택해야할까?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만수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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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 프린스턴대학교 인생탐구 대기획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2
수전 울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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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형벌로 시시포스는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는 일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실존주의 철학은 시시포스의 신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본다. 무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며 사는 것이 삶이다. 그런데 신이 시시포스를 불쌍히 여겨,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이 고통스럽고 힘들며 끔찍한 노동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끼도록 그의 몸에 주사를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의 삶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이란 무엇인가> (엘도라도, 2014)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진행된 철학 강의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이은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의 두번째 타이틀로서, 전작이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논증했다면 이 책은 직접적인 `삶의 의미`를 테마로 하고 있다.

책은 저자 수전 울프의 `삶의 의미`와 `가치있는 삶`에 대한 두 개의 강의로 시작한다. 이후 조너선 하이트, 존 쾨테 등 네명의 교수가 논평을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저자의 답변으로 마무리 된다. 즉, 강의 - 논평 - 답변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짜여져 토론의 현장감이 더해졌다.

저자는 통념적 방법론으로 삶의 의미를 논증한다. 어려운 철학적 관점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을 전제로 쉽게 논증을 한다는 뜻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첫번째 통념은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 바로 ˝성취관점˝이라는 것인데 개인적 성취감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쾌락주의에 빠질 수 있다. 도덕성이 결여된 이 통념으로만은 삶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주사를 맞은 시시포스는 비록 성취감을 느끼지만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결핍되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두번째 통념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관여하는 것˝으로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이 나보다 더 크고 중요하며 가치있는 것이어야 한다. 첫번째 통념이 주관적이라면 두번째 통념은 객관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두개의 통념을 합쳐서 ˝수정된 성취 관점˝으로 삶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은 단지 특정 감정을 `느끼는(feel)` 삶이 아니라, 특정 형태로 `존재하는(be)` 삶에 대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존경받으며, 가치를 인정받는 삶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객관적 가치에 긍정적 방식으로 관여하고, 이를 실현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삶을 원하고 있다. 단순히 외롭지 않다는 느낌만으로 사회적인 본능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성취감만으로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가 의미 있어 보이는 삶을 넘어 정말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의 객관적 측면은 주관적 측면만큼이나 중요하다. - 71~72쪽

이후 네명의 철학자들의 날카로운 논평이 진행된다.

무모한 열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 존 쾌테
뭔가를 성취해야만 삶은 의미 있는가 - 로버트 애덤스
객관적인 가치를 담아야만 의미 있는 삶인가 - 노미 아르팔리
중대한 관여와 벌집 심리학 - 조너선 하이트

이들의 논평은 마치 독자들이 궁금할 법한 질문들을 예상하여 반박하는 것 같아 앞의 강의가 어려웠던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논평에 대한 답변이 이어진다. 저자는 네 사람의 논평에 대해, 기존 입장을 중심으로 논의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시키며 한층 견고해진 논리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객관적인 가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어떤 활동이 중대한 관여와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르지 않는 직접적인 화법,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통념적 해석, 철학자들 간의 논평, 그리고 시원시원한 책의 구성까지. 책은 무거운 철학 저서라고는 믿기지 않게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삶의 본질에 접근하는 돌직구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시스템 속에서 파편화되고 소외된 개인들이 얼만큼 삶의 의미와 가치 기준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한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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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아침놀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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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힐링류나 명상류, 젊은이들의 심령을 나약하게 만드는 책, 그리고 현실의 통고를 그대로 수용하게 만드는 책들은 아직도 수백만 부가 팔리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진리에로의 독려나 개념적 지식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나의 책은 세인들에게 끊임없이 버림을 받는다. 뜻있는 자들에게 힘을 줄지는 몰라도 뜻을 아직 세우지 못하는 자들에게 힘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싸이의 몸짓을 배우든가, 니체처럼 광기에 빠지든가, 영혼을 타락시켜 언어를 얇게 만들든가 해야 할 텐데 모두가 나의 능력 밖이다.
- 김용옥, <도올의 아침놀> 46쪽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치루기 전에 도올 김용옥이 생각의 단편들을 정리한 것이다.

도올의 말에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힐링류의 책이 오히려 청년을 병들게 한다. 그들은 아직 위로받을 나이가 아니다. 좀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그런 역할은 청년의 몫이었다.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 아직도 486같은 40대가 설치는 것이다. 40대는 힐링으로 위로받고 그동안의 삶의 과오도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성숙해야 한다. 그리고 20대에게 힘을 실어주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

도올은 이 책이 출간되기 얼마 전에 나온 그의 저서 <사랑하지 말자>의 판매부수가 생각보다 기대에 못미치자 위와 같은 불평을 하고 있다. 니체 또한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심지어 그는 자비로 출판을 해야 했는데, 고작 몇 십부나 몇 백부 팔리는 데 그쳤다. 도올은 스스로 니체와 동일시하고 싶어한다. 언제부터인가 도올은 니체를 들먹이며 스스로를 니체로 착각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후대에 그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후대의 평가는 나중 일이고, 개인적으로 보자면 도올은 반성해야 한다. 그의 말처럼 싸이의 몸짓을 배워야 하고 언어를 얇게 만들어야 한다. 대중적인 것이 영혼을 타락시킨다는 생각이 잘못이다. 도올의 학문적 성취가 높아지는 만큼 그의 책도 어려워진다.자연히 대중과도 멀어졌다. 그는 강의를 쉽게 하면서 책은 어렵게 쓴다. 의도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 진중권도 그렇다. <미학 오딧세이>를 냈을 때만 해도 진중권은 대중적인 작가였다. 그의 책도 갈수록 점점 어려워 진다. 평소 존경하는 지인의 말씀으로는 ˝그들은 쉽게 글을 쓸수도 있지만 일부러 어렵게 쓰는 측면이 있다.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만약 도올이 대중적인 것은 영혼을 타락시키는 저급한 것이라 여기고 스스로 권위에 사로잡혀 있다면 부디 그것을 깨고 나오시길 바란다. 그리고 좀더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무매한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쉽게 다가와 주길 바란다. 그래야 예전처럼 대중이 열광하는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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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김정운 교수의 강연을 다녀왔다. 3년전 모든 걸 버리고 일본으로 떠났던 그가 신간 <에디톨로지>를 들고 잠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강연은 KBS 공개 녹화로 진행되었다. 나처럼 이 분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지인을 따라 갔다. 김정운 교수를 존경하는 건 어설픈 힐링으로 청춘을 위로하거나 반사회적 선동을 하는 교수들에 반하여, 행동의 모범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잘 놀아야 성공한다고 주장한 그는 사실 노는데 서툴렀다. 방송과 강연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생활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떠난 이유는 자신이 어릴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면서 더 잘 놀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의 무대 데뷔여서 였을까. 아니면 확신에 찬 신념에서 였을까. 그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주장했던 논리들을 <에디톨로지>로 다 정리한 느낌이다. 에디톨로지란 창의성은 편집력에서 나오고 그러려면 잘 놀아야한다는 그의 이론이다. 그의 강연은 빛났다. 2015년 1월 1일 새해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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